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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붉은 여왕 효과 01 | 인스티즈





옛날 옛날에 이상한 나라에 아주 예쁜 공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공주는 남들보다 총명했고 지혜로운 여자였으며 모두가 그 여자를 우상이라 칭하며 그 공주가 여왕이 될 때 이 나라는 평화를 찾을거라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공주는 백성을 위했으며 아꼈고 사랑했습니다. 그랬기에 백성들은 그 공주가 여왕이 되어 바른 행실로 나라를 지도하여 자신들에게 찾아올 행복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남들보다 잘났기에 남들보다 더 많은 적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왕이 그녀의 뒤를 지키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도 그녀를 헤칠 수 없었고 그들은 단지 그녀를 좋지않은 시선으로만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분홍색의 장미를 좋아하던 그녀는 그 날도 마찬가지로 정원에 줄지어 심어져있던 장미들을 바라보며 백성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꽃잎을 매만지던 그녀는 따가운 가시에 손을 찔렸고 그 때 궁전을 울리는 소름끼치는 소리에 그녀 주변에선 미묘한 기운이 흘렀고 그녀는 급히 정원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궁전안으로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붉게 물들어버린 바닥과 붉게 물들어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본 공주는 그 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뒷걸음쳤지만 이내 날카로운 칼이 그녀를 제자리에 멈춰 서게 했습니다.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눈물을 짓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공주님."




새 엄마의 호위병과 마주한 그녀는 그에게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습니다. 한번만 살려달라고. 조용히 살겠다는 그녀의 말에 마음이 약해진 호위병은 그녀의 목에서 칼을 멀리 떨어뜨리며 다른 이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망치듯 떠난 그녀는 정원에 남은 분홍색의 꽃들을 마지막으로 그 나라를 도망쳤습니다.

왕이 죽고 여왕이 자리에서 앉은 그 이후로 극심한 무단통치로 백성들을 굶어 죽어갔고 죄가 없는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여왕의 무단통치는 더욱 심해져갔습니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늦은 새벽에 도망을 치는 백성들은 점차 늘어갔으며 그 상황을 지켜보던 여왕은 분개하며 감옥에 있던 무고한 백성들을 죽이고 야반도주를 하던 백성들을 모두 감옥으로 밀어넣으며 그렇게 외로운 자리를 지켜갔습니다.

오랫동안의 무단통치에 지쳐버린 그녀의 정신은 온전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져만 갔고 결국 병세가 심각해져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병이 점차 심해질 무렵 그녀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녀의 목을 베어 가져오너라."




하얗던 그녀의 피부는 점차 붉어져갔고 하얗고 깨끗했던 신발이 더럽혀져갔습니다. 왕의 자리에 선 그녀의 눈은 붉게 물들었고 자신의 호위병의 손에 들린 여왕를 바라보던 그녀는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왕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눈에는 맑고 투명한 눈물이 흘렀습니다.




"바깥의 장미를 모두 빨갛게 칠하도록 하여라."




무력통치를 하던 왕비가 떠나고 드디어 공주가 돌아왔다며 환호를 하던 백성들이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백성들은 그들의 예언이 틀렸다며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를 본 백성들의 말로는 그녀는 더 이상 예전에 총명하고 지혜롭던 사람이 아니었고 한없이 무언가에 갈망하는 그녀였을 뿐이었습니다.

지루함에 눈을 감고선 골똘하게 고민을 하던 그녀는 자신을 지키는 호위병을 바라보았습니다. 곧게 서 있는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느냐."
"한 달밖에 흐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아무런 표정없이 정면을 바라보는 그를 비웃으며 고개를 돌린 그녀는 그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너는 내가 바른 왕이 되길 바라느냐 아니면 이렇게 남아있으면 좋겠느냐."
"바른 왕이 되시길 바랍니다."
"너에게 바른 왕은 무엇이냐."




그녀의 물음에 침묵을 지키던 그는 고개를 떨구며 입을 굳게 닫아버렸고 그의 행동에 여왕은 표정이 점차 망가져갔습니다. 한참후에 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는 화를 참는 듯 조금씩 떨려오고 있었습니다.




"내가 웃으라하면 백성들은 웃고 내가 울으라하면 백성들은 울고 내가 금하면 모두가 그걸 하지 않는다."
"… …."
"분명히 나는 웃으라 하였는데! 근데 너는 왜 웃지않는 것이냐."
"… …."
"모두 나를 싫어해도 너는 아니길 바랬는데."




자신이 말하는 도중 감정이 벅차 오른 그녀는 그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선 여왕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밖에 있던 사람들에게 크게 말했습니다.


 

"이자를 하옥시켜라."




그녀를 바라보고있던 백성들도 더 이상 그녀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제서야 백성들도 깨달았고 더 이상 그녀는 맑고 깨끗하던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습니다. 더욱 화려해져만 가는 왕궁과 다르게 더욱 황폐해져가는 그곳에 한 여자아이가 찾아왔습니다. 앨리스라는 여자아이가 그녀를 찾아왔을 때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인물이 나타난 사실에 기뻤는지 아니면 자신의 말에 맞춰주는 그녀가 마음에 든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녀는 앨리스가 좋았습니다.

숲속을 걷던 앨리스가 몇번의 뜀박질을 하다 제자리에 멈춰 서 붉은 여왕에게 물었습니다.




"시계토끼를 쫓아 열심히 달렸는데 왜 저는 그 토끼를 잡을 수 없었을까요?"
"얼마정도로 빨리 달려느냐?"
"남들이 열 걸음을 떼었을 때 열 다섯 걸음정도 뛰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작게 웃어보이던 그녀는 앨리스에게 말했다.




"그 속도로는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다. 최소한 그것의 배로 뛰어야 비슷해진다."




그녀의 말을 들은 앨리스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열심히 달려 저 멀리 떠나는 앨리스를 바라보던 여왕은 작게 입을 열었습니다.




"내 사람을 잡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빠르게 뛰어야하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그녀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속을 돌아다니다 흩어졌습니다.








붉은 여왕 효과








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머리채를 잡힌 채로 빠르게 끌려가던 그녀는 건물 옥상 문 앞에 처참하게 쓰러졌다. 그녀를 매섭게 바라보던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벌벌 떨고있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누, 누구세요."
"어떤 년인가 했는데."
"누구시길래!"




두 눈을 매섭게 뜨고있는 그녀의 머리채를 다시 잡아올린 그 여자는 이를 악물고선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궁금하긴 한가봐. 매섭게 뜨고있던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 그녀는 잡힌 머리가 아픈지 짧게 신음소리를 내더니 곧 두 손을 모아 그녀에게 빌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네가 뭘 잘못했는지는 아니?"
"… …."
"그냥 미친개한테 잘못 걸렸다 생각해. 그게 속 편하지."




두 손을 싹싹 빌던 그녀는 더욱 더 세게 비비며 살려달라는 말만 되뇌일뿐 그 외의 말은 없었다. 그녀의 행동이 재미없어진것인지 그녀를 바닥에 내팽겨치고선 욱신거리는 손목을 매만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가방에 들어있던 지갑을 꺼내었다. 지갑을 뒤적거리던 그녀는 수 많은 지페중에서 오만원권을 들어 그녀의 얼굴에 던지고선 자리를 떠났다. 계단을 내려가던 그녀는 잠시 뒤돌아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다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신고하고 싶으면 신고하던지."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수근거리는 목소리들 하나하나가 그녀의 귀에 박혀들어왔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모두 곱지 못했다. 학점이랑 집안이 좋으면 뭐해 인간이 쓰레기인데. 그런 종류의 험담이 들려와도 그녀는 딱히 그들의 말에 신경쓰지않았다. 아니 그녀는 신경쓰지 않은 척을 하고 있었다. 층 수를 내려가던 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고 자신이 찾던 장소에 도착해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




"너 이번에 장학금 받던데?"
"저 다음에 누군데요?"
"전정국."




냉장고에서 아무렇지 않게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던 그녀가 움직이던 입을 멈추고선 조교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뺏어먹는것이 싫었던 것인지 인상을 잔뜩 구긴 조교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의 행동에 아까와는 다른 환한 미소를 지은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저 이번에 안받아요. 그녀의 말에 미쳤냐고 화들짝 놀라던 조교는 한숨을 쉬더니 그가 들고있던 클립보드로 그녀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그녀는 꽤나 아팠는지 머리를 감싸안았고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올라다보았다.




"전정국이 알아채기라도 하면 노발대발할텐데 그걸 또 나보고 다 견디라고?"
"그래야 전정국이 휴학을 안하잖아요."
"나대지말고 이번 장학금은 너가 받아. 이번에 전정국 장학금 없어도 학교 다닐수있으니까."




조교의 말을 들은 그녀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눈빛을 읽은 것인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빨리 그 이유를 말해달라는 듯 재촉하는 눈빛에 그는 클립보드를 책상에 던져놓고선 팔짱을 꼈다.




"국가장학금 받았다더라."
"진짜예요?"
"응. 진짜."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만개했고 그 이유를 듣고나서야 거만하게 꼬았던 다리를 풀었다. 아이스크림의 마지막부분까지 빼먹은 그녀는 쓰레기통에 막대기를 던져놓고 그에게 손인사를 건네며 행정실을 나섰다. 어디를 가냐며 소리치는 조교의 말은 들은 채도 하지않고 그곳을 떠났다. 피곤한 듯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매만지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에게 천천히 다가간 그녀는 그에게 내리쬐는 햇빛을 자신의 손으로 가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전정국. 그 여자의 목소리에 슬며시 눈을 뜬 그는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자리에 앉은 그녀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많이 피곤하냐는 그녀의 물음에 아무런 반응이 없던 그는 기대었던 등을 떼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해명할 기회 5초 줄테니까 말해."
"뭘."
"한선혜가 왜 머리는 산발을 하고 나를 벌레보듯이 보면서 도망친건지."
"그냥 계단에서 굴렀거나 아니면 너가 싫어졌거나."




그녀의 대답을 들은 그는 화가 담긴 숨을 내뱉었고 그녀를 외면하는 행동이 꽤 깊은 화를 참는 듯 해보였다. 벤치에서 일어난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한 그녀를 내려다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네 맘대로 해."




포기한 듯한 말투의 그는 등을 보이며 떠났고 그녀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그녀는 그를 따라 엘레베이터에 탑승했고 9층을 누르고선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따가운 시선을 모를리가 없던 그는 애써 시선을 돌려 그녀의 시야범위에서 벗어나려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는 도망치듯 엘레베이터를 빠져나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




"아줌마 저희 왔어요!"




그녀의 밝은 목소리에 대략 40대 후반 정도의 여성이 나와 그녀를 반겼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자신이 들고있던 가방을 내려놓고선 거실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리모컨을 잡아든 그녀는 채널을 돌리며 자신이 볼만한 프로그램을 탐색했다. 그녀가 돌리는 채널을 바라보던 한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의 리모컨을 뺏어갔다며 짜증을 냈다. 그녀는 시끄럽다는 듯 손가락으로 귀를 막으며 프로그램에만 집중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정국은 그 쪽으로 살짝 시선만 주고선 부엌으로 들어가버렸다. 정국의 행동을 잡아낸 그 남자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들고있던 과자를 짭짭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녀를 거슬리게 했다.




"과자 좀 조용히 먹어. 새끼야."
"너 또 무슨 짓을 했길래 전정국이 뭐 씹은 표정이야."
"뭐 저런 표정이 한 두 번이냐."
"그렇지. 한 두 번은 아니지. 네가 무슨 짓을 벌일 때마다 저런 표정을 하고 들어오는데 너는 한시도 가만히 있어주지 못하는 그런 위인이니까."




그녀는 그의 허벅지를 발로 차며 그를 째려봤다. 그 남자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뭐'라며 성질을 냈고 정국의 등장에 금세 조용해졌다. 한 손에는 컵을 들고선 물인지 음료수인지 모를 액체를 마시며 걸어오던 정국은 옆으로 가라며 그 남자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자리에 앉은 정국은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김태형. 너는 또 여기 왜 왔어."
"너 보려고."
"웃기지말고 옆으로 좀 가봐. 좁아터지겠네."
"여기 자리없으니까 네가 저리로 가세요. 아저씨."




정국은 그녀가 앉아있는 반대쪽 자리를 슬쩍 곁눈질을 해왔다. 그러다 아까의 일이 생각 난 것인지 그는 표정을 굳히고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단단히 화났네. 태형의 말에 다시 한 번 그의 허벅지를 차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방 앞에 서 작게 노크를 했다. 건너편에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그녀는 결국 들어간다는 말과 함께 문을 열었다. 침대에 드러누워선 한 팔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쉬고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의 눈치를 보고있던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고선 머리를 긁적였다.




"걔한테 번호 안줬어."




두 눈을 여전히 가린 채로 입을 여는 정국이었다. 갑작스런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있던 그녀는 그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 정국은 천천히 팔을 내리고 느리게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한숨을 푹 쉬고선 그녀와 똑바로 마주했다.




"이번엔 네가 잘못한거야. 가서 사과하고 와."
"싫어."
"너는!"




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욱한 그는 겨우 마음을 달래며 왜냐고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그녀는 그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매서운 그의 눈을 바라보던 그녀는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난 잘못한거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잘못한거 하나 없다고. 먼저 그 년들이 내 성질을 건드린거고 난 그거에 대해 화를 낸 것 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들은 말들이 뭐냐고."




그의 물음에 다시 입을 굳게 닫는 그녀였다. 그리고선 그의 시선을 외면하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떠나버렸다.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정국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뜨면 답답한 듯 머리를 쓸어넘겼다.

먼저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정국의 집을 나온 그녀는 아주 느린 발걸음으로 정국의 집에서 세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도어락을 열었다. 비밀번호 8자를 누른 그녀는 문을 열고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간 집에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고개를 떨구며 안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지친 듯 침대 위에 쓰러졌다.

자신을 건드리는 느낌에 정신을 깨운 그녀는 느릿하게 눈을 뜨며 자신을 깨운 사람을 쳐다보았다.




"밥은 먹어야될거 아니야."




정국이었다.





***




나는 착한 사람이었다. 부모님이 하라고 하면 하고 하지말라고 하면 하지않는 그런 가장 모범적인 아이. 욕심이 많았기에 항상 성적에 대한 등수도 높았다. 모두가 그런 나에게 박수를 쳐주었고 칭찬을 해주었고 그런 나를 부모님은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또 나는 그런 시선을 항상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왔다. 못해도 중학교 때까지는 그래왔다.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쯤에 동생이 한 명 생겼다. 나는 전혀 바라지도 않았던 동생이 내 눈 앞에 누워 있었고 어느 순간 내 자리를 그 아이가 탐하고 있었다. 점차 심해지는 편애에 투정도 부려봤고 더 좋은 성적을 얻어서 그들 앞에 내세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에게 내 성적은 볼만한 물건조차 되지 못했다. 그 때 알게되었다. 하나의 행동이 지속되면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사실을.

정말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악착같이 살았다. 곧 죽어도 1등 자리를 놓치지않고 그 자리를 버텨왔다. 그렇게 버티고 나서야 내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역시 대단하다."




그 소리를 듣고나서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남들보다 몇 걸음이나 앞섰다고 몇 배 넘게 성공하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어왔다.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왔을 때 처음 손에 쥔 성적표는 꽤 나를 분노에 차게 만들었다. 앞에 쓰여져있는 숫자가 혹시나 잘못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를 아득아득 갈았다. 2등이었다. 그렇게 밤을 새가며 노력했는데 고작 2등이란다. 나를 지켜보던 친구가 나의 등을 다독이며 한 마디 했다. 뭐 그럴수도 있지. 친구의 말이 거슬렸다. 그리고 그 친구 옆에 있던 사람도 거들었다. 다음에 1등하면 돼지. 그 소리에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둘을 꽤나 매섭게 쳐다보니 왜 그러냐며 물어오길래 작게 대답했다.




"지랄하네."




나의 대답에 버럭버럭 화를 내던 그 둘을 지나치며 그 놈의 이름을 되뇌었다. 전정국. 나는 친구 두명을 잃고 경쟁자 한 명을 얻었다.

시간을 꽤 빠르게 흘러 첫번째 중간고사가 되었다. 미친듯이 파고들었던 수리영역에서 하나가 틀려버렸다. 짜증이 났다. 그와 동시에 그 자식은 다 맞았겠지라는 생각에 시험지를 꾸겨버리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놈보다 한 발자국 넘게 밀려나고 말았다. 전정국을 너무 이기고 싶었다. 그 이후로 점심식사는 물론이고 저녁도 거의 먹지 못한채로 공부에 매달렸다. 코피를 닦는 시간도 아까워 대충 휴지로 막아넣은채로 공부를 했다. 오른손은 바쁘게 움직이며 글씨를 써내려갔고 왼손은 입가에서 떠나가질 못했다.

고등학교 첫 기말고사였다. 마지막 정신력을 붙잡고 마지막 시험과목인 영어를 끝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긴 시간 집중을 한 탓인지 머리가 미친듯이 어지러웠다. 세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교실을 벗어나 여자화장실로 힘겹게 발을 떼던 나의 시야는 세상을 한 번 핑그르르 돌리고선 나를 복도 한 가운데 쓰러지게 만들었다.




"괜찮아요. 오늘 시험끝났는데 뭐하러 공부를 해요."




누군가의 목소리에 느릿하게 눈을 떴다. 하얀 천장과 주변 환경을 보니 대략적으로 학교 보건실이겠구나 생각을 하고서 고개를 돌리니 어떤 남자아이가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한 쌍커풀을 가지고 있던 남자아이는 나를 보고선 입만 살짝 올려 웃어보였다. 일어났다는 그의 목소리에 보건 선생님은 나를 보러 찾아와 괜찮냐며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휴식실을 떠났다.

낯선 인물에 잔뜩 경계하는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든건 그의 이름표였다. 초록색 명찰에 쓰여져있는 세글자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전정국. 그의 얼굴을 처음 마주하는 날이었다. 잔뜩 경계하는 눈빛의 나를 몇 번이고 갸우뚱하던 그는 시선을 점차 내렸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반창고 붙이느라 꽤 고생했어."




내 손가락을 쳐다보니 유치원생이나 하고 다닐법한 펭귄 캐릭터 밴드가 내 다섯 손가락에 붙여져있었다. 시선을 올려 그 남자아이를 쳐다보니 자신의 행동이 꽤나 자랑스러웠던 것인지 우쭐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손톱이 아주 너덜너덜 하더만."




잘 붙여지지않은 밴드 사이로 보이는 흉터는 빨갛게 자리잡고 있었다. 정말 심각하게 물어뜯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굉장히 한심해졌다. 입술 사이에 비집고 나오는 비웃음을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했다. 나의 시선이 꽤나 부담스러웠는지 전정국은 목을 가다듬고선 내 시선을 피해버렸다.




"고마워."




그 말을 남기고선 급히 자리를 떠나버렸다. 조금 더 쉬었다 가야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손을 내저으며 급히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기말고사 성적이 게시판에 붙여졌다. 결과를 보러가는 내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훨씬 무거웠다. 내가 나타나자 나에 대해 수근거리는 입들이 많아졌다. 천천히 결과를 확인하는 나의 시선이 닿은 곳은 가장 높은 곳에서 하나 떨어진 곳이었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1등의 자리에 올라섰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나는 요란스럽게 떠들고있는 남자애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전정국이 있었으니까.




"에에에- 전정국 떨어졌데요! 떨어졌데요!"




노래를 부르며 그를 놀리는 그의 친구에게 시선을 주던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표정을 보며 나는 뿌듯했다. 그의 성적이 떨어졌음에 화를 내고 있는거라고. 그도 나와 똑같이 성적에 목매여서 사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그의 입이 열렸다.




"뭐 성적가지고. 김태형 오늘은 네가 매점 쏘는 날인거 알지?"
"오늘은 내가 아니라 넌데."
"닥치고 네가 쏴."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의 미소를 본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1등이 아니었는데. 분명히 내가 이겼는데. 나는 울고있었고 그는 웃고있었다. 도대체 왜.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 나는 정의를 내렸다. 내가 또 뒤쳐져 버렸다고.















안녕하세요 탄다이아입니다!




붉은 여왕 효과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설명해드리자면

이유있는 악녀캐릭터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천천히 알게되시겠죠?

이번 작품도 정국이가 주인공입니다.

사실 다른 멤버들 중에서 윤기 석진이 있었지만 여러 캐릭터를 생각하고보니 정국이가 낙점됐어요.

하지만 정국이말고 설레는 인물이 등장할 예정이니 긴장 팍 하시고 읽어주세요!

모티브는 '예전에는 붉은 여왕이 착했다더라'라고 말하는 아이유님의 Red Queen과 여주와 정국이의 관계는 종현님의 산하엽입니다.

물론 붉은여왕 이야기는 허구예요.

다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이 말은 나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게 여주의 성격입니다.

여주의 이야기는 차근차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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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진짜 대작냄새가 풜풜..대박 왜 댓글이 없는지 이해가안가요 ㅠㅠㅠㅠㅠㅠㅠ혹시 암호닉 받으신다면 [다홍]신청합니다!!!!!진짜진짜 글 너무 잘쓰셔요 ㅜㅜㅜ와 신알신 하구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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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다이아
답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칭찬을 해주시니 너무 신이 납니다~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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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이번 글도 정말 기대되네요ㅠㅜㅜㅠㅜㅜ암호닉 새로 받으시나요?? 일단 [비비빅]으로 다시 신청하고 갈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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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다이아
네 이번에도 함께 달려주시네요!!!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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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완전 쟈밋어ㅠㅠ 기대됩니다!!! 잘 읽고가요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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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다이아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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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망고빙수
암호닉이어가실진모르겠지만
이번작도잘읽고가요!!!!!!
역시자까님손금손크으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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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다이아
이번에도 신나게 시동걸겠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ㅎㅎㅎㅎ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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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75.133
아ㅠㅠㅠㅠ 삘... [몽총이덜] 암호닉 신청할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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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와....대박...브금들으면서 같이 읽는데...역시 작가님ㅠㅠㅠㅠㅠ이번에도 같이 달려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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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제자리에 있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왜 비관적으로만 들리는 지 모르겠어요 슬프네요. 제게는 아등바등하게 살아봤자 결국 그 자리 그대로라고 읽혀져서 그런걸까요... 여주는 본인이 둘러놓은 바운더리에 갇힌 아이 같아요.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게 되어버린 과거의 일들이 부모님의 평등하지 못했던 관심과 사랑. 그것들이 그냥 참 안타깝게 느껴져요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와 정국이의 관계가 산하엽. 물에 닿아 투명해지는 산하엽을 지켜보는 이가 여주인지 정국인지.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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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헐 완전 취저예요!! 재밌슴닷!!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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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헐 이좋은글을 왜지금 봤을까요 정주행하겠습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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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참 슬프네요.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라는 말로 들려서 더 그래요. 여주는 항상 그렇게 살아온 거겠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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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8.74
미쳤다.....분위기 지렸다....지렸다는 말이 너무 상스러운거 같은데........개 좋다...눈물난다....ㅠ 감동이다..이런 글을 내가 볼 수 있다는게 행복하다.......... ........시를 끄적이는 1인으로써 감동이다 진심......... . ............... . .......한편으로는 나는 이런 글을 못쓰는게 너무 슬프다........이건 의식의 흐름...결론은 작가님 사랑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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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헐.... 뮤지컬 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 와 진짜 짱짱 좋아하는 분위기에요ㅠㅠㅠㅠㅠㅠ 정주행 시작하게씁니댜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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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에 알게 된 독자입니다..!! 혹시 메일링은 못 받겠지요..?? 지금 1화 읽었는데 글이 너무 제 스타일이여서요ㅠㅠ 한 개 밖레 안읽었는데 재밌어요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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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다이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텍스트 파일을 보내드리고 싶지만 사실 저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요…. (컴퓨터 포맷문제로….) 텍파를 보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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