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w. 자바칩 프라프치노
(굳이 안 들으셔도 돼요... 아마 분량 때문에 중간에 보다가 노래가 끝날 것 같... 듣고 싶으시면 재생 눌러주세요! 제가 들으면서 썼던 곡입니당 ㅎㅎ)
박지민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어디까지 제 기억을 읽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적잖은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한 걸로 봐서는 아마도.
‘그게, 내가 읽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다 읽었네, 다 읽었어. 박지민이 읽으려고 하지 않아도 제 몸에 손을 대는 순간 절로 기억이 읽혔으니,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제가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건 같았다. 그것도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사람이 제 치부를 알게 되었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그렇지만 그걸로 괜히 미워할 생각은 없었다. 센티넬이 아무리 제게 미운 존재였어도 이 사람들, 특히 박지민은 믿어도 될 것만 같았으니까.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은 믿어도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센터에서 만났던 짐승과 같았던 센티넬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센티넬들은 자기 능력을 적에게 들키면 무한정으로 불리해져버리므로 자기 능력은 아무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 게 보통 관례인데. 이들은 저를 무얼 믿고 처음 보는 저에게 스스럼없이 자기들 능력을 보여줬을까? 그저 자기들에게 가이딩을 해주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가이드라는 그 하나로 무작정 다 믿어버리는 거야?
이들이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아니, 극단적으로 말해서 나쁜 목적으로 저를 이곳으로 데려 왔다고 하더라도 제게 신뢰를 보여준다면 나도 어느 정도는 믿어야 할까, 아니 믿고 싶었다. 평생을 센터, 가이드, 센티넬. 그 셋에 갇혀서 살아온 제게 하늘이 조금의 숨을 쉴 구멍을 내려주길 바랐다. 평생을 살면서 한 번은 기댈 곳을 찾아도 되잖아. 아무리 담담한 척 지내왔어도 힘들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으니까. 제 어둠을 밝혀줄 빛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가이딩 때문에 본능적으로 제게 끌린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제가 이런 무한한 애정을 줄 수 있는 이들이 있었기는 한가. 단연코 없었는데.
그렇지만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제 기억은 아무에게도 말은 안 해줬으면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좋은 기억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
게다가 저렇게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면 왜 내 기억을 마음대로 읽었어? 라며 화를 낼 수도 없잖아. 모두가 모여 있는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혼자만 알고 있어줘,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그래도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서 있으니 제가 더 미안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평생을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혼자만 가지고 있는 게 무거웠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자.
‘미안. 진짜로.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비밀만 지켜주세요.’
생각이 복잡한 저와 당황스러운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박지민이 이상했던건지 김태형은 눈은 동그랗게 뜨고 저희 둘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박지민의 능력을 아니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한 건지 궁금해진 눈치였다.
“지민이랑 가이드 얼굴이 왜 그래? 뭐야, 뭐야. 둘이 무슨 얘기 한 거야!”
“무슨 얘기 했어? 궁금한데.”
“...”
“비밀이거든요. 안 알려줌.”
“헐. 너무해.”
알 필요도 없고 알 이유도 없는 비밀이니 관심을 가져주지 말았으면. 그 생각만 잔뜩 하고 있는데 갑자기 김남준이 말의 화제를 돌려버렸다. 얼른 의사 선생님한테 가자고. 갑자기 모두들 어디에 홀리기라도 한 듯 다 같이 마음을 바꾸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가이드. 얼른 와. 우리끼리 먼저 갈까? 손만 잡아주면 되는데.”
‘생각 조정했어. 억지로 떠올리려고 하지 않는 이상 모를 거야.’
역시 박지민의 능력 때문이었다. 이걸 고맙다고 생각해야 할지. 센티넬들과 생활하다보면 어쨌든 엮이게 될 센터인데, 물론 지금도 엮인 것 같지만. 제 치부를 알게 될 거면 차라리 박지민에게 들켜서 다행인 것 같았다. 이렇게 마음 컨트롤로 생각도 단숨에 바꿔버리고 말이다.
“넌 누구야?”
넋을 놓고 있는 저를 깨운 건 의사 선생님이었다.
...잘생겼다. 사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도 모두 잘생기긴 했지만, 이 사람은 특히 더 그랬다. 의사가운을 입고 있는 걸 보면 의사선생님이 확실한데 난 왜 이러한 의사선생님을 처음 봤을까. 평소에 갔던 병원엔 이런 선생님이 왜 한 분도 안 계셨지. 그러한 엉뚱한 생각에 빠져있는 저를 깨운 건 의사선생님의 한 마디였다.
“처음 보는 가이든데. 지금 발현 된 거야?”
“제가 데려왔어요.”
저를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웃는 전정국을 보니 괜히 심술보가 튀어나와 눈을 휙 돌려버렸다. 뭐가 그렇게 좋냐고. 생각해보면 전정국과 골목길에서 마주치지 않았다면 센터에게 쫓길 필요도 없었을 테고 그저 여유롭게 집에서 잠이나 잤을 텐데.
“그러면 호석이 좀 어떻게 해줘라. 쟤 지금 정상 아냐.”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호석이란 처음 듣는 이름을 내뱉더니 저를 이끌고 가려는 듯, 제 팔을 무심코 만졌다가 화들짝 놀라 성급하게 제 팔에서 손을 떼었다. 그러다 선생님은 무언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제 손에 깍지를 끼워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정국이가 엄청난 가이드를 모시고 왔네.”
“그죠. 그러니까 양꼬치...”
“그만 좀 먹어라.”
전정국은 양꼬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이곳에서 나가 전정국과 마주치는 일이 있다면 전정국 앞에서 아주 맛있게 양꼬치를 먹으면서 한 입도 주지 않을 테다.
“그런데 호석이형은 갑자기 왜 아파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데.”
“아, 정호석이 오늘 또 기분이 좋아서. 또라이 짓을 했지.”
의사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오늘 따라 기분이 좋아진 플라잉 능력을 가진 정호석이 비행기랑 플라잉 대결을 하겠다며 외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옆에 붙어서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날아다녔다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합의가 되지 않은 일방적인 시합이었다. 그리고 센터에서는 보고를 받자마자 정호석을 기절시키려고 했다고. 그렇지만 S급인 그를 잡기엔 역부족이라 결국 정호석의 센티넬 능력을 일시적으로 없애버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몇 십 명의 가이드가 한꺼번에 정호석의 센티넬 능력을 조절했고, 그리고 결론은, 땅으로 쿵.
물론 정호석은 물리적인 충격은 받지 않았지만 한꺼번에 능력을 빼버렸으니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회복중인 상태라고.
...아직 만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만으로도 미친 사람인 것 같았다.
정호석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동안에도 의사 선생님은 저와 잡은 손을 빼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의사 선생님에겐 별다른 거부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 제가 이상했던지 박지민은 저를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왜 석진이형한테만 그러냐고. 아, 의사선생님 이름이 석진이었구나. 이름도 잘생겼다. 오늘부터 석진 오빠라고 불러도 되나요.
“연아, 너 잘생긴 사람 좋아해?”
“...본능인데요.”
“형은 광탈이네요.”
“내가 왜 광탈이야!”
전정국은 아마도 하루살이가 분명했다. 박지민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데 그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가볍게 박지민을 디스 했다. 그러자 왜 내가 광탈이냐며 투닥 투닥 거리는 박지민과 전정국을 두고, 의사 선생님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석진 선생님을 따라가자 흰 침대에 누군가가 누워있었다. 아마 아까 전에 정상이 아니라고 했던, 아마도 정신도 아픈 것 같은 호석이란 사람이 분명했다. 의사 선생님도 못 고칠 정도로 많이 아픈 건가. 아픈 사람을 보니 괜스레 동정심이 생겼다.
그러한 저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석진 선생님은,
“센터에서 센티넬 능력을 빼가서. 이런 건 자가 회복 아니면 가이드가 해주는 가이딩으로만 회복 할 수 있거든. 근데 센터에 있는 가이드들은 하나같이 다 x밥이기도 하고. 해 줄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네가 가이딩 좀 해주면 괜찮을 거야.”
잠시 같이 있으면서도 느꼈지만 이들의 능력은 엄청나다. 센터에서 만났던 그 누구보다. 실험에 참여하는 등급이 낮은 센티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의 센티넬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따로 살 수도 있는거겠지. 그렇지만 그 능력을 센터를 위해 써먹을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은 마구 돌아다니지를 않나,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 이 사람은 비행기랑 시합을 하지 않나.
“어떻게 하면 돼요?”
“그냥 쟤 손만 좀 잡아주면 돼.”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정호석이 누워있는 침대 곁으로 향했다. 꼼짝을 않고 누워있는 정호석에게 짠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니까 왜 비행기랑 경주를 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이 아픈 것 같은 정호석, 그가 측은해 그의 오른손을 꽉 잡았다.
“...”
“...아무 효과도 없는 것 같...”
“으아!!”
“...엄마야!”
정호석의 오른손을 꼭 잡은 지 10초가 지났을까. 눈을 감고 꼭 기절한 사람처럼 누워있던 정호석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눈을 번쩍 떴다. 일어났냐, 란 석진 선생님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정호석은 순식간에 저를 안아선 열려진 창밖으로 날아갔다.
ㅈ, 잠시만...! 이라는 제 목소리는 무시하는 게 분명했다. 저를 껴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나무 사이사이를 날아다녔다. 아무리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라도 이것보단 느리리라. 하늘로 날아오르고 내리는데 마치 번지점프를 하는 것 같았다. 더 미친 건 이게 재밌다는 거였다. 미쳤어, 진짜.
얼마나 날아다녔을까. 처음에는 겁을 먹어 정호석에게 꼭 안겨서 눈도 뜨지 못 했지만 조금 지나니 속도에 익숙해 진 것 같았다. 그래서 살짝 실눈을 뜨자 저를 바라보며 여전히 하늘을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는 정호석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또라이 씨.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론 꺼내지 못했지만 눈으로 무서움을 표현했다. 제가, 굉장히, 무서우니, 속도를 좀!
“가이드 맞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정호석은 제 신호를 알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가이드가 맞냐란 질문만 했다. 어, 그러니까 내가 가이드인가? 어정쩡한 제 대답을 들은 정호석은 제 얘기를 더 듣고 싶다며 건물 옆에 있는 큰 나무를 향했다. 그리고 부실해 보이는 한 나뭇가지에 저를 앉히고 자기는 그 옆에 앉아 저를 바라보았다. 여기 둘이 앉으면 부러질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은 나만 하는 건지 이제 얘기 해봐. 처음 보는 가이드가 왜 여기서 자기를 깨우고 있었는지에 대해. 라며 제 대답만 요구했다.
“석진 선생님이 도와달라고 해서...”
“석진이 형이? 웬일로.”
그 형 냉정한 형이야. 우리 보고 가이딩 필요하면 만날 자라고 한다니까. 정호석은 평소에 쌓인 게 많았는지 한참을 투덜거렸다. 그런데 저를 만나서 이젠 살 것 같다며 제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그리고 마주 잡은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대더니 쪽쪽. 깜짝 놀라서 손을 빼려고 했지만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나 지금 아픈데... 하며 딱 장화신은 고양이 표정을 짓는데 어떻게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겠어. 어쩔 수 없이 잠자코 있기로 했다. 이 상황 분명히 예전에도 겪은 것 같은데. 제 반응에 신이 난 정호석은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음음, 이런 가이딩은 처음이야. 노래도 부르면서. 저기요, 저는 굉장히 무섭거든요. 여기서 떨어지면 최소 즉사인데요.
“ㄸ, 떨어지면 어떡해요.”
“그럼 나한테 안기던가.”
제 대답은 듣지 않은 채 정호석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절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 저는 또 무서워서 가만히 있고. 생각해보니 정호석 품에 얌전히 안겨서 있는 꼴이 우습기도 했다. 정말 만난 지 1분도 안 된 사람에게 안겨 있다니. 괜히 웃음이 나 피식 웃으니 정호석은 지금 상황이 좋다고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다시 날아다닐래?
“콜. 그렇지만 속도는 좀 낮... 으아!”
물론 싫진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호석은 신이 났는지 저를 안아들고 하늘을 향해 날아다녔다. 김남준을 처음 만났던 꽃밭도 보이고. 꽤 넓은 집에 감탄하다가, 이만큼이나 높이 올라와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니까 놀이기구에 탑승한 것 같았다. 호석 랜드에 있는 이름은 정로코스터.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아요.”
“고작 놀이기구에 비교 할 수 없을 텐데.”
정호석은 자신만만한 얼굴을 한 채로 센티넬들의 집 이곳저곳을 날아다녔다. 물론 저는 정호석의 목에 팔을 감았고 정호석은 저를 꼭 안은 채.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제일 중요한 건 기분이 엄청 엄청 좋다는 것.
“...정호석 아픈 거 순 거짓말이지?”
“진짜 어이가 없다.”
반 강제적이었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았던 정호석과의 비행여행을 마친 정호석과 제가 땅으로 내려오자, 저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어이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만 내뱉고 있는 센티넬들이었다.
“연아. 호석이 형이 너 납치했다고 얘기하지. 왜 안 했어.”
“납치는 무슨. 얘도 즐겼거든?”
정호석 말이 틀린 건 아니라서 그냥 먼 산만 바라봤다. 생각해보면 놀이동산에 갔던 건 아주 어렸을 때 밖에 없어서 롤러코스터 이런 건 간접 체험으로만 해봤지 이렇게 스릴 넘치는 건 처음인데 누가 안 신나겠냐고. 그리고 비행기랑 경주할 정도면 급도 높은 센티넬일 텐데 저에 맞추어 속도도 조절하면서 아주 즐겁게 신나게 날아다녔던 것.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형은 왜 연이가 호석이 형 손잡게 했어요.”
“손 한 번 잡은 걸로 능력이 바로 회복 될 줄은 몰랐지.”
석진 선생님은 여전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나도 손 한 번 잡는다고 해서 이렇게 막 날아다니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생각조차 했겠냐고. 저를 째려보는 센티넬들 표정에 왜 제가 눈치를 봐야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딴청만 피우고 있었다.
일단 제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가 아닌 집으로 돌아가 듣기로 했다. 그리고 김태형은 이번만큼은 저와 먼저 가있겠다며 방심한 센티넬들을 뒤로 한 채 저를 붙잡고 순식간에 집으로 이동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뻔했다. 아마도 정호석과 날아다닌 후 보았던 그 표정이겠지.
“...이렇게 막 와도 돼요?”
“좋은데 어떡해. 왜, 싫어?”
“아니, 그건 아니고...”
그건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 김태형은 저를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생각해보니 김태형과 단 둘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어쩌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해준 장본인, 그리고 센터의 손길에서 아슬아슬하게 저를 지켜준 사람인데 고마움도 느낄 새 없이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지금 제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급한 상황에서 망설임 없이 저를 이곳으로 데려와주었으니까.
“어, 저기...”
“저기? 나 부른 거야? 저기 말고 다른 거 있잖아. 오빠라던지, 오빠라던지. 오빠라던지.”
“오빠는 지랄. 김태형, 누가 능력 쓰래. 죽을래?”
분명 병원과 여기 집까지는 꽤 멀었는데. 고맙다는 말은 다음으로 미루는 걸로. 금방 도착한 센티넬들은 김태형을 보자마자 때리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물리적인 공격이 별로 타격을 주지 못하는 걸 알고 있음에 더 그렇겠지. 그 중에서도 제일 신났던 건 전정국이었다. 보자마자 멀리서 족발당수, 그러니까 공중 날아 차기를 하는데...역시 전정국은 하루살이가 분명했다.
그렇게 한참 시끄러운 와중, 김남준은 누군가가 생각났다는 듯 제게 와 슬쩍 속삭였다. 센티넬 일곱 중 남은 한 명이 있는데 민윤기라고 했다, 굉장히 잠이 많아서 지금 자고 있을 거라고. 민윤기의 능력은 강제로 잠에 빠져들게 하는 거라서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보자마자 욕을 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했다. 어, 욕은 저도 잘 하는데요... 욕 배틀 가능합니까?
“왜 이렇게 시끄러워.”
그리고 겉으로 보나 말투로 보나 굉장히 세상에 불만이 많아 보이는, 김남준이 미리 경고한 민윤기가 2층 계단을 내려왔다. 자고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방금 일어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데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너 뭔데.”
“형, 얘 가이든데...”
“그래서, 뭐.”
퉁명스러운 말투. 지금까지 저를 반겨주었던 다른 센티넬들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제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표정이 굳은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저 사람이 마지막 남은 센티넬인가?
전정국이 이러쿵저러쿵 하며 제가 왜 여기 와 있는지에 대해 정말 자세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고작 하루인데 무슨 일이 저렇게도 많았는지. 전정국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꼭 지어낸 이야기처럼 들렸다. 전정국의 길고도 긴 말을 다 들은 정호석과 석진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민윤기 씨는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어떡하자는 건데.”
“제가 연이 책임져야죠. 제가 데려왔는데.”
“그래서 여기서 산다고? 여기 남자만 일곱이야. 게다가 가이드? 저렇게 기운 뿜어내는데 니들이 가만히 있겠냐? 지랄 안 나겠냐고. 미쳤네.”
“아 형! 말을 또 그렇게 해요.”
“그리고 쟤가 너 따라오라고 했다며. 처음부터 센터랑 엮일 거. 그걸 왜 생각 못 하는데?”
저런 말을 직접적으로 할 줄이야. 생각해보니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건가. 센터 사람들을 따돌리자고 전정국을 제 집으로 데려온 게 일차적 문제. 게다가 전정국을 찾으러 온 김태형을 따라 무작정 이곳으로 도망친 건 더 문제. 민윤기 말이 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미운 말을 들어도 반박할 수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가만히 앉아서 입술만 깨물고 있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도 형. 지금 보내면 어떻게 되는 줄 알죠? 센터에서 으, 생각만 해도 싫다.”
“...”
‘윤기 형이 말은 저렇게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 허락 할 거야. 걱정 하지 마.’
민윤기 씨는 센터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정호석은 어떻게든 허락을 구하려고 최후의 수단으로 말을 던진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와중에도 박지민은 저를 달랜다고 저렇게 속삭였지만 민윤기 씨가 단번에 허락해 줄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그래, 같이 살던가.”
“진짜죠? 무르기 없음!”
센터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민윤기 씨는 인상을 살짝 썼다가 곧바로 알았다며 허락해주었다. 뭐지, 센터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는 건가. 하긴, 센티넬인데 어떻게 센터에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있겠어. 말도 안 되는 거지.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지내자. 다들 동의하지?”
“윤기 형, 형도 괜찮죠?”
“어.”
민윤기 씨는 그 한 마디만 내뱉고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굉장히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제가 발현된 지 얼마 안 된 가이드라고는 하지만 민윤기 씨는 제가 뿜어내고 있는 가이딩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쪽으로만 기운이 안 가는 걸 보면 제가 정말로 싫은 건가. 그래도 가이딩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힘들 텐데. 이제부터 어쨌든 같이 살게 될 사람인데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저 형은 가이딩이 별로 필요 없어. 맨날 자서.”
“좀 돌아다녀야 에너지 소모도 하고 그러는데. 그냥 힘들면 능력 써서 자.”
보통 폭주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센티넬에게 가이딩을 해줄 가이드가 없을 때 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센티넬을 강제로 재우는 것이다. 말이 재우는 거지 반 강제로 기절하게 만드는 건데. 민윤기 씨는 오히려 자는 게 더 익숙하다고. 아무리 자기 능력이 강제로 잠들게 만들어 버리는 거라고 하지만 분명히 힘들 텐데. 힘들어도 가이딩은 받지 않고 잠들어 버린다니. 그런 민윤기 씨가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 다른 센티넬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도 힘들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제게 전정국은 걱정하지 말라며 제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저를 민윤기 씨가 올라갔던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가며 속삭였다. 연아, 2층 쓸 거지? 어, 내 방은 안정해졌는데?
“전정국. 왜 자연스럽게 2층으로 데려가?”
“당연히 연이는 제 옆방이죠. 제가 데려왔는데.”
“개 웃기네. 연이 나랑 1층 쓸 거야.”
“내 옆방에서 재울 거예요.”
“내 방에서 자는 건 안 돼?”
“어. 안 돼. 나랑 같이 잘 거거든.”
...그냥 이 집에서 살지 말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시발.
| 사랑하는 독자님들께 |
또 일주일만이죠 독자님들ㅠ_ㅠ 잘 지내셨나요?! 분량... 열심히 달렸습니다...헿ㅋㅋㅋㅋ (칭찬을 바람) ㅎㅎ... 그렇지만 늦어서 죄송해요...(먼산) 쓰다보니 맘에 안 들어서 엎고 쓰니라 좀 늦었어요...8ㅅ8 그리고 미리 말씀을 안 드린 것 같아서! 일단 방타니들이 전부 다 나올 예정이다보니 움짤 때문에 데이터 폭발 할 것 같아요...ㅋㅋㅋ 각오하고 보세요...ㅠㅠ 지금 여주(연이)랑 방타니들은 본능적인 끌림 관계입니다 원래 센티넬은 가이드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ㅎ 여주는 한 번도 그런 애정을 받아본 적 없으니까 또 끌리는 거구요...8ㅅ8 그렇지만 본능에서만 그치지 않아요...ㅎㅎ 우리 여주랑 방타니들는 매력쟁이니깐요ㅠㅠ!!! 표현을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된 것 같아서.....ㅎ 손고자... 엉엉ㅠㅠㅠㅠㅠ 석진 센세 분량이 없다고 느끼는 건 착각이 아닙니다 ㅎㅅㅎ... 다 이유가 있어요 뒤에 분량이 많... 쿨럭쿨럭 저는 방타니들을 모두 사랑하기 때문에 분량에 있어서 차별은 없을거예요 그나저나 여주는 어디서 재우죠 ㅇㅅㅇr 추첨기라도 돌려야 할 듯ㅋㅋㅋㅋㅋ 그리고 암호닉 계속 받아요!!! 제 주제에 암호닉을 그만 받기는 무슨...(뺨을 내려친다) 그래도 덧글 달아주시는 암호닉 분들 기억하고 있어요 ^ㅁ^ 나중에 번외 따로 드리던가 그럴게요 ㅎㅅㅎ... 이벤트랄까요...헿 그리고 꾸준히 늘어가는 신알신 수... 넘 행복합니다ㅠㅠ 독자님들 허접한 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8ㅅ8 사랑합니다 독자님들 이번주도 잘 보내세용♡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03/16/175e3aea863735ff6430ac6641973776.jpg)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29/22/c2f6d6ba59bfd867473961d675c861f7.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07/23/1dc2964f3238ce77f8c1682701c41599.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30/1/a704dc45c0df9440e30c1f8083150812.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0/21/f2b56fa956aca24c452af84f07e6a9d6.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1/9/72be66237ab2758cbe4d53b35aeddf8b.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1/22/96f63cb48fcf32887bf9d627fcd7dbef.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05/19/e2ddbf497687bc436acb60f00958cc1d.jpg)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1/23/2e808eddaeb43b377e4f43773da8ac21.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13/15/ac2e8ce38bf7caee21a6e083e55f2620.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2/11/376013fed663eddba8f0561252b25d20.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03/0/8c87884cd9facb19dfebba628c00d703.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03/13/113bfcedf55a6c0dbc0a9c1406521f43.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29/19/05ccd7f9cdf047e54eb1d8958efb29b9.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16/21/d13703549904728cb6c77379b2fdc397.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03/23/0bf21eb6014104b8adb8731bfbb74745.jpg)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0/04/11/38ac4dfa26cc78a4deaf21660b13d5b1.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29/3/04cc7e981991ededdf6b43e51891f739.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10/2/c5db35c50155d91ff4d3965d8d802f19.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10/22/9cff21394279711585c0e4d82c711851.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4/5/c4763a1d4b8390742259287040971414.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01/0/f5bcacca19076e23c7b23334babdc8a0.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04/16/20a52239bcd9320f06fc48f6ee68f35b.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03/23/7555950f2f1a27fea286b7fbe9ac98c0.jpg)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4/0/4da58c631af3bc9521d74be9bf6579df.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82221/d1342048be456a9839171ca4f6a592a1.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08/4/1a388a50dd15483c49f32a4c133a390d.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5/4/96aa1574deeedb2b40f0a11ea90fe85c.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7/0/b0863e9b9322c95475e9f633d37daf8b.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25/3/308d5594d135b7c596791042da9d5312.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41716/4013aab04b91b21054ce60922e2e9dd2.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29/22/3d9836c6eaf95780db134bc36ae02531.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05/9/96cf37ae8bb0264f55e7fbadf116e51c.gif)
![[방탄소년단] 센티넬 썰에 역하렘을 뿌림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29/13/dda6d02b003cba7e2655239c97dafa10.gif)
조진웅 사건 중립해야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