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199x. 나와 전정국이 엄마 뱃속에서 응애응애하던 때다.
우리 부모님은 결혼하시기 전부터 서로 알던 사이셨고 어쩌다보니 한집 건너 이웃이 되셨다.
인연이란 것이 참으로 신기한게 두분이 임신도 비슷한 시기에 하신 것이다.
또 엉뚱한 것은 우리 둘의 태몽은 우리 가운데집 할머니께서 꾸신 것이다. 그 태몽이 심상치 않은 것이라 생각하신 무당맹신론자 할머니께서는
귀가 기름종이보다 얇고 줏대라곤 1도 없는 우리 어머니들을 데리고 점집에 가신 거다.
생각해보니 모든 일의 원인은 그 할머니셨다.
...할머니.
....
..만수무강하세요..
우리 태몽은 대충 이랬다. 할머니가 들판에 누워 잠을 자고 계셨는데 큰 복숭아나무 한 그루에서 한 복숭아가 유난히 반짝반짝 빛이 나고 맛있어 보이더란다.
할머니가 그 복숭아를 따먹기 위해 근처로 가자 호랑이 한마리가 갑자기 나타나 선수를 치더니,
복숭아를 으적으적 씹어먹은 호랑이는 갑자기 용이 되어 승천했단다.
참. 휘양찬란하고 요란한 꿈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야기를 들은 시발새..아.아니 그 무당이 내린 결론은 우리 둘의 결혼이었고 앞서 말했듯 귀가 기름종이보다 얇고 줏대라곤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엄마들은 무당이 태몽풀이를 하기 전 당연스런 이야기를 대단한 걸 알아맞추 듯 이야기하는 퍼포먼스 몇번에 그 무당을 맹신하게 됐다.
예를 들어. '배고프면 예민해지지?' 아니;; 누가 배고픈데 안 예민해져;;;;
아빠들도 엄마들이랑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었고
결국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반지보다 결혼반지가 먼저 맞춰졌다.
시발 경사났네. 경사났어.
**
" 결혼식인데 이렇게 안 슬퍼도 되냐. "
" 난 다른의미로 슬픈데. "
" 이하동문일세 이 시발롬아. "
좆같은 결혼식이 끝나고 이왕하는거 제대로 하자고 신혼여행을 보내준다는 부모님들 덕에 지금은 공항이다.
공항에서 두시간째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둘다 예민보스라 말 한마디를 신중히 꺼내야 한다. 안 그랬다간 신혼여행지까지 가보지도 못한채 여기서 이혼서류 꺼내들테니.
주위 사람들도 우리의 분위기를 읽은건지 자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옆엔 절대 다가오지 않는다.
" 이왕 보내주는 거 해외로 보내주지. "
" 니 새끼가 주말끝나고 학교 가야 된다며. "
" 말 예쁘게 해라. "
" 존나 즐이염. 내 주둥이로 내가 나불거리겠다는데 뭘. "
전정국은 항상 저랬다. 지도 간간히 비속어를 섞으면서 내가 욕하기만 하면 말 예쁘게 하라며 고나리를 시전한다.
전정국은 나를 힐끗 째려보더니 대꾸할 힘도 없는지 한숨을 푹쉬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전정국 욕을 중얼거리며 과자를 전정국이라 생각하고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전정국과 내 사이는 앞서 봤 듯 일상이 투닥거림이고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친구들도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우리가 말다툼을 시작하려 하면 어떻게든 방해했다. 진짜 맘먹고 싸우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게 되버리니까.
한번은 진짜 사소한 일로 다투기 시작했는데 일이 너무 커져버린거다.
아마. 생각해보면 내가 잘 못했었던 것 같다. 너무 화가 난 전정국은 내 방 문을 쾅 부셔질 듯 열고 들어와 책상 위 물건을 하나씩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걸 보자 나도 꼭지가 확 돌아버렸고 전정국 머리채를 잡아쥐어 옆에 있는 배드민턴채로 전정국을 풀스윙으로 내리쳤다.
전정국은 지지않고 날 들쳐메 침대로 집어던졌고 내 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자 우리 부모님이 그제서야 말리러 들어오셨다.
하지만 절대 부모님도 우릴 말리시진 못했고 누구 하나가 피를 보고 나서야 일이 일단락 됐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둘의 과거가 너무 화려하다.
초등학교 때까진 서로 결혼할거라며 그래도 나름 사이좋았는데 중학교에 올라오고
나와 전정국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그 전의 돈독함이라곤 찾아볼수가 없게 되었다.
남아있는 거라곤 서로에 대한 못마땅함과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는 맹수기질. 고3이 되자 그것마저도 사라져 그냥 서로 없는 사람 취급하듯 지내왔던 것 같다.
만약 전정국한테 빌릴게 있다면 연락도 없이 들어가 내 맘대로 빼오고 그걸 본 전정국도 그냥 슬쩍 한번 쳐다보곤 지 할일 하고.
할일 많은 고3인지라 서로에게 신경쓸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서로 부딪혀봤자 귀찮고 힘들다는걸 누구보다 서로가 잘알았기에 그냥 암묵적으로 휴전협상이 체결됐던거다.
근데 그런 새끼랑 결혼이라니.
사실 '신혼여행'이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안들 뿐이지 여행은 언제나 좋으니까 그닥 거부할 필요성은 못 느꼈다.
이름은 대충 '우정여행' 쯤으로 바꿔버렸다. 종종 전정국을 데리고 서울에 올라간적이 있어 여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자고온 적은 한번도 없다. 물론 가족끼리는 일박이일 캠핑도 가고 그랬지만.
전정국새끼가 워낙 깔끔을 떠는 바람에 절대 그 새끼와 같은 숙소를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전정국도 내가 너무 더럽다며 같은 숙소를 쓰기 싫어했다.
부모님한테도 숙소는 제발 하나씩 잡아달라고 전정국과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 빌고 또 빌었다.
숙소나 여행패키지는 전부다 부모님께서 정하신지라 사실 지금 조금 불안불안하다. 네 분이 50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감성이라 미쳐버릴것 같다.
한번은 야자가 끝나고 우리 집에 아무도 없길래 전정국네 집으로 가니 네분이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중고딩들이나 볼법한 드라마를 보며 황홀해하시더라.
뒤이어 들어온 전정국도 네분을 보더니 나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고 그냥 우리 둘은 조용히 나가 우리집으로 갔다.
" 야. 비행기 왔다. 게이트로 가야돼. "
과자를 먹다 서서히 잠이 드는 날 극혐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전정국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를 툭툭 친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전정국과 게이트로 향했다.
둘 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건지 피곤해서인지 아무말이 없다. 그래도 생각보다 우리 둘은 침착했다.
고딩때부터 서서히 세뇌당해와서 그런지 막상 결혼식 날짜가 잡혀도 충격적이지 않았고 매일 붙어있던 전정국이다 보니 지금 우리가 결혼한 상태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신부입장할땐 조금 실감이 나더라. 지금은 뭐 그냥 불알친구랑 같이 여행가는 기분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비행기에 올라 내가 창가에 그 옆엔 전정국이 탔다.
" 니 비행기는 타봤냐. "
개새끼가. 또 시비질이네.
저 가소롭다는 입꼬리가 진짜 한대 쳐버리고 싶은 욕구를 들게 만든다.
" 예. 졸라 많이 타봤는데요. "
" 삼촌이 태워주시는 비행기 말고. "
" .... "
" 그럴 줄 알았어. 촌년. "
" 비행기 한대 뽑아줄 생각 아니면 입다물지? "
전정국은 약올라하며 부들부들 떠는 날 재밌다는 듯 쳐다보곤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나는 실수인척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정국의 발을 꾸-욱 밟고 화장실로 향했다. 전정국은 '악'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나는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핀잔을 줬다.
" 어유. 누가 비행기에서 떠드니. 촌스럽게. "
화장실에서 돌아와 잊지않고 한번 더 밟고 지나오는 센스까지.
전정국은 나를 죽일듯이 째려보곤 포기한 듯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대 눈을 감았다.
나도 오늘 꼭두새벽부터 화장이다 뭐다 지랄을 떨었더니 너무 피곤해 금새 눈이 스르르 감겼다.
**
제주도 공항에 도착했다.
결혼식이 너무 늦게 끝난탓도 있고 비행기를 너무 오래기다린 탓도 있어 비행기에서 내리니 이미 해가 지고 없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8시. 관광을 하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저녁이나 먹을까 했지만 둘다 입맛이 없어 건너뛰기로 했다.
" 그럼 바로 숙소로 가? "
내 물음에 전정국은 고개를 끄덕였고 택시를 타고 부모님이 일러주신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비로 들어서니 밖과 너무 다르게 번쩍번쩍 빛이나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매끈매끈한 대리석과 도금인지 순금인지 모를 누런 장식품들까지.
의외로 엄청 고급진 호텔이라 놀랬다. 전정국도 생각한 스케일보다 엄청 컸는지 꽤 놀란 눈치였고 우리는 쭈뼛쭈뼛 카운터로 향했다.
" 전정국이요. "
부모님이 전정국 앞으로 예약해놓으셨다고 하셨다. 직원은 컴퓨터를 몇번 두드리더니 우리에게 호텔키를 건넸다.
단 하나만을
" ...방 두개 아니예요? .. "
전정국이 당황한 듯 직원에게 다시 물었고 직원은 컴퓨터를 힐끗 보더니 방 하나만 예약되셨다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욕을 한바가지 쏟아 붓고 싶은데 너무 생글생글 웃으시니까 차마 그러지도 못하겠다.
그럼 그렇지. 소녀감성의 우리 아줌마 아저씨들은 도대체 우리한테 뭘 바란건지 방을 하나밖에 예약해놓지 않으셨다.
지금이라도 하나 더 잡을까 했지만 이미 방은 꽉 차버렸단다.
" 야. 그냥 써. 뭐 니랑 나랑 한 두번 같이 자보냐. "
전정국 말대로 어렸을땐 아무렇지도 않게 한침대에서 같이 자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성정체성을 깨달았다고 해야되나.
남자로 느껴지진 않지만 저건 남자라는 생물이다 깨닫는 순간부터 우리는 같이 자본 적이 없다. 알건 다 아는 나이였을 때부터.
전정국 말에 어쩔수없이 체념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캐리어를 끌고 카운터를 뜨려는 순간 직원분이 한마디 하셨다.
" 주문하신대로 해놨습니다. "
전정국과 나는 서로 '저게 무슨 소리야' 하는 눈빛을 주고 받았고 다시 뒤를 도니 이미 직원분은 다른 손님을 맞고 계셔 물어볼 틈이 없었다.
설마 우리한테 하는 소리겠어 하고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수학여행을 온것 같은 기분에 서서히 들뜨기 시작했다.
" 와. 여기는 무슨 엘리베이터도 금색이냐. "
" 여기선 거품목욕도 할 수 있나. "
" 룸서비스 존나 시켜먹자. 엄마가 돈 두둑히 넣어놓으셨더라. "
" 개콜. "
아까 아웅다웅하던건 또 어디로 갔는지 서로 킥킥대며 우리 룸인 406호로 향했고 두근두근대는 마음으로 나는 호텔키를 문에 가져다 댔다.
삐빅. 기계음을 내며 문이 열렸고 내 캐리어를 대신 들어올린 전정국과 나는 잔뜩 들뜬 채로 방안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을 닫기도 전에 전정국이 먼저 거실로 달려갔고 덕분에 내가 대신 캐리어를 옮겨야했다. 이 개새끼가. 노렸구만.
" 시발. 이게 뭐야. "
전정국이 저런 욕을 하는건 흔치 않은데. 무슨일이지.
내 각도에서는 거실이 보이지 않아 나는 낑낑대며 캐리어를 들고 거실로 들어섰고 전정국의 황당한 표정이 눈에 띄었다.
" .. "
" 왜 그러는.. "
하지만 거실을 보는 순간
" 시발. 이게 뭐야. "
전정국과 똑같은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왔고 우리 눈앞에 펼쳐진 황당한 광경에 나와 전정국은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침대 위 뿌려진 장미꽃잎. 침대 주위로 밝혀진 아로마향초 몇십개. 침대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야시꼬리한 붉은 조명.
분위기 파악 못하고 흘러나오고 있는 야릇한 음악까지.
누가 보아도 침대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는 광경이다.
아. 그 직원이 말한 주문이 이거였어? 분명 이건 우리 부모님의 소행이 분명하다. 하. 어이없음에 우리 둘다 코웃음이 절로 쳐진다.
그러다 잠시 둘이 눈이 마주쳤고 방분위기 때문인지 평생 지금껏 느껴본적도 없는 어색함에 휙 눈을 피해버렸다.
눈을 피하고 나자 서로 의식하고 있다는 소리가 돼버렸고 그 결과 한번도 우리 사이에 흐른적 없는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 ......"
" ......."
" ...... "
시발.
.......
망할 노친네들.............
감사한 암호닉들
메로나 / 로아커 / 얄루얄루 / 즌증국 / 고삼이 / 꼬마이모 / 야생/ 정닺뿌 / 후니 / 뱁새ㅁ7 / 의대생 / 오월/ 지밍지밍/ 침침한내눈 / 전정꾹 / 혀나 / 텅스텐 / 희동 / 팡도르 / 예찬 / 망고맘 / 멜랑꼴리 / 화학 / 나의별 / 요괴 / 합격기원 / 정국아어딨니 / 설화 / 연이 / 휘휘/ 태태마망 / 골드빈 / 다다눌 / 천하태태평 / 청운 / 민트초코 / 민이 / 살구리 / 오빠미낭낭 / Tubh / 아카정국 / 잘난태태 / 꾸쮸뿌쮸 / 뷔까번쩍 / 지개매 / 꾸꾸 / 호서가 / 막대사탕 / 불친불친ㅁ / #벚꽃수저 / 꽃길 / 맴매때찌 / 미스터 /
꾸꾸낸내 / 내손종 / 파티 / 숩숩이 / 뜌 / 칸쵸ㅁ / 너만볼래 / 태태 / 라온하제 / 062-518 / 꿈틀 / 꽃님/ 누가보면 / 또이 / 인생꾹팅/ 세젤예세젤귀 / 둥이 / 몽또몽또/
짜몽이 /포로리/ 오호라 / 달달한비 / 짝짝 / 지미니의부랑이 / 칙촉/ 페이퍼/ 얏호 / 짐꾼 / 슈크림/ 삐용 / 여동생/ 다람이덕 / 채꾸 / ㅁ오하요곰방와ㅁ / 소뿡 / 랩몬사탕 / 꾹꾹 / 심슨ㅁ / 포도가시 / 난석진이꺼 / 청보리청 / 삐약/ 정콩국 / 현/ 켓흐 / 소진 / 나인 / 헐마이니 / 삐요 / 뮈뮈 / 푸엥취 / 다이제 / 안드로메다 / 눈부신 / 상큼쓰 /
비글 / 천사소녀제티 / 또렝 / 리프 / 무리 / 꾸기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전정국] 부랄친구와 정략결혼 (부제 : 시작은 태몽으로부터.)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6/04/09/3/b/5/3b5b4d3b0eeb9c00c3f3506f61a1ef37.gif)
![[방탄소년단/전정국] 부랄친구와 정략결혼 (부제 : 시작은 태몽으로부터.)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6/04/09/1/7/c/17c596e17663a08622246a0cdf0b5566.gif)
![[방탄소년단/전정국] 부랄친구와 정략결혼 (부제 : 시작은 태몽으로부터.)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6/04/09/5/b/0/5b067f1c2086be6d88e7c63ed0f4630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