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Parallel lines)
우린 평생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야.
세상 끝까지 가도 우린 평행선일 뿐이야.. 절대 만날 수 없는..
당신과 나는 자꾸만 엇갈리고 또 엇갈려서 서로 힘들기만 해.
차라리 혼자라면, 차라리 나 혼자 달리는 세상이라면 평행선이 아닌 그냥 선분일텐데 말이야.
이상하지 않을 선분일텐데.. 당신한테는 어떨지 몰라도 난 평행선이야.
오늘 처럼 가을비가 왔었다, 3년 전 '그 날'도.
그가 즐겨마셨던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고 카페를 나왔다. 리모컨으로 차 문을 열고 타자마자 울리는 핸드폰.
"여보세.."
[야!!! 너 지금 어디야!!!]
"아 진짜- 귀청 떨어지겠다. 지금 가- 왜?"
[나 아파 죽을것 같아!!]
"내가 장담하는데 넌 절대 안죽으니까 걱정마"
[진짜 죽을것 같다니까?]
"그래 그래- 지금 간다, 가"
기성용이 이러는게 한 두번도 아니고 이젠 나름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정말 큰 일 난줄 알고 부랴부랴 갔더니만 별거 아닌 일이였다.
뭐 예를 들면 테이핑을 해달라든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던지, 손바닥 쬐끔 까진 정도? 팬들은 알려나 몰라 이렇게 엄살 심한거- 쯧쯧
그래도 부상당했다고 한국에 들어와서 재활 받는 친구한테 막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뭐라고 말하는 성용이를 뒤로하고 핸드폰을 홀드 시켜 조수석에 던지듯 내려놨다. 그리고 가을비로 얼룩져가는 전면유리를 빤히 응시하다가 이내 엑셀을 밟는다.
사무실 책상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차트 중 성용이 이름이 적힌 차트만 빼고 차곡차곡 쌓아 책상 한켠에 두었다. 아마 오전 훈련이 끝나면 들를거다. 엄살쟁이.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가운을 입었다. 내 이름 세 글자가 박힌 가운은 언제나 신기하다. 그렇게 미쳐있던 축구.. 팀닥터가 될줄 누가 알았겠어.
자랑스러운듯 그렇게 파란색으로 촘촘히 수 놓인 내 이름을 바라본다. 지난 추억도 새록새록 나고 그 추억을 따라 기억을 더듬으면 쓸쓸한 미소도 지어진다.
여느 연인 처럼 잘 지냈었다. 처음엔 원거리 연애라도 좋았다. 그 사람이 날 사랑해주기만 한다면.. 그렇다면 문제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하루, 1주일, 1달, 1년.. 시간이 갈 수록 우린 서로가 힘들어짐을 느꼈다. 매번 힘없는 통화. 서로에게 늘어가던 짜증.
그래, 내 남자친구는 바쁘니까, 다른 남자들과 다르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이런 생각도 한 두번. 날로 힘들어지는 그와의 연애. 아이러니하게도 그래도 사랑했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에게만 있었는지 그는 나와 헤어지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게 날 대해왔다.
웃으며 밥은 먹었냐, 어제 집엔 잘 들어갔냐, 부모님 잘 계시지?, 너도 이제 좋은 남자 만나야지.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뒤에선 쓴 눈물을 삼켰다.
아직도 난 그를 잊지 못한다. 그를 아직도 사랑한다. 그 끔찍한 원거리 연애는 싫으면서 그는 끔찍하게 사랑한다. 모순이라지만..
풀어헤진 머리를 한갈래로 질끈 묶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안경 쓰면 못생겼다는 성용이의 말에 항상 렌즈를 끼지만 오늘은 잘 끼지 않던 안경을 써본다.
어차피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그라운드에서 팀닥터를 보는 체계라서 오늘은 내가 그라운드에 나갈일은 없으니 그를 볼 일도 없을거다.
한갈래로 질끈 묶은 머리하며, 정말 공부 잘하는 애들이나 쓸법한 안경을 쓰고 거울을 보니 정말 야근 밥 먹듯이 하는 대한민국의 성실한 일꾼같다.
물론 현실에선 아니라는게 함정..헣. 오전 내내 차트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어제 저녁에 다운 받은 영화를 2편이나 보고 자서 그런지 무척이나 피곤한 탓에
테이크 아웃해온거 까지 합치면 커피를 무려 5잔이나 마셨다. 그것도 오전 동안.. 헤롱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점심시간까지 30분 남았다. 창가로 가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가을 볕이 꽤나 뜨겁게 내리쬔다. 보기만해도 후끈후끈 해지는게 내가 다 더워진다.
단연 내 눈엔 그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스트라이커. 내가 왜 그 때.. 그 사람을 놓쳤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한심하다.
"안 무겁나. 이리 내라"
어두운 내 표정을 살피던 오빠가 꺼낸 첫 말은 차트가 가득 담긴 상자를 달라는거였다.
"아냐 내가 들게"
"들어준데도"
결국 그가 상자를 가져가고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내가 오늘 그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알기에 쓴 웃음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모든 스텝들이 퇴근한 시간. 어둑어둑한 밖. 그리고 고요한 복도에는 내 구두 소리만 요란하게 울렸다. 그도, 나도 느릿한 걸음이였지만 내 귀에는 요란하게 들렸다.
복도의 창문은 예쁜 노을빛으로 물들었고 그와 나는 그 노을빛을 고스란히 내리받으며 조용히 걸었다. 예뻤다, 그 노을이.
빨갛고, 노랗고... 거무스름한 보라색까지 뒤엉킨 노을의 모습이.. 지금 내 심정을 말하는것 같아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나려한다.
"오빠"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싶은 그를 불렀다. 떨리는 내 목소리를 난 느꼈지만 워낙 울리는 소리에 그는 눈치채지 못한듯 했다. 그래.. 모르는게 나아.
"와"
"우리.. 헤어질까?"
그는 그 어떤 동요도 하지 않았다. 걸음을 멈춘다거나, 뒤를 돌아본다거나, 하물며 걸음이 느려진다거나..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
"오랜만에 본 남자친구한티 할 말이 그거 밖에 없나"
"힘들어 나.."
"............"
"............"
힘들다는 내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 사이에 그 어떤 말도 오고가지 않았다, 내 사무실에 도착하기 까지.
내 사무실 앞에서 그는 한 손으로 상자를 들고는 한 손으로 문 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소리 하나도 없이 부드럽게 열리는 문.
그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가자 마자 문이 쾅-! 하고 닫혔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는 뒤 돌아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상자를 올려두고 그가 허리를 피며 날 봤을 때.. 나는 봤다. 이 때 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그의 상처 받은 눈을.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궈낼것 같은 그의 눈을 보며 나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여전히 창문으로 비춰지는 노을빛 때문에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이 온통 검은색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가 다가옴을 느끼자마자 그의 말캉한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거부 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나는... 그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하는건 행복한 일이니까.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가만히 그의 입술을 받아 들이면 그는 조심스레 떨어진다.
"이래도... 이래도 내 안사랑하나"
"............"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증명해보였으니까. 내가 아직 당신을 사랑한다고 증명해 보였으니까.
"내는.. 니 얼굴 못 보고, 니 머릿결 못 만지고, 니한테 키스 못하는건 참아도 니가 내 땜에 힘들어 하는기는 못 참는다"
"............"
"많이 힘드나"
"1년 365일 중에 오빠랑 내가 만나는 시간... 60일.. 힘들어 오빠"
내 어깨를 잡고 있던 그의 두 손이 털썩 하고 떨어지고 그래 라는 그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내 귀가를 맴돈다.
어둠이 점점 몰려와 노을빛 보다는 보라색으로 가득한 하늘을 보며 울었다. 계속 흐르는 눈물을 막아내지 못했다.
날 끌어안는 그. 이제 다시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없음에 죄여오는 가슴을 달래며 여전히 그를 밀어내지 못하는 나를 질책했다.
"니는 잘못 없다. 내 잘못이다. 울지마라. 힘들지 말라고 놔줬는데 더 힘들어하면 우야노"
오른쪽 귀에 나긋나긋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질끈 눈을 감았다. 우린 끝났다고, 더 이상 내 귀가 반응하면 안된다고.
내 허리에 꼭 감겨있던 그의 팔이 풀러지고 그는 내 눈가를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눈물을 닦아줬다.
얼마 전 염색 했다고 자랑했던 다갈색 머리칼도 넘겨주고 빈대코라고 놀렸던 코끝도 살짝 잡아당기며 울지말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항상 달콤하다고 했던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항상 달콤한줄만 알았던 그의 입술이.. 내 눈물로 짠 맛이 난다.
끝은 짜다, 그와의 이별은.
쓸데없는 생각으로 눈물로 얼룩진 내 얼굴. 그와의 끝 처럼 짠 눈물이 내 입 속으로 흘러 들어왔을 때가 되서야 내가 울고 있다는걸 알았다.
살짝 쳐져있던 블라인드를 더 짙게 치고는 창문에서 뒤를 돌았다. 창가에 있는 티슈 두어장을 뽑아 눈물을 닦고 거울 앞에 다시 서봤다.
눈가와 코끝이 빨개진게 아무리 봐도 운 얼굴이다. 안돼겠다 세수라도 좀 하고 와야지. 기성용 만나면 또 뭐라고 하겠네.
훈련이 끝마쳐지기 전에 얼른 다녀오려 문을 딱 여는 순간 당황한 얼굴로 서 있는.... 그 사람, 박주영.
스아실 글 올리면 안되는건데... 지금 시험이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써놓은게 있어서 언능 올리고 갑니다.. 매일매일 온다는 장담은 못해요ㅠㅠㅠㅠ
이해해주실거죠? 주저리 쓰는것도 줄어들테고 제가 덧글도 많이 못 달아드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읽어주실건가요....ㅠㅠㅠ 당분간 Thanks to.도 생략인데.... 그래도 읽어주실건가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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