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 취중진담
평행선 (Paraller lines)
"주영이 형... 확실히 잊는 방법 알려줘?"
"..........."
"주영이 형 여자친구 생겼데. 나이는 우리랑 동갑이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고, 사귀는지는 좀 됐고"
"..........."
"이미 뭐... 상견례 이런거 한것 같더라. 딱히 너한테 말을 안했다기 보다는...."
"..........."
내가 본 그녀의 표정 중에 제일 슬퍼보였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보고 난 곧 바로 후회했다. 내 순간의 시기심이 그녀를 슬프게 했다는 것에 대해서.
"이미 뭐... 상견례 이런거 한것 같더라. 딱히 너한테 말을 안했다기 보다는...."
".............."
조심스레 내 표정을 살피며 말하던 그가 이내 말을 멈추고 날 바라봤다. 그를 보고있지 않아서 어떤 표정을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성용이와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딱히 입을 꾹 다물고 있겠다는 다짐을 했던건 아니다. 그냥 할 말이 없었을 뿐이였고 성용인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아끼는것 같았다.
차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현관 앞에 세워졌다. 탁- 하고 경쾌한 소리가 나며 차 문이 닫힌다. 성용이 역시 내려서서 차 반대편에서 날 빤히 바라본다.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더 심란해지거든?"
"그럼 어떻게 봐야돼?"
"음.... 평소 처럼 장난도 치고, 괴롭히고, 엄살도 부리고"
그제서야 성용이가 소리 없이 활짝 웃는다. 차에 기대어 서서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데 새삼 내 친구지만 참 잘생겼구나- 싶다.
"오늘도 잠 안자고 혼자 울 예정이야?"
"아닌데-"
"음... 그럼 슬픈 영화 틀어놓고 펑펑 울 예정인가-"
"그건 좀 생각해봐야겠다"
"안돼겠다. 영화 같이 볼까? 나도 좀 슬픈데"
성용이와 나란히 앉아 있는 소파. 어두컴컴한 거실에 틀려있는 DVD는 보는이 마다 눈물을 주륵주륵 쏟아냈다는 하모니.
그와 헤어진지 딱 1년 되는 날. 얼마나 슬프던지 혼자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보며 숨죽여 울었던게 생각난다. 그 때는 정말 딱 죽고 싶었는데.
영화의 도입부일 뿐인데 벌써 부터 내 눈에 눈물이 맺히는게 느껴진다. 그 때 내 손에 꼭 쥐여지는 휴지 몇 장. 고개를 들어 성용이를 올려다 보면 활짝 웃고 있다.
그런 성용이의 얼굴을 보고도 웃을 수 없음에 미안해져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아냈다. 아무리 닦아내고 또 닦아내고 계속 흐르는 눈물.
성용이는 다시 TV 스크린 속 영화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 그가 여자친구가 있다는것 때문에? 결혼을 전제로 사귄다는것 때문에?
나는 박주영이라는 세 글자만 머릿속에 떠올려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게... 그게 힘든건가..
그런것 같다. 나는 3년 동안 다른 남자는 커녕 그 마저도 잊지 못해 이렇게 아직까지도 눈물만 쏟아내는데 정말 아무렇지 않게 그런다는게 나에겐 힘든것 같다.
항상 차트더미에 쌓여 바빠서 잘 챙겨주지도 못하는 나와 달리 잘나가는 축구선수 남자친구 잘 챙겨주는 여자일까?
먹는거라면 사족을 못 쓰고, 남자친구 생겼다고 다이어트 한다던 나와 달리 원래 부터 몸매 좋은 여자일까?
트러블 때문에, 작은 눈 때문에 항상 화장 하는 나와 달리 민낯도 당당히 보일 수 있는 그런 예쁜 여자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던 생각은 성용이가 내 손을 잡아옴과 동시에 끊겨버렸다. 그만 울라는 말 같아서 훌쩍이며 눈물을 다시 닦아냈다.
"있잖아, 니가 자꾸 힘들어하고 그러면 같이 힘들어 하는 나도 좀 생각해주라"
"으응"
그저 친구로서 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말을 하는 성용이의 눈빛이 그렇게 진지한지도 모르고.
긴 한숨을 내쉰 성용이는 휴지로 남은 내 눈물을 닦아줬다. 코가 막혀옴에 코를 들이마시자 기겁을 하며 풀으라며 애 취급 하듯이 흥! 흥! 거린다.
"이거 놔-"
"빨리 흥 하라니까"
"내가 할거야!"
성용이 손에 든 휴지를 뺏어들고 아무리 친구라지만 차마 성용이 앞에서 코를 풀 수는 없어 대충 닦는 시늉만 하고 던져서 휴지통에 골인시켰다.
한 손을 척- 하니 내 어깨에 올린 성용이는 다 울었쪄요- 하면서 끝까지 애취급을 했고 우리는 또 투닥투닥하며 평소 처럼 돌아왔다.
성용이가 아니였다면 눈물 콧물이 뭐야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추접스럽게 펑펑 울었을텐데 그래도 친구라고 달래주니 기분도 한결 나아진것 같다.
"내가 괜한 말 한거 아니지?"
"아냐- 알면.. 더 잘 잊을 수 있겠지 뭐. 설마 예비 품절남 못 잊겠냐"
아직도 애 취급을 하는 성용이가 미워 가슴팍을 퍽- 하고 치자 윽- 하고 거의 죽는 시늉을 한다. 아아, 기성용이 엄살쟁이라는걸 까먹을뻔 헀다.
"근데 나 자고 가도 되냐?"
"아니아니아니 절대 안돼지!"
"지금 시간 엄청 늦었는데.. 나 졸음 운전 하다가 사고라도.."
"알았어 알았어! 대신 내일 아침은 니가 하는거다?"
"아침은 생략한다"
시간이 늦었다며 불쌍한 표정 짓길래 불쌍해서 봐줬더니.. 기필코 아침은 하기 싫다 이거지? 허- 하며 바람빠진 소리로 웃자 성용이도 따라 웃는다.
편한 옷 없냐며 징징대는 성용이에게 예전에 그가 입던 옷을 줘야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동생꺼라고 말하며 츄리닝 티와 바지를 건냈다.
"동생이 키가 큰가보다. 나한테도 맞네"
"응? 으응.. 좀 커"
금새 어두컴컴해진 집 안. 성용이는 거실에서 자고 나는 안방에서 자지만 여자 혼자사는 집이 넓으면 얼마나 넓다고, 안방과 거실이 꽤나 가까워 숨소리까지 들린다.
아직 안자는건지 불규칙한 성용이의 숨소리가 들린다. 아직 안자? 하고 묻자 응- 핸드폰 라며 낮게 깔린 목소리를 낸다.
"고마워 성용아. 너 아니였음 진짜 밤새도록 울고 불고 했을텐데"
"그니까 나한테 좀 잘해- 맨날 엄살 부린다고 구박하지 말고"
"그래..... 우리 같이 좋은 여자, 좋은 남자 만나서 연애 좀 해보자. 솔로들 끼리 뭐하는거야- 청승맞다. 그치?"
"............."
"벌써 자?"
"............."
"자는 구나.."
"OOO"
"안 자네?"
몇 초 동안의 적막함을 깬 성용이의 목소리.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고 느껴지면 그걸 착각일까. 평소 성용이 답지 않다.
분위기도 내 시야가 느끼는 깜깜한 처럼 어두운것 같아 괜스레 성용이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고, 긴장되고 그랬다. 어떤 말을 할지도 모르면서.
"잘자라고.."
"뭐야 싱거워- 기성용"
뭔가 할 말이 있는것 같았지만 그냥 모른체 지나갔다. 왠지 중요한 말 같아서 아끼고 아껴야 할 수 있는 말 같아서. 때가 되면 말하겠거니 하고.
어제 오늘 너무 많이 울어서 일까, 무거워진 눈꺼풀이 자꾸만 자꾸만 내려왔다. 좀 더 성용이와 대화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겨내지 못했다.
"잘자... 성용..아"
"너도"
삐비빅 거리는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거실로 나가보면 새벽운동을 나간건지 성용이가 없다. 허물 벗어놓듯 이불에서만 쏙 빠져나간 성용이.
그게 귀여워서 잠결에 피식 웃고는 욕실로가 샤워를 끝내고 옷을 주워입었다. 화장대에 앉아 화장 먼저 하려다가 주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래도 잘나가는 축구선수 아침을 차려줘야 할것 같았다. 김치찌개를 좋아할지 된장찌개를 좋아할지 고민하다가 해주는대로 먹겠거니 하고 된장찌개를 끓였다.
숟가락, 젓가락을 놓고 이제 화장 좀 해 볼까하고 뒤를 딱 돌아섰는데 으앗 깜짝이야! 땀을 닦으며 헉헉대는 성용이가 서있다. 기척이라도 좀 하던가.
"운동 갔다왔어?"
"그냥 조깅"
"씻고 나와서 밥 먹어"
거실 통유리창으로 따뜻하게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걸 보고 성용이 얼굴 한번 보고 예쁘게 아침이 차려진 식탁을 한번 보고..
왠진 간질간질하는 기분에 황급히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와 사귈 때도 느껴본적 없는 간질거리는 느낌. 이건 설레임도 아니고, 긴장도 아닌데.. 이게 뭐지.
어제 주저리 생략해서 죄송했습니다!ㅠㅠㅠㅠ 오늘은 내일이 주말인 만큼 시간내서 쓰고 갑니다~ㅎㅎ
제 글을 특별히 더 많이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이벤트를 하나 하고 싶은데 어떤 이벤트가 좋을까요?
독자님들은 제 글 읽고 댓글을 달으시면서 제게 표현을 해주시지만 저는 독자님들께 감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이벤트를 생각하게 됐어요!
이벤트 대상자의 기준은 비밀이랍니다~ㅎㅎ 의외로.... 엄청 단순할지도 몰라요... 헣.. 미리 말하면 재미 없으니까용..☞☜
어떤 이벤트를 하면 좋을지 의견 내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구 암호닉 꼬맹이님은 love2592@naver.com 으로 꼭!!! 이메일 좀 주세요ㅠㅠㅠㅠ 내용은 없어도 됩니다~
Thanks to.
기성용하투뿅님
깡통님
목캔디님
투게더님
에코님
깐요님
연두님
뮤즈님
쫑이님
꼬맹이님
지몽님
한결님
아롱이님
마뷰님
갸루상님
다음 글
이전 글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공식] 조진웅, 직접 은퇴 선언 "질책 겸허히 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