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몇 번의 계절의 지나가고 다시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기까지는 참 짧았다.
모든 게 너에게도 나에게도 참으로 짧은 시간이었다.
부디 행복했기를, 행복하기를.
그리고 그 시절이 우리를 지나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행복했음을. 그래서 너를 만날 수 있었음을 잊지 않기를.
-이 겨울의 끝에 서서 보내는, 어쩌면 허무한 말들.
***
그 해 가을, 이사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훈은 집 근처에 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 전 집에서 서점까지는 무척이나 멀다는 게 불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사 온 집 근처에는 가까운 서점이 두어 개 정도 있어서 언제든지 서점에 갈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좋았다. 비록 교통이 불편하기는 하나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더라도 금방이면 도착할 수 있어서, 대훈은 이사를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서점을 찾았다. 일이 바빠 늦게 들어오는 자신의 룸메이트도 책을 좋아하니 주말엔 같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거 계산해주세요.”
서점은 생각보다 컸다. 그리 큰 동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점 하나는 대형 서점과 견줄 만큼 크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그러나 그만큼 책도 많아서 평소엔 없어서 못 보던 책들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벌써부터 이런 생활이 지속될 것을 생각하자 머릿속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불만들마저 날아갔다.
그렇게 새로 구입한 책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금 집을 소개해 준 부동산 주인을 만났다. 넉살 좋은 주인은 대훈을 보자 먼저 인사했다. 이사 온 집이 불편하지는 않은 지 찾아왔다가 집에 아무도 없어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대훈은 그 말에 그의 성격이 잘 들어나는 얼굴로 웃으며 교통이 불편한 것 빼고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손짓으로 근처 서점을 가리키자 서점의 이름이 적힌 봉지가 부스럭 거렸다.
“집 근처에 서점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아 저기? 그래, 생긴 지 얼마 안 됐지. 아마 청년네가 이사 오기 한 이 주일 전에 열었으니까….”
“…음, 그런데 동네가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서점이 대형 서점만큼 커서 놀랐어요.”
“그래? 저 서점 지은 사람이 아주 젊다고 들었네. 책을 좋아하니까 서점을 열었을 거고…그런데 자네도 책 좋아하나 보지?”
주인이 손에 들려진 봉투를 가리키자 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점 주인도 이 동네에 산다는 것 같더군. 이 동네 전체가 내 구역은 아니라서 나도 잘은 모르지만 말이야. 혹시나 만날지도 모르지. 자네 말대로 여기가 그렇게 큰 곳은 아니니까. 만나게 된 다면 둘이 얘기도 잘 해보고 그래. 자네한테 이득이 될지, 누가 아나?”
그러고서 주인은 곧바로 돌아갔다. 멀어져 가는 주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대훈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의 말뜻을 정확히 헤아리기가 어려워, 그저 그 자리에 서있기만을 했을 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거기에 서있었다.
그리고 그가 집에 돌아간 건, 주인과 헤어진 후 한 시간이나 지난 다음이었다.
***
“나 왔어-.”
피곤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가 현관에서부터 들려왔다. 대훈은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현관으로 나갔다. 왔어? 단말마로 내뱉는 말 뒤에 피곤하다, 라는 말이 곧이어 따라왔다.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뉘이는 그를 보며 대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커피 줄까, 레몬차 줄까?”
“레몬. 커피는 회사에서도 많이 마셨어.”
“응.”
말이 끝나자마자 부엌으로 달려가는 대훈의 뒷모습을 자철은 아무 말 없이 보고 있다가 팔로 눈을 가렸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유난히 일이 많은 날이었다. 직속후배가 무슨 잘못을 했던 건지 아침부터 혼나고 있 길래 무슨 일이냐며 상사에게 묻고 난 후 둘을 진정시키느라 진땀 뺀 것을 시작으로, 프레젠테이션 중 자료가 모두 날아가 버리고, 같은 여직원이 옷에 커피를 쏟아 부어 주시고, 다른 후배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하느라 야근까지 해버렸다. 이쯤 되면 착한 건지, 지나치게 멍청한 건지 모를 정도다. 몸을 누르는 피곤함의 무게 때문에 일어나지 못한 채로 자철은 대훈이 다가와 그를 일으켜 주기까지 그렇게 하루를 돌이켜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생각의 무게와 피곤함만 더해 질 뿐. 이래서 늘 ‘자신의 하루를 반성하라.’ 라는 말이 그에게는 늘 어색하다.
어느 새 제 앞에 놓인 차에 그는 잠시 무기력하게 두 눈만 깜빡거렸다. 잠이 스르르 몰려오고 내일은 주말이니 푹 자도 된다는 생각이 겹치면서 눈앞이 까매졌다.
그리고 그대로 소파에 다시 쓰러졌다.
눈을 뜨고 나니 제 방 침대였다는 건 안 비밀. 그를 옮기다 대훈의 허리가 삐끗 했다는 것도 안 비밀.
***
성용의 자신의 하루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진짜 좆같은 하루.
“엄마, 엄마. 저 형아 머리 봐봐. 진짜 웃겨.”
남매로 보이는 두 아이들이 제 뒷자리에서 꺄르르 웃자 성용은 잠시 고민했다. 차라리 택시 타고 갈까…. 그러나 그는 돈이 없었다. 집을 나설 때 까지만 해도 함박웃음이었던 그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딱히 많은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놈의 술자리. 그래, 망할 놈의 술자리 하나 때문에.
[야, 야. 불금이다. 나와라. 치맥이나 먹자.]
친구의 문자에 성용은 콜을 외치며 집을 나섰다. 마침 월급을 어제 탄지라 지갑에는 돈도 조금 있었다. 덕분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쉽게 풀려주지 않았다.
‘야, 네가 저번에 미연이한테 내 욕 했다면서. 시발. 너 내가 걔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잖아 개새끼야!’
술에 취한 한 친구의 울분이 섞인 한 마디에 여기도 저기도 서로 불만을 토해냈다. 가만히 맥주를 들이키다가 갑작스런 욕설에 놀란 성용이 그 상황을 제지하기에는 너무 많은 불만이 나와 뒤섞인 뒤였다. 서로가 서로를 욕하며 처음 정상인 여섯 명이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정상인 두 명만이 있었다. 나머지 네 명은 이미 멍멍이가 된 후.
‘그만 해 그만! 야 현우야 좀 말려!’
‘아오 넌 내가 놀고 있는 걸로 보이냐! 씨발 저 새끼는 또 어디가!’
아수라장이 된 그 상황 속에 친구 하나가 가게를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난 슈퍼맨이다!’
라는 명언을 남기며, 장렬히 차에 치였다. 그러나 운전자가 잘 피한 덕분에 팔이랑 다리가 하나씩 부러진 정도였다. 이 정도도 충분히 심각하지만, 진짜 제대로 치였었더라면 제대로 골로 갔을 지도 몰랐다.
‘누가 치였어!’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가게 안은 아직 아수라장이었고 제 친구가 사고가 난 줄도 모른 채 아직 싸우고 있던 셋을 말리고 있던 성용과 현우는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현우가 나가고 성용이 나가려 하자 누군가가 어깨를 잡았다. 에? 뭐야? 뒤를 돌자 직원 하나가 그의 어깨를 붙잡고는 다른 한 손을 내밀었다.
‘손님, 삼십만원 되겠습니다.’
‘……네?’
‘깨진 유리 십 만원, 탁자랑 의자 파손 십 만원, 유리잔 파손 이 만원, 나머지 팔만원은 치킨이랑 맥주 값입니다.’
직원의 눈은 성용의 주머니에 꽂힌 지갑을 보고 있었다. 현우는 밖에서 구급차를 부르고 있었고, 나머지 멍멍이 셋은 아직 싸우고 있는 중이고, 지금 이 직원은 나에게 삼십 만원을 내놔라 한다.
성용은 잠시 고민하다가, 멍멍이 셋과 현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를 꺼내었다. 아직 현금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카드를 긁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직원이 카드를 가지고 계산을 마치자 성용은 카드를 돌려받고는 곧바로 가게를 나왔다.
‘어, 어 기성용! 너 어디가!’
‘현우야, 오늘이야말로 진짜 불금이다. 너의 그 분노를 저 멍멍이 셋과 곧 있으면 병원에 실려 갈 멍멍이 하나에게 꼭 풀기를. 난 이만 간다.’
‘야!!!!!!!’
정류장을 향해 뛰는 발걸음 뒤에 현우의 절규가 뒤따라오는 듯 했지만 성용은 착각일 거라 여기고는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하하, 얼른 집에나 가야겠군. 응. 그래야겠어. 오늘 일어난 일은 모두 꿈일 거야 하하.
그의 바람대로 모든 게 꿈이고 꿈이 아니더라도 거기까지만 했어도 좋으련만. 정작 본인에게는 더 큰 재앙이 오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그러나 이 얘기를 다 하기엔 너무 기니까 이하 생략. 나머지는 다음 편에서.
***
안녕하세요. 밀라라고 합니다 헤헤. 사실 글 올리는 게 처음인데(!) 너무 어색어색 해서 ㅠㅠㅠ
너무 망글이 되버려서 안구테러 되신 분이 있지는 않으신지 걱정이 돼요 ㅠㅠㅠㅠㅠ처음에는 너무 진지진지 돋아서 이글 뭐야? 왜 개그가 없지? 하신 분들 계실 것 같아요. 네 ㅠㅠㅠㅠㅠ전 개그물에 소질이 없어요 ㅠㅠㅠㅠ기성용편도 어찌어찌해서 저만큼 쓴거지 근데 진짜 읽어보니까 재미가 없엌ㅋㅋㅋㅋㅋㅋ어쩌짘ㅋㅋㅋㅋ참고로 다음 편에는 학선찡과 용대찡이 등장할 예정입니당. 성용찡 이야기도 마저하고요....그리고 프롤로그에는 일단 이 넷만 등장하고 태환찡과 쑨양은 차차 본편에서 등장할 예정입니다.
다음편은 언제 올라올지 모르겠습니다 흡흡.(사실 제 주제에 다음편 쓰는 게 가능할지...ㅠ)빠르면 내일, 늦으면 토요일쯤이 되겠네요.ㅠ 재미로, 별 생각 없이 써내려간 글이라 부족한 점도 많고 합니다. 차차 고쳐나가도록 노력하는 밀라가 될게요.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그리고 분량이 너무 적죠.....너무 잠이 와서ㅠ 프롤로그는 상, 하로 나눴습니다 다음편이 하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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