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한 시간이었다. 의지할건 가로등불빛밖에 없는 성규가 두손으로 가방끈을 생명줄인냥 꼭 쥐어잡고 있었다. 고양이라도 튀어나올새라 주춤주춤 걸어가고 있는사이 정말로 고양이라도 나오려는지 성규가 걸음을 옮기는 골목근처 어디선가 가느다란 소리가 새어나왔다. 성규는 느낄수 있었다. 저건,여자 신음소리야.
“아,오빠ㅡ”
“쉿,아무도 없잖아.”
…나 있는데. 졸지에 없는사람 취급당한 성규는 최대한 벽에 붙어 어느 남성분의 말에따라 없는사람처럼 지나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늘 결과는 노력을 배신한다그랬나. 그렇게 있는듯 없는듯 지나가던 성규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폰에서 어김없이 뀨뀨거리는 벨소리가 커다랗게 울려퍼졌다.
“…뭐야?”
“아 오빠!사람 있잖아!부끄러워서 어떡해ㅡ.”
좆…됐다. 본의아니게 남의 키스장면을 훔쳐본것같은 느낌이 든 성규가 뻣뻣하게 굳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던쯤에 여자가 고개를 숙임으로써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있던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존나 험난한 여정을 살아오게 생기신분이면 어떡하지? 따위의 걱정을 뒤엎고 나타난 얼굴은 허구한날 내 뒷자리에서 숙제나 대신 해오라며 숙제셔틀을 자처하게 만들어주시는 일진 남우현님이셨다.
“아 씨발 내눈…”
“씨발?야 너 지금 내얼굴보고 니눈걱정한거냐?”
성규가 아직까지 우현의 가슴팍에 수줍게 고개를 파묻고있는 여자와 번들거리는 우현의 입술을 번갈아 살펴보다 혀를 찼다.
“니가 그 키스할열정으로 공부를했다면 나를 뛰어넘는 전교일등이겠지.”
“이…씨발!”
“뭐.”
우현에게 통쾌하게 한방 먹인 성규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우현과 여전히(…)우현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몰라몰라~를 연발하는 이름모를 여인을 지나쳤다. 성규가 골목 끄트머리를 지났을쯤 멀리서 우현의 거친 욕설이 들린거같지만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