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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이가 주말 아침에 느긋하게 눈을 떴으면 좋겠다.
환한 방 안.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빛,
그리고 열어놓은 틈으로 같이 느껴지는 적당히 서늘한 바람.
기분좋게 눈을 뜬 남준이가 눈을 부비려다가 자신의 한쪽 팔이 무언가에 눌려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고개를 돌렸으면.
눈을 돌리자마자 보인 것이 윤기의 하얀 몸이라 놀라서 벌떡 일어나려다가,
제 팔을 베고 누워있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고 그대로 몸을 뚝, 멈췄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짧은 버둥거림을 느꼈는지 작게 몸을 뒤척인 윤기가 잠시 남준이의 반대쪽으로 데굴 굴러갔다가
남준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추웠는지 금세 몸을 뒤척여 남준이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자신의 티셔츠를 꾹 그러쥔 윤기를 보고 남준이는 일어나기를 포기 했으면 좋겠다.
잠시 자신의 팔과 이불 위로 흩어진 머리칼이나,
편하게 풀어진 표정으로 자고 있는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면서
남준이는 입꼬리를 올려 절로 웃었으면.
시선을 내리다가 울긋불긋,
자신이 어제 입술로 피어낸 붉은 꽃들이 윤기의 하얀 몸 위로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으면.
남준이 너는 조용히 헛기침을 뱉어내다가 이불을 끌어올려 윤기의 어깨까지 감싸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을 한 번 확인한 뒤에,
어차피 늦게 일어나도 되는 날이니 가만히 윤기의 얼굴을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햇빛을 받아 더 하얗게 보이는 윤기의 얼굴을 내려보다가 다른 손을 뻗어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말랑한 볼을 가볍게 감싸쥐었다가,
코 끝을 한 번 건들여보기도 하고,
축 늘어진 하얀 귀를 엄지로 문지르고,
마지막으로는 옅은 붉은 색을 띄는 입술을 톡 건들였으면.
살짝 윗입술을 들어올려 앞니를 보기도 했다가, 장난기가 돌아 자주 구겨지는 미간을 문질러주기도 하면서 키득였으면 좋겠다.
잠깐의 장난을 끝낸 뒤에는 다시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손가락 새로 흩어지는 머리칼들을 부드럽게 쓸어올렸다가 고개를 천천히 숙여 윤기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간지러운 소리가 잠시 울렸으면 좋겠다.
뒤이어 이불이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내면서 움직였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윤기의 앞머리를 쓸어올린 뒤에 드러난 이마에도 입을 맞추는 사이에
작은 움직임들을 담은 소리들에 반응한 윤기의 귀 끝이 살짝 움찔거렸으면.
마지막으로 남준이가 볼을 감싸쥐어 입술에 천천히 다가가는 사이에
반짝
윤기의 눈이 떠졌으면 좋겠다.
그대로 두 시선이 제대로 맞붙었으면.
윤기 너는 놀라 동그랗게 뜬 얼굴로 남준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남준이의 어깨를 잡았으면.
한순간에 가벼웠던 둘의 세상이 묵직해지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남준이가 변명이라도 하려는 듯 입술을 열면
윤기가 천천히 눈을 감아버렸으면 좋겠다.
아직 졸음이 다 가시지 않은 윤기가 눈이 뻑뻑해서 감아버린 것을
남준이는 여러 의미로 받아들이며 그 짧은 순간에 수많은 생각을 했으면.
미간이 구겨질 정도로 눈을 꾹 감았다가 뜬 윤기가 그제야 한 손으로 꾹 쥐고 있던 남준이의 옷을 놓아줬으면 좋겠다.
천천히 일어나는 윤기를 보고 남준이도 그대로 밀려나 침대에 앉아버렸으면 좋겠다.
이불이 내려가 윤기의 상체를 여지없이 보여줄 때 남준이가 더 놀라 침대 밑을 더듬다가 굴러다니는 티셔츠 하나 던져줬으면.
흰 티셔츠를 입은 윤기와 남준이 사이에서는 또 정적이 흘렀으면 좋겠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올린 윤기가 멍한 얼굴로 남준이를 보고는
몇 번 제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다가 마른 세수를 했으면.
변태.
나직히 울리는 윤기의 목소리에 남준이는 할 말이 없어서 그저 딴 곳에 시선을 주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애인한테 뽀뽀 좀 하는게 어떠냐고 당차게 말했다가,
제 말에 온 얼굴이 붉어지는 윤기를 보고
더 부끄러워져서 같이 얼굴을 붉혔으면 좋겠다.
저 씻을게요.
어. 다음엔 아침부터 그런 소리 하지 마.
네. 뭐….
얼굴은 자신 못지 않게 붉어졌으면서 또 칼같이 말하는 윤기에 남준이는 내심 또 서운해서 욕실 안으로 들어가버렸으면 좋겠다.
윤기는 그제야 이불을 들추고 언제 또 사람의 모습이 된건가 싶어 자신의 몸을 살펴봤으면.
얼풋 들리는 물소리에 귀를 까닥거리다가 다시 침대에 누워서는 느릿하게 하품을 했으면 좋겠다.
가슴팍을 귀찮다는 듯 벅벅 긁어낸 뒤에 남준이가 다 씻고 나왔을 즈음에는 잠에 빠질 정도였으면.
남준이는 젖은 머리 위로 수건을 얹어 털어낸 뒤에
천천히 윤기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자박거리는 발걸음이 멈췄을 때는
윤기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봤으면 좋겠다.
조용해진 집안에 윤기가 겨우 들었던 선잠에서 얕게 깨어나서 눈을 떠올리면
자신을 내려보고 있는 남준이의 얼굴이 보여 느릿하게 눈만을 깜박이면서 시선을 맞추었으면.
남준이가 손을 내려 눈을 감겨내리면 그대로 눈을 감아버리고,
잠시 뒤에
제 입술에 따듯한 살결이 닿아오면 천천히 입술을 벌려버리는
윤기가 보고 싶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는
윤기의 눈을 가리고 있던 남준이의 손이 윤기의 손을 마주잡았으면 좋겠다.
겹쳐있던 모습이 서서히 떨어지자마자
햇빛이 처음 비춰보인 것은
잔뜩 붉어진 얼굴의 연인들이었으면 좋겠다.
야. 아침부터 토끼 심장 터지게 이러지 말라고.
결국 안 터졌잖아요.
작은 대화 뒤에 흩어지는 웃음마저도 햇빛이 비춰보였으면.
아마 그렇게 남준이와 윤기에게 보이는 모든 것들이 화려하지 않게 반짝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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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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