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들으시면 좋아요 ^~^)
그래, 너는 유난히도 백합을 좋아했었다.
그렇게 싫다던 무더운 여름 날에도 항상 빼먹지 않고 들리던 꽃집은 너의 죽음을 애도하기라도 하는 듯 흰 색만이 가득 피어나 있었다. 위로가 필요했을까, 매일 한참동안 꽃 한 송이를 품에 안고 하늘 저 편을 바라보던 네가 지금 내 눈 앞에 차오르면 그런 너를 다시금 안아드는 나도 함께 있다. 네가 웃는다, 웃는데, 왜 그리도 슬퍼보였던 지, 나는 결국 너를 향해 웃어주질 못했다. 만약 내가 그 때 너와 마주친 눈을 한껏 크게 올려들었었더라면, 마주닿기 전에 살짝이라도 휘어진 입꼬리를 보여줬었더라면, 그랬다면 그 시간의 미래인 지금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을까.
ㅡ 사실은 나,
처음이 아니야.
꼬마처럼 엉엉 울어버렸던 너에게 모자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단 하나 밖에 없었다. 그저 너의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에게는 커다란 힘이 되었을텐데. 어리석었던 나는 그것마저 지켜주지 못했고, 소홀히 한 탓에 너를 외로움의 낭떠러지로 내몰고 말았다. 괜찮아, 그 한 마디에 용기를 얻었던 과거의 나는 어느새 너에게 그런 말 한 마디도 건네지 못하는 겁쟁이로 둔갑해 있었다. 나를 만나기 전, 그리고 만난 후의 너는 얼마나 힘이 들었으려나. 오히려 나는 나와 함께 하게 된 너에게 더 심한 무언가를 짊어주었을 지도 모른다. 어린 아이인 니가 겪었을 그 충격, 날이 갈 수록 늘어가는 고통과 증오감에 휩싸여 있었을 너를 나는 잘 알지 못했었다.
ㅡ 백현아, 나 안아주라.
하루는, 자꾸만 나를 붙잡아오던 너의 손길이 순간 불쾌감으로 다가왔다. 그런 의미가 아닌 단순한 이유인 걸 알면서도 너를 밀어냈던 그 날을 나는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초라한 눈을 하고서 방으로 들어가는 네가 나는 왜 이리도 답답하고 싫었을까. 단 한번이라도 내가 너를, 네 안에 가득 차오른 슬픔을 이렇게 생각이라도 해봤다면 꽃을 한 아름 끌어 안고 웃어주던 너를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너 왜 그래, 나한테 왜 이래. 나를 향한 비난을, 거센 원망이라도 내뱉어야만 했다, 너는. 썩어 문드러진 너의 가슴 속에서 꽃 한송이 심어주지는 못할 망정 겨우 자라난 싹을 짓밟고있는 나에게 한 마디의 원성이라도 질러야했다. 그런데, 너는 단 한 번도 그러지 못했고, 너 혼자서 더욱 지쳐갔을 것이다.
ㅡ 내가 미안해. 그러니까,
잘못도 없는 네가 건넨 사과는 독이 되어 내 안에 퍼져 들어왔다. 그러면 뒤늦게서야 내 눈 앞의 진실된 너를 발견했고, 나는 그때서야 너를 안아들었다. 내 손을 잡고 자주 드나다니던 강변 하늘에 붉은 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앞의 옅게 미소짓던 너도 함께 타오를 것처럼 붉게 물들어갔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너의 눈이 참 기뻐했었다. 그러면 나는 그 눈이 마냥 좋아서, 자꾸만 나를 향하도록 만들었다. 이제는 우리라는 시계가 행복이란 곳에서 멈춰버린 듯 싶었다.
제일 행복할 때 눈을 감고 싶다던 너의 말이 문득 떠올랐을 때는, 하늘이 젖어들고 있었다. 점차 하늘을 채워가는 흑빛에 빨간 꽃다발이 물을 머금어 갔다. 백합꽃 한 다발을 겨우 안아들고서 놀란 눈을 했던 너의 모습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였다.
느껴지는 고요한 적막감에 약간의 긴장이 나를 싸고 돌았다. 문고리를 돌리려 뻗은 손이 살짝 떨려오는 걸 느꼈었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신에 파고드는 백합 향 사이로 너의 모습이 보였다. 온통 하얀 방 안에 가득차있는 백합꽃 속에 니가 있었다. 정신이 아릿해져오는 느낌에 눈을 한 번 비볐다. 내가 내뱉는 숨이 너의 숨이길 바랐었다.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이 아니라 헛된 꿈 속이길, 내가 깨어나서 이런 꿈을 꿨었다고 웃기지 않느냐고 너에게 말해줄 수 있길, 간절히 바랐었다.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차가운 네 두 손을 끌어안았다. 그 새빨간 장미꽃이 무척이나 아름다우리만큼 너와 잘 어우러져서, 나는 웃었다. 그제서야 웃었다. 주체할 수 없이 웃으며 너의 이름을 불러봤다.
경수야, 경수야.
대답이 없는 네가 이상했다. 너무 이상했다. 갑자기 변해버린 네가 무서워서 울어버렸다. 우는 나를 으레 장난치며 놀려들려는 네가 없어서 또 울어버렸다. 네가 없다, 도경수가 없다. 시곗바늘이 순식간에 빠르게 돌아 불행을 가리켰다.
ㅡ 아빠를 만났어.
허벅지를 베고 누워 개구지게 웃었던 엊그제의 네가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한 날, 옛날의 기억이 너를 다시금 그 안에 꽁꽁 묶어놓았는 지 어느 새 처음 만났던 날의 네가 내 앞에 자리해있었다. 하지만 그 날처럼 너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다. 네가 나에게 안겨오던 그 날처럼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너와 갑작스럽게 마주친 불안이 너를 모두 집어삼키기 전에, 그 전에, 내가 먼저 너를 붙잡고 달래주어야만 했다. 아빠, 라는 말이 너의 입에서 새어나오면서 점차 가중되어가는 공포심이 너를 그다지도 괴롭히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그것이 너의 온몸을 점령하기 전에, 내가 먼저여야 했다. 너를 한 품에 안은 나는 내가 귀엽다고 말했던 너의 동그란 뒤통수를 쓸어내렸고, 귓가에는 너의 울음소리 만으로 가득찼다.
백현아, 나 무서워.
매달리 듯 입을 맞추던 너의 달달 떨리는 몸이 맞닿은 입술을 자꾸만 어긋나게 했다. 그러면 나는 괜찮아, 괜찮다고 너를 어르고 달랬었는데.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심한 열감기에 시달리던 너였다.
ㅡ 백현아, 고마워.
뜬금없이 던져진 너의 말에 담긴 뜻이 무엇이었을까, 한참을 고민해봤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알 리가 없었다, 그렇게도 여렸던 네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는 지를. 한 송이였던 백합이 두 송이, 세 송이, 그리고 한 다발. 네가 기쁘게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 날따라 기분이 좋아보이는 너 덕분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었다. 나란히 앉아만 있는데도 너의 목덜미가 붉게 달아올라 부끄러워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주잡고 있는 손이 그네를 타는 동안, 설렘이 우리에게 다가와 한 가지 선물을 주고 갔다. 사랑, 우리는 사랑했었다.
누워있는 새하얀 너에게 새빨간 꽃다발을 안겨주고 돌아서는데, 또 다른 하나가 검붉은 빛을 내며 내 손등을 날카롭게 스쳐지났다.
너를 흘려보낸다. 울지마. 바람을 타고, 물을 타고 흐르는 네가 말하는 것 같아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저 멀리 구름이 흐릿해져온다. 붕대가 감긴 손이 말을 듣질 않는다. 곧 있으면 이 위로 철쇄가 채워질테지. 너의 끔찍한 과거 속의 남자를 붉게 물들였을 그것을 내가 대신 잡아쥐었다. 이렇게라도 어여쁜 너를 지켜주고 싶었다. 여태까지 너를 몰랐던 내가 멍청했다고, 나는 나를 원망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멍청하게도 서투른 위로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서야 깨달아버렸다. 그리고 결국 우리들의 시계는 고장이 났다, 다시 행복을 가리킨 채로. 아무런 소용이 없는 후회. 그 소용돌이 속에서 조용히 니가 떠난 자리 만을 지키고 있는 미련한 나를 그토록 사랑해줘서 정말이지 고맙다고, 그러니까 이런 나를 너만은 원망하지 말라고, 네가 듣고있을 거라 믿으며 외쳐본다. 너라는 기억의 올가미에 얽매여 허둥대는 나를 내려다보지 않길, 네가 울지 않길, 바라본다.
경수야, 슬프도록 새하얗던 내 연인아. 니가 무척이나 그립다. 그립다.
ㅡ 나도 고마워.
-
시험 끝!은 무슨... 오늘이 첫째 날이었어요.
공부가 안돼서 쓰다가 오늘 다 써버렸어요 흐흐. 다 끝나고 다시 올게요.
슈스케 시작했네요. 빨리 보러 가야징징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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