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귀걸이 」
# 12
"우리, 사귈까요?"
지금까지 고민하고 생각해왔던 말이었다. 이 짧은 문장을 말하는 나의 목소리가 혹시 떨리지 않았는지 가늠했지만 긴장한 현재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내 품속에 안긴 태환 선배의 대답을 기다렸다. 1분, 2분, 3분.
그러나 태환 선배는 대답이 없었고 가만히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대답하기가 어려운건가?
날 좋아하지만 교제는 별개의 것일까?
그의 침묵은 순식간에 다양한 상상으로 머리속을 가득채우게 만들었다. 점점 나 혼자만 안달하는 것 같다.
"싫어요?"
"...아니."
"그럼요?"
"......"
다시 또 침묵. 그러나 안겨 있는 와중에 내 자켓을 꼭 잡고는 놓지 않는 태환 선배의 손과 그의 붉게 물든 귀를 바라보고 풋 하고 웃어버렸다.
짧게 터져나온 웃음소리에 살짝 움찔거리는 태환 선배를 더욱 끌어안았다.
"좋아요? 우리 사귀는 거...어서 대답해줘요."
"...좋아..."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게 대답한다. 너무 귀엽다.
품속에서 태환 선배를 떨어뜨려 그의 얼굴을 닳도록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눈물로 일렁거렸고 속눈썹은 파르르 떨리고 있다.
살짝 묻어난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
"이제 우리도 캠퍼스 커플(CC)이네요. 그럼 데이트 할까요?"
"...뭐?"
대뜸 꺼낸 데이트라는 단어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본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말에 놀란 듯 했다.
하긴 이런 말을 꺼낸 나조차도 놀라운데 하물며 태환 선배가 놀랍지 않을리가 없었다.
이제 11시 정각. 수업시간이었고 교수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어서 들어가야 했다.
이제껏 강의를 빼먹은 적이 없었다. 타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해야했고 땡땡이라는 단어는 떠올리지도 못했다.
그런 내가 강의를 빼먹고 데이트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나도 이런 내가 신기했다.
정말 태환 선배를 좋아하나보다. 이렇게 달아오르는 감정에 충실해져서 냉정한 이성마저 밀어내버린다.
처음 열병에 앓아 본 후유증일까?
첫사랑도 겪어보았고 사귀어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토록 감정 컨트롤이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대단하다. 나 자신도 몰랐던 나를 끌어낸 태환 선배가 대단하다.
"데이트 하자구요. 나 안 보여요? 평소랑 달리 멋있게 꾸미고 왔는데?"
"...근데..."
"...?"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한 태환 선배가 의아해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입술을 꼭 깨물더니 눈을 홉뜨고 입을 열었다.
"어...엄청난 미인이랑 데이트 한다며..."
"네? 아...푸하하하."
파안대소하는 날보고 정말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태환 선배를 보고 진정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웃고 배가 당겨서 아픈 다음에야 겨우 웃음을 멈추었다. 멍하게 있는 태환 선배에게 미소 지으며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을 번복해주었다.
"그건 계략이에요."
"뭐?"
"선배를 끌어내기 위한 최선책. 그리고 여기 엄청난 미인 있잖아요."
"누구?"
눈을 깜빡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태환 선배를 보고 또다시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냈다.
둘만 있는 이 비상구 공간 안에 다른 누가 있을리가 없지 않는가. 너무 귀여웠다.
새삼 태환 선배의 귀여움을 찾아낸 것 같아 기쁘다. 항상 우아하고 차분하며 어여쁜 줄로만 알았는데 선배도 이런 모습도 있구나.
"여기요. 여기. 박태환."
"뭐..? 나?"
"네."
그래요. 엄청난 미인. 박태환.
난 미녀라고 하지 않았어요. 미인(美人)이라고 했지.
남자라는 성별을 뛰어넘어 반하게 만들만큼 매력적인 사람이죠.
"정말?"
"네."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태환 선배의 물음에 대답했다. 도저히 납득가지 않는 듯한 표정을 보아하니 태환 선배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말 예쁜 사람이고 아름다웠다. 검은 눈동자는 더러움조차 모르는 듯한 투명함을 안고 있었고 속눈썹은 그림자가 드리울 만큼 길었다.
둥근 코끝과 작은 입술, 단정한 외모 뿐만 아니라 성격도 다정하고 행동거지 자체가 우아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은 미인이 아니면 누굴 미인이라고 할까.
"내 말 믿어요. 정말이니까. 못믿는다면..."
말 한마디, 한마디 꺼내다가 어리둥절한 태환 선배의 반듯한 이마에 입맞추고 곧바로 떨어졌다.
"이래도요?"
"응."
"그럼 이건요."
"아니."
"이건요?"
"그것도 아니."
"그럼..."
태환 선배가 부정의 대답을 할 때마다 나의 입술은 태환 선배의 이마에서 뺨, 콧등 마지막으로 입술에 입맞추었다.
"이건요?"
"믿을게."
드디어 긍정의 답했고 태환 선배는 내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순간 놀란 난 입을 벌렸고 그 안으로 태환 선배의 혀가 침범했다.
물컹한 혀가 입안으로 들어와서 입천장과 혀를 건들이며 자극시켰다. 그러나 의외로 서툴고 어색한 기술에 놀람과 함께 이내 키스의 달콤함에 빠져 적극적으로 키스하기 시작했다.
좀 더 경험 많은 사람이 리드를 잘하는 법이라 서툰 태환 선배는 곧 익숙해졌고 혀과 혀가 얽히며 다량의 타액을 만들어냈다.
이제 출석을 끝낸 수업은 교수님에 말에 따라 강의를 진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키스의 달콤함에 빠져든 우리는 그것에 집중하느라 이미 수업이라는 단어는 삭제한지 오래였다.
입술과 입술은 잠시 떨어졌다 다시 붙었다.
마치 자석의 S극과 N극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말초신경은 모두 입술에 집중되었고 따라서 육체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여기에서 일 치루겠다.
아쉽지만 이내 키스를 끝냈다.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면서 투명한 타액이 가느다란 호선을 만들어내었다.
"하아. 하아."
한참을 키스하다가 떨어져자 산소 부족으로 숨이 헐떡였다. 태환 선배는 오랜 키스때문에 힘조차 빠졌는지 가슴에 기대어 호흡을 다듬기 바빴다.
어느정도 호흡이 가다듬어진 후에 태환 선배를 안은 채로 그에게 말했다.
"그럼 데이트하러 가요."
"...응."
-
태환 선배도 나도 오전 교양수업말고 오후에도 강의가 있었다.
그러나 과감히 빠지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첫 데이트라는 생각으로 나왔지만 마땅히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할지 감이 안잡혔다.
뭘하지?
"흠...뭐할까요?"
"글쎄...영화?"
"영화요?"
"보통 데이트하면 영화보지 않나? 후배들 연애담 들어보면 그렇던데..."
"그럼 영화 보러 갈까요? 선배는 무슨 영화 좋아해요?"
"글쎄...잘 모르겠는데. 영화 본적이 거의 없어서."
"그래요? 저도 한국와서는 친구들과 딱 한편 본 것 외에는 없네요."
"뭐 봤는데?"
"액션 영화요. 자동차들이 로봇으로 변신해서 치고박고 싸우는..."
"아~"
문화 생활을 그렇게 즐겨본 적이 없는 사람인지라 영화를 보려고 해도 마땅히 생각나는 영화도 없고 영화관을 가서 신작을 골라 본다고 해도 제대로 집중은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성용 선배라면 아주 잘 알고 잘 볼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데이트하냐고 물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내도록 공부에만 거의 올인했던 나 자신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해본 사람이 즐길 줄 안다더니 그말이 딱 맞는다.
"일단 점심 먹을까요?"
아직 정오도 되지 않은 시각이지만 점심 무렵이었다. 나의 제안에 태환 선배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성용 선배편으로 전달받은 태환 선배 도시락도 가지고 있었다.
학교 안이 아닌 밖에서 도시락을 먹기란 좀 그래서 어디 가게 안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거기에서 주문을 하든 도시락을 먹든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학교 근처 식당을 찾았다.
첫데이트의 식사니까 특별하게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았다.
점심 무렵이지만 아직 시간이 이른 탓에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선배, 뭐 먹을래요?"
"난...이거. 양은?"
"음~"
메뉴판을 보고 고심해서 골랐고 주문을 넣었다. 자리에서 멀어지는 종업원을 쳐다보다가 태환 선배를 바라보았다.
식사하러 온 김에 그간 먹었던 도시락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을 꺼냈다.
"선배."
"응?"
"도시락 고마워요."
"아...뭘. 내가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잖아."
"그래도요. 오늘도 챙겨주셨는데 여기에서는 먹기 그러니까 집에 가서 저녁 때 먹을게요."
"그래."
내말에 방긋 웃는 태환 선배를 보며 나 또한 미소지었다.
역시 웃는 모습이 무척 예뻤다. 너무 예뻐서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는다.
우는 모습도 예뻤지만 태환 선배는 웃는 모습이 가장 예뻤다. 멋지다라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이 더 잘어울리는 사람이다.
"예뻐요."
"응?"
"웃는 모습."
"나?"
"네. 예전부터 그랬어요. 태환 선배의 웃는 모습에 반한 거 알아요?"
하얀 뺨이 붉어진다. 손을 뻗어 부끄럼타는 태환 선배의 뺨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촉감이 탄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만. 사람들이 쳐다봐."
"사람들?"
뺨에서 손을 떼어내지 않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까지 사람이 많이 없는 탓에 주변 자리는 비어있었고 종업원들도 그네들끼리 수다떨고 구역 정리하느라 바빠서 이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안보는데요?"
"아무튼 그만."
"알았어요."
제지하는 태환 선배의 말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뺨에서 손을 떼어냈다. 마침 종업원이 본요리가 나오기 전에 빵과 버터를 가져다 주었다.
따끈한 통밀빵을 잘라 버터에 발라 태환 선배 입에 가져다 대었다.
어서 먹으라는 제스춰에 어색해했지만 아~하고 입을 벌리고 받아먹었다. 왠지 재밌어서 몇번이나 그의 입으로 빵을 날랐다.
아기새에게 먹이를 건네주는 어미새같은 기분이다.
얼마 후 본요리도 나왔다. 요리를 한참 먹는데 하나둘씩 레스토랑 손님들이 들어왔고 어느새 한가하고 조용했던 가게는 부쩍 시끄러워졌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일찌감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먹었어요?"
"응. 이제 뭐할까?"
"글쎄...뭐하죠?"
"흐음...너네 집으로 갈까?"
"네?"
"딱히 생각나는 건 없고 양이 집으로 가서 놀자. 장봐서 들어가는거야. 내가 저녁해줄게."
"그것도 괜찮겠네요."
주변 사람들 눈치도 안봐도 되고 편안하게 밥도 먹으며 영화를 다운받아서 봐도 좋았다.
태환 선배의 의견에 적극 동조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 후식까지 먹고 가게를 나섰다.
"근처에 마트가 있으니까 그곳에 가서 저녁찬거리 사갈까요?"
"그러자."
주변에 있는 대형 마트로 들어가서 카트를 끌고 이것 저것 담았다. 태환 선배는 당근 하나를 고르더라도 꼼꼼히 살피며 골랐는데 무척 익숙해보였다.
요리를 잘하는 것으로 보아 익숙한 것은 당연할런지 몰랐다.
가만히 카트를 끌며 태환 선배 뒤따라서 가다가 마트 안에 돌아 다니는 사람들을 보았다.
주말에 비하면 적은 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로 부적거렸다. 걔중에는 연인이나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우리는 저렇게 안보이겠지?
보이는게 이상할터였다.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큰 남자 둘이었다.
그냥 친구나 선후배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주 연인 티를 내며 다니지 않는 이상에는 결코 보이지 않을 터였다.
"후우..."
그것은 좀 아쉽다. 일반적인 연인으로 보일 수 없다는 것은.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양."
"네?"
"카레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오늘 저녁은 카레에요?"
"그럴까해서. 많이 만들어놓고 두고 두고 먹기에도 좋으니까. 아, 저것도 사야된다."
어느정도 재료가 카트를 채운 후에야 장보기가 끝이 났다.
계산을 위해 계산대로 가는 도중에 술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술 마실까?
내일은 주말이니 걱정없이 술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태환 선배는 술에 약한데, 물어볼까? 옆에 있는 태환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 우리 술도 마실래요?"
"술?"
"네. 와인도 좋고 소주도 좋고 맥주도 좋고."
"음...그럴까? 그러면 성용이도 부를까? 술 좋아하는데..."
"네? 선배 잊은건 아니죠? 우리 데이튼데...이래봬도."
"아, 그렇지. 헤헷. Sorry. 그럼 양은 어떤 술 좋아해?"
"전 아무거나 잘 마셔요. 선배는 어때요? 주량이 약해도 좋아하는 건 있을거 아녜요."
"음...난 와인? 그나마 와인은 잘 마셔."
"그럼 와인하고 소주 사죠."
와인 두병을 고르고 소주도 세병을 샀다.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하고 비닐봉투에 담았다.
잔뜩 담은 봉투들를 양손에 드는데 태환 선배가 한쪽 비닐봉투의 손잡이를 잡았다.
"나도 들게."
"아니에요. 안무거워요."
"그래도..."
"괜찮으니까 어서 가요."
이정도는 혼자서 들어도 충분했다. 나의 말에도 미안한 기색이 어려있어서 대신 가방을 들어달라고 했다.
"그럼 갈까요?"
"가자."
장 본 물건들을 들고 자취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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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히륜입니다.
어제 못올리고 오늘에서야 찾아뵙습니다ㅠㅠ
다름이 아니고 어제 내내 바빴고 야근도 하느라 틈틈이 쓸 시간이 없었네요.
거기다 몸살기도 있어서 쌍화탕 먹고 바로 잤어요.
지금은 괜찮아졌고...단지 두통이;;;
현재 집이 아니라서 약이 없어서 못먹고 있는데 어서 가서 먹어야겠어요.
순진(?)했던 쑨양이 적극적으로 변신...ㅋㅋ 한쪽이 얌전하면 답답해서 저렇게 되나봅니다^^
아니면 사랑에 빠진 남자라서?ㅋㅋㅋㅋㅋ
불마크 기대하신 분들...죄송합니다만...ㅎㅎ
아직 불마크는 없습니다!☞☜ 있더라도 야하지 않을 거에요^^
그럼 7일동안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암호닉】
ㅌ/흰구름/꽃게/유스포프후작/우구리/마린페어리/박쑨양/촹렐루야/잼/초코퍼지/쌀떡이/꾸워엉/탱귤탱귤/응가/햄돌이/토야/이율/아와레/허니레인/태꼬미/포스트잇/샤긋/딸기빼빼로/소띠/광대승천/태환찡/쥬노/빠삐코/초코퍼지/잼/렌/비둘기/박태쁘/아스/아마란스/뺑/피클로/하늬/양갱/화뉴/옥메와까/밧짱과국대들/탱귤/찰떡아이스/또윤/토야/응가/고무/사과담요/부레옥잠/소어/태쁘니/연두연(연두)/레인/귤/수풀/리엔/고구미/눕는독자ㅇ〈-〈/텔라/@(골뱅이)/하양/양양/차느/너구리/식빵녀/앙팡/하늬/까망이/반오십/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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