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알고 난 후부터 , 매일 매일이 지옥같았다. 백현이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 할 것 같았다.
나는 정말로. 일기를 펼치기 전까진 몰랐었다. 그가 나와 같은 중학교에 다녔다는 것도, 옆 반이라 항상 우리반을 찾아왔단 것도.
내 짝지가 되기 위해 담임을 찾아갔다는 것도. 내겐 이미, 너무도 익숙한 그를 사랑하게 될거란 것도.
백현이 다시 나타나 주기만 한다면 , 나는 그 어떤짓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마지막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흐린 눈엔 내가 담겼을까 , 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열린 너의 집에 매일 찾아가 , 청소를 하고 . 또 너를 기다리고 . 일기를 써서 침대위에 올려두었다.
2013년 12월 20일
백현아, 오늘도 니가 너무 보고싶었어. 김종인도 널 많이 걱정해.
2013년 12월 25일
메리 크리스마스 백현아.. 너 기다리면서 생각해보니까 항상 나는 니 목소리에 적응을 못했더라구.
근데 그게 , 떨림이였다? 설레임이였다? 그랬었어. 그래서 그렇게 불편했는데 , 나만 몰랐었어.
2013년 12월 31일
벌써 올해의 마지막 날이야 백현아. 오늘은 찬열이가 코코아를 사줬어.
근데 한약보다 더 쓴거있지. 니가 줬으면 달았을텐데.
2014년 1월 2일
백현아, 나 포기하지마. 난 바람 싫어해.
2014년 1월 5일
있잖아. 이 목도리 내꺼 맞지..? 근데 나 이거 하고 다녀도 너무 춥다, 니가 없으니까.
2014년 1월 9일
변백현 왜 이젠 꿈에도 안나와..? 아파도 좋으니까 다시 나와주면 안돼?
2014년 1월 12일
백현아 오늘은 내 생일이야. 너는 4년동안 몰랐겠지?
너 없으니까 재미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다. 이번 생일선물로 서프라이즈! 하고 니가 나타나 주길 바랬는데..
너는 어디가 시작이였어?..어쩌다가 날 만났었는지 기억나? 내 마음은 또 어디가 시작이였을까?
2014년 1월 20일
어딨어 백현아..? 내가 ..내가 잘못했어.. 보고싶다.. 사랑해, 백현아.
ㅡ
2014년 12월 1 일
백현아, 나 대학교 붙었대. 이제 조금 있으면 졸업이래. 나는 10년이고 20년이고 너랑 고등학생으로 머물고싶다.
시간을 돌리고 싶다. 한 번만이라도 널 다시 보고싶어 백현아..
미친듯이 울고싶었지만 나는 마음을 꾹 다잡았다.
이건 내가 감당해야할 일이였다. 혼자 안절부절 못하고 마음을 키워가던 어린 백현이를 생각하면 이런건 아무것도 아니였다.
ㅡ
이젠 나에게 우리집보다 너의 집이 더 익숙하다.
오늘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슥, 슥 종이가 팔랑이는 소리에 , 나는 이제 환청을 듣나 했어 백현아.
너를 너무 그리다가 , 이젠 환상을 그려내나 했어 백현아.
어디서 그렇게 , 초췌해진 얼굴로 나타난건지. 그래도 그 마른몸이 못본사이 좀 더 뼈대가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어 백현아.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자 내가 써둔 일기를 보던 니가, 돌아선다.
"안녕?"
그 목소리가, 익숙하다고 여기고 늘 지나쳤던 목소리가 내게로 왔다.
참고 또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니가 어디서 무얼했건 , 지금 이게 꿈이건 환상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이렇게 내 눈앞에 있는데.
달려가 안기고 싶은데 그럴 자격도 없었다. 안아버리면 니가 또 사라질까 두렵기도 했다.
"바람이 되려고 , 그랬어 경수야."
니가 환한 미소로 웃었다.
"근데 내가 욕심이 커져서 , 자꾸 망설여지는거야. 바람이 된대도 영원히 니 곁에 머물 수가 없을거니까. 난 짝사랑이였으니까."
나는 우는 와중에도 고개를 힘껏 저었다.
"바람은 싫어 경수야?"
"싫..어.. 싫어 백현아. 나는 .. 나는 니가 좋아, 바람이 아니라 니가…"
어느새 성큼 다가온 니가 날 안았다. 따뜻한 온기를 보니 , 이건 분명 꿈이 아니였다.
"많이 보고싶었어. 오랜시간 널 기다렸어. 그리고…"
너의 검은 눈동자에 내가 가득 들어섰다. 그리고 , 그 다음의 말은 내가이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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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nificant _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하찮은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익숙함이, 그 사소한 것들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사실 언제든 돌아보면 , 조금만 신경 썼다면 일기를 읽기 전에도 경수는 제 마음을 알았을거에요.
그 전부터 경수도 백현이에게 설레이는 감정을 느꼈으니까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을 지나 , 후회하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지금이 아니면 , 그 마음이 어떤것이던 표현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지금 여러분의 옆에는 누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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