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두툼하게 입고 나온 외투가 무색 할 정도로, 겨울은 그렇게 어느순간 나의 곁에 와 있었다. 시린 손끝을 주머니 안 깊숙이 넣어두곤 몸을 잔뜩 움크린채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린건지, 당최 올 기미가 없는 버스에 도로 저 끝을 바라보며 애가 탔다. 괜히 스마트폰을 홀드 버튼만을 껌뻑거리며 시간을 확인 할 수록 불안해질뿐이였다. 약속 장소는 따듯한 실내임에도 혹여라도 추위에 떨며 나를 기다릴까 하는 헛된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버스 안에서도 걸리는 신호마다 어쩔줄을 모르고 기사 아저씨와 창밖만을 번갈아 보았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이였다. 급한 발걸음으로 버스에서 내린 그 순간, 내 코 위로 하얀 눈송이가 얹혀졌다. 동시에 가던 발걸음도 멈춰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올해의 첫눈을 바라보자니 괜시리 기분이 묘해졌다. 카페에 도착하니 언제나처럼 나를 보곤 예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네가 있었다. 꽤나 늦은 나에게 장난스럽게 찡찡거리는 너였지만, 그런 모습 조차도 내게는 다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곧 너는, 나의 어깨와 머리에 걸쳐있는 눈송이를 발견한건지 몸을 내 앞으로 숙여 너의 따듯한 손으로 툭툭 무심하게 내 머리에 눈송이를 털어주었다. 너는 아무 뜻 없이 한것일지 모르는 행동이였지만, 내게는 그것이 얼마나 설레던지 말이다. 내게 마실것을 사온다며 자리를 뜬 너였고, 난 네가 자리를 비운동안 거울을 꺼내들어 머리를 정리하고 괜시리 립스틱을 덧발랐고, 내 머리를 쓰다듬던 너의 큰 손이 생각 나 괜시리 얼굴이 달아올랐다. 머그잔 두잔을 가져 온 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머그컵 속 라떼 아트가 예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는것을 보며 너는 예쁘지 않냐며 웃었고, 떨려오는 마음에 괜히 너에게 틱틱거리며 라떼를 휘휘 저어버렸다. 뭉게지는 하트 모양을 보며 울상을 지으며 네가 말했다. '아, ㅇㅇㅇ!여자애가 무드도 없어...그거 내가 너 줄려고 부탁한거란 말이야 바보야.' 나는 당황한 기색으로 너에게 틱틱대며 대꾸했다. 너에게 매번 틱틱대는 나의 입에 나는 속으로 땅을 치며 후회했다.정말 나는 네 말대로 바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머그잔을 다 비워갈때쯤,너는 테이블 위로 예매권을 척 하니 올려놓았다. 평소 보고싶어했던 영화 예매권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것도 너와 함께라니 마냥 행복한 나였다. 카페에서 나온 후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찬 기운에 몸을 움추렸다. 그런 나를 보고는 너는 거북이 같다 놀려대더니 이내 내 어깨에 네 손을 올리더니 날 너에게로 끌어 당기던 너였다. 거리에선 내리는 첫눈 때문인지 벌써부터 캐롤이 흘러 나왔고, 너의 입에선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 흘러 나왔다. 좋아한다고. 네가 날 좋아한다고. 'ㅇㅇ아, 나 너 좋아해.나랑 연애하자.' 너의 달달한 한 마디에 나의 사고회로는 정지되었고,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너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렇게, 첫눈은 너와 함께 내 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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