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켜 주세요!
시끌벅적하던 세상이 점차 고요해지기 시작하고,
커튼에 가려진 창문 밖으론 달빛뿐이 은은하게 세상을 감싸안고 있었다.
삐걱 거리는 낡은 나무 계단만의 특유의 소리가 나더니, 이내 여자가 아이를 안고 침실로 향했다.
그녀는 새근새근 잠이 든 아이를 조심스레 침대에 뉘이곤, 몇번이고 이불을 고쳐 덮어주었다.
그녀는 아이가 사랑스러운지 웃음기 띈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이가 이대로 천사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다고.
아이가 상처 받지 않도록, 아무도 아이를 해치지 못하도록.
아이의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아이가 자라고, 아이는 곧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될 테였다.
짝사랑 하는 어떤이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친구와의 다툼으로 상처를 받기도,
자신이 했던 결정을 후회하기도,
그 누구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슬퍼하기도 하며,
그렇게 아이는 자라 갈 것이다.
그녀는 어떤 누구에 의해서도 아이가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랬다.
바라고 또 바랬다.
그녀는 자신이 지난날들을 되짚어갔다.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젊은 날의 모습과,
멋모르던 시절 어머니의 차를 타고 등교를 하는 것이 무엇때문인지 부끄러워
어머니께 학교 앞이 아닌 버스 정류장 앞에서 내려달라며 그녀도 모르는 사이 어머니의 가슴에 상처를 준 일.
그녀에겐 너무도 커 보였던 초등학교의 운동장과,
학교가 끝나자 마자 친구들과 분식점에 들러 떡볶이를 먹고, 근처 문구점에 들러 이것 저것 구경도 하며,
불량 식품을 부모님 몰래 사 먹기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노을이 질 때 즈음에야 집에 들어가는것이 당연했던 그 때와,
신나게 놀고 들어가 들었던 어머니의 잔소리도,
치익-거리는 밥솥의 소리와 다 되어가는 밥 냄새.
그 모든것들이 그리웠고, 그녀는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만 싶었다.
시간은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만 갔고,
그녀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었다.
어른이 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으며, 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녀는 잠이 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자라지 말아달라고.
이렇게 자그마한 아이로 남아달라고.
아무도 너를 상처 입히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그녀의 바람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그녀의 귀엔 새근거리는 아이의 숨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고, 시간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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