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괜찮다니까, 네 할일 하거라. " " 명입니다. 지키라 하셨습니다. " " 누가, 대체 누가 그랬단 말이냐 " " 작은 도련님께서 …. " " 가라. " " 안됩니다. 저는 " " 학연이를 불러와라. 시킬 것이 있다. " " 저에게 말하십시요. 왜 구지 " " 데려와. " " 예. " 매몰차게 사람을 내보내버린 재환이 학연만을 기다리고 있을때, 학연은 창고를 치우고 있었다. 본래 원식이 도맡아하는 일이거늘 무엇이 그리 급한지 걸레를 손에 쥐어주고 뛰어가는 원식때문에 하던 일도 마저 못하고 그대로 간 창고에는 청소를 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분별이 안될정도로 먼지가 자욱히 끼어있었다. " 개새끼.. " 안그래도 더러운 옷 더 더럽히면 면역력이 약한 재환에게 더 안좋을지도 모르건만, 좀 있다 와서 하면 되지 왜 구지 시키는 건지. " 아 진짜. " 어차피 검사할 사람도 없는데 깔끔하게 해봐야 누가 보겠나. 손이 닿는 곳만 대충 스윽 닦던 학연이 편평한 농 위에서 무언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 무슨 쓰레기를 창고에 …. " 잔뜩 구겨져있는 종잇장을 펴보니, 이것저것 그림인지 글인지 모를 것이 하얀 백지를 빽빽히 채워 놓았다. 번지고 바래져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보이는 몇몇 글자가 학연의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학철 학운 학윤 학연 흑연 창연 호연 재연 연날리기가 하고싶어서 지었다던 재환의 말은 전부 거짓이였다. 남들은 접촉하기도 싫어하는 한낱 노비일뿐인 자신에게 이리도 신경을 써서 죽을때까지 평생 남을 이름을 만들어준 재환을 생각하니 다시금 학연의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얇은 것 두꺼운 것 한개씩밖에 없는 옷이지만 재환을 보기위해서라면 조금 추운 것쯤은 견딜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있다간 언제 또 말할 기회가 올지 몰랐으니 " 학연이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어? 어어. " 재환이 쓰고있던 종이를 다급히 숨겨놓은채 학연을 맞이했다. " 뭐 숨기시는 거 있으십니까. " " 몰라도 된다. 또 왜. " " 찾으셨지 않습니까. " " 아 맞다. 찾았었지. " " 할 일이 있으십니까? " " 아니 내가 너를 꼭 일이 있을때만 부르냐? 한 두번도 아니고 매일. " " 도련님, 제가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하세요. " " 뭘. " " 제이름, 엄청 고민하신거 맞으시지요? " " … 아니거든? 그 그뭐냐, 연꽃을 봐서 생각난 거라니까? " " 지난번엔 연날리기라더니 " " 아. 맞다. 아 …. " " 왜 그러셨습니까. 어차피 저는 이름따위 없어도 널린 이름 하나 주워다 쓰면 그만인데. " " 내꺼하려고. " " 그건 또 무슨 … " " 네가 안배워서 모르는지는 몰라도 원래 자신의 것엔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너같이 까만게 이름도 개똥이나 말똥이면 … 어휴. " " 제가 무슨 도련님 것입니까.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 좀 제발 " " 내가 너랑 입술을 몇번이나 맞대었는데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야? 어이가 없어서 정말 " " 부르신 용건이 무엇입니까. " " 또 또. 불리하니까 말 돌리는것 봐. " " 제가 눈 앞에서 사라져 드려야 " " 어허이. 됐고, 나 지금 뭐 먹고싶어. " " 말씀을 하셔야 가져다 드립니다. " " 니가 좋아하는거 아무거나. 먹고싶어. " " 왜 이러십니까 또. 지금 제 수준 보고싶으셔서 그러시는 것입니까? " " 아니야 그런거! 그냥, 음.. 감주? 아 아무거나 가져와. 목말라. " " 물 드세요. " " 싫어. 밍밍해. " " 차 드세요. " " 질려. " " 알겠습니다. " 학연이 돌아서 입을 삐죽이며 밖으로 나갔다. 재환이 숨겨두었던 종이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떼었다. 하얀 종이 위에 써져 있는 글자는 유서 라는 두 자 뿐이였다. " 이것은 … 접어두어야 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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