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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야. 이기적이고 속된 말로 시커먼 속물같은. 

 

 

 

강연을 듣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 가득 들어찼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연신 나에게 강연이 불편하지는 않았냐고 묻던 너.  

 

 

괜찮았어. 안 불편했고.  

 

 

기독교적인 성향이 없잖아 있었기에 너는 다른 종교인 나를 걱정했다. 정말 괜찮았어? 걱정어린 목소리. 평소와는 다른 네 모습에 나는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다. 의외다, 너. 

 

 

 

뭐가? 

 

 

 

이렇게 안절부절해 하는 거, 말이야. 

 

 

아..... 

 

 

침묵 속에 가라앉는 대화. 덜컹 거리는 지하철. 온기가 도는 내부. 창밖으로 지나가는 우리의 색. 녹아없어질것 같은 몸과 흘러가버릴것같은 마음이 교차했다. 그 와중에 무릎위의 가방끈을 꾹 쥐는 손이 얇은 내 눈동자에 어린다.  

 

 

 

..있잖아. 

 

 

응.  

 

 

눈치챘지? 

 

 

...대충.  

 

 

 

눈을 감는다. 흔들리는 몸체에 가지런히 놓여진 머리카락이 어깨를 스친다. 네가 한숨을 쉰다. 곧 떨리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나는, 네가 조금 알거라고 생각했어. 내 주위에서 생각이 깊은건 너뿐이니까.  

 

 

생각보다 심하게 흔들리는 몸, 목소리.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린다. 얘기, 하고 싶은 거 있어? 내 물음에 네 눈가에 물기가 스며든다. 해도 될까? 응. 

 

 

 

그리고 이어지는 네 이야기. 태초부터 시작된 우리와, 사탄과, 지옥, 천국, 그리고 신. 한없이 떨리는 너와 지켜보는 내 고요한 눈길과 검은 마음.  

 

 

 

....한번만, 속는 셈 치고 나와줄 수 있어?  

 

 

 

강요가 아니었다. 요구도 은밀한 뜻이 담긴 것도 아닌 그저 순수한 마음. 자신이 왜 이러는지 같이 알아주면 안되겠냐는 간절함. 

차라리 누가 시켜서 그랬던 거라고 했으면 거절이나 속 시원히 했겠다. 그러나 그럴수없었다. 내가 상처 입힐 네 순수함과 투명함이 너무 깨끗했기에 어물쩍 어물쩍 꺼낸 말들이 내 목구멍에서 네 귀로, 마음으로 넘어간다.  

 

 

 

나는, 그냥 그런사람이야. 너희를 만나면서도 속으로는 불행을 바라기도 하고 견제하고, 거짓 웃음이나 짓는. 이기적이고 속물이지. 네가 생각하는 것 만큼 완벽하지도 않고 철두철미 하지도 않아. 오히려 파고들 허점이 많지. 그걸 교묘하게 가리기 위해 쓸데없이 세운 벽들이 감당이 안될정도로 늘어났고 그것 때문에 힘들때면 잡아줄 사람도 없어. 그만큼 외로워진거야.  

 

 

...날 믿지마. 대단하게 여기지도 마. 찬찬히 들여다보면 남은게 없는 썩은 과육일 뿐. 

 

 

 

말하는 내내 몇번 지하철이 정차했다. 열린 문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스며드는 찬 공기. 차갑게 얼려져서, 너를 상처입히는 내 부속물들. 

 

 

 

그래도 난 이제야 네 진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그래서 그래. 

 

 

 

다음 역이 종점이자 우리의 도착지. 문이 닫히고 달리기 시작하는 지하철. 나는, 진짜 이야기를 한 건가? 

 

 

 

나는 지옥에 가고 싶지 않고 벌을 받고 싶지도 않아. 그런데 그게 내 신앙심의 이유는 될 수 없어. 그것보다 더 한 것이 날 깨닫게 하니까.  

 

 

안내의 목소리와 네 목소리가 겹친다. 울먹거리는 말. 미안하다는 말.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 나 자신... 

불안정함 가운데 서서 방관만 하는 이기적인 나. 결국에 그런 인간일 뿐인 나. 

 

 

어느 새 도착한 역. 잠시 끊긴 대화는 입에 위태롭게 매달려 나를 짓눌렀다. 느리게 빠져나가는 둘. 바람 소리에 예민해진 귓가. 

 

 

 

이제는 진짜 갈라질 시간이구나. 나는 입술을 꾹 눌렀다가 내뱉었다. 

 

막연한 말로 이 상황을 넘길 바에는, 그냥 말할게. 

 

 

심호흡을 하고, 열린 입에서 얼음 조각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온다.  

 

 

..난 못 갈거야, 아마. 나 자신을 믿는것도 벅찬데 무엇을 믿겠어. 네가 했던 말들을 너무 값지게 생각하고 네 마음도 알아. 용기내준것도 고마워. 그런데 나는, 생각해봐도 

 

 

 

안 되는구나, 싶어. 

 

 

 

.... 

 

 

 

 

...미안해. 

 

 

 

 

버스를 타고 손을 흔드는 네 얼굴은 내 얼음 조각들로 얼룩져있었다. 손끝부터 굳어버리는 미안함. 언젠가는 내 몸 전체가 얼룩지겠지.  

 

 

얼룩진 나에게 너는 무슨 말을 해줄까. 날 봐주기는 할까. 너를 보지못한 나를 미워할텐데. 

 

 

 

이토록 다른 우리. 잠시나마 알았다고 생각한 상대를 결국엔 알지못했단 실망감, 서운함. 그리고 터져나온 한숨.  

 

 

 

미안해 

 

 

이 말 한마디가 왜 이리 무거운건지.  

 

 

 

 

 

 

 

 

 

 

 

 

+) 

 

 

 

 

널 미워하지않아. 오히려 내가 미안해 모진말들에 상처받았을 너를 떠올리며 염치없이 이 글을 썼다. 마지막까지 못된 리나를 용서하지 말기를.  

 

 

 

그리고 고마워, 단면적인 내 모습이 아닌 입체적인 내 모습을 본건 너뿐이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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