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놓다
글을 쓸 때면 늘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손에 쥐는 느낌이 든다. 오랫동안 품고 있기만 했던 것들. 내가 만든 아이들.
미미한 눈이 내린 새벽. 내 안에서만 존재해왔던 아이들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어김없이 컴퓨터를 켜고 시린 눈으로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모니터를 보고 있노라면, 이따금씩 한 문장을 채 쓰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밀려오고는 했다. 차마 내보낼 수가 없어서. 손에 쥠과 동시에 바스라 져 없어질 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랬다. 나는 그만큼 미련했다.
한 번은 그래도 써보자, 라는 마음으로 한 문장 한 문장씩 써내려가기도 했다. 펜을 쥐고 노트에 적거나 컴퓨터를 켜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식으로. 그렇게 때때로 내 아이들은 내 안에서 꺼내져 형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 가지 않았다. 원고를 반쯤 썼을 무렵, 나는 새벽에 일어나 이유도 없이 미리 인쇄해 놓은 원고를 들고 집 근처에 위치한 산으로 갔다. 그 때가 겨울이었다. 차가운 눈이 한없이 날렸다. 눈꺼풀 위로 계속해서 내려앉는 눈과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굳게 쥔 종이. 내뱉어지는 하얀 숨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채웠지만 얼마 안가 산 중턱에 도착한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나는, 내 것들을 태우러 왔구나.
결국 세상 밖으로 완전히 나가지는 못하는 구나.
꺼내놓기에는 너무 여린 내 아이들. 미련한 나에게서 비롯되었기에 결국에는 세상 빛 하나 보지 못한 것들. 내 안으로 다시 돌아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것들.
언제부터 들어있었는지도 모를 라이터가 외투 주머니에서 나왔다. 나올 때 신발장 위에 얹어져 있던 걸 무의식적으로 챙긴 것 같았다. 어쩌면 무의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새 눈은 그쳐있었다. 탁, 하고 켜지는 불. 나는 혹시나 몰라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가로 갔다. 손에 쥔 원고가 차가웠다. 시렸다. 눈가가 따가워진다.
나는 내 아이들이 아프다. 내가 왜 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프다. 남들은 그 아픔을 그들과 나누자고 했지만 결국에 나는 모든 아픔을 내 아이들에게 전가하고야 말았다. 나만 품기에는 벅차서. 그래서 희생된 아이들. 내 아픔의 결정체.
잘 가.
일렁이는 불이 종이 끝에 닿자, 순식간에 타들어갔다. 검게 변하는 재와 계속해서 타오르는 불. 물속에 잠겨 떠내려가는 마지막. 갑자기 숨이 가빴다. 내가 이렇게 약했던가. 심장이 시큰거렸다.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나는 끝내 메마르게 변한 나뭇잎들 사이로 무너졌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주체 할 수 없이 삭막하게만 들렸다. 바스락 바스락. 내 아이들이 타들어 갈 때도 저런 소리를 냈다. 바스락. 아이들이 부스러지는 소리. 바스락. 아이들이 사라지는 소리. 바스락. 내가 무너지는 소리.
내 것들을 불태운 내가, 무너지는 소리.
그 후로 나뭇잎과 눈이 내 위를 덮고, 사람들이 얼어붙은 나를 발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인적이 드문 산이기도 하고 눈이 온 후라 추락사고의 가능성이 높아 사람들의 출입이 한동안 자제되었기 때문에 나는 꽤 오랫동안 그곳에 있을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검은 재를 쥐고서, 나는 멍하니 세상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런 나를 결국에는 내가 품어가야 할 것들이라는 듯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 오랜만이에요 |
글 하나 턱 던져놓고 잠적한 죄인인지라 오랜만이라는 말을 하기도 참 꺼려집니다. 잠적한 이유를 변명아닌 변명으로 말하자면 저번 글을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집에 있 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인데, 집안에 일이 있어서 거의 한달동안 친척집에 있다 왔습니다. 부모님이 사정상 다른 지역에 갔다 오셨어야 하는데 저와 동생을 돌봐줄 분이 친 척분들뿐이시라 약간 먼 삼촌집에 있다 왔어요ㅠ 몇 번 집에 오기도 했지만 글쓸 시간은 안 되었고ㅠㅠㅠ이번 달과 다음달 까지는 이래저래 밀린 것도 많아서 다 끝내고 나면 12월이 될 것 같습니다 이대로 쭉 잠적하기에는 제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때문에서라도 진짜 대역죄인 되는 길 직행이라 염치 없게도 돌아오고 말았네요 정말 죄송 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이혼에 관한 그녀들의 고찰은 이제 반 정도 써둔 상태입니다(저번 글을 포함해서) 아무래도 완성 하고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완성하면 들고 오도록 할게요 또 다시 기 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흑흑
오늘 올린 글을 제가 늘 하는 생각들을 그러모아 써보았습니다. 여태까지 내놓지 못한 것들이 정말 많아요. 써보지도 못하고 삭히기만 하는 것들도 많구요. 그래도 언젠가 는 꺼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편한마음으로 읽으셨기를.
늘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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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애슐리 가자는데 좀 정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