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간, 불과 몇분도 되지 않아 인터넷에 우리에 관한 기사들로 도배가 되었고, 우리 숙소에 있던 전화기는 불이났다. 우리 담당 매니저는 아니나 다를까 불같이 호통을 치며 말했다.
"당장 취소해! 키워주는 은혜도 모르고 말이야! 주제를 알아야지. 기것 띄워줬더니 기어오르는 것이 아주 개같구만 그래. 이래서 아랫것들은 잘해주면 안돼."
"..."
이 말을 동생들에게 들려 주고 싶지 않아, 아예 전화선을 빼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평소와 같이, 아니 조금 다른 내일을 위해 같은 방에서 일찍히 피곤한 몸을 누였다. 그렇게 소송을 넣은날, 우리는 거의 처음으로 12시까지 깨지 않고 깊은 잠에 빠졌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본적이 얼마만인지, 우리는 그런 심각한 와중에서도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12시가 되자, 갑자기 숙소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멍한 상태가 되어 어버버하는 사이, 그들을 우리를 던지듯 숙소에서 내보냈다. 우리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우리는 이미 잠옷바람으로 숙소에서 나온 뒤였다.
"...허."
우리는 거의 땡전 한푼없이 숙소에서 쫓겨 나야 했다. 이 상황에서 과연 무슨 할말이 있을까? 순식간에 쫓겨나버린 상황에서 말이다. 모두 갑작스럽게 당한 일에 얼이 나가있을때, 그나마 정신을 차린것은 리더 용국이었다. 그는 일단 서울에 사는 멤버들의 집으로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정신이 반쯤 가출해 있던 멤버들은 순순히 그의 의견에 동의 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우리 핸드폰도 없잖아. 연락을 어떻게해?"
"아 맞다. 돈도 없어. 요즘 공중전화도 찾기 힘들던데."
"...하아."
결국, 친화력 갑인 힘찬이 길을 가다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핸드폰을 빌려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깊이 이야기 하지 못해, 대충 휴가가 생겼다고 둘러대며 숙소 앞의 위치를 설명했더니 몇분도 지나지 않아 한정식 이름이 대문장만하게 붙은 봉고차가 왔다. 나이가 제법 든 중년 아저씨가 그들을 반겼고, 힘찬의 아버지에게 멤버들은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힘찬은 자신의 손을 아버지에게 숨기기 위해 애들을 밀며 서둘러 봉고에 태웠다.
"일단 우리집에 가서 밥 먹자. 아버지, 우리 아침도 안먹었어요."
힘찬의 부모님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주셨다. 3년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아들이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이라고 같이 왔는데 더 못차려줘서 오히려 아쉬워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아침도 아침이지만, 이런 음식다운 음식을 먹은지가 까마득하여 이런 음식들이 눈앞에 있는 것 만으로도 눈물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들은 용국이 신호를 하자마자 개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특히 대현은 체하는 게 걱정스러울 정도로 허겁지겁, 심지어 영재의 밥그릇까지 손을 대 영재의 찰지는 손목스냅을 맞을 뻔 했다고. 이에 힘찬의 어머니는 활짝 웃으며 한번더 대현의 밥을 가득 담아주었다. 그리고 더불어 용국에게는 집에서 담갔다는 보리차와 밥을 건내주었다.
"어디서 보리차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내가 제대로 들었나 모르겠구나."
"...감사합니다."
놀랍게도 그의 어머니는 각 멤버들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용국에게 준것도 그렇고, 대현이에게는 떡갈비를, 영재에게는 매운 갈비찜을, 종업에게는 한식에서 보기 힘든 쇠고기 튀김을 직접 만들어 주었고, 준홍에게는 직접 만든것 같은 얼린 홍시를 주었다. 그러면서 준홍에게는 아이스크림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미안해 했다. 용국은 그들의 가게에서 잡지를 모아놓은 책장을 보았다. 우리가 인터뷰한 잡지들이 모두 전시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리워하는 아들을 보기 위해 그들이 나오는 모른 영상과 잡지들을 모두 본것 같았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그럴까? 멤버들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 애써 괜찮을려고 했던 부모님이 미치도록 보고 싶게 되었다.
"...일단 오늘은 우리집에서 자고, 내일 각자 집에 가자. 일단 집에 전화 먼저하고."
그런 그들에 힘찬은 일단 각자의 시간, 아니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먼저 갖는 것을 제안한다. 실제로도 그들은 많이 지쳐있을 테니까. 그때, 조용히 생각을 하고 있던 용국이 말했다.
"아니, 부모님 무리가 되지 않게 나누어 지는 게 나을 것 같아. 찬이 너는 손 때문에 안그래도 놀랄 것 같으니까 나랑 같이 이야기하자. 대현이는 오늘 하루는 영재 집에서 자고, 젤로는 종업이랑 같이가. 돈은 급한대로 서울에 있는 놈들끼리 해결하고."
그렇게 일단 그들은 헤어졌다. 용국의 말대로 힘찬은 침착하게 자신의 손 상태에 대해 이야기 했고, 부모님들은 예상했던 대로 목을 놓아 울었다. 그나마 치료를 받으면 괜찮을 것이라는 어색한 위로를 하며 부모님을 진정시켰다. 다음날, 대현은 영재에게 돈을 빌려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용국은 대현을 붙잡고 '넌 일단 내려가서 무조건 귀부터 치료해.' 하고 신신 당부를 했다. 그리고 준홍이는 부모님이 오셔서 목포로 데리고 갔다.
"미안하다."
용국은 부모님 차에 올라타는 준홍의 어깨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너의 십대의 마지막, 어쩌면 우리가 쓸모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
"혀엉..."
준홍은 울듯한 표정으로 용국을 쳐다보았다. 키는 우리들 중에서 가장 큰 주제에 아직 형들 앞에서는 어린아이였다. 용국은 준홍의 머리를 흐트러트리며 웃었다.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우리들 중 원망할 사람 아무도 없어.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지."
그렇게 마지막으로 젤로를 떠나보내고, 그 자리에는 힘찬과 용국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그제야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기 힘들게 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잖아. 그거 이용하는 느낌이네."
"우리를 붙어 있게 하지 않으려는 수작이겠지."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그들의 의도대로 서로를 가족에게 보내주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저 이렇게
서로를 믿고,
서로를 걱정하는 마을을,
잡고 있는 손을 절대 놓지 않는 것 이외에는 말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 지를 말이다.
***
"에고! 형아 나 밥!"
"이제 그만 돈좀 내고 드시지?"
소송이 일어난지 약 2개월이 지났다. 제법 많은 일이 있었고, 인터넷이나 밖은 제법 많이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멤버들은 하루가 다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특히 종업의 말대로 심리상의 문제였는지 눈에 띄게 좋아진 손에 조금씩 부모님의 일을 돕기 시작한 힘찬, 그런 힘찬에게 종종 밥을 얻어 먹으러 오는 서울 출신 멤버들은 그렇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늘은 영재였다. 영재는 형이 동생에게 밥을 가지고 뭐라한다며 가득이나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힘찬은 피식 웃으며 밥을 차려주었다. 그러며 일본에는 잘 갔다 왔냐며 물었다. 영재는 여행 경비가 장난이 아니라며 투덜거렸다.
"휴식기라 생각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럴려고 했는데 그것도 결국 부모님 돈이잖아. 내돈은 소속사님이 꿀꺽하시고. 3년 번돈 1700만원은 손 떨려서 못쓰겠더라구요."
"모두 그렇지 뭐. 아, 대현이 돈은 왔냐?"
하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영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특히 준홍이야 틈만나면 형들이 보고 싶다고 문자를 하는데, 대현은 본체 상남자라 그런지 아니면 아직도 우리가 어색한건지 절대 우리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법이 없었다. 그나마 먼저 연락을 하는 사람이라면 동갑내기 영재 정도랄까.
"네. 세상에 인터넷뱅킹도 아니고 편지에 붙여왔습니다."
"풉. 어쩔 수 없잖아. 우리가 생전 스마트 폰이란걸 재대로 써먹길 했냐? 용국이는 아직도 스마트폰 여는 걸 못해서 끙끙거리더라. 스마트폰을 그렇게 꾹 누르고 있는 거 처음봄ㅋㅋㅋ."
"헐ㅋ. 너무 상상이 잘되서 더 웃긴데요?"
우리는 소속사가 준 돈으로 처음으로 값싼 스마트폰을 샀다. 그리고 엄마아빠 전화번호를 가장 먼저 입력하고, 다른 멤버들의 새 휴대폰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평생 외우고 있던 전화번호와 평생 외워야 하는 전화번호가 생겼다. 문제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생전 처음 써보는 것이라 쓰는 법을 익히는데 가득이나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어린 친구들이 학습력이 빠른편, 우리 '아제'라인은 아직도 핸드폰을 전화 받는 용도로 밖에 쓰지 못하는 것 같아 절로 씁쓸해 지는 힘찬이었다.
"우리 준홍이는 요새 신났어. 친구들끼리 몰려 다니는 데 재미 붙었나봐. 틈만 나면 친구랑 놀러간 사진 올리던데?"
"큭큭, 우리 천연기념물 이러다 어디서 여친하나 데리고 오는 거 아니예요?"
"난 우리 막내 어디서 욕같은거 배워올까봐 무섭다. 요새 그나이 또래 애들 무섭던데 말이야."
그들은 언제 어디서 만나든, 멤버들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또는 그리워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와중에 녀석 키가 계속 큰다고 걱정하던데요. 이런 부러운 시키. 벌써 키가 187이야. 우리 막둥이 어디간거야 ㅠㅠ"
"종업이는 자는 걸로 뽕을 뽑을 듯. 요새는 3시간 깨어 있고 다 잔다더라. 그 3시간도 트레이너랑 약속한 운동만 한다고. 얘는 요새 활동할때보다 몸이 더 좋아."
"특이한 넘."
"그러니까."
대충 설거지를 끝낸 힘찬은 손을 툭툭 털려 수건으로 손을 딱았다. 특이했다. 활동을 할때는 장구를 칠때 만들어 졌던 굳은 살이 사라졌었는데 지금은 물집이 잡혀 있었다. 악기를 다시 시작했다는 말이겠지. 영재는 그의 부르튼 손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제법 우리들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 그래서 더욱
"...보고 싶다."
"그러게."
서로가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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