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상속자들 09
얼굴에 잔뜩 상처를 달고 나타난 찬열이도 걱정이고,
화가 나서 식당을 박차고 나간 세훈이도 걱정이고,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식사를 끝냈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아직 남은 시간에 찬열이의 손을 잡곤 양호실로 향했다.
양호실 문을 여니, 아직 식사중이신 건지 텅 비어있다.
테이블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는 소독솜과 연고, 밴드를 챙겨 의자에 앉아있는 찬열의 앞에 섰다.
"누구랑 싸운거야, 얼굴이 왜이래"
"안 싸웠어-"
"그럼, 맞은거야?"
소독솜으로 상처난 입가를 살살 문지르는데, 찬열은 대답이 없다.
"진짜 속상하게 왜이래, 내가 아는 박찬열 아닌 거 같아"
연고를 짜내 입가에 발라주는데 찬열이 앉은채로 허리를 꽉 안는다.
그러곤 이내 배에 얼굴을 기댄다. 당황스런 마음에 왜 이래 하곤 살짝 비틀자 더 세게 안아온다.
"너무 힘들다 000"
"응?"
"너한테 다가가기가 너무 힘들어"
"무슨...."
"너 00그룹 알지, 그게 내 새아버지 회사야. 엄마는 첩이고, 새아버지 본처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게 우리반 담임이고 엄마가 어렷을 적부터 형을 못살게 굴어서 형은 회사에 모든 지분을 포기
하고 선생님이 됐어. 그래서 나만 보면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주먹부터 휘둘고, 이 상처도 형이 그랬어."
처음 듣는 찬열이의 집안 얘기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대자,
찬열이 고개를 들어 웃어보인다.
"표정이 뭐 그리 심각해-"
"아.."
"곧 종 치겠다, 얼른 가자"
팔을 잡아끄는 찬열이를 따라 걷는 복도, 찬열의 뒷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좋지 못하다.
바보 박찬열- 진작 말했으면 내가 위로라도 해주었을텐데, 잡혀있던 손을 빼내곤 뒤에서 찬열이를 끌어안았다.
"박찬열 바보"
찬열의 등에 고개를 묻고 부비적 대자, 찬열이 감싸안은 손을 잡아온다.
"너만 옆에 있어주면 나는 괜찮아-"
교실에 도착해 시간표를 살펴보니 경영 수업이다.
수정이에게 물어 교과서를 챙겨들고 교실을 나서는데 비서 아저씨가 앞을 막아선다.
"저녁에 00그룹 사모님과 저녁 약속이 있어, 지금 샵으로 가셔야 합니다, 이사장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챙겼던 교과서를 다시 사물함에 넣고 찬열이에게 짧은 인사를 하곤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섰다.
차에 올라타자 언니가 손을 뻗어 꼬옥 안아온다.
"어우 우리 이쁜이- 점심 맛있게 먹었어?"
"응! 근데 저녁 약속인데 왜 지금 가?"
"이모님이 새로 지은 홍콩 호텔에서 저녁 식사 하자고 해서~"
"호..홍콩?"
샵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직원들이 죄다 나와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어색하게 인사를 받고 언니와 나란히 앉았다. '어떤 머리로 할까요?' 하고 묻는 물음에
언니를 바라보자 싱긋 웃고는 '깔끔하게 해요' 한다.
한시간동안 머리에, 네일에, 메이크업 까지 다 받고
직원이 건내주는 원피스로 갈아입고 나오자 쏟아지는 반응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어우 우리 별이 저렇게 예뻐서 어떻게- 걱정이다 걱정!"
"막내 아가씨 너무 예쁘세요"
"너무 아름다우세요"
폰을 꺼내 마구 사진을 찍는 언니 덕분에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남자를 따라 긴 통로를 걸어가는데 유리 너머로 비행기들이 보인다.
"언니 우리가 탈 비행기는 어떤거야?"
"으음, 요기 앞에 작은 비행기, 우리 회사 전용기야. 좀 큰게 있는데 그건 아버지가 타고 가셨나보다"
세상에 전용기라니, 대통령만 가지고 있는게 전용기 아닌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만 깜박거리니 언니가 웃음을 터뜨리며 머리를 스다듬는다.
"자- 이제 탑승하실까요 아가씨?"
전용기 내부는 정말 화려했다. 보기에도 푹신한 의자들과 벽 한쪽편엔 큰 티비도 걸려있었다.
자리를 안내하는 스튜어디스에 살짝 고개를 숙이곤 뒤를 따랐다. 커튼을 걷자 조금 더 안락한 좌석들이 자리해 있다.
히익- 이렇게나 넓다니, 얼떨떨한 기분에 연신 주위를 두리번대자 언니가 귀여워 죽겠다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또 폰을 꺼내든다.
포도주스를 홀짝이며 언니의 얘기를 들었다.
오늘 만나는 00그룹 사모님은 엄마와 오래된 친구인데 나를 찾았단 소식을 듣고선 펑펑 우셨다고 했다.
다음달까지는 스케줄이 빠듯하다 하시더니 오늘 아침에 전화가 오셔선 홍콩으로 오라셨단다.
언니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 이제 홍콩 상공에 도착했다는 기장 아저씨의 말에
풀어두었던 안전벨트를 다시 고쳐 메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의 신기함도 잠시
아까전 이륙할때 깜짝 놀란게 생각나 비장하게 주먹을 지어보였다.
잔뜩 긴장해 있는데 언니는 야속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또 카메라 셔터 누르기 바쁘다.
이륙보다는 수월했던 착륙에 한숨을 쉬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벗어둔 구두를 슬리퍼와 바꿔신고 언니의 손을 잡고 공항을 나와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잠시 저녁을 먹으러 온 것이지만, 첫 해외여행에 잔뜩 들떠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와- 멋지다
얼마지나지 않아 도착했단 말에 차에서 내려 호텔을 올려다보는데 끝이 없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 층 스카이라운지에 도착하자
지배인이 정중히 인사하곤 제일 안쪽 방으로 안내한다.
-똑똑
"이사님 손님 오셨습니다"
문이 열리고 언니의 뒤를 따라 들어가자 보기에도 값비싼 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들고있던 와인잔을 놓고 달려온다. 울먹이며 품에 안는 아주머니에 이상하게 가슴한쪽이 뭉클했다.
"별이- 정말 예쁘게 컸구나, 정말 예쁘게 컸어, 엄마를 쏙 빼 닮았네"
"아..안녕하세요.."
"너희 엄마 살아있었으면 정말 좋아했을텐데"
"이모, 앉아서 차근차근 얘기해요~"
자리에 앉아서도 연신 두 손을 꼭 붙잡고는 눈물을 훔치셨다.
괜히 같이 눈물이 나와 울음을 터뜨리자 당황한 언니가 달려와 아주머니와 나를 달래기 바빴다.
"어휴, 내가 진짜 청승이다. 정말 잃어버린 내 딸이 돌아온 느낌이라 너무 기뻐서 그랬어"
"이모도 참!"
-똑똑
"이사님 아드님 오셨습니다"
"아! 우리 아들도 오라고 했어, 새로 나온 바이크 사준다니까 냉큼 오는거 있지?"
문이 열리고 보인 얼굴에 헉 하고 소리를 내자, 다들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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