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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방과 후 아무도 없는 텅빈 도서관, 지금 이 시간의 도서관은 정말 좋다.

책 한권을 골라 창가에서 제일 가까운 자리에 의자를 꺼내어 앉았다.

촤륵- 책 넘기는 소리만이 고요히 도서관을 울리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책에 두었던 시선을 들어 문 쪽을 바라보자 노란머리를 한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삐딱하게 서 있는 세훈이 보인다.

오늘은 또  어디서 뭘한건지 얼굴 한쪽에는 상처까지 달고 왔다. 속상한 마음에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돌렸다.

 

 

 


"나 다쳤어, 이것 좀 봐"

 

 

 

 

앞자리에 의자를 꺼내어 앉은 세훈이 자신을 봐달라며 칭얼댄다.

오늘은 절대 안 넘어가. 내가 싸움은 절대 하지말랬는데, 뭐가 자랑이라고!

세훈을 무시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턱하니 책 위에 손을 올려둔다.

지금 화가 났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입술을 질끈 깨물고 바라보자, 손을 뻗어 입술을 살살 만진다.

 

 


"왜 입술을 괴롭혀-"

 


"너 미워 저리가"

 

 


책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자 덩달아 일어난 세훈이 팔목을 덥썩 잡아온다.

 

 


"왜 미워, 밉다는 말 취소해 얼른"

 


"싫어, 미워!"

 

 


잡힌 팔을 빼내려는데 세훈이 잡은 손에 더 힘을 준다. 포기하고 자리에 앉아 잔뜩 노려보자

저벅저벅 걸어선 옆자리에 앉는다. 화난 사람은 난데 오히려 본인이 더 뚱해 있다.

 

 


"내가 왜 미워-"

 


"몰라서 물어? 학교는 왜 이제오구, 얼굴에 상처는 또 뭐야?"

 

 

 

남들 다 집에 간 시간에 뭐가 자랑이라고 교복을 입고 왔는지 모르겠다.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상처에 또 입술을 깨물자 세훈의 인상이 뒤틀린다.

그러곤 이내 마른세수를 한번 하더니 입을 연다.

 

 


"등교하다 바이크 사고났어, 그래서 병원에서 검사받다 이제 왔어"

 

 

 

저 입을 어쩌지 정말, 얼굴에 상처를 달고 와선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더니

그렇게 타지 말란 바이크를 타고 등교하다 사고가 났단다. 어쩜 저렇게 얄미운 말만 해댈까.

어떻게 벌을 줘야할지 곰곰히 생각하는데 별안간 양 팔을 쭈욱 뻗는다.

무슨 행동인가 싶어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자, 안아달라며 칭얼 댄다.

 

 

 


"안아줘, 나 아프잖아"

 

 

 

얼씨구, 잘못했단 말은 절대 안하지?

드르륵- 의자를 밀어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덩달아 일어나는 세훈을 지나치는데 뒤에서 와락 안아온다.

이게 진짜,

 

 

 

 

"잘못했다 여보야 다시는 안그럴께"

 

 

 

 

 

 

 

 

 

 

 

 

 

-

덥다며 땀 흘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이다. 코트에 목도리까지 꽁꽁 싸메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노란머리에 후다닥 달려가자 나를 본 것인지 세훈이 눈을 접어 웃는다.

 

 

"춥지?"

 

 


고개를 끄덕이자 세훈이 팔을 뻗어 어깨를 감싸온다. 백화점 앞은 벌써부터 대형 트리가 반짝이며 어두운 밤을 밝히고

트리 앞에선 사람들은 사진 찍기 바쁘다.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사람 구경을 하는데 별안간 눈 앞이 깜깜하다.

 

 


"누굴 그렇게 쳐다봐 질투나게-"

 

 


어휴, 질투 대마왕.

옆에서 나란히 걷던 몸을 돌려선 내 앞에 우뚝 선다. 그러고는 자신만 보라며 얼굴을 감싸온다.

넘어진다고 똑바로 걸으라는데도 나를 바라보고 서선 손을 꼭 잡고 뒷걸음질을 한다.

넘어지면 어쩌려구! 하자, 그럼 나 여기 뽀뽀하면 비켜주지-하곤 자신의 입술을 가리킨다.

오세훈.. 이 변태..! 기회만 있으면 스킨쉽하려고!

 

 

 
까치발을 들어 쪽 하고선 소리나게 입맞춤을 해주자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다시 나란히 서서 손을 꼭 잡고 거리를 걷는데, 귓가에 들려오는 캐롤송이 정겹다.

그러고보니 세훈이랑 같이 맞는 크리스마스가 올해로 세번째구나.

 

 

 

 

 

 

 

 

 

 

-

고등학교 입학 첫날 만난 세훈이는 나를 꽤나 당황시켰었다.

자습시간 문을 쾅하고 열고 들어와선 내가 마음에 든다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눈 앞의 휴대폰을 멀뚱히 쳐다만 보자, '번호 찍어' 라며 나를 재촉했다.

반 아이들의 눈이 다 나와 세훈이를 향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느릿느릿 번호를 찍어주자,

전화랑 문자하면 씹지말고 재깍재깍 답해 하곤 교실을 나갔다.

 

 

그 날 부터 세훈이의 적극적인 구애는 한달이 넘도록 계속됐다.

같이 아침을 먹자며 빵과 우유를 사서 교실에 들고오거나, 쉬는시간 마다 짝지를 몰아내곤 내 옆에 앉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물어봤다. 

내가 장난삼아 염색하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하자,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 거렸다. 그래도 노란머리는 포기 할 수 없다며

자신과 이 머리색이 잘 어울리지 않냐며 합리화를 시켰다. 그 외에도 점심시간이면 꼭 앞자리에 앉아 반찬을 올려주고 내가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

방과 후가 제일 귀여웠다. 교문 앞에 바이크를 세워두곤 분홍색 키티 헬멧을 내밀었었다. 오토바이 사고를 눈 앞에서 목격한 적이 있어

오토바이를 타지 못한다며 정중하게 거절하자, 눈에 띄게 당황하더니 '그..그럼! 같이 걸어가자!' 라며 앞장 서 걸었다. 그 뒷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애써 웃음을 감추곤 세훈이와 나란히 걸었다.

 

 

한달이 넘도록 같이 등교하고 하교하며 세훈이에 대한 감정이 커지고, 점심시간 강당으로 오란 세훈이의 말에 강당 문을 열었을 땐

양초로 만든 하트 속에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세훈이였다. 지금보다 더 잘해주겠다며 눈을 질끈 감고 꽃다발을 내미는 세훈이의 모습이 귀여워

하마터면 진지한 상황에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사귀고나서의 설렘도 잠시 머리색만 불량한줄 알았던 세훈이는 잊을만하면 얼굴에 상처를 잔뜩 달고 왔다.

그때마다 펑펑 울기도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세훈일 무시하기도 했다. 화를 낼 때면 세훈이는 곤란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하더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애교를 부려댔다. 뿌잉뿌잉하고 양 주먹을 볼에 가져다 댈때면 울다가도 웃음이 터져 화를 더 내지도 못했다.

 


하루는 세훈이와 싸웠던 학교의 애들이 우르르 나를 찾아와 으슥한 골목길로 몰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데

백마탄 왕자처럼 나타난 세훈이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무서운 표정으로 마구 주먹을 휘둘러 댔다.

싸움이 끝나고 골목 구석에 쭈그려있던 나를 향해 걸어오는 세훈이의 모습에 왈칵 눈물이 쏟아져 한참을 품에 안겨 울었다.

흐윽, 입술 터졌잖아 어떻게 하고 얼굴을 쓰다듬자 이 정도는 괜찮다며 다시 다정한 세훈이의 모습으로 웃어보였다.

 

 

 

 

 

 

 

 

 

-

떠오르는 옛 기억들에 웃음이 나 보조개가 푹 패일 정도로 웃자, 세훈이 볼을 꾹꾹 누르며 왜 웃냐고 물어댄다.

 


"그냥 니가 좋아서"

 

 
늘 생긴것과 다르게 너무 무뚝뚝하다며 칭얼대던 세훈이 나의 애정표현에 당황해 얼굴이 벌게졌다.

푸흐-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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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너무좋다ㅠㅠㅠ이렇게단편도조아여작가님!!♥저번거는좀진짜좀무서웠는데이번거는달달해서참좋네여..ㅎ마침지금이겨울이니까더잘어울리는것같네여..ㅎㅎ잘읽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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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짱달달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단편도 좋네여ㅠㅠㅠㅠㅠㅠ세훈아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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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완전달달해요ㅠㅠㅠㅠㅠ여자지킬줄아는 오세후뉴ㅠㅠㅠㅠㅠ좋아여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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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ㅠㅜㅜ오세훈짱달달하다ㅠㅜㅜ단편너무마음에드네요ㅠㅜ(/^0^)/♥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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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이야 세훈이... 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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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69
겁나...좋다....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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