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_03(2)
By.푸른빛
순영의시점
아버지께선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들보단 딸을 더 가지고 싶으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기때문에 아버지에게 더 잘보이고 싶었고, 내가 태어난걸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고 싶었다.
공부를 잘해도 상장을 받아와도 아버지께서는 바라봐주시지 않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 내 능력으로 팀장에 자리까지 올라왔었다.
직급이 올라가고 아버지도 나이가 드시며 나에게 점점 의지하시는 모습을 보며..
이게 내가 원했던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아버지께선 나에게 며느리가 보고싶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아버지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결국 아버지는 또 딸 같은 며느리를 보고싶다 하셨다.
난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를 바라며 왔는데..
그렇게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gk그룹 외동 딸과 혼인을 하라고 하셨고,
아버지께서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며 초조해하고 계셨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처음보았기 때문에 나는 알겠다고 했고,
아버지께서는 처음으로 내게 환한 웃음을 보여주셨다.
그렇게 좋으실까...
아버지에게 gk그룹 외동딸과 만나는 장소와 시간을 듣고
미리 가서 앉아있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다가온 여자는 정말 예쁜 웃음을 지으며 내앞에 앉아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짜증이났다. 이 여자도 원해서 하는 결혼이 아닐텐데 왜 바보같이 나온걸까...
밀려오는 감정들 때문에 말이 좋게 나오지가 않았다.
"아시다시피 우리 결혼 둘다 원해서 하는거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어른들앞에서만 잘합시다."
내가 말을 하고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앞에 앉은 이 여자는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네..? 아니. 저도 원해서 하는 결혼은 아니지만 초면에 이건 예의가 아니죠"
빠르게 흔들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나는 더 적반하장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럼 나랑 사랑이라도 할 생각이였나? 다음주 목요일 저녁7시 상견례라고 하셨으니까 6시 50분에 같이들어가죠 아그리고,
어른들은 지금 우리 둘 데이트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더 모진말을 하고 그자리를 도망치듯 벗어났다.
"웬만하면 오늘은 늦게 들어가셨으면 좋겠네요 똑똑하다고 들었으니 제 말 이해하셨죠?"
정말 주차장까지 어떻게 온지도 모르겠다
운전석에 앉아 머리를 박으면 왜 그런말들을 했는지 계속 후회를 했다
상견례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아버지께 다시 말씀을 드려야하는 걸까...
회사는 얼마나 더 커지려고 이렇게 일이 많은건지... 벌써 내일이 상견례날이다.
저번에 그렇게 모질게 말했는데...날 좋게 볼리가 없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우리회사 여직원들에게는 그렇게 행동했던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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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0분 레스토랑 앞]
김여주씨한테 문자를 보내고 상견례 장소로 갔다.
문앞에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여주씨가 서있었다.
작은키에도 불구하고, 예의를 차리기 위해 신은 구두가 위태위태하다.
얼른 다가가 허리를 감으니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데...가까워진 거리에 귀가 뜨겁다.
빨리 들어가야겠어
"가죠" 라는 짧은 한마디를 하고 들어가려다 옆 거울을 보니 입은 웃고 있었고, 귀는 정말 빨갛게 열이 나고 있었다.
권순영 미쳤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가 부모님들께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허리에서 손을 떼고 의자를 밀어주며 앉으라 말을 하곤 나도 내자리로 돌아왔다.
그러자 갑자기 어머니가 여주씨한테
"새아가 순영이가 잘해줘요? 애가 워낙 무뚝뚝한데.. 오늘 여주씨 만난다고 아침부터 나갔지 뭐야?"
아... 망했다 여주씨를 보며 속으로 제발만 외쳤던것 같다
그런 여주씨는 처음만났던 그 예쁜 웃음보다 더 환한 웃음으로 어머니께
"순영씨가 일찍 만나자고 해서 영화도 먹고 점심도 먹었었어요"
라며 나를 안심시켜줬다. 그렇게 주제를 돌리기 위해 저녁을 먹자고 말을 했고,
마지막으로 나온 스테이크를 잘라서 접시를 바꿔줬다.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기도 잠시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이렇게 잘 맞아서 참 다행이구나"
하시며 어른들과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나도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여주씨를 보니 고개를 숙이고 계속 음식만 먹고 있었다, 저러다 체하면...
"저,화장실좀..."
저럴줄 알았다. 급히 나가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
"저도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여자화장실 앞에서 몇분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여주씨를
기다리며 서있으니 아까보다 수척해진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여주씨를 보니 나도 모르게 또 말이 좋게 안나왔다.
"겨우 그거 좀 연기했다고 벌써 이러면 어떻하려고 그럽니까 안들키게 잘 좀 하세요"
하고 여주씨를 잡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여주가 속이 안좋았나봐요 저희는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여주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줄게요"
"그래그래 속이 안좋으면 빨리 들어가서 쉬어야지 얼른 들어가보렴 새아가"
"네..어머님.."
"어머...어머님이래요 호호호 잘들어가렴~"
"네"
그렇게 우린 레스토랑을 나왔고, 미련한건지 멍청한건지 한소리를 하려고 뒤를 돌자 금방이라도 안길것만 같은 자세로
나를 밑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곤 아무말도 못하고
"집에 혼자 갈 수 있죠? 전 약속이 있어서..식장에서 봅시다"
라는 말만 남기고 차를 끌고 빨리 그자리를 벗어났다
권순영 넌 아픈사람을 저렇게 버려두고 가냐...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누우니 레스토랑에서 나와 가까웠던 얼굴이 떠오르자
집엔 잘들어갔나 걱정이 됐다.
그것도 잠시
"내가 왜 그여자 걱정을 하는거야 알아서 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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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려고 계단에서 내려오니 어머니가 내일 웨딩샵을 가야한다고 말씀해주셨고,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출근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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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도착에 팀장실 이라고 써 있는 방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마이를 걸고 앉으니
뭐가 이렇게 많은지 오늘도 야근을 할 것 같다.
생각보다 할 일은 더 많았고 내일 웨딩샵으로 가는건 어려울것 같다.
내일 아침에 어머니께 대신 가달라고 말씀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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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알겠다고 대답을 해주셨고,
회사에 출근을 했더니 김대리가 달려와 중국바이어와의 미팅이 취소되어 다른분을 찾아야한다는
말도안돼는 소리를 해서 회사는 비상이 걸렸고,
여러 곳에 전화를 돌리며 오후쯤이 되서 회의에 들어가게 되었다
앞에서 PT를 넘기며 설명을 해주는데 머리가 아프다
옆에서 불빛을 내며 울리는 핸드폰을 보니 익숙한 이름이였고,
"여보세요"
[아,권..순영씨]
"네"
[저..그..김여주 인데요]
"용건만 말하죠"
[..내일 턱시도 맞추시고 목요일에 웨딩촬영 있다고 해서요 가능하세요? 아니면 다른ㄴ..]
"그렇게 해요"
갑자기 들어오신 전무님 때문에 여주씨와 통화를 바로 꺼버릴 수 밖에 없었다
[ㄴ,.]
..뚝
그렇게 미팅은 무사히 다른 기업이랑 협약을 맺어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고,
목요일날 웨딩촬영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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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드레스를 입은 여주씨는 정말 예뻤고, 귀가 또 빨개질까봐 조마조마 했었다.
마지막으로 키스신이라는 말을 듣고 무슨 자신감이였는지 여주씨의 허리를 감고
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나름 꾸미니까 봐줄만은 하네"
"...흡.!"
좋아요!!!!찰칵찰칵 카메라 셔터소리는 그 후로도 계속 들렸던 것 같다.
그렇게 촬영을 끝내고 여주씨를 보니 힘이 다 빠져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차안에서 여주씨가 차를 타고 가는 것까지 보고 나서 나도 출발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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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우린 차를 탔지만
요즘 업무가 너무 많아서 신혼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다. 어떻게 말을해야 할지 몰라
20분정도 갔을까 도로변에 차를 새웠고,
"내리죠?"
"네?"
"설마 진짜 신혼여행 갈 생각이셨습니까?"
"아니..!"
"내려요. 집으로 가있으세요 저는 들릴때가 있어서.."
"안내립니까"
"하.."
여주씨는 차에서 내렸고, 나는 차를 빨리 출발시켰다
내가 지금 이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자주가는 술집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열고 익숙한 번호를 눌렀고,
알겠다는 대답을 듣고 상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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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일이야 권순영이 술을 다 먹자하고? 결혼식은 잘끝냈냐"
"야..민규야..."
어렸을때부터 나는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고, 고등학생때 민규를 처음 만나 민규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줬었다
지금도 항상 내가 도움이 필요할땐 옆에서 묵묵히 들어주는 의리있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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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에게 지금까지 내가 여주씨한테 했던 행동과 느꼈던 감정을 말하니
김민규는 내 뒷통수를 쎄게 치며
"미친새끼"
"야 뒤질래"
"어휴 이 병신아 넌 너가 좋아하는 여자를 그렇게 버리고 가냐"
"....좋아해?내가?"
좋아한다고..?
"그래 새끼야 잘해줘도 모자랄판국에 어휴"
그후로 나는 민규의 말을 듣고 정말 들이붇듯이 술을 먹었던것 같다.
비틀거리며 잘안풀리는 도어락을 간신히 누르고 들어오니 불은 다 꺼져있었고,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우니 내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나와 눈을 맞추고 누워 있었다.
....손을 뻗으려했는데
눈이 감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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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얼마나 마신건지...눈을 간신히 뜨고 밖으로 나오니..
여주씨는 쇼파에서 불편하게 자고 있었다.
밤새 여기서 잔거야? 하...
여주씨를 공주님안기로 안아서 방침대에 눕히고 급히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고,
출근 준비를 다 했는데도 안일어나길래 깨우지 않고, 주차장에서 캐리어를 꺼내 다시
집으로 올려두고 식탁에 쪽지를 쓰고 회사로 출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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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보다 눈이 피로해 고개를 젖히고 목을 돌리는데 익숙한 이름으로 전화가 와서
받으니...
"여보세요"
"...."
"여보세요 말해요"
상대방이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길래 답답해 한번더 말을하니 그제서야 목소리가 들렸다.
"아..그..그러니까..저녁! 준비하려고 하는데 몇시에 퇴근하세요?"
"8시요"
"아..! 네 알겠습니다"
"네"
짧은 통화를 마치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려 했는데...
다시 민규가 한말이 떠올랐다.
"어휴 이 병신아 넌 너가 좋아하는 여자를 그렇게 버리고 가냐"
좋아하는...
이제 일찍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