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초.
4월 8일.
"아버지! 저기에 큰 마트가 있어요."
"저기가 미용실인가봐요."
"어? 병원이 많아요. 여기 동네는 아픈 사람이 많은가봐요."
"...찾았다!"
내가 찾고 있던 장소를 찾았다.
"순영아~"
점점 속도를 늦추는 아버지에 곧 집에 도착하는구나 싶었을 때
짐을 옮기자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나도 팔소매를 올리며 짐을 옮겼다.
해가 질 때 쯤 짐을 옮기느라 녹초가 되어 버린 나와 아버지를 본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밥을 차린다는 말을 남기시고 부엌으로 가셨다.
"아버지!! 나 놀이터에 갔..."
어느샌가 눈을 감고 주무시는 아버지에 나는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 나 놀이터 갔다와도 돼요?"
내 말에 뒤를 돌아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이시며 물어보셨다. 길은 알고 말하는 거니? 라는 말에 어머니의 걱정이 사라질 만큼 자신감 있게 말했다.
"아버지랑 여기 오면서 길은 다 외웠어요!!"
내 말에 웃으시고는 조금만 놀다가 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얼른 신발을 신고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예뻤다. 하지만 길 주변에 잔뜩 피어 있는 벚꽃보다는 내가 놀이터로 가는 발걸음이 더 중요했다.
Puppy Love
안보인다. 여기도 아니다. 아버지랑 같이 봤던 길이 아니다. 이쪽도 아니다.
아직 놀이터를 찾지 못한 나는 더욱 더 발걸음을 재촉했고 재촉하면 재촉할 수록 내가 보지 못 했던 길들이 나왔다.
그리고 내 눈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르기 시작했고, 어느 골목 한 가운데, 나는 결국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
무서웠다.
아버지한테 혼나겠지? 이제 어머니를 못보면 어떡해? 나쁜 사람이 나를 데리고 가면 어쩌지..
온통 부정적인 생각에 눈물은 끊임없이 나왔고 점점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흩날릴 정도로 불어왔고,
그때 잠깐의 벚꽃향기가 내 코를 스쳤다. 그리고...
"너 왜 울고 있어?"
그 여자아이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Puppy Love
내가 대답이 없자 굽히고 있던 무릎을 펴곤 나랑 똑같이 내 옆 바닥에 앉아 나에게 다시 물어봤다.
"왜 여기서 울고 있어?"
그 여자아이가 하는 행동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나에게 물어보는 질문에 무언가에 홀린 듯 바른대로 말을 했다.
길을 잃었다고.
"아, 길을 잃었구나.."
내가 한 말을 다시 되짚어 말하더니 표정을 찡그리며 고민을 하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는 엉덩이를 털며 일어나더니 나에게 한 쪽 손을 내밀었다.
무릎을 감싸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어 여자아이의 곧게 뻗은 손만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더 고개를 올려 그 여자아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여자아이는 나를 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내가 찾아줄게."
그 말에 나는 또 다시 무엇에 홀린 듯 무릎을 감싸고 있던 팔을 풀어 여자아이의 손을 잡았고 일어났다.
Puppy Love
"너 집 근처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해?"
어디로 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까부터 잡고 있던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여자아이가 가는 곳을 그냥 뒤따라가기만 했다.
그리고 여자 아이의 말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 우리 집 근처에 뭐가 있었지...
"우리 집 가는 길에.. 병원도 있었고, 미용실도.. 아! 그리고 놀이터!! 미끄럼틀이 두개 있는 놀이터가 있었어!"
아버지와 같이 오던 길을 생각하며 내가 봤던 걸 여자아이에게 모든 걸 말해줬다.
하지만 내 말은 도움이 안된 듯 난감한 표정을 짓는 여자아이에 나는 시무룩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표정을 알아챈건지 여자아이는 손사래를 치며 집을 꼭 찾아주겠다며 내 손을 더 꽉 잡았다. 그
때 우리 주변에 있던 벚꽃나무가 또 바람에 흔들려 벚꽃이 흩날렸다. 그리고 그것을 멍하니 보다 생각이 났다.
우리집 근처에 있는 많은 벚꽃 나무들이....
"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우리 집 주변에 벚꽃 나무가 엄청 많았어."
내 두팔을 쭉 뻗을 수 있는 만큼 쭉 뻗으며 벚꽃 나무가 엄청 많다는 것을 어필했고,
그 여자아이는 내 모습을 보더니 풋하고 웃었다. 여자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고 내가 당황하자 여자아이는 말했다.
"아, 미안. 귀여워서.."
그 말에 나는 사고회로가 멈춘 듯 했고, 그 모습을 본 여자아이는 한 번 더 웃더니 내 한 쪽 손을 잡아왔다.
"나 너네집 알 것 같아. 얼른 가자!"
아직도 정신 못차린 나는 손이 잡힌 채 질질 끌려갔고, 그 여자아이의 뒷모습만 바라 봤다.
Puppy Love
그렇게 여자아이의 뒷 모습만 보다가 나는 걸음을 빨리해 여자아이의 옆에서 걸었다.
여전히 손은 놓지 않은 채로. 내가 옆에 있는 모습을 보더니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내 이름은 김여주야. 너는?"
"나는 권순영이야."
서로 통성명을 하고 있을 때 점점 내 눈에 익숙한 거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봤던 미용실, 그리고 놀이터....
그리고 우리 집에 다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많은 벚꽃들이 피어 있는 벚꽃나무들.
그 뒤로 우리 집이 보였고, 우리 아버지 차가 보였다. 나는 그 아이의 손을 잡아당겼고, 그와 동시에 그 아이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저기가 내 집이라고.
그 아이는 내가 가리키는 쪽을 본 후에 나를 보며 집 찾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해줬다.
"그런데 아까부터 신경쓰인게 있는데.."
신경 쓰이는 거?
그게 뭘까하다가 나와 손잡고 있는 여주의 손이 보였다
. 물론 내가 먼저 잡은 손은 아니지만 나도 생명줄 마냥 잡고 있던 손이기에 혹시나 불편했을까봐 나는 얼른 손을 떨쳐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순식간에 떨어진 손을 바라보다가 여주는 그게 아니라며 나에게 한발짝 한발짝 다가왔고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질 때 쯤 여주가 발꿈치를 올렸다.
내가 당황하는 사이 여주는 팔을 올려 내 머리에 있던 벚꽃 잎을 떼어주고는 나와 거리를 다시 넓혔다.
"이거. 아까 바람 불 때 너 머리에 붙은 거 봤었거든."
내 손을 올려 손바닥을 펼치게 해 놓고선 벚꽃잎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인사를 했다.
"순영아. 얼른 들어가, 걱정하시겠다."
여주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뒤를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 뒷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쯤 집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집에서 놀이터를 갈 때와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놀이터에서 집으로 가는 길...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여주를 처음으로 만났던 그 순간의 향기가 느껴졌다.
문득 고개를 올려 주변을 살펴보니 놀이터 가기 전에 느끼지 못했던 벚꽃나무들이 보였고,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들이 유독 예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손바닥에 있는 꽃잎이 유독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Puppy Love
2016년 3월 15일
"대박이지 않냐!?!??"
별 것도 아닌 일에 옆에서 대박이라고 말하는 이석민에 별 다른 호응 없이 길을 걸었다.
사거리 신호등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고, 그리고 나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야!!! 권순영!! 또 어디 가!!!!"
달렸다. 그리고 또 달렸다.
초록불 신호등이 깜빡이면 더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혹여 내가 달리고 또 달려서 잡으려는 사람이 그 아이가 아니라고 해도 좋다.
이렇게 널 찾고 싶은 만큼 내가 널 아직도..
"찾았다."
내가 아직도 널 찾으려고 하는 습관도,
그냥 그런 풋사랑에 멈춘게 아니라것도
나에게서는 참 다행이라고.
발코니의 주저리 주저리 |
무슨 소재가 떠오르면 이렇게 글을 쓰는 좋지 않은...습관이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uppy Love가 풋사랑이라고 하네요. 첫사랑으로 하려다가 풋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