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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넝 전체글ll조회 1014




미완성 오르비스 1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스름한 어둠이 깔린 아침이였다. 오랫동안 잠을 잔 흔적으로 눈이 퉁퉁 부었다. 경수는 핸드폰 시계를 보며 어두운 거리를 열심히 뛰었다.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겨울같은 봄은 차가웠다. 경수가 헉헉거리는 숨을 내뱉을때마다 허연 김이 나왔고 숨을 깊게 들이마쉴때마다 코 안쪽이 찌릿했다. 얼굴을 반쯤 가리는 검정색 안경이 위아래로 정신없이 흔들린다. 뛰어가면서 경수는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경은 진짜 쓸만한게 못된다. 


 사실 경수는 눈이 매우 나빴다. 왠만해서는 주변에 있는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잘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경수는 보통 콘택트렌즈를 매일 끼고 다녔지만, 오늘 아침은 시간이 부족했다.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된 3월 초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서였다. 평소같지 않게 오늘 아침은 좀처럼 눈이 떠지질 않았다. 조금 더 뒤척이다 잠에서 깨어난 시간은 6시 반이였다. 평소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밴 경수답지 않게 삼십분이나 오버해버렸다. 덕분에 매일 꼬박 먹던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차마 끼지 못한 렌즈는 학교에 가서 끼기로 하고, 학교 가는동안은 집에서만 끼는 안경을 대신 갖고 나왔다. 안경끼는게 불편하고 이상해서단 이유로 밖에서는 거의 끼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안경마저 없다면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이였다.


 집 밖으로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7시가 훌쩍 지나가고 있다. 새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각을 할 것같다. 이제 수능을 일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수험생. 경수는 이제 자신이 수험생이라는 생각에 부담감에 눌려 미칠 것만 같았다. 엄청난 크기의 바위에 눌려 아둥바둥거리는 자신. 아…, 진짜 공부 열심히 해야지. 생활패턴이 흐트러지면 앞으로의 생활도 도미노처럼 모두 엉망진창일 거다. 가뜩이나 공부도 못하는 편인데 지각이라도 면해야지. 

 
 학교가는 버스가 멈춰서는 버스정류장은 큰대로쪽에 있었다. 경수는 버스정류장이 건너편에 보이는 신호등에 멈춰서 숨을 골랐다. 

 " 헉…허억…. "

 금방이라도 목에서 무언가 올라올 것만 같이 목이 따갑다. 경수는 얼굴이 벌개져서 몇 번 크게 기침을 했다. 아, 진짜 죽겠다. 



 " 야, 김종인!!! "


 그 때였다. 엄청난 오토바이 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경수의 귀에 들어왔다. 부아앙- 소리가 난쪽으로 돌아보니 오토바이가 엄청난 속도로 인도쪽으로 딱 붙어서 달려오고 있는게 아닌가. 경수는 깜짝놀라 본능적으로 인도쪽에서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한발 뒤로 뺀 발에 땅에 닿음과 동시에 오토바이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경수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직접 부딫히지는 않았지만 놀란 탓에 경수는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 으.. 으악!! "


 무슨 미친새끼가 오토바이를 저따구로 타고 다녀! 경수는 벌렁벌렁한 심장을 부여잡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거리에는 사람도 별로 없어 목격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정말 하마터면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숨을 고르고 있는데 앞이 잘 보이질 않는다. 모든 물체들이 모자이크를 한것처럼 흐리게 퍼져보였다. 경수가 안경을 찾기 위해 손을 더듬었다. 

 " 아……. "

  오른손에 손가락이 엄청나게 아팠다. 경수는 오른손을 부여잡고 애써 고통을 참았다. 땅바닥을 굴러다니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겠고…. 아마 뒤로 넘어지면서 손가락이 꺾인 것 같다. 처음에는 정신없어서 아픈줄도 몰랐는데, 지금에서야 고통이 밀려왔다. 앞은 안보이고, 손은 아파 죽겠고, 학교는 지각이다. 경수는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였다. 진짜 울고싶다.

 " 어, 괜찮아? "

 누군가가 경수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들려오는 것은 엄청 낮은 남자 목소리다. 경수는 욱신거리는 오른손을 꼭 잡고 고개를 들었다. 경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최대한 촛점을 맞춰보았지만, 얼굴이 잘 보이질 않아 답답했다. 그의 전체적인 얼굴은 보였지만 이목구비가 흐릿하게 보인다. 조금만 얼굴을 가까이 하면 보이기도 할 것 같은데.


  " 방금 지나간 애가 내 친군데 미안, 미안. 혹시 어디 다친데 없지? "


 시팔. 아파 죽겠는데 다친데가 없냐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며 오른손을 꼭 부여잡고 고개를 푹 숙였다. 찬열은 고개를 숙인 경수를 보다 그가 잡고있는 오른손을 보았다. 그는 호기심에 경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 아아!!! "

 경수는 갑작스러운 아픔에 소리를 질렀다. 찬열은 경수가 아파할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터라 매우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 어…, 다친데가 있구나……. "

 경수는 짜증남 반, 아픔 반으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욕이라도 한바가지 해주고 싶었지만 소심한 경수는 차마 그럴 용기가 없었다. 찬열이 잡고 있던 손목을 천천히 놓아주면서 경수의 옆에 같이 쭈구리고 앉았다. 그는 경수의 옆에 앉아 얼굴을 보며 물었다.

 " 괜찮……? "
 " ……. "
 " ……지 않네. "
 " ……. "
 " 야, 피두 나……. "


 찬열이 바라본 경수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는 채로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자신을 보고 있었다. 게다가 잡고 있던 오른손바닥에는 껍질이 까져 피가 조금씩 배여있었다. 딱 보아도 절대 괜찮아보이지는 않다. 

 피도 난다는 그의 말에 경수는 오른손 손바닥을 보았다. 아스팔트에 크게 쓸려 피가 흐른다. 상처를 보니까 더 아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안경이라도 썼으면 그 새끼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을텐데. 경수는 아픈걸 꾹꾹 눌러 참으며 그에게 말했다. 
  

 " 앞이, 앞이 안보여. "
 " 뭐? "

 
 혹시 시각장애인? 찬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못본 것일수도 있겠다고.


 " 안경, 안경 좀 찾아줘…. "


 경수가 다치지 않은 왼손을 더듬으며 안경을 찾았다. 아…. 시각장애가 아니라 그냥 눈이 안좋은 거 였구나. 그래서 경수가 자신을 볼때 얼굴을 잔뜩 찌푸린 것이였다. 찬열은 미안한 마음에 안경을 같이 찾아보았다. 그러나 안경은 저 멀리 아스팔트에 떨어져 부러져 있었다. 찬열은 부러진 안경을 들고 경수의 곁에 다시 쪼그리고 앉았다. 산산조각난 안경을 보니 괜시리 미안해졌다.


 " 저기 안경 부러졌어. "
 

 경수는 찬열의 손에 있는 부서진 안경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눈동자를 돌리자, 경수의 눈에 그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경수는 가까이에 있는 터라 눈을 살짝 찌푸리고 글씨를 보았다. 잘 안보이기는 했지만 알아볼 수는 있었다. 박찬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경수가 자신의 명찰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와중 찬열도 경수를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복도 우리학교 교복인데?

 

 " 혹시 너 청한고 3학년 8반? "
 " 맞는데. "
 " 역시, 맞구나! 나 너랑 같은 반인데. "



 경수는 잠시 생각했다. 우리반에 박찬열이란 애가 있었나? 이름은 몰라도 반애들 얼굴은 대충 보았기 때문에 얼굴을 직접보면 생각날텐데 얼굴이 보이지가 않는다. 이놈에 망할 난시.


 " 얼굴이 안보여……. "
 " 아, 미안. 아무튼 병원 가자. "
 " ..병원? "


 찬열은 경수의 어깨를 부축하며 일으켰다. 손, 잘못됐으면 어떡해. 병원 가자. 찬열의 다정한 말에 경수는 말없이 찬열을 보기만 했다. 바로 옆에서 본 찬열의 콧대가 보인다. 찬열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니까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경수는 찬열의 또렷한 얼굴을 보고 싶었다. 흐릿하게만 보아도 정말 잘생겼는데. 

 경수는 찬열의 부축을 받고 힘겹게 일어났다. 손이 욱신거렸지만 크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나름 참을만 했다. 찬열은 도로쪽으로 나가 택시를 잡으며 궁시렁 거렸다. 


 " 하여튼 김종인 이새끼는 답이 없어요……. 잘못해서 사람 치기라도 했으면 어쩔거야? 진짜, 내가 다 놀랐네. "
 " ……. "

  그 미친 오토바이 이름이 김종인 인가보다. 찬열은 진심으로 짜증을 냈다. 표정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였다. 경수는 가만히 서서 찬열을 보았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택시가 찬열의 손짓을 보고 멈춰선다. 택시를 잡자마자 찬열은 경수에게로 달려와 팔을 잡아주며 넘어지지 않게 도와주었다. 


 "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닌데…. "
 " 그래두. 너 눈 안좋다며 넘어지면 어떡해. "


 팔을 단단하게 붙잡은 찬열의 손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막 기분이 나쁜 건 아니였다. 분명히. 그나저나, 얘는 원래 처음보는 애한테 이렇게 잘해주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경수의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찬열과 경수는 각각 택시의 뒷좌석에 앉았다. 경수는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았다. 달리는 차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직도 겨울같다.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학교는 갈 수 있을까? 이상하게 굴러가는 상황속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돈다. 경수는 다치지 않은 왼손가락을 움직였다. 까딱 까딱.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찬열은 창밖을 보고있는 경수를 보았다. 찬열이 보기에 경수의 표정은 조금 겁에 질려있는 것 같았다. 찬열은 잠시 경수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 다른데는 괜찮아? "
 " 어..응. 괜찮은 것 같애. "


 경수가 다친 자신의 손을 한번 바라보며 말했다. 찬열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다행이네. 경수는 찬열의 미소를 정확하게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웃고있을 얼굴이 어렴풋이 상상이 갔다. 이렇게 생겼을까? 어느새 경수는 오른손의 아픔따위는 머리속에서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






 " 오른손 네번째손가락과 5번째 손가락에 금이 갔네요. "
 " 네?! 그렇게나 심해요? "


 의사에 말에 찬열이 더 흥분해서 벌떡 일어났다. 경수는 놀란 표정으로 흥분한 찬열의 옷자락을 잡고 두어번 당겼다. 솔직히 조금 창피하다. 찬열은 경수의 손짓에 의자에 털썩 앉았다.


 " 엑스레이를 보시면 이렇게 금이 가있죠? 그래도 심한건 아니니까 아마 2주동안은 깁스하셔야 돼요. "
 " 네. "


 의사에 말에 경수가 끄덕이며 대답했다. 찬열은 망연자실한 눈으로 경수의 피나는 손을 바라보았다. 의사의 진료가 끝나고 옆에 서있던 간호사가 경수의 이름을 부른다. 


 " 도경수씨 깁스하셔야 하니까 따라오세요. "
 " 네. "

 경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호사를 따라갔다. 찬열도 경수의 뒤에 바짝 붙어 간호사를 따라갔다. 간호사는 친절하게 경수의 손바닥에 난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조금 따끔하긴 했지만 나름 참을만 했다. 그리고 네번째와 다섯번째 손가락에 단단한 석고를 대고 붕대를 칭칭 감았다.     간단하게 깁스가 끝나니 오른손이 매우 묵직해졌다. 불편하다.


 " 이제 가보셔도 되요. "
 " 감사합니다. "


 경수와 찬열은 치료실 밖으로 나와 병원 로비에 서있다. 경수는 깁스를 한 두 손가락을 빼고 나머지 손가락을 움직여보았다. 손을 들기도 힘들다. 하필이면 오른손을……. 내가 공부할 팔자는 아닌가보다. 경수는 앞으로 이 딱딱한 석고덩이와 삼주동안 일심동체가 되야한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한숨을 쉬며 처음 든 생각은, 일단 학교에 가자. 


 " 있잖아, 내 가방 앞주머니에 렌즈통 있는데 좀 껴줄래? "
 " 렌즈? "
 " 응. 깁스 때문에 못끼겠어. "
 " 잠깐만, 손 씻고 올께. "


  찬열이 화장실에 뛰어간 사이 경수는 가방 앞에 넣어둔 렌즈통을 꺼냈다. 그리고 가방안에 넣어둔 부서진 안경의 잔해들이 보인다.


 " ……. "


 깨져버렸다. 너도 이제 안녕.
경수의 어깨가 힘없이 쳐졌다. 마음이 뒤숭숭하다.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일지도 모른다. 그냥 모든것이 불안했고, 언제나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함께 있는게 아니었다. 그런 기분이 들때마다 경수는 말했다. 그냥 힘들어서 그래.


 저 멀리서 찬열이 뛰어오는게 흐릿하게 보인다. 경수는 멍하니 찬열을 보기만 했다. 

 " 많이 기다렸지? "
 " 아냐, 별로. "
 " 근데 왜이렇게 축 쳐져있어? "

찬열은 손을 탁탁 털며 물기를 털며 말했다. 고개를 숙여 경수와 눈을 마주쳤다. 경수는 남들이 보기에 자신이 기운 없어 보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냥 이상한 기분에 좀 생각좀 한건데 말이다. 경수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 그냥 힘들어서 그래. "


 그렇구나…. 찬열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는 불안한 기분을 찬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찬열이 왜?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찬열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경수의 옆에 앉아 렌즈통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는 웃음기 많은 얼굴로 말했다.


 " 이제 낄거니까 눈 감으면 안돼. 알았지? "
 " 응. "


 찬열이 경수의 정면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찬열은 손위에 렌즈를 올려놓고 경수의 눈커풀을 살짝 올렸다. 경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정말 크고 깊다고 생각헀다. 찬열은 집중해서 눈동자위에 렌즈를 살며시 끼웠다. 렌즈는 빨려들어가듯이 눈동자 위에 자리잡았다.


 " 오른쪽 끝. "
 

 방금 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왼쪽에도 렌즈를 끼웠다. 경수는 큰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잠시 이물감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찬열은 눈을 비비는 경수를 보며 씨익 웃었다. 


 " 됐어? "
 " 응. " 


 눈을 몇 번 감았다 뜨니 바로 앞에 또렷한 찬열의 얼굴이 보인다. 놀래 죽는줄 알았잖아! 경수는 놀란마음에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 노..놀랐잖아. "
 " 이제 잘보여? 이거 몇 개? "


 찬열이 세 손가락을 들어 흔든다. 빙글빙글. 경수는 또렷하게 보이는 배경 앞에 있는 찬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더…잘생겼어. 경수가 찬열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 세 개. "
 " 음, 잘 보이네. "


 이렇게 가까이서 그의 커다란 이목구비를 정면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다. 내가 너무 꿀리니까. 경수는 고개만 푹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 근데 이름이 도경수야? "
 " 응. "
 " 아까 간호사누나가 이름 부를 때 들었어. 내 이름은 박…. "
 " 박찬열. "
 " ……어? 어떻게 알았어? "
 " 명찰, 봤어. "



 찬열이 명찰을 한번 만지며 머쓱하다는 듯 씨익 웃었다. 역시 렌즈의 힘은 대단하구나. 찬열이 웃을때마다 경수도 희미하게 웃었다. 손을 까딱거리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온 몸에 씌어둔 방어막이 조금씩 사라진다.



 " 아, 지금 몇 시지? "
 " 거의 여덟시 반 다 되가는데……. "
 " 에? 벌써? 빨리 학교가자. "
 

 찬열이 경수의 손목을 잡고 벌떡 일어나 병원 밖으로 걸어나간다. 병원 문이 자동으로 스르륵 열린다. 열린 문사이로 얼음같은 찬바람이 둘의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따듯하다……. 경수는 붙잡힌 자신의 손목과 단단한 찬열의 손을 보았다. 길쭉길쭉한 손가락들이 보잘것이 마르기만한 내 팔목을 감싸고 있다. 불에 델듯한 뜨거움이 아니라 은은하게 전해져오는 체온. 차가운 바람을 가르고 따듯함이 온몸에 흐른다.
 
 의외의 행동에 경수는 정신없이 찬열의 옆모습만 바라보았다. 경수보다 한뼘정도 더 큰 찬열을 보기위해 고개를 살짝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경수는 전혀 힘든걸 느끼지 못했다. 마음에 쌓였던 눈이 사르르 녹는 기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 경수는 처음보는 사람과 전혀 대화를 잘 하지 못했다. 얼굴도 잘 마주치지 못한다. 그런데 찬열은 다른 사람들과 어딘가 달랐다. 친절하고, 다정하다. 뿐만 아니라 나를 편하게 만들어준다. 처음부터 내게 거리낌 없이 다가온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은? 찬열은 두가지 모두였다. 경수가 생각하기에 찬열은 정말로 대단한 애였다. 경수는 병원을 나서면서 생각했다. 정말로 찬열과 친해지고 싶다. 친해질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지금껏 태어나서 다른사람의 성격이 부러웠던 적은 지금이 처음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상한 기분은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다. 긴장되서 손에 땀이 찰 지경이다.


 찬열의 빠른 발걸음에 못이겨 끌려가다시피 경수는 걸었다. 키가 큰 찬열은 역시나 걷는 폭도 넓었다. 얘는 왜이렇게 걷는 것도 길쭉길쭉해……. 찬열이 크게 한걸음을 걸으면 경수는 작은걸음으로 두걸음을 가야했다. 그냥 가볍게 뛰다시피 빠르게 걸었다. 찬열은 뒤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손목을 단단하게 잡은 손을 놓지는 않았다. 찬바람이 경수의 코 끝을 매섭게 스쳐 지나가지만 경수는 춥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냥 여러가지 생각에 빠져나갈 틈도 없이 복잡하게 둘러쌓여있을 뿐이였다.



 




더보기



연재올릴까 말까 하다가 올려바여

지금 블로그에는 11편까지 쪄놨는데 한번에 몰아올리면 민폐 같아서 하루에 하나씩 올릴예정이여유ㅋㅋㅋ


백도 소말은 소멸된지 오래구.........^^ 기억하실랑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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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재밋어요...신알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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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진짜재밋네여... 신알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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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재미져요...담편 기대기대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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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대박..ㅜㅠㅠㅠ왅전좋아요신알신하고갊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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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오 훈훈해 ㅋㅋ 카디찬 좋아요♥ 분량도 많은편이공 ㅎㅎ 잘보구가요 신알 ~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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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헐..뭔가 훈훈해요ㅠㅠㅠㅠㅠ카디찬에다가..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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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아너무좋네요ㅠㅠㅠㅜㅜㅠㅠㅠ분위기도좋고ㅠㅠ신알신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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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신알신하고가요!!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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