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김태형/박지민] 남초 직장에서 살아남기
W. 티태
01 : 막내 몰이에서 살아남기
"이름아-"
"네!"
"음식 나왔어. 6번 테이블."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 가게는, 총 2층으로 된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주로 1층을 카페로 사용하고 2층을 레스토랑으로 쓴다. 레스토랑의 주방에는 세 분의 요리사가 계시고 직원은 나, 윤기오빠, 태형오빠, 지민오빠 이렇게 넷이다. 네 명이서 이층을 다 챙기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게다가 손님은 끊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한 층에 두명씩 나누어 일한다. 오늘은 내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날이고, 지민오빠와 일하는 날이다.
"오빠 이거 어떻게 해요..?"
"아. 이거 많이 안해봤지?"
나는 직원들 중에 막내다. 나이로 보나 일한 기간으로 보나. 일을 시작한 지 반년도 안되다 보니 모르는 것 천지다. 지민오빠는 대학생 때부터 여기서 일했다고 한다. 올해로 삼년 째라고 했나..? 아무튼 베테랑이다. 가끔보면 매니저인 윤기오빠 보다도 능숙하게 일을 해낸다. 게다가 사람이 왜 이렇게 순딩인지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오빠 8번 좀 가주세요!"
"어어. 알았어 그릇 안깨지게 조심하고!"
정신없이 그릇을 치우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훅훅 지나간다. 레스토랑이 한산해지는 시간은 오후 세시 쯤. 그때가 되서야 우리는 2층에 모여 늦은 점심을 먹는다. 대신, 요리사 분들이 해주시는 진짜 맛있는 점심.
"야 이름아. 오늘은 그릇 안 깨트렸어?"
"아 왜그래요 진짜! 딱 한번 깨트린거 가지고.."
"흐흐. 니 반응이 너무 웃겨."
태형오빠는 지민오빠와 동갑이다. 나보다 겨우 세 달 먼저 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이것 저것 잔소리에 장난끼는 얼마나 많은지. 누가 쿡 찌르면 발끈하는 성격 때문인지, 태형오빠는 물론 윤기 오빠와 가끔은 지민 오빠까지 합세해 나를 놀린다. 평소에 잘해주는 사람들 아니였으면 정말..그만뒀을 거야^^...
"아 진짜 맛있다"
"아 이름아. 아까 어떤 남자손님이 너 찾았다."
"에? 누가요?"
열심히 밥을 먹는데, 태형오빠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말 한마디만 던져놓고서 다시 밥만 우걱우걱 먹는다. 아오 저 인간 진짜.. 내가 태형오빠를 띠껍게 쳐다보고 있자 윤기오빠가 대신 대답해준다. 니가 마음에 든 것 같던데.
"..어이 오빠들. 봤어요?"
"어?"
나의 말 한마디에도 셋의 성격이 딱 드러난다. 밥을 깨작거리던 윤기오빠는 내 말에 힐긋 한번 쳐다보고선 다시 밥을 깨작거리고, 태형오빠는 볼이 터지도록 오물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지민오빠는 어? 하고 나를 쳐다본다.
"저 이런 여자에요, 알긴 하나?"
자신감 넘치는 내 말에 윤기오빠는 아무런 반응도 없고, 태형오빠도 다시 밥을 오물거리기 시작하고, 지민오빠 까지도 말없이 웃기만 한다. 뭐야, 반응들이 왜이래.
"김태형 오늘 번호 두번 따였다."
"어, 형은 왜 그런 걸 얘기하고 그래요."
"박지민은 왜 말이 없냐."
"아.지민오빠 오늘..."
그렇구나. 내가 인기쟁이들 앞에서 개미똥꼬만한 인기를 자랑했구나. 태형오빠가 번호를 따이는 일은 다반사고, 지민오빠는 오늘도 여자친구가 있냐는 물음을 듣는 걸 내가 봤다. 그래..내가 누구 앞에서 자랑을..(울컥) 조용히 수용한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 밥을 한 입 크게 먹었다.
"아 형! 우리 막내 기죽게 왜그래요~"
"아 오빠가 더 얄미워요!!"
태형오빠가 윤기오빠에게 한마디 하는 게, 더 약올랐다. 태형오빠를 보며 빽 소리치자, 오빠들이 큭큭 웃기 시작한다. 윤기오빠도 재밌나보다. 세상 무심하다가 맨날 나 놀릴때만 즐거워보인다. 이 사람들 나 놀리는 재미로 사는 게 틀림없다. 그렇게 대부분의 대화가 막내 몰이로 흘러가다가, 일층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카페에서 손님이 주문을 하고 싶을 때 누르는 소리다. 가끔 이렇게 직원 모두가 밥을 먹고 있을 때. 막내니까 주문 받으러 가야지-하고 벌떡 일어나 일층으로 내려갔다. 포스기 앞에 서서 주문하시겠어요- 하는데 손님이 정말 잘생겼다. 세상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네- 삼천 오백원 입니다!"
최대한 상큼하고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주문을 받았다. 금세 뚝딱뚝딱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빨대와 함께 건넸다. 끝까지 예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며 안녕히가세요-하고 인사했다. 잘생긴 그 분은 바쁜지 감사합니다. 하고선 빠르게 가게를 나간다. 세상에 잘생긴 사람은 참 많은데 왜 내 남자는 없을까. 앞치마에 두 손을 푹 넣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어이 막내. 우리한테 좀 그런 얼굴 보여주지?"
"네? 뭐가요?"
"너 주문 받는데 아주 미소가- 처음 보는 얼굴이던데?"
"밥은 안먹고 왜 보고있어요- 지민오빠랑 윤기오빠처럼 점잖게 밥만 먹어요 밥만!"
올라오자마자 들리는 태형오빠의 말에 민망해져 괜히 틱틱거리니, 태형오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자기만 본 거 아니라며. 엥? 지민오빠를 쳐다보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한다. 무심하던 윤기오빠는 오히려 나를 똑바로 보며 뭐. 하는 반응이고. 이 사람들, 다 봤구만?
"됐고! 다 먹었으면 치우기나 해요!"
우리가 밥을 먹은 접시와 그릇들은 우리가 치워 설거지 하는게 원칙이다. 항상 같은 사람이 치우기는 불공평하니까, 매일 가위바위보를 해서 결정한다. 그래, 내가 접시를 깨트린 것도 가위바위보를 져서 네명 분의 그릇을 한꺼번에 치우다가 떨어트린거다. 하루 중에 제일 긴장되는 순간이다. 설거지 당번 정하기.
"가위,"
"바위,"
"보!!"
"예쓰!"
역시 가위바위보는 가위지. 나와 지민오빠, 윤기오빠까지도 가위를 내고 태형오빠만 보를 냈다. 내가 예쓰!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자 태형오빠가 보를 낸 손 그대로 내 주먹을 확 감싸 잡아버린다. 치우지 못하겠냐며.
"어머. 제가 왜요-? 어제 오빠가 저 놀린 건 다 까먹으셨나봐요~"
"막내야..오늘만 사냐?"
"저 성이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항상! 최선을 다해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아 이름이 너무 귀여워."
윤기오빠는 벌써 일층에 내려가버렸고, 티격태격하는 태형오빠와 나를 구경하던 지민오빠가 빵터졌다. 항상 최선을 다해 살고있다는 말을 끝으로 아직도 잡혀있는 내 주먹을 빼냈다. 그럼, 화이팅. 하는 응원과 함께. 태형오빠의 표정이 다 그려지지만 애써 모른 척 일층으로 내려갔다. 윤기오빠가 포스기 앞에 서서 뭔가를 하고 있다.
"오빠 뭐해요?"
"정산 중."
"오..이럴땐 좀 매니저 같네요."
"까불지. 막내."
슬쩍 장난을 치자 까불지, 하며 머리를 헝클인다. 헤헤, 하고 웃어넘기자 오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나와 대화를 하면서도 손놀림은 능숙한 게, 가게를 물려받아도 잘 하겠군 싶었다.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자, 윤기오빠가 머쓱한 듯 훠이, 하며 나를 쫓아내려 한다.
"안 갈 거지롱-"
"..넌 좀 조용한 앤줄 알고 뽑았는데."
"어?왜 조용한 사람 뽑으려고 했어요?"
"쟤네 봐라. 조용한가."
윤기오빠가 가리키는 2층엔, 태형오빠와 지민오빠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폭소하고 있었다. 얼굴을 잔뜩 이상하게 구기며. 뭔갈 따라하는 것 같은데 잘생긴 얼굴 저렇게 쓸거면 나 주지... 아무튼 윤기오빠의 말은 빠르게 이해했다.
"막내."
"넵!"
"가서 김태형 좀 내려오라고 해. 너도 저녁 타임 준비하고."
"알겠습니다!"
중간 정산이 끝난 듯 카운터를 정리하며 말하는 윤기오빠에게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단호한 내 표정에 오빠가 픽 웃더니 얼른 올라가기나 하라며 내 등을 살짝 민다. 윤기오빠 말은 잘 들어야지. 내 고용주인데.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층에 올라가자, 아직도 얼굴 못생기게 쓰기 대결을 하고 있는 둘이 보인다. 에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가 떨떠름하게 쳐다보자 그제서야 시선을 느끼고 어,왜? 하는 태형오빠다.
"내려 오시래요, 윤기오빠가."
"어, 벌써 네시 넘었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곤 일층으로 후다닥 내려가는 태형오빠다. 내려가자마자 윤기오빠의 잔소리와 함께 손님의 주문을 받는다. 그러게 적당히 놀지. 레스토랑 저녁 타임은 아직 여유가 있어서 지민오빠 앞에 털썩 앉았다.
"이름아. 넌 왜 남자친구 안사귀어?"
"오빠."
"어?"
"제대로 알고 물어보세요. 안 사귀는게 아니고, 못 사귀는 거에요."
지민오빠의 물음에 정색하고 답하자, 오빠가 순간 당황한 듯 하다 이내 곧 웃음을 터트린다. 뭐가 웃기지 이 오빠는. 나 진지한데. 아직도 웃고 있는 지민오빠를 좋지 않은 표정으로 빤히 쳐다봤다. 잠시 뒤에야 웃음을 그친 오빠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아니, 누구 소개해줄까 싶어서.."
"네!"
"어?"
"소개해주세요! 누군데요?"
"어어..잠시만."
너무나도 재빠른 내 대답에 오히려 당황한 지민오빠가 버벅거리며 사진을 보여준다. 헐. 존잘. 역시 훈남은 훈남끼리 노는건가. 내가 마음에 든다는 눈빛을 마구 쏘아대자 지민오빠가 어색하게 웃더니 말을 이어간다.
"아니 얘가..니 사진을 봤는데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네? 제 사진요?"
"응..이거."
아. 내가 일하기 시작한 지 한달 됐을 날이다. 바빠서 축하 파티를 이제 해준다며 마감하던 나를 오빠들과 사장님이 놀래켜줬었다. 그때 꼬깔모자까지 야무지게 쓰고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 보고 마음에 들었다니. 취향이 독특하신건가.
"얘 키도 크고 착해. 한번 만나볼래?"
"누굴 만나봐?"
"아, 친구가 이름이 소개시켜 달라길래."
"헐. 얘를?"
언제 올라온건지 태형오빠가 누굴 만나냐며 내 옆에 앉는다. 카페 바쁘던데 왜 농땡이지. 지민오빠 친구가 나를 소개시켜달라고 했다는 걸 못 믿겠다는 듯 손으로 나를 가리킨다.
"왜요. 뭐요."
"아니..취향 독특하다 싶어서.."
"제가 뭐 어때서요!"
"그래~ 이름이 정도면 진짜 괜찮지."
"들었죠. 지민오빠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고, 가서 윤기오빠나 좀 도와줘요."
나한테 떠밀리면서도 굳이 지민오빠에게 다시 다가간 태형오빠가, 지민오빠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말한다.
"지민아. 쟤 소개시켜 줬다간 진짜 그 친구랑 빠이야.."
"야!! 김태형!!!"
..네. 오늘도 우리 가게는 평화롭습니다.
--
안녕하세요, 티태입니다!
(제목에 저렇게 남주가 많은 이유는..아직 알려드리기 싫어섷ㅎㅎ...)
처음 올리는 글이라 많이 엉망인데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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