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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당황한 루한이 인상을 구기며, 말을 했다.




"..뭐야? 너 누구야."





노랗게 탈색한 머리와 몸은 

한참동안 비를 맞고 있었는지,

비에 폭삭 젖은 생쥐꼴을 한 채, 

동그랗지만 매섭게 생긴 두 눈을 치켜 떠 

루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생 처음보는 녀석인데..


머리를 굴려 기억 속에 없는 이 녀석이 

누구인지 생각을 해내려다, 

마지막으로 시선이 닿은곳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발목을 쥔 오른손, 그리고 그 반대쪽 왼 손의 

손목에서 붉은 피가 줄줄 새어나고 있던것.




허둥지둥, 잡힌 발목에서 그 남자의 손을 풀어낸 루한이,

남자의 왼쪽 손목의 상태를 확인했다.




재차 여러번 그어낸 듯, 칼집이 잡힌 손목에선 , 

바닥에 쓸린 듯 흙과 빗물이 섞여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자꾸만 퍼붓는 비에 지혈조차 채 되지 않아,

손목 주위로 핏물이 비와함께 번져 

루한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옆을 보니, 깨어진 유리 몇 조각이 빗물에 섞인 피와 

연한 선홍빛을 이루어 널부러져있다.


저걸로 손목을 그은건가..


그런데 왜 자기 스스로 손목을 긋고는 도와달라고 하는거지..?





잡 생각 할 틈도 없다고 판단을 한 루한이, 

그 남자를 부축하려고 했다.




"아...하으으.."



몸도 성하지 못한듯,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녀석.




"야..야.. 저기.. 정신 좀 차려봐."



기절할 듯, 몸을 휘청 거리는 남자를 루한이 잡아 흔들었다.




"아.. 미치겠다"


그리고는 자꾸만 피가 새어나오는 손목에

교복 상의를 벗어 손목 부분을 대충 묶어 감싸 지혈을 한 후,



"어깨에 손 올려."




"아으....흐"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내며 괴로운 표정을 짓는 남자.





나시만 입은채로 루한이 추위에 몸을 떨었다. 


확 버리고 나몰라라 가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어서,

그리고 또 손목을 보아하니 상태도 심각 한 것 같아,

이내 루한은 당황하여 버벅이던 손으로

걸리적 거리던 손에 있던 우산을 길 바닥에 버려두고

남자를 등에 업었다.




우산을 내리자 마자, 미친듯이 퍼붓던 비가

그대로 루한과 그 녀석의 몸으로 사정없이 퍼부어진다.

정말 아프다 싶을 만큼 내리는 빗살에,

루한은 어서 이 녀석을 집으로 데려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꽤 무겁네."



보통 남자들의 무게에 비해선 가벼운 편 이지만

꽤나 무거운 무게에 잠시 휘청하던 루한이,

남자를 등에 업은 상태로 오피스텔로 향해 뛰다싶이 걸었다.











-콰앙!!!!!..쏴아아아....

















































신발장에 아무렇게나 신발을 던지듯 벗어두며,

남자를 신발장 바로 앞에 내려놓았다.



물기 가득한 몸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빗물.

마찬가지로 루한의 몸도 폭삭 젖어서 빗물이 흘러 내린다.




이러다간 방 바닥이 물바다가 되버릴 것만 같다.




남자를 화장실로 데리고(가 아니라 질질끌고) 들어간 후,


일단 추운 밖에서 꽁꽁 얼었을 몸을 녹이기 위해 욕조에 눕힌 뒤,

따뜻한 물을 틀어주었다.

과다 출혈에 기절한 것인지, 추운 날씨탓에

정신을 잃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남자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루한이 이끄는 대로 욕조에 축 늘어져 눕혀졌다.





"아.."


쟤 손목에 상처 났었지.




급하게 응급물품을 모아둔 상자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선 루한.

왼쪽 손목을 들어 물로 대충 깨끗이 헹궈낸 후, 

상태를 보아하니 깊게 베지는 않았는지, 어느정도 피가 멎어있다.

비위가 그렇게 강하지 않은 루한이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미미하게 뜨고 상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로

마른수건으로 조심조심 물기를 닦아내고, 

지혈제를 들어 붓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손목에 뿌린 후,

이런 상황이 익숙치 않아 난감해 하다가 대충

깨끗한 붕대로 손목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아무래도 정신을 잃은 남자가 불안한지,

심각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얼굴 가까이에

귀를 대어 숨을 쉬는지 확인 하다가

가만히 남자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업혀서 데려올 때 부터 기절한건지 잠이 든건지.

눈을 뜰 생각을 안하는 남자를 보며

루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몸은 녹이고 자야 감기 안 들텐데...


대충 따뜻한 물을 끼얹어 주며 

이런 상황이 익숙치 않은 루한은,

이내 남자의 옷을 벗겨내어 깨끗하게 삶아진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 준 후에,

자신의 옷을 입혀 침대에 데려가 눕혀주었다.


남자의 상태가 많이 걱정되긴 했지만,

색색- 고른 소리를 내며 잠 든 모습에

스스로 괜찮을 거라 안심을 하며,

침대에 누운 남자에게 두꺼운 솜 이불을

코 끝 까지 올려주었다.



처음 딱 봤을땐 샛노란 머리에 덕지덕지 붙은 상처,

그리고 자신을 올려다 보던 치켜올라간 눈꼬리에

그저 쌩 양아치 겠거니 생각했던 루한은,

침대에 누워 아기같이 잠이 든 남자를 보며 

가슴 속 한켠이 몽글몽글 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귀엽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지 간에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루한이 베시시 눈을 접어 웃으며

남자의 머리를 강아지 쓰다듬 듯,

조심조심 쓰다듬었다.


여러번 탈색을 감행한 듯 노랗게 물이 빠진 머리는

생각보다 푸석하지 않고 부들부들 한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만지면 푹신 할 것 같은 볼살은

쿡 찌르자, 부드러운 감각이 손 끝에서 느껴졌다. 



























































-♪♪♪♪






"아으으.."





-AM 8:40








뜨이질 않는 눈을 억지로 뜨느라 

눈썹까지 치켜올린 채,

핸드폰 액정을 보던 루한이 다시 눈을 서서히 감는다.








그러다, 쎄한 느낌에

다시 번쩍 눈을 뜬 루한이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등교시간은 8시 10분 까지였던 것 같은데..

완벽한 지각 이였다.





그대로 벌떡 일어난 루한은, 

상황파악을 못한 채 비몽사몽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다가,


화장실로 들어가서 세수를 한 후, 

베란다에 어젯밤 널어둔 교복을 걷어왔다.

어제 날씨가 날씨인지라 

아직 다 마르지 않아 축축한 교복.

안에 반팔 하나라도 입은 후에 입자는 

생각으로 방으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려다 멈칫 한 루한이

문 앞에 섰다.




"아 .. "






어제 내 방 침대에 재우고 

내가 쇼파에서 잤었지.









"..아직 자고 있어?"




방문 쪽으로 다가간 루한이,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














휑한 침대.

가지런히 제 자리에 놓인 베개와 정갈하게 접혀있는 이불.

그 남자가 정리해 놓고 간 듯한 방안의 모습에

잠시 루한의 얼굴빛에 허탈감이 스쳐갔다.



아무래도 루한이 깨기 전에 먼저 일어나서 

집을 떠났나 보다.


왠지 모르게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남자에

복잡한 마음이 드는 루한.

마치 길 잃은 강아지를 데려다 애지중지 밥도 먹이고 씻겨주고 재워 줬는데,

어느날 그 강아지가 집을 나가버렸을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쪽팔려서 말도 없이 간 거야?"




인상을 쓰며 텅 빈 방을 바라보다 

다시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루한이다.









대표 사진
독자1
ㅜㅜㅜ왜손목을그은걸까요ㅜㅜㅠ
담편기대되요!!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민석이어디가..루한이옆에잇어야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루하나빨뤼찾거라
ㅠㅠㅠㅠ재미잇게보고가여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앞치마를입고서 맛난밥을준비할줄알았던 저의 착.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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