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남자에게 가볍게 쏘아붙이고, 우산 빌리는 주제에 주제 넘는 소리를 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남자도 나의 그런 웃음을 봤던 걸까. 살며시 입가에 얇은 미소를 띄더니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었다.
12년만에 이렇게 설레고 두근거렸던 적은 처음일 것이다.
제 04화
숨길 수 없는 본능
띠띠띠띠띠-
그 남자는 비밀번호를 차분히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그 남자의 손에서 약간 떨리는 미세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들어가요.]
남자는 매너있게 문을 열어주고는 먼저 들어가라고 경수에게 권유했다.
현관문 앞에 다다르자 어두움과 적막함이 그 집 분위기를 에워싸고 있었다. 왠지 사람 사는 집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더럽거나 퀴퀴한 냄새가 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뭔가 그냥 쎄한 기분이 드는 건 경수의 직감이랄까.
[와, 집이 정말 넓고 좋네요!]
경수는 예의상 그 남자의 집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었다. 처음 보는 낯선 남자의 집에 대해 뭐라하기도 민망한 상황일뿐더러, 딱히 할말도 없었기에.
[날씨도 쌀쌀한데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갈래요 ...?]
그 남자는 차가운 외모와 달리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경수에게 다시한번 말을 걸어왔다.
무언가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매력이 있는걸까. 그냥 우산만 빌리려고 잠시 왔을 뿐인데, 바로 그 남자 집을 나오고 싶지 않았다.
그 남자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얘기를 나눠보고 싶고, 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친분도 더 쌓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네, 아무 차나 주세요! 전 다 잘 먹거든요!]
그가 차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경수는 그의 집을 차분하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왠지 이 적막감 속에서 큰 발소리를 내면 안될거 같았기 때문에 사뿐사뿐 걸으며 그의 방처럼 보이는 곳부터 구경했다.
아침에 일어나고 바로 나왔는지 흐트러진 이불, 그러나 그 옆에 책상에는 먼지 하나 쌓여있지 않고 깔끔히 정돈된 서적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서적들이 다 하나같이 알아볼 수 없는 문자, 아니 문자가 맞나? 하여튼 이상한 문양으로 적힌 책들이 몇몇 있었다.
경수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문자들은 본 적이 없는데, 혹시 이 남자가 전공하려는 외국 문자인가..?
왠지 함부로 그 책을 만지면 안될 거 같았지만, 궁금증에 못 이겨 책을 살짝 빼려고 발 뒤꿈치를 들어 팔을 올렸다.
[뭐해요 ... ?]
그 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경수를 바라보았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표정, 그러나 정말 싸늘하고 차가운 표정이라 상대방을 얼어버릴 정도로 말 못하게 만드는 그런 표정.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표정이었기에 경수는 더 당황해했다.
그 남자는 경수가 그 책을 빼서 보려는 것을 알아챘는지,
미간을 찌뿌리며 경수의 손을 탁 쳤다.
[남의 책 함부로 보는게 취미인가? 차나 마셔요.]
경수는 얼어버린 채로 후다닥 그의 방에서 빠져나와 차를 마시러 거실 탁자로 갔다.
최대한 그 남자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계속 입으로 후후 불어댔다.
그 남자는 투벅투벅 걸어오더니 경수 앞에 앉았다. 다시 어두운 적막감이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오늘도 경수는 당황하면 입술을 세게 깨무는 습관이 어김없이 나왔다.
너무 당황해했나, 평소보다 더 세게 깨물었는지 입에서 살짝 핏기가 돌았다.
종인은 갑자기 평소에 맡아보지 않았던 야릇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감지했다.
위험한 냄새, 더 맡으면 몸에 반응이 올 것만 같은 흥분을 자극하는 냄새. 피냄새.
'뭐지 이 냄새, 갑자기 어디서 나는거야.'
다시 마음을 부여잡고, 그 냄새의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눈을 굴렸다.
그 때, 바로 앞에 그 조그만 남자아이의 입술에서 빨간 핏기가 살짝 묻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 종인이의 몸에서 뜨거운 피가 가만히 있질 못하고 점점 더 몸을 죄여오는 것을 자신은 알고 있었다.
[하..하...하..............하..............................]
호흡이 가파르며, 점점 식은 땀이 났다.
'젠장, 이 인간을 우리집에 들이지 말았어야 했어..'
경수는 종인이 갑작스럽게 숨을 급히 내쉬는 것을 알아챘는지, 당황한 눈빛으로 그에게 물었다.
[저기, 혹시 아까 제가 책보려고 했던 것 때문에 많이 화나신거죠..? 죄송해요.. 일부러 보려던 건 아니었는데. 단지 신기한 문자모형으로 써져있길래, 궁금해서..]
[말............말하지마.]
[......네?........]
[더....더이상 한마디도 하지마......]
경수는 종인이의 구렛나루 위로 식은 땀이 나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어디 아픈건가? 아까부터 안색도 안 좋고, 얼굴도 창백해지고. 아까 비 맞아서 감기 걸린건가? 열나는거 아니야?'
경수는 자기가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의자에서 일어나 종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경수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더 진해지는 그의 입술에서 나는 은은한 피냄새는 그를 더 자극시켰다.
미칠 것 같았다. 13년만에 이런 감정, 오랫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참지 못하고 종인의 본능을 드러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하....가까이오...지마..제발.........제발.............]
종인은 더 가팔라지는 숨으로 인해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경수는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의 앞에 섰다. 이미 경수의 손은 종인의 열을 재려고 이마를 향해 내뻗고 있었다.
[읍..............................읍!]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종인이 참지 못하고 이성을 잃은 순간, 경수의 뒷목을 잡고 그 남자아이의 입술과 맞닿은 순간이었다.
더 이상 그 남자아이의 입술에서 나는 피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대신 그 남자아이의 달콤한 피가 종인의 미각을 충족시킴으로써 피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더 위험하고도, 위험한. 그 아이의 달콤한 피를 맛본 것.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연재하게 되는 나쁜ㅠㅠㅠㅠ작가입니다!
hㅏ........저도 얼른 연재하고 싶었으나 어떻게 쓸지도 모르겠고 이번 주까지는 바쁠 거 같아서 쓸 겨를이 없었어요ㅠ ㅠ
다음주부터 다시 활발한ㅋ_ㅋㅋㅋ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이번 4화는 좀..자극적이죠? 저도 얼른 카디가 퇴폐적인 사랑에 치닫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에겐 몇몇 독자분들밖에 없지만, 전 그래도 그 독자분들을 위해 연재하고 힘을 얻는답니다!
독자님들 스릉해요 하트하트 ! ㅎㅎㅎㅎㅎ 그럼 전 이만 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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