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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
하고 부르면 곧잘 내게로 온다. 후속원고를 어제 보내 놓은터라 정말 간만에 돌아온 휴식을 만끽하며 소파에 등을 붙이고 있었다. 간혹 들리는 새소리를 빼고 고요함만이 가득한 집안에 다가오는 유권의 방울소리만이 그 존재를 수없이 상기 시키고있다. 혹여나 불편할까 방울후크에 손을 가져다 데려하면 꽤나 아프게 손등을 내려치곤한다. 잊어버리지 말라는 듯, 어디에 있든 자신을 찾을수있는 것이 좋은 듯, 온전히 나의 소유인것을 알고 있는듯한 그는 항상 방울소리와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바싹 구워진 바게트에 생크림, 진한 블랙커피의 향기와 네 머릿결이 한 곳에 어우러져 무엇보다도 달콤하고 향기로운 오후의 휴식이었다.
작은 텃밭에서 정성스레 기른 새싹채소와 잘 익은 에그 스크럼블. 고소한 완두콩볶음과 스테이크로 오늘저녁은 꽤나 호화스럽다. 식탁에 웅크려 앉은 권의 자세를 바로잡아준 뒤 꼼꼼하게 식힌 완두콩을 수저에 담아 입에 넣어준다. 처음 왔던때 부터 꾸준히 편식은 하지 않는 모습에 기특해져 입을 닦아주려는 냅킨을 내려두고 짧게 입을 맞춘다. 그 입맞춤이 꽤나 맘에 들었던지 일어나 가까이 오려는 그를 다시금 바르게 앉혔다. 식탁에 오른 음식을 모두 고루먹이고 난후에야 레드와인으로 목을 축인 나의 식사가 시작된다. 조용한 포크질소리를 따라 눈을 굴리는 네가 사랑스럽기 그지없어 뒷목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얇게 뜬 눈에 벌어지기 시작한 입이 또다시 나를 유혹하려하는 의도가 너무 분명해서 허리를 쓸어내리던 손으로 괘씸한 엉덩이를 팡 두드렸다. 깜짝 놀라 서재 안으로 달아나버린 그를 보며 접시를 차곡차곡 쌓아 식탁을 정리한다. 이 아이에겐 몸으로 하는 사랑보다 온전한 마음으로 하는 사랑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으므로, 모질게 못된 버릇을 제지하는 손길도 필요한 것이리라.
자신을 놀라게 해 원망스럽다는 눈빛을 보내는 녀석에게 줄 사탕을 고른다. 벌써 눈을 밝히고 내 뒷모습에 집중하기 시작했겠지. 달콤한 과일향에 혀끝에 스며드는 설탕을 생각하며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애써 누르고 있을 거야, 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다. 당장 내 등으로 뛰어와 뺨을 부비고 애교를 부리고 싶은 것도. 그래서 일부러 더 느긋하게 사탕을 고른다. 네가 더 기뻐할 것을 생각하면서
나무냄새가 가득한 이곳에 들어오고 부터 나는 줄곧 외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나를 사랑하는 그의 영역, 집요하게 나를 상처 입히던 것들이 범접할 수 없는 성역. 불이 사라져 두려운 밤에도 귓가에 나즈막한 그의 노래 한 소절에 동요하는 나의 몸이 누그러들기를 반복하다 이제는 어둠에도 적응이 되어 버린 듯 합니다. 아침이 되면 커다란 유리창으로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맞이 하는것이 가장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는 나에게 어떤 강요도 하지 않으며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아가거나 억센 손길과 더러운 욕정으로 나를 더럽히지 않습니다. 단지 나를 바라보다가 키보드와 씨름을 하거나, 공들여 준비한 음식을 함께 먹거나, 함께 햇빛을 받으며 나를 어루만져 주는 일. 그뿐입니다. 이따금씩 그 온화한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는 간지러운 느낌에 그의 냄새가 가득한 스웨터에 얼굴을 부빕니다. 그럼 열에 아홉은 그 고운 손으로 내 머리를 정성스레 빗어 넘겨 주곤해요. 그럼 나는 기분이 좋아져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갸르릉 소리를 내곤 합니다. 이따금씩 우두머리 고양이가 그립기도 하지만 그곳으로 가면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으니까.
억센 비가 지붕을 두드리고 오전 8시가 지났음에도 무거운 회색빛이 녹음을 가린 아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의 잦은 뒤척임에 잠도 날아가 버린 지 한참. 지독한 가위에 눌리듯 억눌린 신음을 흘리고 식은땀사이로 눈물을 비추면 손수 눈물을 닦아주며 흐느끼는 유권을 안아주기를 반복하면, 혼자 있을땐 길기만 했던 밤이 금방 지나가버린다. 몇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고질병같은 네 악몽. 처음엔 적잖이 충격을 먹었더 랜다.
만10세 정도 되어 보이는 너의 살결은 거센 풍파를 만나 상한 조각배 같았고 군데군데 보이는 멍과 상처에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때도 이만큼이나 짙은 어둠이 새벽을 집어삼키고 있을 때였다. 혼자 하는 생활에 밤낮이 바뀌어 늦은 새벽에 잠이든 탓에 좀처럼 잠에서 깨지 못하는 상황. 흐느낌소리에 힘겹게 뜬 눈앞에 저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숨은 너를 발견하곤 졸음이 싹 달아나 버렸다. 차가워진 손발과 자꾸만 떨리는 어깨에 억장이 와르르 무너지는 감정을 느끼며 권이를 끌어안았다. 결국 집안의 모든불을 모조리 켜고 포근한 양털담요를 씌운채 품에 안아 흔들의자에서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생각나 너무 꼭 쥐어 차가워진 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마디마디마다 정성스레 입을 맞추면 저를 누르던 무거운 짐이 사라지는 듯 힘겹게 뜨이는 눈을 마주 볼수있다. 휙 일어나 목을 끌어안고 어리광을 부리면 젖은 등을 토닥이다가 들어올려 욕실로 향한다. 언제 쯤 네 짐을 말끔히 덜어줄수 있을까, 향긋한 퍼퓸 입욕제를 넣어 온도를 맞추며 다시 생각해본다.
네가 과거에 어떤 모진 일을 겪었던지, 진정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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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에선지 01편과 02편이 사라지고 없더라구요 ㅜㅜ 우동님이 덧글써주셔서 알게되었습니다. 재업로드라 구독료는 0원이구요. 02편은 수정을 거친뒤에 03편과 함께 업로드 하겠습니다! 다음편을 기다리셨을테니 빨리 다시오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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