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ff Bernat - Call you mine
Please Be My Color!
B
"분홍색이랑 잘 어울려, 너."
우리 부모님은 아무리 내가 이렇게 가엾게 태어나도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피조물들을 사랑하면 그 피조물들이 날 사랑할 것이라고. 과연 이 공식이 나와 순영이에게도 성립이 될까? 내가 널 사랑하면 너 역시 마찬가지로 날 사랑해줄까? 이건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인연은 정해져있다고 사람들은 꼭 그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나와 순영이는 운명적인 인연일까?
"... 너도 분홍색 어울려."
우린 태초부터 성립될 수 없던 관계일까, 아님 어찌어찌하면 이루어질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는 관계일까. 답을 알려줘, 순영아.
"너봉아, 오늘 밤은 달이 참 밝네요."
그 날의 우린 서로에게 어떤 감정이 있었고, 서로에게 얼마나 영향력을 미쳤을까. 모든게 청소년기보다 자랐다고 쳐도, 이성을 대할 때 미숙함과 쑥스러움은 그 어디에서도 변할 수 없었던걸까. 아직까진 우린 왜이렇게 서로에게 미숙할까. 아, 우리 둘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아직까진 미숙하겠지. 하지만, 너랑은 미숙한 관계가 아닌 고귀하게 굳어져 우리 둘 사이의 안 보이는 끈을 짧게 짜르고 싶다.
Please Be My Color!
B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나와 순영이의 관계엔 항상 무언가가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내가 순영이를 보면 피하게 된달까... 순영이가 말한 오늘 밤은 달이 밝다는 말을 인터넷에 쳐보니 책에서 부끄럼 많이 소년이 좋아하는 소녀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서 한 거라고 하였다. 그걸 보고선 어쩌면 아주 희박하게라도 그의 마음 속에 내가 존재하다는 걸 인식 되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과 대표 선배가 하는 말을 그저 한 귀로 흘리고 있었을까 갑자기 환호성이 들려 놀라 앞을 쳐다보니 순영이가 서있었다.
"아, 신입생 대표. 권순영이라고 합니다."
곧이어 남녀 구분 할 거 없이 환호 소리가 들렸다. 잘생겼다. 한 선배의 말을 뒤로 잘생겼다라는 외모에 대한 칭찬들이 끊이질 않았다. 순영이는 쑥스러운지 귀를 홀로 매만지고 있었고. 귀를 자세히 보니 조금 더 짙어있었다, 색이. 아직까진 색을 잘 구분 못 해 저게 무슨 색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당황하거나 민망할 때면 저 색을 얼굴에 띌 것만 같았다.
![[세븐틴/권순영] Please Be My Color! B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1/21/b81e866cd5face0af0fca3e235beec4d.gif)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날 쳐다봤다. 아니, 내가 착각하고 김칫국을 마시는 건가. 순간 얼굴이 홧홧 불타올랐다. 자아, 오늘은 과회식이 있으니깐 다들 참석하시길 바라고. 과 대표 선배가 뜬금없이 회식을 얘기 해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술을 마셔본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한숨이 푹푹 쉬어졌다. 그리고, 며칠 뒤면 MT 가니깐 참고하고. 이 말을 끝으로 과 대표 선배는 문을 벅차고 나갔고 뒤이어 전부 다 나가는 듯 해보였다. 여기 있어 봤자... 순영이랑 눈만 마주쳐 또 얼굴이 뜨거워질게 뻔하다. 그래서 어서 가려고 따라 나가려고 하자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았다.
![[세븐틴/권순영] Please Be My Color! B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0/10/21/df00da4fb5d42676d64c4b6b335235d7.gif)
"잠시, 얘기 좀 해."
"... 왜?"
순영이는 내 손목을 쥐던 손에 힘을 주고선 날 자기 쪽으로 돌렸다. 다시 한 번 그와 접촉에 내 새계는 그로 물들어갔다.
"너 요즘에 나만 보면 피해?"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전과는 다른 단호한 어조에 당황해 눈만 깜빡이고 있자 순영이는 한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쓸어올렸다. 너, 진짜... 순영이의 말에 전처럼 입만 오물거리고 있었다. 말을 꺼내면 바보처럼 더듬거릴 거 같아서. 순영이는 두 손으로 내 어깨를 그러쥐더니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너, 정말로 아직까지 눈치 못 챈거야?"
"뭐, 뭐가..."
"바보지, 너? 내가 그렇게까지 티냈는데도 왜..."
잠깐의 침묵이 맴돌았다. 뒤에 보이는 창문 밖의 세상은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여있었다. 예쁘다. 나도 무언가에 홀린 듯 나온 말에 나나 순영이나 당황해 뻥져있었다. ... 좋아해. 오랫동안 꾸욱 참고서 말할려고 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순영이는 나와 눈을 마주치다 어깨에 올려져있는 손을 내리고선 밖으로 나가려 가방을 매었다. 그저 순영이의 모습을 바라만 봤다.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이라서, 그는 오직 그 자체만으로 만족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 과 회식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돼."
순영이는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본 채. 오늘도 역시 그에게 내 마음을 전하지 못 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괴로워한다. 내 마음 속 한 구석에 영원히 묵혀둘 감정이 아니란 걸 나마저도 아는데. 왜 그 세글자를, 몇 십글자도 아닌 고작 그 세글자를. 난 왜 전달하지 못 하는 걸까. 무엇이 무서워서 말하지 못 하는 걸까. 오늘도 난 여전히 제 감정을 얘기 못 하는 벙어리가 되어버린다. 그에게 다가가고 싶다던 마음과는 모순적으로 행동은 실천하지 못한다.
"무채색인 네 삶에 흑백이 더 더해지지 않게, 밝게 살라고."
석민이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내 삶은 줄곧 색이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그 해 봄, 사랑을 느끼고 색을 알아갔다. 그의 색이 되고 싶고, 그가 내 영원한 색이 되었음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해야하는 선택은 무엇일까. 사랑을 갈구하는 나를 위한, 더이상 흑백으로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한 내 선택은 무엇인걸까. 오늘도 난 마음 속으로 말한다.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꾸준히, 말한다.
좋아해, 순영아.
Please Be My Color!
B
"... 과를 위하여 건배!"
"건배에!"
술잔들이 부딪혀 소리를 내고 화기애해한 대화소리가 들린다. 그 사이에서 신입생들은 주구장창 선배들이 주는 술을 다 마시고 있고. 물론, 그 류에는 나도 포함된다. 우리 말 없는 너봉이, 너봉이도 한 잔. 남자 선배들이 나에게 끈덕하게 붙어오며 술잔을 건낸다. 본래부터 내성적인 성격인 나라 이런걸 잘 거절 못 한다. 그러니깐, 술도 처음 마셔보는 건데 거절하지도 못 하고 마셔야한다는게 너무나도 억울하고 싫기 때문이다. 저어, 술을 잘 못 해서... 선배들에게 정중히 거절을 하자 그런게 어디있냐며 마시면 다 늘거라고 하며 얼른 마시기를 강요하는 선배들이었다.
"얼른 마셔라니깐?"
"그래, 이 한 잔 마시고 안 취해."
"......"
입술만 깨물다 술잔을 들이마셨다. 알딸딸한 기운이 속에서부터 가득차는 느낌이 들더니 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봤다.
날 쳐다보는 건지 모르겠는 순영이와 시선이 진하게 맞닿았다. 서로를 뚫어져라 쳐다만보다 순영이를 부르는 여자 선배들의 목소리에 몸을 부르르 떨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전하지도 못 할 거면서, 왜 자꾸 미련을 가지는거야. 잔을 비우기 무섭게 다시 술을 따르는 선배에 입을 꾸욱 다물고만 있었다. 한 잔만 먹어도 몸이 이렇게 뜨거운데... 가득 찬 술잔에 안 마시고 쳐다만 보자 어느 한 남 선배가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뭐해, 안 마시고?"
"술에 약한척하지 말고."
척이 아니라 진짜인데. 마음은 이렇게 말하지만 직접 말로는 아무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원하지 않은 술을 마셨다. 목구멍을 넘어가는 술에 목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취할 것만 같아서 허벅지만 몰래 꼬집고 있었다. 자꾸 뜨거워지는 몸에 차가운 얼음이 달린 잔을 얼굴에 대 보기도 했다.
"순영아, 넌 여자친구 있어?"
"아뇨."
"어머. 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누구누구?"
술기운을 없애려 애를 쓰다 들린 대화에 잠시 멈칫해버렸다. 내가 미련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아주 조그만 희망이라도 남아 있어서 일까.
"......"
"여기 있구나!"
![[세븐틴/권순영] Please Be My Color! B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11/13/8d676a986f30d8fba3a27b296e70d16c.gif)
고개를 들자 또다시 나와 순영이의 시선이 뜨겁게 맞닿았다.
"... 네. 여기 있어요."
순영이의 대답은 이미 달궈진 내 몸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술기운이 더 올라오는 거 같아 겉옷을 빠르게 챙기고선 일어났다. 저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쫓기든 나온 술집을 뒤로 한 채 가로등에 등을 기대어 찬바람만 맞고 있었다. 늦봄인데 아직까지 쌀쌀한 날씨가 내 볼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하아. 한숨을 쉬자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내 머릿속에 있는 미련과 모든 것들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눈을 잠시 살며시 감고 바람을 느꼈다.
넌 날 좋아하긴 하는 걸까? 난 어떻게 해야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이너봉. 너봉아."
나른한 목소리에 잠이 몰려왔다. 무언가 정신을 놓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든게 아니라, 정신을 놓았다고 해야하지.
Please Be My Color!
B
*순영의 시점
남자 선배들이 주는 술을 다 마시던 너는 결국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숙인 채 있었다. 물론, 나도 선배들에게 휘둘리고 있지만. 나역시도 여 선배들에게 휩싸여 이성에 관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좋아하는 사람 있냐, 애인은 있냐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기는 한데 그 사람이 너무나도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님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모르는게 문제이니... 너봉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곤 여기 있냐는 질문에 대답을 했다. 여기에, 존재한다고.
"저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갑자기 겉옷을 챙기고선 밖으로 나가는 너봉이를 보자 나도 동시에 일어나 화장실 좀 가보겠다며 거짓말을 흘렸다. 그리곤 발걸음을 화장실이 아닌 밖으로 돌려 나가니 가로등에 기대어 있는 널 봤다. 바람을 느끼는 듯 두 눈을 살며시 감은 모습이 보였다.
세상에서 제일 고귀한 것들만 모아서 만들어낸 생명이 있다면, 그건 바로 너겠지. 너봉아. 손대려고 해도 너무나 빛이 나 손을 대면 뜨거움에 화상을 입는 존재가 바로 너이지 않을까.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히 부르니 그녀는 두 눈을 느릿하게 떠 날 쳐다봤다. 그 몇 초동안 주변의 소음, 잡음이 아무것도 안 들리고 오직 모든 감각이 너에게만 향했다. 갑자기 내게 안겨오는 그녀에 놀라 어쩡쩡하게 있으니 평소와는 다른 애교 섞인 말투가 들려왔다. 수, 순녕. 순녕아. 취해서 발음도 꼬인 너의 모습은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내 품에 안겨서 몇 번동안 내 이름을 부르더니 내 두 허리를 꼬옥 안아왔다. 그제서야 난 굳어있던 팔을 안겨있는 내려 네 조그만한 등을 어루 만졌다.
"응, 왜. 너봉아."
"그냥...그냐앙..."
말꼬리를 흘리며 말하다 너봉이는 네 품에 얼굴을 부빗거렸다. 그리곤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뱉었다.
"순영아... 나, 내가 너 좋아하면 어떨 거 같아?"
부끄러운 듯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는 모습이 애기같아서 너무 귀여웠다. 너무나도, 좋을 거 같아. 고귀한 널 만질 수 없어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무척이나 애달펐어. 술에 취한 널, 정신도 없는 너에게 이렇게 털어놓는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오래 묵혀논 말을 건내야 시원 할 거 같아. 좋아해, 너봉아. 네 얼굴을 매만지고 나도 술에 취했다라는 최면을 건 뒤 이마에 입을 맞췄다.
"......"
"......"
밤 공기는 우리 주변을 맴돌고 시원히 불어왔다. 바람에 흩날리는 네 머리카락으로 너의 얼굴이 반 쯤 가려졌지만, 네 붉어졌다는 것은 외면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네 얼굴뿐만 아닌 내 얼굴도 붉어졌지만.
"나도, 조, 좋아해..."
술에 취한 너봉이가 말을 얼버부리며 말했다. 술에 취해, 분위기때문에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해도. 좋아해라는 그 세 글자의 힘은 무척이나 셌다. 한 사람의 기분을 쥐었다폈다하니깐.
가로등 아래서 쳐다본 넌 무엇보다 달콤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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