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이젠 제법 추워졌다. 이제 곧 겨울이라고 바람도 불어 더 차가워지니,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까지 한다. 내가 왜 이 늦은 밤까지 밖에서 버티고 있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길을 거닐고 있었는데 누군가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내 남자친구가 멀리서서 급하게 뛰어 왔다. 기다릴 수 있는데 뭐 하러 이렇게 달려온거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몇 초간 헉헉대면서 숨을 고르다가 날 보면서 말했다. 왜 이렇게 늦었는데 밖에 돌아다니냐고.
아, 또 잔소리 시작인가. 걱정하니까 해주는 소리인 건 알겠지만 날씨도 추운데 이렇게 나한테 잔소리를 할 때면 괜스레 원망이 들 때도 있다. 바람도 몸 속을 곳곳이 파고 들어서 덜덜 떨리는데 이렇게 있으려니 더 그런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잠시 나한테 걱정어린 말을 해주다가 내 표정을 보더니, 한숨을 잠깐 쉰다, 내 표정을 본거구나. 그리고는 나한테 다음부터는 이렇게 늦게 다니지 말라며 나에게 말해주고는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며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길을 같이 거닐다가 무의식적으로 손등이 맞닿았는데,
"너 손이 왜 이렇게 차?"
라며 또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보기 시작한다. 난 그냥 날씨가 추워서 그런거라고 시선을 애써 외면하면서 대충 둘러대고 다시 길을 걷는데, 그가 뒤에서 다시 쫒아왔다. 그리고 뭔가 나한테 해줄 말이 있는거 같아보였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도 날씨가 추운데 밖에서 계속 뭐라 잔소리 하긴 싫었겠지, 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손이라도 꽉 잡아줘야겠다."
라는 말을 하더니, 갑자기 그의 큰 손이 내 손을 잡아챘다. 난 그의 행동에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그를 올려다 쳐다보았다. 그는 뭔가 만화에서 나오는걸 비유하자면 머리 위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니는 그런 표정을 짓고는 나를 보며 살포시 웃어주었다. 그러더니 '빨리 가자' 라며 내 손을 잡고 길을 이끌었다. 바보같이 그냥 멍하니 그를 쳐다보며 난 이끌려가듯이 가고 있었는데, 그가 길을 거닐면서 나에게 말하길 '이제 좀 따뜻해진거 같아?' 이란다.
그러네. 손 잡아주니까 따뜻해졌어. 라는 생각을 하며 내 손을 잡은 그의 손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의 손은 따뜻하다. 딱히 날 안아주거나 한 것도 아닌데, 뭔가 손도 아니라 어느 한 켠도 따뜻해진거 같았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헤에' 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웃는 걸 그는 보지 못한건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나 주변 이야기 같은 잡다한 일화들을 나한테 들려주며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팀 동료가 다쳐서 치료를 했는데 과도하게 엄살을 부렸다는 둥, 훈련 중에 몰래 간식 먹다가 감독한테 걸려서 혼났다는 둥, 그런 소소한 일상들을 말이다.
솔직히 날씨는 추워도 바람이 쌀쌀해도 그랑 있으면서 이야기도 주고 받고 하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다다랐다. 집이구나, 벌써.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집에 들어가서 몸 부터 녹이라는 말을 건네주면서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집까지 바래다 주면서 꽉 잡아주었던 손을 놓으면서 말하였다.
"내 여친, 잘 들어가고 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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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 처음왔는데 생각지도 않은 사람을 발견했다요!!! 글도 처음써봐서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밑줄도 어떻게 없애는지 조차 잘 모르겠지만 기쁜 마음에 똥글 하나 싸지르고 갑니다 홍홍홍홍홍 내가 다 감시해 드릴거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