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천만번째 남자 020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3/0/8307e1aa4ce74ba03683c809c5107821.jpg)
[수열] 천만번째 남자 20.
성열은 녹음실에서 발한걸음 떼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명수의 연락을 기다리는것도 있었지만 우현이 빈말했다며 다시 와주길 바랬던 것일까,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엔 저녁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우현과, 아에 연락두절이 된채 한마디의 소식도 없는 명수를 뒤로한채 성열은 겉옷 주머니에 손을 끼고 힘없이 연습실을 나왔다. 우현이 부르기 전까지 오지 말아야되는건가, 오늘따라 집가는길이 상당히 멀고도 발길이 무겁다. 덩달아 고인눈물탓에 주변이 흐릿해 제대로 걷고 있는지도 잠시 잊을지경이였다. 눈물방울이 굵게 떨어지며 성열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성열은 재빨리 손으로 닦아냈다. 닦으면 닦아낼 수록 눈물방울은 더욱 굵게 떨어져내려 성열의 마음을 점점 서글프게 만들었다.
집에 도착해 흘려버린 눈물자국들을 애써 벅벅 닦아 지우곤 웃으며 집으로 들어왔을때, 역시나 어두웠다. 오늘도 또 늦게 들어올라나 불을 키고 성종의 방을 살폈을때 녀석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채 자고 있었다. 조용히 문을 닫고선 입술을 깨물었다. 성종역시 성열이 문을 닫자마자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어 끅끅 대며 소리내어 울었다.
. . .
"너 솔로활동 해야지, 피쳐링으로 성열이세워"
아침부터 사장님께 불려나온 우현은 상당히 수척해보였다. '성열' 이라는 말에 우현은 시선을 조용히 올렸다. "일단 성열이 앨범 다 미뤄, 아직도 성열이 그 일안죽었어" "..."
"성열이가 벌여놓은일들 잠잠해져서 아에 죽어버릴때까지 앨범작업 미루고 솔로무대 같이서"
"..."
"아직도 기자들이 시비더라, 여기도 빽으로 들어온거아니냐고"
"..."
"빽으로 들어온건맞지, 그치? 난 분명 니가 성열이 다 책임진다는 하에 계약한거야,"
"..."
"여튼 뭘하든 이성열은 니손안에 있다 이거야"
"..."
"정, 필요없다고 느껴지면, 죽여도좋아. 물론 죽이라는의미는 다른의미인거알지"
"..."
"나중에라도 필요없다고 느껴지면, 다 놔버리고 니일해,"
"안놔요..필요없다고 느끼면 다 놔버리라니요, 안놓을꺼에요 끝까지 끌고갈거에요 내가" 우현의 표정이 한층 굳어지며 사장님과 눈빛을 마주했고, 곧 인사를 꾸벅한채 우현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혹시나 성열이 왔을까 우현은 숙소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어 녹음실로 향했다. 불이 꺼져있는 녹음실에 괜시리 실망감을 느껴 등을 돌려 다시 걸어나왔다. 어젯밤, 그냥 좋게 풀어볼까 생각했지만 뭔지 모를 분노가 마음한켠에 자리잡아 떠나가지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가슴팍을 두들겼다. 이제와서 또 어떻게 말해야될까, 니 일 아직 다 안죽었으니 모든 일이 묻혀 입에 오르내리지않을때 앨범준비하자, 그말을 또 어떻게 해야할지 우현은 두손을 모아 얼굴을 감쌌다. . . .
"너 무슨일있어..? 안색이 되게 안좋다" 아침에 얼굴이 살짝 부은채로 일어난 성열은 다시 핸드폰을 봤지만, 여전히 연락은 없었다. 이시간에 일어나서 자신을 깨울 성종이 깨우지 않자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니 부엌은 텅텅 비어있었다. 요즘 많이 힘든가, 별로 좋은 솜씨는 아니지만 서툰손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밥을 차린후 조심스레 성종의 방에 들어갔을땐 안색이 확 안좋아진채 머리를 감고 나온듯 머리를 털고있는 성종을 살폈다. "..."
"진짜 무슨일..이라도"
성열이 얼굴을 만지려 손을 들어 가까이대자 성종이 탁 쳐내며 입술을 꾹 물며 성열을 노려보았다. "아무것도 아니니까..건들지마"
"...응?..응.."
내쳐진 손이 민망한지 성열은 손을 내리고 밥먹으러 나오라는 말과 함께 문을 닫았다. 무슨일이 있는건가, 순식간에 밥맛이 확 떨어지는 느낌에 방으로 들어가 또 멍하니 의자에 앉아 종이에 끄적끄적 거렸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절실하게 해야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정작 목표라는것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어지니 성열도 기운이 축 내려앉았다. . . . "이제 좀 괜찮아졌어? 무리하지말랬잖아" "조금, 그리고 사장님지시야, 핸드폰 잠시 압수. 컴백전엔 원래 한번씩 다 걷었.."
"줘, 우리가 갓어린 신인들도 아니고 핸드폰가지고 이러지말자"
"너 지금도 사장님 완전 화난거 내가 간신히 말린거야, 조용히 잠자코있어"
"전화 한통만 하자"
"일단 쉬어,"
"형!"
"미안하게 됐어"
"이성열은..어떻게됐데. 말못들었어?"
"앨범작업 전면중단이야, 아직도 회사로 기자들이 와서 성열이좀 보자고 달려들고 난리랜다"
"..."
"개는 모르겠지, 회사에서 성열이 인터뷰 전면 거절하고있으니까, 조만간 우현이 솔로곡 무대같이 선다더라"
"...아직도 덜미를 덜 붙잡아서 나쁜새끼들"
"쉬어,"
매니저가 방을 나가고 명수는 한숨을 푹 꺼지게 내쉬며 손을 얼굴 위에얹어 차오르는 분노를 진정시키려했다. 지금까지 전화기다리고 있을텐데, 답답할 따름이였다. 이럴때 생각나는게 왜 이성열이 아니고 이성종일까, 주먹이 꾹 쥐어졌다. 전화할수있는 방법이 없을까 명수는 머리를 이리저리굴렸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확 밝아지며 명수는 몸을 움켜잡곤 뜬금없이 숙소를 나와 회사로 들어갔다. 사장실에 사람이 있나없나 살피다가 기어들어가듯이 들어가 전화를 집어들었다. 이성열의 번호를 익숙하듯 꾹 눌러 얼른 전화를 받길 수화기를 꾹 붙잡아들고 침을 삼켰다. 잠시후 듣는 순간 울컥해지는 목소리가 명수의 귀를 적셨다.
"여보세요.."
힘아리 없는 목소리에 명수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 "여보세요, 잘못거신건가요.."
"나야,.."
- "엘...엘아...? 엘아..너야?" 들뜬 목소리가 명수에게 씁쓸한 미소를 안겨주었고, 성열은 반 풀린 눈을 다시 부릅뜨곤 자리에서 일어나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급기야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핸드폰..뺏겨서, 컴백기간이라고 뺏지뭐야.." - "엘아...엘아....흐...흐으...으....흐어..." 성열은 수화기에 대고 목놓고 울었다. 성열의 우는소리가 명수의 귀를 자극할수록 명수 역시 입술을 꾹 물며 눈물을 삼켜냈다. 애같이 엉엉 우는 모습을 듣고도 있는 제 자신을 때리고싶을만큼 명수의 마음은 점점 내려앉았다. "뚝 그쳐..내가 죽었냐..?"
- "죽은듯이 갑자기 연락..끊고...흐어....허어...흐으...!!" "그만 울어..너 앨범...녹음..나때문에.."
- "...너때문에 아니야...흐어.....허어...바보야 내눈앞에 보이기나해...흐..흐으...!!"
진정이 안되는듯 성열은 헐떡이듯이 울며 말을 이어갔고, 명수는 도저히 들을수가 없어 수화기를 잠시 귀밑으로 내려 눈을 꾹 감았다. 굵은 눈물들이 명수의 바지에 툭툭 떨어지며 적셔흘렀다. 수화기 너머로 보고싶다고 몇번이나 울면서 말하는 녀석에게 도저히 목이메여 말을 건넬수가 없었다. 붕대로 묶어놓은 갈비뼈가 또 서서히 아파져 입술을 물었다. 성열의 목소리만 듣고 있는데 한마디가 명수의 가슴을 울렸다.
- "엘아..너가 없으니까 아무것도 할수가..흐으...으...없어...허어...흐으!!!!..보고싶어..흐어..흐엉..."
그 말을 끝으로 명수는 전화를 끊어야만했다. 사장님이 들어온다는 말이 밖에서 들려 재빠르게 사장실을 나와 몸을 숨겼다. 이 상황이 병신같다. 아직도 마지막에 했던 말들이 잊혀지지 않았다. 말하고싶었는데, 나도 지금 미쳐버리겠다고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고, 그리고 앞길을 막아서 미안하다고. 명수의 얼굴도 어느새 눈물자욱들로 얼룩이 져갔다.
. . .
울면서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려는데 전화가 뚝 끊겼다. 엘아, 엘아. 몇번을 외쳐봤지만 뚜-뚜 소리만이 들려왔고, 성열은 전화를 끊고 제 네번째 손가락에 끼어있는 반지를 손으로 덮으며 쭈그려 울먹거렸다. 지금 이순간은 앨범이 나오던말던, 가수생활을 못한다고 하건, 제일 절실한건 엘이였다. 그것도 잠시, 우현의이름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집앞인데 잠깐만 보자 - 우현이형] 대충 겉옷을 걸쳐입고 얼굴에 물을 묻혀 운 자국을 없애려해도 눈이 시뻘갰다. 맥없이 문을 열어 아파트 현관으로 나갔다. 우현과 처음 마주한날, 쓰고 있던 털모자를 쓴채 인기척에 성열에게 시선을 돌리는 우현과 눈이 마주쳤다. 성열은 그자리에서 우뚝 멈추었고, 우현은 성열을 향해 조심히 걸어와 성열의 앞에 마주섰다.
"왜 회사안나왔어" "..."
"내가 이렇게 직접 찾아와야 만날수있는 위인이였어?"
"..." "말을 해봐, 고개만 숙이고 있지말고"
"...아니요"
"그럼 왜안나왔어"
"..지금은..제가 아무것도 할수가없어요..지금은..형이 그랬죠, 지금 정신상태라면 아무것도 할수가 없겠다고요" "..."
"지금 제 정신상태가..진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아무것도..." 성열이 고개를 들어 글썽거리는 눈으로 우현을 보았다. 우현역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성열을 보았다. 도대체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머리속이 터질것만 같았다. 끝내 우현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니..앨범...잠시 중단해야될...거같아.."
"..."
"나..솔로무대하는...거...피쳐링무대..."
"..."
"서달래...사장님이.."
우현은 눈을 꾹 감은채 고개를 숙인채 이야기했다. 성열은 아무말도 없이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조용한 침묵만이 성열과 우현의 주변을 에워쌌다. "네,"
"..."
"이제 들어가봐도 되는거죠..내일부터 회사 나가면 되는..거죠"
"..."
"들어가볼게요, 내일뵈요.."
성열이 등을 돌린채 멍하게 앞을 걸었고, 우현은 그 모습을 조용히 보고 있다 그대로 성열이 가는 길을 따라가 기습적으로 성열을 뒤에서 제품에 끌어안았다. 성열이 우뚝 멈춰서고 우현은 성열을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주어 뒤에서 꽉 안아 성열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너한테 계속 이렇게 해서 미안해..근데..나도 이런상황이 될줄은 몰랐어.."
"..." "그냥..화가나서 미루자고 해본건데, 그게 진짜로.." 성열의 고개가 천천히 숙여졌다. 잠시후 어깨가 흔들리며 성열은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어느 상태인지 눈치챈 우현은 성열의 앞으로가서 성열을 꼬옥 안아주었다.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했던 성열은 그자리에서 우현의 옷깃을 잡고 엉엉 울었다. 성열의 마음이 지금 어떤지를 다 알고있었다 그래서 인지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차라리 몰랐으면, 그냥 웃으면서 토닥여주기라도 했을텐데, 씁쓸한 미소와 함께 성열의 뒷통수를 몇번 쓰다듬었다. . . . 우현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눈물을 닦아내며 집으로 올라왔고, 굳건히 닫혀있는 성종의 방문을 한번 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고작 이틀정도 안본거같은데 이미 100년은 흐른듯했다. 힘없이 컴퓨터를 켜서 느닷없이 '엘' 을 검색했다. 특유의 표정으로 카메라를 마주쳐주는 사진이나, 눈을 꼭 감고있는 모습의 사진을 보고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눈꾹감다가 떴을때가 제일 이뻤는데, 사진을 이리저리보다가 연관검색어에 '엘 성열' 이 있어 은근슬쩍 기대하며 눌러보며 사진을 보는데 콘서트때 사진이 여럿나왔다. 사진을볼때마다 멘트를 치고 있는 성열의 모습을 빤히 보는 명수의 모습이 수도없이 많이 찍혀있었다. 성열은 어설프게 샐쭉 웃어보였다. 계속 둘러보는 와중에 SNS에 올라온 엘의 글에 시선을 두었다. 워낙 컴맹인 성열은 엘이 올린글을 신기한듯 보았다.
'나보다 못생긴듯ㅋㅋㅋㅋㅋㅋ' 글이 참 자극적이게 올라와 사진첨부까지 되어있으니, 괜시리 궁금해져 클릭해보았는데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와있었다. 치- 자기도 모르게 혼자 중얼댔다.
"누가 누구보고 못생겼데..지잘난맛에 으휴.."
글을 계속 내려가면서 볼수록 평소모습 답게도 있는대로 시크한척하는 글들을 보며 큭큭 웃었다. 근데 왜 눈물이나지, 눈물을 한번 쓸듯이 닦다가 머리속이 번쩍 뜨였다. 가입하기를 찾는 와중도 시간이 엄청 오래걸렸다. 이럴줄알았으면 진작에 컴퓨터공부좀 해놀걸. 1시간동안을 그 사이트안에서 가입하기를 찾다가 결국 찾아내 가입하는 방법까지 인터넷에 쳐가면서 결국 1시간30분만에 아이디하나를 만들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글을 어떻게 쓰는가, 성열은 머리를 꾹 쥐었다. 인내심에 못이겨 이건 다음에 하기로 하며 다시 엘의 SNS에 집중했다. 가끔씩 올라왔던 엘의 풋풋한 모습의 사진들을 보며 오랜만에 미소를 지으며 웃어보았다.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닫고 성열의 표정은 다시금 어두워졌다.
핸드폰을 또 습관처럼 들여다보았다. 이젠 버릇이 되었다고 단정지어버렸지만, 이젠 핸드폰을 열면 보는것이 최근연락자가 아닌 갤러리에 있는 사진을 보게된다. 엘이 딴짓을 하고 있을때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며 어두웠던 표정들을 다시 풀었다. 진짜 미친것만같다. 한사람때문에 이렇게 제 모든것이 다 바뀌어버릴줄은...진짜 미쳤다. 핸드폰을 보며 넋놓고 웃고있다 컴퓨터에 무언가가 뜨길래 시선을 돌리니, 엘의 SNS가 방금 업데이트 되었다는 실시간 알림이였다. 실시간..실시간!? 성열은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새로고침을 눌렀다.
'ㅋㅋ창피해' 글과 함께 올라온건 동영상이였다. 요즘 유행한다던 귀요미 동영상이랬나, 성열은 무심코 동영상을 눌렀고 보자마자 웃음을 머금었다. '일더하기 일은 귀요미~이더하기 이는 귀요미~'
손가락으로 하는 귀여운척이였던건지 부끄러운듯 웃으며 하는 명수의 모습을 보고 성열은 입이 쭉찢어질정도로 웃었다 '육더하기 육은 쪽쪽쪽쪽쪽- 귀요미!' 성열이 가장 크게 웃은 시점이다. 평소와 어울리지않게 참 귀여운행동 많이 한단말이야, 귀엽네. 귀여워죽겠다. 또 혼자 컴퓨터속에 있는 엘에게 중얼거렸다. '보고 있지? 아 창피해 끅끅끄그극!' 카메라를 찌르듯이 가리키며 말하는 명수가 곧이어 하트를 만들며 쑥쓰럽게 웃으며 동영상이 끝났다. 그 와중에 반지는 약지손가락이 아닌 검지손가락에 껴 있었다. 좀 된 동영상을 올렸구나, 팬들은 실시간으로 답글을 올리는데 성열은 또 거기까지 하기엔 어떻게 하는지 골머리를 썩혀야해 답글을 달지 못한채 동영상을 몇번이고 돌려보았다. 이쁘다 우리엘이, 보고싶어 죽겠다. 보고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