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천만번째 남자 019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3/0/8307e1aa4ce74ba03683c809c5107821.jpg)
[수열] 천만번째 남자
19. 반면, 성열은 책상에 머리를 박고 1시간여동안 끄적이다가 결국 몇글자 못쓴채 연필을 툭 내려놓았다. 단 짧은 두줄이 종이에 덩그러니 써있었다.
'그남자는 마음이 상당히 아플거에요, 정작 뒤에서 받쳐준건 그남자인데 다른남자한테 눈이나 팔고있고말이죠' '저같으면, 여자를 잡겠어요. 어떻게든 무슨 방법을 써서든, 그만큼 좋아한다는거니까요, 꼭 마음을 알려줘야죠'
더이상 어떻게 써, 에라 모르겠다, 성열은 그대로 눈을 잠시 부쳤다.
. . . "일어나봐.."
연습을 막 마치고 수척해진 얼굴로 우현이 자고있는 성열의 등을 살짝 흔들었다. 성열은 눈이 빨개져 입을 한번 쓸듯이 닦으며 일어났고, 우현은 또한번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일 와, 오늘 녹음하기에는 너도 나도 둘다 힘드니까"
"...아"
"쓰라는건 써봤어?"
"아직요..두줄밖에 못썼어요.."
"그럼 놔두고 들어가, 내일와. 내일부턴 확실히 녹음들어갈꺼야"
"네..안녕히계세요..혹시 엘은.."
"엘은 방금까지 힘차게 연습하다가 졸립다면서 숙소로 바로 들어갔는데"
"바로 들어갔다고요? 에라 나쁜...들어갈게요 잘자요"
"응 너도"
성열이 꾸벅 인사를 하고선 녹음실을 나갔고, 우현은 나가려다 연필과 함께 책상에 덩그러니 남겨져있는 종이를 집어들어 한글자 한글자 차례차례 읊었다. '그남자는 마음이 상당히 아플거에요, 정작 뒤에서 받쳐준건 그남자인데 다른남자한테 눈이나 팔고있고말이죠'
'저같으면, 여자를 잡겠어요. 어떻게든 무슨 방법을 써서든, 그만큼 좋아한다는거니까요, 꼭 마음을 알려줘야죠'
우현의 표정은 조금 서글퍼졌다. 어설픈 웃음과 함께 종이를 다시 자리에 내려놓은채 발걸음이 무겁게 녹음실을 빠져나갔다. [엘아 얼마나 피곤하면 나보다 잠이 먼저냐?^^]
성열은 괜히 괘씸한 엘의 행동에 카톡에 분노를 담아 보냈고, 머지않아 답은 칼답으로 왔다. 엘과 연락하면 좋은게 전화하면 바로 받고, 메세지보면 바로보내고, 부재중전화 뜨게하면 바로 전화오고, 아주 편한존재란 말이지. 한번 풉 웃다가 카톡을 확인했다. - [피곤해..니 입술을 맛있게 먹고 나니 힘이나서 무리하다가 지쳐 쓰러짐 ㅅㄱ -엘]
이게 진짜 못하는 말이없어..얼굴이 확 화끈거려진 성열은 잠바에 달린 모자를 쓰고선 괜시리 뜨거워지는 볼을 한손으로 잡았다. [못하는 말이없어, 난 이제 집가]
- [아 맞다, 데려다줄려고 했는데 밖에 춥잖아 혼자 걸어가는거? -엘] [응, 오늘은 택시비를 못가져왔네] - [지금 나갈까? 너 추운데 누가잡아가면 어떻게해 -엘] [추운거랑 누가 잡아가는거랑 무슨상관이야~피곤하다며 얼른자]
- [집에가면 꼭 전화해, 나기다릴꺼야 안그럼 지금 전화해도되 -엘] [집에가서 할게, 헤]
성열은 손이 시려워 주머니안에 핸드폰을 넣고 입김을 불며 집으로 향했다. 요즘따라 겨울이 더 가까이 다가오듯 날씨가 추워져 성열의 몸을 으스스 떨게 만들었다. 몸을 껴안듯 감싸며 집에 들어왔을땐 아무도없는듯 집안이 깜깜했다. 이상하다, 원래 이시간엔 이성종이 들어와있어야되는데..혹시 자나 싶어 불을 켜봐도 찬 공기만이 성열을 반겨주었다. 그것도 잠시 성열은 아차했다, 내용을 썼던 그 종이를 책상위에 두고왔다. 머리를 한대 콩 치고선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시 방에 기어들어가 하나하나 생각하며 적어나갔다. . . . 한편 성종은 한 포장마차에서 패딩조끼 주머니에 한쪽손을 넣은채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정말 없었는진 모르지만 지나가다 그냥 술이 땡겨 자리에 앉은것 뿐인데 몸을 가눌수 없게끔 술이 들어가버렸다. 기분이 좋은지 씨익 웃는 성종은 술잔에 담긴 술을 흔들며 무언가 슬픈눈으로 술잔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최근발신자에 첫번째로 뜬 번호로 통화버튼을 누르며 귀에 대었다.
- "여보세요" "야 엘! 내가 누군지는 알지? 응?엉!?"
- "방금까지 연락했던 이성종아니냐, 술먹었냐? 어?"
"응~기분이 너~무 좋아서 술먹었어"
- "곱게 들어갈것이지"
"여기로 나올래? 아~슈퍼스타님이셔서 이런데 못올라나? 크하하하"
- "진짜 미쳤냐?..정신차려, 이성..."
"성열이 얘기하려면 안들을래! 니가 나 성열이 보모취급해서 지금 내가 빡이 쳐서 응!!!?"
- "언제적 얘기를 이제와서..어딘데,"
"그래도 니네 숙소랑 나름가까운데~크하하, 뜬금없는데 니 잘난척 되게 보고싶다, 그 재수없는 왕자병이나! 크하하하"
- "진짜, 넌 내일을 후회하게될거다. 이성열은 전화안받아? 안데리러나온데?"
"내가 지금 집에서 지긋지긋하게 보는 이성열 보고싶다고했어!? 재수없는 왕자병좀 보자고 전화했지?"
- "아오, 진짜 술들어가서 눈에뵈는게없냐? 어디야 거기가, 넌 여튼 나 이상한일 벌어져봐 다 니탓이야"
"응, 여기 근처 포장마차야~ 슈퍼스타님 열심히 감추고오세요~"
성종이 명수의 말을 들을것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고 다시 술이 담긴 술잔에 시선이 향하며 그대로 들이켰다. 다시 술을 잔에 따르며 혼자 중얼거렸다. "치, 맨날 나만보면 이성열 이성열 거리지?"
또 한번 술을 한번에 들이켰다. 캬- 소리와함께 혼자 베시시 웃는 성종은 입을 한번 손으로 쓸었다.
"저기, 술 혼자먹나봐?"
두 남자가 성종의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베시시 웃는 성종을 주시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한잔 더줄까?"
"아니~엘 올때까지 기다릴거야"
"엘?"
"응응,"
성종이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유유히 흔들리는 술에만 시선을 두었고, 남자들은 뜬금없이 성종의 손목을 잡아 제 쪽으로 끌었다. 성종의 힘풀린 눈은 유유히 그남자들에게 향했다.
"우리 2차갈까? 술 더 맛있는걸로 사줄게" "..." "너 근데 생각보다 되게 이쁘게생겼다, 남자애 인가 싶을정도로"
"..."
"2차로 맛있는 술 사줄게, 우리랑 가자" 남자들이 일어서며 성종의 팔목을 끌었고, 성종은 술기운에 힘없이 끌려갔다. 남자들은 서로 큭 웃으며 성종을 양쪽에 끼고 자리를 이동하려는데 누군가의 손이 성종을 잡던 손목을 툭 쳐냈다.
"잠깐 그애 얼굴좀 보자, 날 불렀던 버르장머리없는놈이 이자리에없네" 명수였다. 검은모자에 목도리를 둘둘매고 온 상태라 딱히 알아볼턱도 없었고, 명수는 남자들의 앞을 지나쳐 베시시 웃으며 간신히 서있는 성종의 모습을 보았
다. "버르장머리없는놈이 여기있네" "니새끼는 뭐냐? 왜 중간에 끼어들고 지ㄹ..."
"내가 니네같은 삼류인생들하고 논할 그런애가 아니거든, 조용히 말할때 가라"
"뭐? 아니 이새끼가"
"손대면, 넌 그즉시 끝날줄알아, 이 손목놔" 명수가 나머지 한명이 잡고있는 손목을 놓으려하자마자 남자의 발길질에 가슴팍을 맞아 푹 바닥에 쓰러졌다. 다른 남자 한명이 명수를 막무가내로 밟았고, 성종은 헤롱헤롱 거릴뿐 상황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명수가 아파서 꼼짝도 못하는 틈을 타 남자가 성종을 끼고 데려가려하자 명수는 힘닿는대로 남자의 발목에 손을 뻗어 걸음을 멈추게 했고, 마지막 힘을 다해 일어나서 남자의 얼굴을 강타하고 절뚝거리는 발로 성종의 손목을 제 손에 잡아넣어 무작정 달렸다. 중간에 성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넘어지자 명수는 악 소리를 지르며 성종을 제 등에 업힌채로 힘겹게 달렸다. 어느정도의 추격전이 오가는 가운데 근처 으슥한 가로등 밑으로 몸을 숨겨 성종을 바닥에 앉힌뒤 헉헉 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내일 당장이 연습이 중요할판에 얼굴은 긁히고 몸은 쑤시듯이 아파오고, 주먹으로 슬슬 두들기며 옆을 보니 녀석은 천하태평하게 잘도 자고 있었다. 어이가없어서, 그나저나 몸이 욱신거려 아파와 도저히 움직일수가 없어서 핸드폰을 들어 매니저에게 전화했다.
"형, 여기 가로등 근처인데..데리러와줄수 있어..?" 전화를 끊고 욱신거리는 걸 이를 악물며 참아내곤 성종을 보며 신경질적인 투로 혼자 중얼거렸다.
"넌 지금 내가 이러는데 잠이오냐?" "..."
"내일 당장이 연습이 중요한데, 잠이오냐고 너는.."
. . .
"다시갈게, 성열아 제대로" "네,"
성열은 아침부터 녹음실에 와서 목을 대충 풀곤 녹음을 시작하는데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 벌써 몇시간째 잡아놓고 있는지, 우현의 입에서 잠시만 쉬었다 하자는 얘기가 세네번은 흘러나온것 같다. 어젯밤에 이성종 혼자 술을 처먹고 들어와서 바로 바닥에 뻗어버리는 바람에 챙겨주고 재우느라 꼴딱 밤을 지새웠다. 그래서 인지 컨디션이 좀처럼 따라주지않았다. "얼른 녹음끝내야지, 안무연습도 하고 하지, 정신차려"
"네.."
무엇보다 성종은 둘째치고 신경이 쓰였던건 엘의 연락이였다. 아침마다 늘 카톡을 넣어주는 녀석인데 오늘은 연습실을 도둑고양이처럼 훔쳐봐도 모습이 보이지 않고, 연락조차 없어 걱정되서 좀처럼 집중도 되지 않았다. 우현은 계속 혼을 내는데도 정신을 못차리는 성열을 보며 미간을 꾸욱 짚었고, 결국엔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성열은 우현이 박차고 나간후에 머리를 꾹 쥐며 핸드폰을 훑었지만 여전히 연락이 없다. 잠시후, 열을 식히고 온 우현이 들어오고 성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노래하기 싫어?" "네..?"
"언제는 부르는게 절실하다며, 지금 이게 절실하다는 사람의 태도야?" "..."
"지금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붙잡아도 정신못차릴꺼니까"
"..."
"노래 내는거, 미루자, 니 그 산만한 정신상태로는 녹음하기 글렀어" "우현이형.." "아무리 그래도 사람앞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내가 니 정신차릴때까지 기다려줘야되는 사람도 아니고"
"..."
"더말하면 입아프니까, 미루자,"
우현의 말한마디로 성열의 노래녹음은 미루어졌고, 쾅 하는 문소리와함께 우현이 나가자마자 핸드폰을 꾹 쥐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누구는 연락도 안되고 사람 혼 다 빼놓고 노래도 못하게 망쳐놨으면서 전화도 안받고..엘 나쁜새끼..성열만 남은 텅빈 녹음실에서 성열은 덩그라니 서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가 잠시후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켜 녹음실을 나와 연습실을 뒤적거리듯 엘을 찾아다녔다. 결과는 딱봐도 뻔했듯 엘은 연습실 그 어딘가에도 없었다. . . . .
"어제 무슨일 있었는지 말안할거야? 갈비뼈 골절이 뭐야 지금! 컴백날짜가 이제 얼마안남았는데!" 병원에서 단순 갈비뼈골절이라는 진단을 받고 한시라도 얼른 붙게 하기 위해 몸에 깁스를 감아 단단하게 고정시킨뒤 진료실을 나왔다. 매니저의 따발총적인 잔소리에도 명수는 아무말도 꺼내지않고 앞만 보며 걸었다. 어제 새벽, 매니저형을 불렀고 매니저형은 빠르게 도착했다. 매니저가 도착했을당시, 곤히 자고 있는 성종과 그 옆에서 몸을 얼싸안으며 고통을 꾹 참아내는 엘을 보며 급하게 차에 실었고, 성종을 먼저 데려다달라는 명수의 간곡한 부탁에 성종을 얼른 데려다놓고 병원으로 급하게 옮겼다. 매니저는 답답할따름인지 끝까지 말하지 않는 엘을 보며 혀를 차야만 했다.
"지금 당장 무리도 하면 안되고, 연습도 안되잖아" "...할게 하면되잖아, 그만해라 형, 나 환자야"
"지금 그말이 나와!!? 사장님한텐 내가 말할테니까 너 어디나가지말고 집에가서 꼼짝말고 쉬어"
"...또 가둬둘라고"
"어제도 나가지말랬는데 니멋대로 나갔지?, 진짜 어디나가기만해봐 가만안둘꺼야 명수너"
"알았어..자꾸 뭐라하니까 갈비뼈아프잖아"
"입만 뚫려가지고는.."
매니저는 차에서 내려 명수를 부축해 집에 넣었고, 어디 나가지말라는 경고와 함께 다른 멤버들 스케줄을 위해 집을 나갔고 명수는 핸드폰을 찾다가 제 잠바주머니에 있다는것을 깨닫고 핸드폰을 가져와 바로 확인했다. 부재중전화에는 떡하니 '열이' 라고 하는 이름이 수십개나 떠있었다. 걱정스러운 말투가 담긴 문자도 몇십통이나 와있었고, 험악한 말들이 담긴 카톡도 몇십개나 와있었다. 명수가 답을 보내려고할때 떄마침 우현이 수척한 기색으로 숙소에 들어왔다.
"형 왜 벌써 들어와?" "내가 무슨 할일이있었나?"
우현의 표정은 상당히 굳어 화난듯 안면에 힘이 가해져있었다. 화가나면 가장 무섭기로 소문난 우현에 명수는 꼼짝없이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이성열..녹음있다고 했잖아..여..기적혀있기도 했고"
"이성열 노래 녹음 미뤘어"
"뭐?"
"미뤘다고,"
"형!"
"그럴거면 성열이 걱정은 시키지말았어야지,"
"뭐..?..."
"여튼 미루기로 했으니까 토달지마라, 잘거니까 깨우지말고"
우현은 표정이 싹 굳은채로 방 문을 쾅닫고 들어갔고, 명수는 멍해진채 핸드폰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무리봐도 이성열의 문자나 카톡엔 녹음을 미룬다거나 등의 내용은 없었는데, 명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현의 방문을 열어제껴 옷을 갈아입고있는 우현에게 넌지시 물었다.
"형, 이성열은 누구보다 노래가 절실.."
"노래가 절실하다고? 허..내가 보기엔 그게아닌거같은데?"
"뭐..?"
"내가 보기엔 이성열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건 노래가 아니고"
"..."
"너의 연락이겠지"
우현이 명수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 욕실로 들어갔고, 명수는 멍하니 우현의 뒷모습을 보았다. 머리를 굴려 생각해보니, 이성열의 녹음이 미뤄진것도, 이성열이 절실하다는 그 말의 이유도, 모두 나였다. 표정이 굳어진채 멍하니 있다 핸드폰에서 읭- 하고 울리는 진동에 시선을 돌렸고, 발신자는 '이성종' 이였다. 명수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아들었다.
"왜"
- "어제...내가 민폐를 끼쳤..."
"끼쳤지, 그것도 아주많이"
- "...어디 다쳤어?"
"다친것뿐이야? 지금 다른사람 마음에도 스크래치낸게 누구때문인데..누구탓인데"
- "...미안해"
"지금 이 상황이 미안하다고..하..됐다"
- "많이 화났어..? 진짜 미안.....해.."
"끊어, 내가 지금 너랑 더 전화하면 화가날거같으니까, 나중에하자"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왜 또 쓸데없이 다른사람에게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 모든건 다 자기때문에 벌어진일인데 말이다. 이성열의 문자하나하나를 살폈다.
'너 왜 연락안행'
'엘아 자지말고 일어나!!!!' 처음엔 장난스러운 문자로 시작되었다. '엘아..무슨일있어? 그만 일어나'
'야 이 똘추야, 전화받아 좀' 보낸 시간이 우현과 있어야 할 녹음시간이였다. 예상으론 녀석은 녹음을 하는 와중에도 불안하게 문자를 보내왔을거다.
'엘아..보면 꼭 연락줘 어디아파?'
'엘아, 전화 왜케 안받아...무슨일있어?'
'엘아,..집중이 안돼' 마지막 문자가 명수의 가슴을 후볐다. 그렇게 노래녹음한다고 좋다고 웃으며 기뻐한 이성열의 어제의 표정이 생생했는데, 한순간에 자신때문에 미뤄지다니, 명수는 옆에 있는 쇼파에 얼굴을 묻었다. 쇼파에 몸을 기댔을때 붕대로 어떻게든 붙여놓으려는 갈비뼈에 통증이 또 느껴졌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간, 누군가는 핸드폰을 붙잡으며 누군가의 연락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눈물로 바닥을 적셨고, 또 다른 누군가는 누군가의 단호한 한마디에 이불속에 얼굴을 묻고 몸을 떨며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다. 우현 역시 연습하고 땀에 젖은 몸을 씻궈낼때 눈을 꾹 감았다. 왜 하필 그때 성열의 모습이 화가나서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는지에 대해, 왜 김명수를 애타게 기다리는 눈빛으로 제 모습을 보는거였는지,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손으로 주먹을 꾹 쥐었다. 더불어 입술을 깨물었다. 녹음실에서 나갈려고 할때의 이성열의 표정을 보지 말았어야했다. 나가고 나서도 텅빈 녹음실에 홀로 서서 핸드폰을 쥐고 고개를 숙이는 녀석의 모습이 연달아 거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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