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로 그대 감사합니다.
[인피니트/다각/수사물] 제 8의 피해자 11
W. 여우
성열은 식음을 전폐하고 있었다. 밥은 커녕, 물 한모금조차 마시지 않았고, 세상 모든 것을 잃은 듯, 그렇게 앉아있었다. 이따금씩, 문상객들을 접하던 명수가 멍하니 성열을 응시할때면-, ……그럴때면, 성열은 그저 뚝뚝-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명수는 성열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묵묵히 빈소를 지켰다. 우현이 찾아와 왜 부검조차 허락해주지 않았냐며 성열의 멱살을 치켜올렸고, 심지어는 뺨까지 올려붙였다. 하지만, 성열은 그저 고개를 떨구었다. 명수만이 우현을 떨어뜨렸을 뿐이었다. 빈소는 조용했다. 곡소리라도 할 줄 알았던 성열은 마냥 조용했다. 성종의 동료, 친구……, 성열은 성종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구석 한 곳에 자리잡았다. 예쁜 성종의 모습이, 서럽고, 서러웠다. 성열은 괜찮은 듯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우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단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우현은 외적으로, 성열은 내적으로 그 슬픔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함께 있는 명수와 성규, 둘의 슬픔은 도무지 밖으로 드러낼래야 드러낼 수 조차 없을만큼-. 밤이 찾아왔고, 문상객들은 천천히 발길이 끊어졌다. 명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빈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구두를 고쳐신었다.
"……김명수, 어디가……."
"안 잤어, 성열아?"
"어디가는데."
"담배 좀 피고 올게-."
"……아, 응-."
명수는 다시금 신발을 고쳐신었다. 구두 속으로 부드럽게 발이 들어갔다. 탁탁-. 명수는 구두코를 딱딱, 바닥에 부딪혔다. 금방이라도 빈소를 빠져나갈 듯이 서 있던 명수는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다. 현관에는 발을 들여놓고, 입구에 앉은 그 모습이 참, 작아보였다. 성열은 구석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와 명수의 뒤에 섰다. 한 껏, 움츠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명수의 뒷모습이 애처로웠다. 명수를 내려다보던 성열은 천천히 몸을 내려깔았다. 그리고, 명수를 끌어안았다. 명수의 옆구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등에 얼굴을 대고, 숨을 들이켰다.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심호흡을 했다. 명수는 성열의 숨결을 가만가만 느꼈다. 성열은 명수의 정장에 한 방울 눈물을 적셨다.
"다 끝났어, 명수야……. 모조리, 하나도 남김없이 끝나버렸어."
명수는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게 다 끝나버린 이 상황이 너무나 야속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아무 탈 없이 끝난 것이 안도를 불러일으켰다. 명수는 자신의 몸을 감고 있는 성열의 팔을 풀었다. 상체를 틀자, 자신의 뒤에 기대있던 성열이 멍하니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 모든 것은 끝나버렸고, 연기는 자욱했다-. 명수는 성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눈에도-. 콧잔등에도-. 마지막으로 고개를 틀어 입술에도 키스해주었다. 메마른 성열의 입술이 명수의 입술에 닿자, 거친 느낌이 났다. 명수는 입술을 떼고도 한참이나 성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담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명수는 성열을 혼자 두는 것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었다. 허나, 이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꼭 나가야만 했다. 명수는 금방 돌아오겠다며, 빈소를 빠져나갔다. 장례식장을 나서니, 시린 날씨가 명수의 옷깃 사이사이로 스며들었다.
"아, 춥다……."
명수는 후욱- 입김을 불었다. 입을 통해 나오는 하얀 김이 마치 담배연기 같았다. 찬 날씨-.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도, 시리기만했다. 기온이 낮은 탓이었다. 명수는 생각했다. 꼭 성종같다고-. 바람이 불지 않아서, 추운지도 모르고, 입술이 파랗게 질리지 않아서 따뜻하다고 생각하는 날씨-. 하지만, 이내 낮은 기온때문에 몸이 덜덜 떨리고, 손 끝이 아파오는 날씨-. 성종이었다. 참, 이모저모로 다른이를 아프게 찌르던 사람이었는데……. 명수는 안쪽 주머니를 뒤져, 담배 한 갑을 꺼냈다. 하얀 담배 한 개비가 명수의 입에 걸쳐졌다. 명수는 바지 주머니 이리저리를 뒤지다, 이내 라이터를 찾아 꺼냈다. 칙칙-,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담배에 불이 붙었다.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후욱-, 들이쉬는 숨과 함께 담배에 불이 옮겨 붙었다. 씁쓸한 공기가 폐를 훑고 지나왔다. 컥컥-, 숨이 막혔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이 울분을 토하게 했다. 명수는 담배곽안을 살펴보았다.
"또 사러가야겠네……."
한 개비도 남지 않은 담배곽 속에, 작은 종이가 보였다. 피에 절어 굳은 종이. 명수의 시야가 흐려졌다. 그리고 까맣게 변질되었다. 명수가 눈꺼풀을 감은 탓이리라. 명수는 눈을 떴다. 고깃고깃 접지 않아도, 이미 그 한 장만으로도 충분히 작은 종이였다. 정말 작고, 작은 종이……. 명수는 검지손가락을 넣어 종이를 꺼내었다. 검은색 펜으로 쓴 글씨는 이미, 검붉은 색으로 번진 지 오래였다. 명수는 담배를 한 번 더 쓰읍- 물어빨았다. 그리고 연기를 내뱉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스러웠다. 명수는 입가 한 쪽 끝에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종이를 자신의 얼굴로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알아볼 수 없는 글씨들을 천천히 읊었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뱉은 명수는, 이내 불씨를 들어, 종이를 태워버렸다. 작은 종이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명수는 종이에 적혔던 글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여 이야기했다. 중얼중얼-. 명수가 태워버린 종이에 쓰여져있던 성종의 반듯한 글씨체는 무엇이었을까-. 명수가 생긋 웃었다. 그리고, 그 글씨는…….
'형, 왜 그랬어요?'
* * * * *
[서울시민을 공포로 떨게 한 미혼모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혔습니다. 범인은 다름아닌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색출을 담당한 형사였는데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수빈기자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수빈 기자-.]
[ 미혼모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드디어 잡혔습니다. 용의자는 다름아닌, 사건담당형사였습니다. 용의자는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받은 충격을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바꾸었다고 진술하였는데요. 이번, 사건을 담당한 이유 또한 피해자들의 사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발언을 하는 등, 담담한 기색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허술한 경찰 구조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었는데요. 검찰 측은 아직 더 깊은 조사를 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시민들은 용의자에 태도에 대해 격한 분노를 보이며, 경찰 측에 항의하는 상황입니다. YHB뉴스 김수빈기자였습니다.]
[띠릭-.]
성규는 우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리고 이내 듣기 싫은 TV소리를 꺼버렸다. TV는 잔인하게도 빠르게 화면을 삼켜버렸다. 하루종일 반복되는 이야기는 동우에 대한 속보 뿐이었다. 성규는 생각했다. 사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발언……,을 동우가 담담하게 했을리 없었다. 자신과 이야기할 때에도 그렇게나 눈물을 쏟던 그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눈물을 담담한 기색을 보였다니-. 성규의 얼굴 위로 헛웃음이 스쳐지나갔다. 뉴스는 거짓을 토하고 있었다. 동우는 분명 펑펑 우느라 말도 제대로 잊지 못하였을 것이었다. 거짓으로 둘러싸인 이 현실이 고달팠다. 우현은 차가운 시선으로 책만 응시하고 있었다. 자주 읽던 소설책이었다. 성규는 한숨을 흘렸다. 성종을 고이 태워 작은 공간에 담은 후로, 우현은 말수가 꽤 줄었다. 성규는 우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멍하니 꺼진 화면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우현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꽤 다정해보이는 모습이었다. 허나, 지금 우현과 자신의 관계는 그러하지 못했다. 성규는 일찍 잠들고 싶었다. 어쨌든, 자신은 내일 아침 일찍부터, 동우와의 면담이 있었고, 그를 기소하기 위해 다시 머리를 싸매야했으니까-. 성규는 쇼파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우현의 손이 성규의 팔을 잡아세웠다. 성규가 고개를 돌리니, 우현은 읽던 책도 덮은 채, 성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명수한테 받은 쪽지 내 놔-."
"뭐? ……우현아, 너 무슨 소리 해?"
"……그 날, 김명수한테 성종이가 준 쪽지 받았잖아. 그거 어디갔어. 당장 내 놓으라고-. 이성열은 끔찍히도 아끼던 자기 동생이 죽었는데 부검조차 하지 못하게 했어. 김명수는 말리지도 않았고. 게다가 너는……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응했어-. 그 날, 다 봤으니까 내 놓으라고-."
"난 지금 이게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요새 너도 이상하니까……, 그만 놓지? 나 내일 장경사, 아니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만나야해."
"……그 쪽지 내놓으라고-. 지금 내 말 안들려? 시발, 내가 병신같아? 내 사랑하는 동생을 잃었어. 물론, 부모님들께서는 사이 안좋으시지만……, 나 이성종 끔찍하게 아꼈어. 너가 질투할 정도로-. 나 몰라? 내가 우리 성종이 얼마나 아꼈는지 모르냐고-. 그러니까……."
성규가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휴대폰을 꺼냈다. 우현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굳어갔다. 이게 무슨, 일일까 싶었다. 성규 역시 만만치 않은 표정이었다. 성규는 계속 크게 한숨 쉴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내, 몇 번의 터치가 오갔다. 성규는 엄지손가락을 몇 번 더 움직이더니, 우현을 바라보았다. 휴대폰을 내어주자, 우현의 인상이 풀어졌다. 성규가 내어준 것은, 다름 아닌 카메라 사진첩이었다. 우현은 성규를 잡고 있던 손을 풀고, 두 손으로 카메라를 받아들었다. 피로 젖어, 이리 저리 번진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글자 끝에, 우현이 화를 내고 말았다. 숨이 격해졌다. 우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규를 바라보았다. '이 쪽지 어떻게 했어-.' 차갑게 식다못해, 펄펄 끓는 목소리였다. 성규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태워버렸어-.' 우현의 두 눈이 커지면서, 성규의 뺨에 얼얼한 것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단 한번도 성규에게 화 낸적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방금 들은 '시발-.'과 함께 뜨거워진 뺨은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성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뜨끈뜨끈한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안 보여? '내가 범인이야-.'라고 적혀있는…… 이 종이-. 김명수가 준 거잖아. 근데 이걸 태워? 너, 너 미친거야?"
"……남우현, 너가 뭘 착각하나본데……."
"내가 지금 착각한다고? 지금 네 휴대폰에 찍힌 저 종이를 좀 봐-. 피에 젖어서 딱딱하게 굳은 저 그림자 좀 보라고……. 너라면, 너라면 흥분하지 않을 수 있어? 김성규, 너는……, 너는……. 시발."
"……저거 성종씨가 준 쪽지야. 명수씨한테."
우현의 손이 덜덜 떨렸다. 휴대폰을 쥐고 있는 손이 부지런히 흔들렸다. 성규를 때려놓고도 멀쩡히 서 있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제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성규는 서러웠다. 그리고 뚝- 눈물 한 방울을 흘려버렸다. 우현의 사촌동생을 감싸기 위해, 검사로서의 본분도 잊고서 모든것을 떨쳐버린 자신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런 우현에게 손찌검이나 당한 꼴이었다. 성규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끔찍했다. 우현은 멍하니 성규의 눈을 응시하다가 톡- 떨어지는 눈물, 그리고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보고서 그제서야 깊게 숨을 쉬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우현은 휴대폰을 쥔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성규의 휴대폰 화면은 성종이 범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소리질렀다. 우현은 무언가를 조작하는가 싶더니, 이내 '삭제하시겠습니까?' 라고 뜬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네' 버 튼을 눌러버렸다. 이제 아무런 증거는 남지 않았다. 우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성규또한 그 자리에 앉아 우현의 앞에 자리했다. 마주앉은 두 남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 성규는 우현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두 어번 닦아주다가, 이내 그의 손을 끌어당겼다.
"믿지마, 우현아…… 믿지마-."
"……말도, 안돼……. 흐윽, 말도 안된다고! 우리 성종이가 왜!"
"……그래서 숨긴거야, 그래서 숨긴거라고! 너 이럴까봐! 남우현, 너 정신차려, 바보같이 굴지말고 정신차리라고, 이 멍청아……. 내가 이러라고 내 양심에 칼 찔러가면서까지……, 그 종이 태운 줄 알아……? ……울지마, 울지말고…… 참아…… 참아, 우현아……."
"……성규야, 성규야……. 우리 성종이……, 성종이가……. 하아, 하으……윽."
"……이경사가 알면 안 된댔어……. 안 돼, 절대로-. 우현아……, 피해자는 일곱명 뿐만이 아니야……."
"……흐윽, 뭐……?"
"……이 세상에 남아있는 우리……, 그리고 성종씨……. 우리 모두가 제 8의 피해자야……."
_Fin.
* * * * *
*여우사담*
어, 사담이 사라졌다 .흡흡
아, ㅠㅠ길게 썻는데 슬프다
음음, 우선 결과적으로 명수가 가지고 있는 쪽지와 성규와 우현이 없애버린 쪽지가 달라요.
전화에서 보시면 힌트를 드렸듯이, 명수가 성종이에게 받은 종이는 작고 작아서 너무 작다고 써 있구요.
명수가 성규와 우현에게 넘겨준 종이는 A4를 반듯이 접은 종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명수가 성규와 우현이에게 다른 종이를 주었다는 말이 되겠지요, 아 맘이 급하니까 ㅠㅠ 잘 안써지네여
음음, 다시 말해서 명수가 성종이에게 받은 종이의 내용은 '형, 왜 그랬어?' 요거구용
명수가 성종이가 준 것처럼 해서 성규에게 넘긴 종이의 내용은 '내가 범인이야.' 라는 이야기입니다.
명수가 모두 꾸몄다는 이야기죠. 결과적으로 명수는 무조건적으로 범인이 됩니다.
하지만 번외에서 더 큰 결과가 있습니다. 하, ㅠㅠ.. 아이고, 미치겠답답답..ㅠㅠ
번외는 4회정도 분량이고, 암호닉 있으신 분들만 들립니다.
메일링 공지는 암호닉 정리가 완성되면 바로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담이 사라졌네요, 정말 너무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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