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익인님, 아이스크림님, 새벽의사슴님 예쁜 표지 잘 쓰고 있어요^^
Owl City, Carly Rae Japsen - Good time
어딘지 모르게 막 간지러웠다. 그것은 백현이 찬열에게서 느낀 일종의 ‘설렘’같은 것이였다. (명확히 백현의 입장에서)잘난 상판떼기와 허우대만 볼 만한 것이지, 그 외엔 딱히 매길 것도 없는 찬열에게서. 백현이! 끔찍하게도 부정했던 지난날에 비해 지금은 반쯤 해탈한 상태였다. 첫째가 황당과 분노였다면, 둘째는 포기, 그리고 지금은…
“박찬열 개새끼야….”
또 다시 분노.
몇 차례 있었던 일이라곤 했지만 오늘따라 더 욕이 술술 잘 나왔다. 길기도 엄청 긴 찬열의 몸을 지다시피 받친 백현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꾸역꾸역 올랐다. 이미 등 뒤로는 땀이 주륵주륵 흐르는 상태였다. 오늘의 코디 포인트라며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던 방울털모자도 벗어제껴 찬열이 입은 후드 모자에 쑤셔넣었다. 평소라면 10분정도 걸렸을 정류장에서 백현의 집까지 거리는 시속 1.5km의 속도로 벌써 30분을 초과 상태였다. 힘아리 없이 자꾸만 떨어져 나가려는 찬열을 몇 번이나 고쳐잡았다. 사는 빌라는 아직 보이지도 않는다. 70kg가량 되는 역기를 들고 집에 가는 거나 마찬가지지 이게. 내가 지금 이게 뭘 하는 거냐며 회유감을 느낀 백현이 이번엔 그래도 조용히 고개만 푹 숙인 채인 찬열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 먹였다. 일어나면 싸대기를 날릴 결심을 하고서 말이다.
“그냥 문자 무시할걸….”
못본 척 해도 됐는데. 늘 같은 레파토리로 찬열의 술 선배에게 문자가 왔다. 뻗음. 간결한 문자 내용에 머리를 감는 중이던 백현은 짜증스레 소리를 질렀다. 천하에 좆같은 새끼! 그래봤자 이런 꼴이다. 결국 이렇게 되있을 거였다. 어쩌다 코가 꿰인 건지 남자 좋아하는 호모가 된 것도 모자라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였다.
박찬열의 첫인상은 처음부터 좆같았다, 고 백현은 과장해 말한다. 풋풋했던 16살 여름의 끝이였다. 여름방학 도중 아빠의 건강때문에 시골로 내려가게 된 학교에서 만난 게 찬열과 경수, 세훈이였다. 조례가 끝나자마자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머리가 아파 무작정 엎드렸다. 니 증말 서울에서 왔나? 진짜가? 서울에 그리 이쁜 누나들이 많다는 게 참말이가? 여기보단 낫겠지! 확 소리쳐주고픈 맘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었다. 기 세보이는 짝 여자애가 니들 안 꺼지나!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시꺼멓게 탄 남자애들은 듣는 체도 없었다.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야야, 니들 안 비키냐.’
키가 커 우뚝 솟은 멀대와, 쪼끄만 남자애, 엄청 하얀 애 셋이서 무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셋 다 어째 시골에서 보기 힘든 페이스였다. 얼굴은 희멀건하니, 눈코입도 뚜렷하니 잘 생겼고.
‘와, 서울아네. 서울아 맞나?’
‘반갑다. 얜 박찬열이고 난 도경수다. 얘는 오세훈.’
서울애인 줄 알았는데. 백현은 실망했다. 그래도 예의상 난 변백현, 하고 차도남 포스 물씬 풍기며 대답했더랬다. 와 억양봐라 억양! 서울아 맞네! 그러나 반응은 예상 외였다. 재수없다며 돌아설 줄 알았는데 역시 억양부터 다르다며 키 큰 멀대가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곤 허락도 안한 손을 맞잡고 위아래로 거칠게 흔들었다. 여긴 악수도 이렇게 하나.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방긋 웃어주는 경수를 보곤 백현은 꽤 괜찮은 애들인 것 같단 생각을 했다. …….
‘니 근데 개같이 생겼다.’
아주 좆같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강아지 닮았단 소리를 좀 험하게 했었겠지만, 첫날부터 개같다는 소리를 들은 백현에겐 컬쳐쇼크였다. 아니 그, 그 말티즈같은 허연 개 닮았다는 소리 한 건데 넌 왜이렇게 어? 부정적이게 받아들이냐고. 이런 식의 찬열의 해명은 통하지도 않았다. 은근히 쿨해보이지만 쌓이는 것도 많은 백현을 무시해선 안 됐다. 스쳐지나가는 중딩시절에 백현은 힘든 것도 잊고 웃었다. 재밌었는데. 친해진 이후로 넷이서 제방 일대를 평정했었다. 자칭 타칭 골목대장이였던 찬열은 조용하던 세훈과 나설때만 나서는 경수완 상반된 제 성향에 부합하는 백현을 많이도 좋아했었다. 백현아, 건넛마을 가자. 애들 데리고 니네 집에서 고구마 구워 먹을까?
“야… 왜 안가….”
옛 생각에 안 그래도 느린 걸음이 더 느려지자 깬 모양이였다. 술에 취한 얼굴이 얄미울 법도 한데 중딩 때 그 풋풋했던 얼굴이 아직까지 남아있어서, 괜시리 백현은 숨을 삼켰다. 반쯤 뜬 눈이 금색으로 탈색한 머리카락에 묻혔다. 보이긴 하는지 찬열은 땀에 젖은 백현의 머리카락을 어물거리는 손길로 넘겨주었다. 전 같았으면 낯간지럽게 뭐하냐고 손을 쳐냈을 법도 한데 가슴이 두근거려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취한 주제에 웃는 얼굴은 꽤 멋드러져서, 괜시리 백현은 뭘 보냐며 쏘아주고 걸을 수 있으면 걷기나 하라며 야단을 냈다.
“백현아아.”
그래도 꼿꼿히 설 줄은 아는 찬열을 떼버리고 걸음을 재촉하는 백현의 몸 뒤로 차가운 옷깃이 닿았다. 그리곤 낯익은 코트 소맷자락이 허리를 감쌌다. 술 냄새와 찬열 특유의 시원한 향이 뒤섞여 오묘하게 좋은 향이 났다. 키 차이로 한참을 내려와 백현의 목에 얼굴을 묻는다. 차가웠던 피부가 곧 열이 올랐다. 돌부처마냥 굳은 백현이 고쳐 더 꽉 안는 손길에 티나지 않게 숨을 흡 들이쉬었다. 심장이 너무 세차게 뛰어서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았다. 초조하다.
“왜, 왜이래. 너 폭탄주 얼마나 했길래….”
“내가 많이 좋아한다…. 진짜로….”
“뭐래. 야, 낯간지럽게. 일단 좀 떨어져라 어?”
“시팔, 진짜라니까.”
“너 여자랑 헤어진 거 후유증 아직도 있냐.”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찬열은 바람둥이는 절대 아니였다. 오히려 순애보였다. 다만 정 주고 들기가 쉬운 것 뿐이다. 그래서 그 수많은 여자를 거쳐간 만큼 열병도 잦았던 거다.
“됐다. 너랑 뭔 말을 하냐. 엉아 받치기나 해.”
“…지랄.”
“야야, 나 진짜 넘어질 것 같아. 얼른.”
결국 백현이 다시금 찬열의 팔을 제 어깨에 둘렀다. 틱틱거리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술김이라 그런지 니가 좀 고맙다? 지랄, 니는 나한테 평생 고마워 해야돼.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둘이 떠올리는 생각은 같았다. 처음 체온과 몸을 나눴던 밤과 순간 확인한 자신의 마음. 같은 것들.
*
“와, 대박.”
“대박?”
“응. 놀랍다는 뜻.”
그제야 이해가 된 건지 커다란 기타를 든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방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카이의 어깨에 메여진 것은 기타였다. 듣기로는 원장선생님 통기타라는데, 오늘 관심을 보여 레슨을 한 번 해주고 연습까지 해 오라며 들려 보낸 것이였다. 들고 앉으니 꽤 폼이 났다. 한 번 해 보라는 경수의 요구에 코드를 잡는 모습이 꽤 진중했다. 쳐 본 적은 없지만 코드는 알고 있던 경수는 금세 알 수 있었다. G코드네. 코드를 맞추던 카이가 고개를 들고 슬쩍 웃었다. 그리곤 다 잡은 건지, 손을 부드럽게 튕겨 전체적인 음을 냈다. 디링. 어딘가 조금 붕 떠있는 음이 G코드가 맞았다. 카이가 앉은 소파 맞은 쪽 바닥에 앉아 테이블에 턱을 괸 채 그 모습을 보던 경수가 잘한다며 웃었다. 칭찬에 카이가 자동적으로 기타를 성의없이 소파 옆으로 밀어놓고 바닥으로 내려와 경수의 입술에 입 맞췄다. 상 주는 거 맞지? 아이처럼 순진하고 앳된 눈망울에 경수가 못말린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만 배웠어?”
“아니.”
“더 보여줘봐.”
“그거보다 더 좋은 게 생각났어.”
그게 뭔데? 헐렁한 티셔츠 목자락을 끌어당기며 경수가 물었다. 그 목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카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뭐라 말릴 새도 없이 경수를 번쩍 안았다. 평소 힘 조절을 잘 못해 팔을 잡아당기지는 않는다. 경수가 저번에 팔에 큰 멍이 든 적 있기 때문이였다. 뭘 하려는지 보자는 심산으로 앞만 보고 걷는 카이의 어깨에 손을 두른 경수가 곧장 침실로 들어서자 비명을 질렀다. 김카이!
그러나 카이는 성급한 몸짓으로 경수를 침대에 뉘이고 그 위에 올라탔다. 거실에서 미미하게 새어드는 불빛에 비친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였다. 일어서려는 경수를 단 한 번에 제압하고, 헐렁한 박스티 안으로 쑥 얼굴을 넣었다. 경수가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지르면서도 웃었다. 카이가 티셔츠 목께로 튀어나와 무작정 입술을 맞춘 탓이였다. 반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처음 데려와서 조그맣고 하얀 강아지였을 때. 이마를 간질이는 부드러운 생머리와 자꾸만 제 입술을 격하게 먹어버리는 짐승의 입, 끌려올라간 티셔츠 안으로 들어와 허리를 부드럽게 쓰는 손길 모두가 갑작스러우면서도 카이다웠다. 일단은 숨가쁜 입맞춤은 받아줬다. 그리고 빠져나와 티셔츠를 벗기려는 손을 저지했다.
“어허.”
“나 발정기야.”
“너 뻥칠래?”
“아ㅡ! 진짜야.”
매사 느리고 나른한 목소리가 다급한 듯 높아졌다. 설마 싶어 경수가 상체를 일으켜 카이의 머릿 속을 매만졌다. 헐. 머리카락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거실의 불빛에 의존해서도 잘 보였다. 귀였다. 늑대의 하얀 귀.
데려온 지 몇 달 후부터 발정기 기간만 되면 카이는 귀가 생겨났다. 이유를 당최 모를 현상이였다. 평소에는 머리를 헤집어도 없는 게 발정기 기간만 되면 생겨났다. 발정기 주기에도 가끔 가다 보면 없어져있기도, 또 생겨나 있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아침에 그것을 발견했을 때 너무나 놀라 잡아당겨 봤지만 명백한 늑대의 귀였다. 말 할 때마다 쫑긋거리는 것과 하얀 걸 단 채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여워 지금은 봐도 웃는 수준이였지만…. 발정기라니. 무튼 그게 더 큰일인 거였다. 경수는 재빨리 이 상황을 벗어날 궁리를 했다.
“나, 나 내일 나가.”
“…살살.”
“안 돼.”
“그럼 나 아파.”
…그건 그래. 발정기 때 어떤 식으로라도 풀어주지 않으면 카이는 주기가 끝날 때까지 앓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신 옷은 내가 벗을래. 너 거기 그대로 앉아서 손 하나라도 까딱이면 안된다?”
고개를 끄덕이는 카이의 눈이 짙었다. 카이의 다리 사이에서 빠져나온 경수가 제 앞에서 반쯤 무릎 꿇고 멍하니 저를 쳐다보는 포즈를 체크했다. 거기서 그대로야. 완전히 앉아있는 저에 비해 자세가 좀 높긴 했지만 기다리라 하면 기다리는 성격이니 괜찮다. 거기서 장난기가 발동한 경수가 부러 느리게 옷을 벗었다. 윗 옷을 벗고 맨 살이 드러나자마자 안달한 카이가 한 쪽 무릎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허? 허리가 조금 큰 트레이닝 바지를 벗다 말고 경수가 카이를 째려보았다. 곧 무릎이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카이가 침을 삼키던 입술을 깨물던 말던, 모습에 경수는 더 벗을 생각이 없는지 바지를 반 벗은 채로 무릎을 모아세워 앉아 해맑은 아이처럼 카이의 눈 앞에 손을 흔들어댔다. 카이의 눈썹이 실룩였다.
“아….”
“와, 진짜 변태. …어! 너 지금 왜 자세 바꿔?”
조금이나마 가까이 가려 카이가 상체를 좀 더 수그렸지만 그것마저 걸리고 만다. 한숨을 내쉰 카이가 상체를 폈다. 꽤 긴 생머리가 이리저리 흐트러진 모습이 딱 소년과 성인의 경계같았다. 입고있는 청남방 안의 하얀 민소매가 묘하게 섹시했다. 조금 더 골릴 요량이였던 경수가 안절부절 못하며 결국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카이에게 팔을 쫙 폈다.
“김카이, 안겨… 으앗!”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이가 달려들었다. 힐끔 본 머리카락 속 귀는 그 새 또 사라진 모양이였다. 앉은 그대로 무게가 실려 뒤로 넘어간 경수가 곧바로 얼굴에 쏟아지는 뽀뽀에 숨좀 쉬자며 어깨를 탁탁 때렸다. 이마고 볼이고 코고 할 것 없이 쪽쪽대던 카이가 밑으로 내려와 쇄골과 목의 경계에 뽀뽀했다. 그리곤 눈 앞에 보이는 귀 뒤 점에도 소리나게 입을 맞췄다. 기분이 좋은 경수가 그대로 몸을 카이에게 맡겼다.
“너 원장선생님이 연습해오랬다며어….”
“연습하면 되지.”
“어떻게?”
카이가 갑자기 경수의 눈 위에 입술을 꾹 찍었다.
“여긴 F코드.”
입술은 내려와 말랑한 볼에 닿았다.
“여긴 C.”
이번엔 입술을 내리누르듯 아주 세게.
“여기는 A….”
거기까지 배웠어? 경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흐흐거리며 물었다. 그 모습이 마냥 귀여워 카이가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장난을 걸려던 경수의 말이 돌진한 카이의 입술에 묻혔다. 이제 장난은 없다는 경고다.
“너 살살하는 거 잊지마.”
“으응….”
“듣고 있어?”
“말 좀 그만 해봐.”
아 네네…. 누가 말려.
“……뭐야.”
같은 시각. 세훈은 하나같이 전화를 받지 않는 셋을 원망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러분을 사랑하는 카최예요^^♥ |
와.. 여러분 저 하루만에 왔어요... 칭찬해줘요... 짧다고, 진도 나가는 게 없다고 탓하시면 안됩니다?! 저 자주자주 올거라서 제가 다~ 마무리 지을 테니 걱정 마세요 여뎌분 ⊙▽< 자주와도 뭐라하지 마세요 하트 다음 편에는 우리의 준멘이 나옵니다. 커플링은 아직 비밀! 솜은 제가 신중하게 생각중이여요ㅠㅠㅠㅠㅠㅠ 찬백은 틱틱거리는 것 뿐이고 세훈이는 여전히 솔로인데 카디만 이쁘다고 걱정마세요 다 생각이 있답니다...☆★ 아 여러분 덧글 보면서 저 정말 행복해 쥬거요ㅠㅠㅠㅠㅠㅠ 사실 오늘 온 것도 이번편은 덧글 다 달아드리려는 심산에서 왔습니다! 기필코! 덧글 하나하나 뒤에 있더라도 처음 보는 것처럼 기대되는 마음으로 보고 있어요. 정말정말 사랑합니다! 근데 이번에도 글이 모티에서 안뜨면 어쩌나 걱정되네요ㅠㅠㅠㅠ 제발.. +) 암호닉은 3편 나올 때까지 받구요, 3편에서 정리합니다. 암호닉 신청은 암호닉 신청 공지에 가서 부탁드려요^^ 사랑해요! 카디찬백 행쇼~SZ 카최독자 행쇼~S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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