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을 바꿔봤기에 경수오빠 백현오빠 모두 소환해봤습니다.
볼링공/뽀뽀/꼴뚜기/별별별/쪼코/아망떼/고집/둘리/연
언어영역/진2/백설/울지요/오세훈/우유/뚱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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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티/레니/됴찡긋/기하와벡터/꽃승아/오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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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떡/신난다/됴됴한나쵸/망고/고삼/에프/와다/구피
알찬열매/제이제이/광대/버블/안소희/삼해/야광별/포스트잇
이어폰/우월한카이/생크림/예헷/콩닥/도라에몽/킹오브킹
보쯍아/홍시/라엘/개뼉다구/됴레미/찬종짱좋음/슘슘/붕붕
심키/무쇠주먹/됴도됴도/도돌이표/바다/백도팡팡
드디어 30화..!
다음화까지 이어집니다.
변백현은 지금 누군가가 제 주둥이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이 일기도 했다. 아니...도경수..너 기다렸냐..? 아니..저거 뭐야. 내 영혼은 지금 내 몸속에 있는데 변백현이 한 명 더 생겼어. 어느 날 껄렁대며 집으로 향하던 제게 갑자기 다가와 가수를 해보지 않겠냐는 크리스를 처음 만난 날 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대답 안해?"
"...야."
"어 뭐."
"야..도경수."
"나 도경수 아닌데? 변백현인데? 정신없지 지금."
아 그래...지금 우린 역할을 바꾼 상태였지. 변백현은 당황한 제 자신을 잠시 추스른채 평소의 경수 모습을 떠올렸다.
바보같고..눈치없고..백치미에다가...맹한 그 도경수만의 말투...거기다가 병신미까지...하...
"그..하...그래....변백현."
내가 내이름을 3인칭으로 부르는 날이 오다니. 이것은 흡사 배켜니 과자 사주셰여. 이 느낌이 아니던가. 아니면 백희 빽사줘 오빠. 이 느낌인가..?
"너 원래 나 배켜나..이렇게 부르잖아. 아니야?"
"...."
"뭐 화나거나 삐졌을때만 풀네임이면서 왜. 뭐 삐졌어? 밀가루 못먹게 해서?"
작정했니 경수야?
"두 번째 상황을 드릴게요, 이번엔 두분이서 잠들기 전에 나누는 대화를 해볼까요?"
상담가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수는 백현의 팔을 잡아챘다.
"ㅇ..야..도겨..아니..배..백현아. 너 뭐하냐..?"
"잘 시간이야. 너 늦게 자면 하루종일 정신 못차리니까 빨리 자러가자."
"......"
"안쪽으로 들어가."
소파를 가리키며 말하는 경수의 모습에 백현은 생각했다. 항상 이럴때면 도경수는..
"시..싫어! 답답해! 내가 바깥쪽에서 잘거야!"
"너 잘때 존나 많이 굴러다니는데 바닥으로 떨어져서 또 어디 깨먹으려고 이래. 빨리 안쪽으로 들어가."
"ㄷ..답답하다니까?"
"말 안듣지. 피곤하니까 빨리 안쪽으로 들어가."
"......"
"오빠 피곤하다 도경수야."
가만히 서있는 백현의 팔을 잡은 경수는 소파에 백현을 앉히고 자신도 곧 옆에 앉았다.
"너 말안들으니까 잠들때까지 기다렸다가 안쪽으로 옮겨놓고 자야겠다."
"......"
"오늘은 뭐했어 우리 도경수."
"....."
"오늘은 오빠가 안보는동안 또 무슨 귀여운 짓 했어."
"......"
"또 여기저기 실실 웃고다닌거 아니냐 너?"
"......."
"아 존나 짜증난다."
".......뭐가.."
"내가 못 본 오늘 도경수를 딴 사람들은 다 봤을 생각하니까."
"......."
"나 가수 때려칠까 그냥. 그래서 존나 도경수만 쫓아다니면서 살까."
"......"
"사실 나는 그게 제일 좋긴한데."
"......."
"우리 도경수 먹여살리려면 그러면 안되지 오빠가."
제눈을 맞춰오며 말하는 경수의 모습에 백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도경수..너 진짜.
역할극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몇번을 반복하는 동안 백현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제 흉내를 내는 경수에게 이끌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자 이제 그럼 마지막으로..."
상담가는 웃으며 말했다.
"사랑고백을 해볼까요? 역할바꾸기의 마지막인만큼 더더욱 진심을 담아서요. 정말로.."
백현씨 경수씨 두 분 모두..
"서로가 된 것처럼."
백현은 여전히 소파에 앉은채 멍하니 경수를 바라봤고 경수는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백현의 앞에 섰다. 그리고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백현의 손을 잡고 천천히 손등을 어루만지며 백현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도경수."
"....."
"경수야."
"....."
"대답안해?"
"...어."
"먼저 말해봐."
"..뭐를?"
"우리 도경수는 오빠 얼마나 사랑하는지."
"......"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들을테니까.."
"......"
"어디로든 말해봐."
"........."
"우리 도경수가 오빠를 얼만큼.."
"......"
"사랑하는지."
언젠가 병원에 있던 경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났다. 제게 말하는 경수에게 백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주만큼..."
"......"
"우주만큼 사랑해."
제가 아는 한도에서 선택했을 도경수의 사랑의 크기. 우주만큼. 백현은 제입에서 나오는 우주만큼 이라는 말이 너무 벅차서 눈을 감았다.
"나는..."
도경수가 아는
"오빠는 우리 도경수를.."
도경수가 말하는
"말도 못하게.."
변백현의 사랑의 크기.
"그냥...그냥..."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니가 느끼는만큼."
하지만 알거라고 확신하는.
"딱 그만큼 사랑해."
"경수씨."
"..네."
"일단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여자로써..아니 그냥 사람으로써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
"진짜 부러운거 알아요 경수씨?"
"..뭐..가요?"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사랑받는다는거요. 그것도 아주 멋진 남자에게."
"아..."
"백현씨는 자신보다는 경수씨에 대해서 훨신 더 잘 알고 있던데, 경수씨는 어때요?"
"..저는.."
"네."
"저는 백현이에 대해서 잘 몰라요."
"....."
"저는 눈치도 없고...빠릿하지 못해서 백현이한테 주는 법보다는 받는 법을 더 잘 알아요."
"......"
"근데..이런 말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아니..이해해주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데요?"
"변백현한테 사랑받는 법이...쉽지는 않아요."
"......"
"그렇게 크고, 벅차고, 넓고, 올곧고...그냥 저한테만 오로지 쏟아지는 그런게...그러니까...이런거에요...어...나는 아주 더운 여름에 뜨거운 모래 위에 서있는데...한시도 쉬지 않고 엄청 시원하고 큰 파도가 계속 저한테 몰아치는 거에요...너무 시원하고 갈증도 더위도 다 사라지게 해주지만..가만히 서서 버텨내기가 힘든..그런..."
"..파도.."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해요. 백현이가 저를 사랑하는만큼 제가 못따라가는 것 같다고....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거..알아요..아무리 제가 눈치가 없다고 해도...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거...맞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아니라고는 못하겠어요."
"저는 백현이만큼 사랑을 주는 법을 모르겠어요. 항상 백현이가 더 먼저, 더 빨리, 더 앞에서..저를 당기고 감싸니까...따라가기도 벅차요 사실.. "
"....."
"그래서 저는 받는 법을 배웠어요."
"......"
"백현이가 저한테 주는 사랑을 그 온전한 크기만큼 받아내는 법을."
"...받는 법이요?"
"네...다른곳은 보지도 못하게 온전히 변백현한테 맞춰지는 제 자신을 그냥 두고, 길들여지는 제 자신을 그냥 두고, 오로지 변백현만 볼 수 있도록. 그리고 그걸 백현이가 알 수 있도록. 불안해하지 않도록."
"....."
"저한테 해주는만큼 변백현이 행복해하니까.."
"....."
"백현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취미가 있는지, 버릇이 뭔지..그런건 잘 모르지만."
"....."
"계속 도경수가 변백현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걸 알고있다고."
"......"
"변백현이 도경수한테 하는 말투, 행동, 눈빛까지.."
"......."
"하나도 잊지 않고 놓치지 않고 내가 느끼고 보고 있다고..."
"....."
"그렇게 변백현 사랑 받고 있다고.."
"...."
"그렇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