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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키/무쇠주먹/됴도됴도/도돌이표/바다/백도팡팡
[미션카드
오늘은 두 분께 아주 특별한 미션을 드릴건데요, 대게 2년이면 권태기가 오는 때라고들 하죠?
백현♥경수 커플이 2년째를 맞이한 기념으로 저희 제작진이 특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두 분의 사랑을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했답니다!
지금 바로 약도에 쓰여진 곳으로 출발해볼까요?]
"밑도 끝도 없이 어딜 출발하래."
"어딜까 백현아. 궁금하다 그치?"
"아니."
..응.
뻘쭘한 경수는 곧 뒷대가리를 긁적이며 백현을 홱-노려봤다. 경수가 그러거나 말거나 백현은 외투와 차키를 챙겨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백현아, 지금 바로 출발해?"
"어. 넌 20분 있다가 나와."
"또? 심심한데 그냥 같이 나가자."
"안돼. 추워. 히터 틀어놓고 차 따뜻해지면 나와."
"..알게쪙."
"너 저번에 산거 그거 야상이랑 목도리랑 장갑이랑 다 끼고 나와라. 알았냐."
"답답한데.."
"씁-말 또 안듣지."
"..알겠어."
"20분 있다가 나오라고 했다."
"알겠다니까!!너 아줌마같이 잔소리가 너무 늘었어 요즘!!"
"이게 다 누구때문인데."
"....."
경수는 대답없는 자신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뒤도는 백현의 뒤에 대고 혀를 힘껏 내밀었다. 원래도 제게 잔소리가 심한 백현이었지만 요즘 들어 거의 저를 미취학 아동 취급하는 백현때문에 경수는 진정 제 나이를 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다 제가 자초한 일이거늘..
그때,
"엑!"
"새로운 뽀뽀도 개발하고 우리 도경수 많이 발전했네."
"..야!!!!"
"오빠 먼저 나간다. 꼭 20분 있다가 내려와라."
갑자기 뒤돌아 힘껏 내민 도경수의 혀에 쪽-하고 입 맞춘 변백현이 그제서야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감독은 속에 미식대는 기분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 입술도, 볼도, 하다 못해 이마도 아닌...혀라니...혀라니!!!!하..너희는 정말..
정말 착실하게 20분이 지난 다음 주차장으로 내려간 경수가 조수석에 앉자 백현은 검사를 시작했다.
"장갑은."
"아..장갑 답답하단 말이야."
"잘했어."
"...엉?"
"잘했다고."
"왜?"
"니가 장갑을 안가지고 나와야 내가 니 손을 계속 잡는건데 아까는 내가 깜빡했다."
"그런거야..?헤..나 잘한거야..?"
변백현의 칭찬 한 번이면 또 아까의 충격적인 혀뽀뽀는 깔끔하게 잊어주는 도경수 덕에 차 안은 다시 훈훈한 게이들의 향기로 가득찼다. 도경수의 안전벨트를 매준 백현이 몸을 일으키다가 보이는 경수의 입술에 다시 입맞췄다.
"야."
"응?"
"너 오늘따라 왜이렇게 생겼냐."
아니 있는대로 뽀뽀고 뭐고 다해놓고 이제와서 왜이렇게 생겼냐니. 도경수는 한 쪽 눈썹을 잔뜩 찌푸려 자칭 카리스마 도경수 버젼1.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그랬어 너!"
"아니 진짜 너는 왜이렇게 생겼냐고."
"내가 생긴게 어때서!!나 완전 우리 팬들이 배우처럼 생겼다고 엄청 칭찬하는 얼굴이거든? 나 비주얼 가수야 이거 왜이래!!"
백현이 딱히 뭐라 하기도 전에 제발 저린 도경수가 제 팬들까지 들먹이며 외모에 대한 자부심을 들어내는 흑역사를 생성하는 동안 변백현은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도경수의 손을 제쪽으로 끌어왔다.
"누가 뭐래? 우리 도경수 잘생긴거 알지 오빠가."
"....."
"내말은 오늘따라 왜이렇게 뽀뽀하고 싶게 생겼냐고."
쪽-하고 도경수의 손바닥에 입 맞춘 백현이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운전을 이어갔다. 만난지 2년이나 지나고 훨씬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고백도 서슴없이 해댔건만 그때마다 변함없이 귀를 붉히며 부끄러워 하는 경수가 사랑스러웠다. 이러니까 내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빠져서 허우적대지.
뭐, 앞으로도 딱히 빠져나갈 생각도 없다.
도경수라는 늪에서.
"..심리..상담소?"
이리봐도 저리봐도 분명히 약도에 그려진 곳이 맞건만 그 장소가 심히 당황스러웠다. 심리상담소라니. 그동안 저와 도경수가 그렇게 이상해보였나. 아님, 도경수의 백치미를 관찰하려고?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 와중에 뒤에서 어서 들어가보라며 재촉하는 막내작가의 말에 백현은 하는 수 없이 경수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놀라셨나요?"
"아니요 뭐, 딱히. 그냥.."
막내작가가 안내해준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곳에는 50대 중반즈음으로 보이는 여의사가 앉아있었다. 저를 심리상담가라고 소개한 여자는 편한 소파로 경수와 백현을 안내했다. 원체 병원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도경수는 병원이 아니라 상담소라는 백현의 말에도 잔뜩 굳어 백현의 팔에 바짝 붙기 바빴다. 그리고 그 둘의 모든 행동을 눈에 담던 상담가는 먼저 경수에게 말을 붙였다.
"경수씨, 여기 경수씨 아파서 온 거 아니고 치료하려는 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앉아요."
웃으며 제게 말을 건네는 상담가에 경수는 억지로 웃어보이며 소파에 앉았다.
"두 분 어떤 차로 드릴까요, 커피? 녹차?"
"아, 저는 아무거나 주시고 경수는..혹시 코코아나 율무차 있나요?"
"아...유자차 있는데, 그거 괜찮으세요?"
"그럼 유자차로 주세요. 아, 그리고 죄송한데 종이컵도 하나만 같이 가져다 주세요."
"아..네. 백현씨도 유자차?"
"저는 상관없어요 아무거나."
상담가는 인터폰으로 전달했고 그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경수에게 다시 말을 붙였다.
"경수씨는 커피 안좋아하세요?"
"..네? 아...네."
"그러시구나..근데 경수씨는 얼굴이 앳되서 진짜 커피보단 우유가 더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아..."
어쩔 줄 몰라하며 더욱 백현의 등 뒤로 몸을 움직이는 경수의 모습에 상담가는 살짝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대게 자신의 딸이 백현과 경수의 열렬한 팬이며 혹시나 갈 때 싸인을 해줄 수 있냐는 아주 일반적인 얘기였다. 경수는 굳이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 아니면 입을 열지 않았다.
똑똑-하는 소리가 들리고 곧 유자차 세 잔이 담긴 쟁반을 가져온 여자가 각자의 앞에 한 잔씩 놓아두고는 아까 백현이 부탁한 종이컵도 같이 탁자에 누고 나갔다. 경수의 앞에 놓인 잔과 종이컵을 제앞으로 끌고 온 백현이 곧 잔을 들어 종이컵에 유자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유자 건더기가 넘어오지 않도록 스푼으로 잡고 입으로 후후-불어가며 유자차를 식힌 백현이 곧 건더기 하나 없이 먹기 좋게 식은 유자차가 담긴 종이컵을 경수의 앞에 놨다.
자연스럽게 유자차를 마시는 경수를 바라보던 상담가는 백현에게 물었다.
"백현씨는 안마셔요?"
"아, 저는 단걸 별로 안좋아해서."
"..그럼 유자차 말고 다른 것도 많았는데, 말하지 그랬어요."
"아..저는 별로 상관없어요. 커피만 아니면."
"커피 안좋아해요?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상담가의 농담에 백현은 짧게 웃고 대답했다.
"아니요, 경수가 커피 냄새를 별로 안좋아해서요."
고개를 끄덕인 상담가가 다시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고 서서히 긴장을 푼 경수가 자발적으로 대답을 할 때쯤, 상담가가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실 오늘 두 분을 모신 이유는 들어서 아시겠지만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해드리려는 목적에 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상담가는 다시 한 번 웃어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제가 두 분을 각각 30분씩 상담할 거에요. 물론 상담 내용은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저와 당사자 외에는. 그리고 오늘 하루는.."
뜸을 들이는 상담가의 말에 침을 한 번 꼴깍 삼킨 경수가 백현을 쳐다봤다.
"두 분의 역할을 서로 바꿔볼거에요."
"...네?"
"..네?"
"백현씨가 경수씨로, 경수씨가 백현씨로. 오늘 하루동안 바뀌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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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