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우거진 나무들사이로 보름달이 비춰졌고,
암흑속에서의 달은 그 무엇보다 빛났다.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질척한 진흙길은 백현을 기분나쁘게 만들었다.
보름달이 비추는 길을향해 질척거리는 발을 들어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백현의 발목을 잡아 이끄는듯한 이 진흙소리는 거칠었다.
'질척-.질척.'
백현이 한걸음을 걸으면.
'질척-.'
두걸음을 걸으면.
'질척-.질척-.'
세걸음을 걸으면.
'질척-.질척-.질척-.질척-.'
백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떨리는 몸을 부여잡으며 숨을 내쉬었다.
백현의 입에서 나오는 날숨은 곧 희뿌연 입김으로 변했다.
몸은 미친듯이 떨려왔다.
이 소리의 끝엔-.
백현의 발아래에서만 나는것이 아니였다.
달이 비추는 이길의 너머엔 사람의 인영이 있었다.
우거진 나무틈 사이로 보이는 검은형체.
그리고 그 달빛이 비추던건.
'질척-.질척-.질척-.질척-.'
"아. 박자 놓쳤다."
달빛은 정확히 그 두사람을 비췄다.
새하얀 얼굴에 튀긴 새빨간 피.
사람을 나무에 기대어논채 칼로 난도질하고있던 그를.
그 소리의 비밀은.
'질척-.질척-.'
백현의 발걸음에 맞추어 사람을 죽이며 희열을 느끼던 그는.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입가엔 희미한미소를 띄고있었다.
"이쁜아-. 여긴 어쩐일이야?-."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할텐데?"
하나도 변하지 않고 말하는 표정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백현은 다리에 힘이 풀려옴과동시에 동공의 초점이 흐려졌다.
미칠듯이 떨리던 몸은 끝내 질척대는 진흙길에 주저앉았다.
"흐....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맨입으로?."
"에이 이쁜아-. 이세상에 공짜가 어디있어?"
"아.그리고 방금 니가본건 비밀인거 알지?."
"아....윽....."
방금전의 구역질나는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
머리가 지근거려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내뱉었다.
"이쁜아-. 우리 그럼 비밀생긴거네?"
"우리 둘만의 비밀."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