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너무도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옅은 별이
유독 비추는 곳 있어 바라보니
아, 당신이 있었습니다.
-서덕준 '별 I'
03교시 Cheer up!
새 학교에 적응하랴, 친구들 만드랴 앞만 보고 달리고 밀리고 치이다보니 벌써 4월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건 중간고사 시간표고, 시간은 8일이 남았있다.
그니까 내 말은, 망했다.
-
말 할 것도 없다. 8일은 8분 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름의 노력을 해봤다. 아등바등 발버둥 쳐가며 매일매일 잠도 겨우 몇시간 자가며 공부했다. 사실 속내에서는 내 실력이 다 어디 가진 않았겠지, 였는데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다 어딜 간 것만 같았다.
여전히 매일 아침 정류장에서 만나는 순영쌤은 춥다며 내 옷을 여며주기 일수였고, 아침을 거르는 날에는 귀신같이 알고 무언가를 챙겨주었다. 늘 고마운 마음은 당연했고, 매일 같이 설레는 마음에 죽을 거 같았지만 저 사람은 아니라는 이성적인 마음에 내 감정은 갇혀있었다.
그렇지만 근 8일간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과, 버스를 타고 있는 시간, 학교를 올라가는 시간마저 프린트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나를 쌤은 늘 안쓰럽게 바라보셨다. 해줄 수 있는게 없어 미안하다며.
나와 쌤의 관계가, 힘들 때 무얼 해줘야 하는 사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시간은 야속하게도 달려 벌써 시험 첫째날 새벽이다. 나는 내 앞에 놓인 3캔의 핫세븐의 힘으로 버텨가며 한국사 막판 벼락치기를 끝내고 안 감은 머리를 대충 묶은 뒤 교복을 입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 학교를 향했다. 보통의 등교시간보다 꽤 빨리 나왔기에 오늘은 쌤을 못 보겠구나, 하면서.
"일찍 왔네?"
어, 그러니까 쌤은 오늘도 있었다. 늘 버스 정류장 바로 뒤에 있는 빌라 건물 앞에 서 계셨다. 평소보다 더 초조한 맘에 시선은 프린트에 고정한 채 짧게 네- 라고 대답하고는 버스를 기다리며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날은 벌써 따뜻해지고 벛꽃이 만개한데도 불안한 마음에 주변은 서늘한 것만 같았다.
그 때 였다.
"긴장 많이 했네, 시험 잘 봐"
따뜻한 손으로 내 볼을 감싸며 순영 쌤이 말했다. 나는 내가 공부를 하다 잠이 든 건가 생각했다. 꿈이라고,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손이 따뜻하면 차가운 사람이라던데, 이 사람은 너무 따스하다. 그 온기에 내 긴장이 다 녹아 내리고 있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나에게 사계절은 없을 거다. 매일이 봄이겠지.
네, 네.. 라고 더듬거리며 말 하는 나를 바라보며 웃더니 맨날 내 말도 무시해가며 공부했으니 잘 볼거야! 라고 농담은 건네는 순영쌤이었다. 저런 말에 나는 늘 어색하게 웃으며 불편한 티를 팍팍 내는데도 늘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올라간 눈꼬리가 하나도 사납지 않다. 너무나도 다정한 사람이다.
-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후회 안 한다는 말, 나는 못하겠다. 마지막 가채점까지 하고 나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사람이 늘 좋은 점수만 받고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정말 열심히해서 받아 온 성적들로 이 학교에 온 거였는데, 한발짝 한발짝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때 마다 나보다 잘 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고 나는 더 커지지 못한다.
절망했다.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뒤로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2교시만 하고 끝난 탓인지 한적한 버스안에 사람은 없었지만 따스한 햇빛이 가득했다. 눈물이 났다. 그냥 서러웠다. 후회할 일은 안 하면 되는 걸 모르는 게 아닌데, 후회한다. 바보같이 방심했다. 나를 끊임없이 질책하며 집에 들어왔다. 가방과 겉옷을 휙휙 벗어놓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그냥 자자-
몇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나보고 나 좀 들어줘!!!! 라고 외치듯이 큰 소리로 까톡 알림이 와서 깼다. 미리보기 창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권순영 선생님]
내가 왜 이름만 보이는 걸로 해놨을까. 자책하며 바보같이 보기를 눌렀다. 아니, 카톡 목록으로 먼저 확인했어야 하는데.
아, 읽어버렸다.
[권순영 선생님]
이름아 16:15
16:17 네?
시험 잘 봤어? 16:17
16:18 아니요
괜찮아? 16:18
안 괜찮다. 권순영이 내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그에게 여자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안 괜찮다고 말할 수 있었겠지. 근데 괜찮다고 말해야한다. 그는 나의 선생님이고, 여자친구도 있고, 또 나는 내 감정을 들킬 수 없으니까. 매일 해왔던대로 거짓말을 해야한다.
해야하는데, 그런데,
16:22 안 괜찮아요.
위로 받고 싶었다. 내 편이 없는 듯한 지금 시간에, 이 사람은 내 편일 텐데 하는 내 마음이 날 마구 흔들었던 거 같다. 그리고 난 잠깐 미쳤던 거지. 사실은 확인하고 싶었다 그에게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어서, 모두에게 웃어주고 다가가주는 거라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러는 걸 똑똑히 보았음에도 쌤이 나에게 말을 걸 때, 삼각김밥을 내어줄 때마다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모두에게 이렇게 다정했고, 따뜻한지. 과연 그의 화면에 괜찮지 않다는 카톡이 얼마나 있을지.
집이야? 16:22
보고도 한참을 있다가 대답한 나에게 바로 온 답장은 꽤 의외였다. 그냥, 무슨 의도였는지 알 수 없었고 상상 할 수 없었다. 이제 상상하는 건 나에게 하나도 좋을 게 없다는 걸 아주 잘 안다.
16:25 네.
나 너희 아파트 근처인데, 나올래? 16:27
? 눈을 의심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런 마음도 잠시. 무슨 말도 안 되는. 진짜 잘못 거 아니야? 저게 뭐 아무한테나 할 말인가. 상호 친밀감이라고는 1도 없는 사이에 할 말인가 저게. 막 혼란스러워 지기는 했다. 사실 한참을 울다 자고, 하루종일 우울해서 보고싶기는 했다. 너무 보고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네!!!!! 하고 뛰쳐가고 싶었다. 내가 지금까지 한 일들을 생각하면, 난 나갈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거다. 처음부터 이 사람을 좋아하려면 내가 많이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평생 모르게 짝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난 그 톡에 답장하지 않았다.
| + 그동안의 일들 (순영쌤을 향한 철벽) |
| 1. 삼각김밥 "이름아, 아침 먹었어?" "네" "엄청 늦잠 잔 거 같은데? 지금?" "..." "삼각 김밥 먹을래?" "괜찮아요" "먹어~~~" "저 원래 아침 잘 안 먹어요." "저번에 승관이가 넌 죽어도 아침은 먹는다고 욕하던데? 게을러 터졌대" "아..."
부승관, 진짜 죽여버려.
2. 핫팩 "춥다, 그치?" "네" "손 시려워?" "아뇨" "손 엄청 빨간데, 아까부터 주먹도 꼭 쥐고있고ㅎㅎ" "괜찮아요" "이거 해, 엄청 따뜻해. 내가 집에서부터 가지고 있어서"
3. 체육실 "이름아, 체육관 열쇄 내 자리 뒤에 선반에 있으니까 체육시간 전에 열어놔!" "네" -
"...으" "이름이...?" "...선생님" "미안해, 이름아. 내가 니 키를 생각을 못했다." "아..." 내 뒤에서 열쇄를 꺼내주는 순영쌤은, 너무 가깝다.
4. 버스 "와 오늘 사람 엄청 많다. 그치." "네" "차도 진짜 많고" "네" "너무 가깝다. 그치." "..." "나 좀 꽉 잡아. 자꾸 넘어질라고 하지 말구"
5. 가방 "이름아, 집 가?" "네" "쌤도! 같이 가자" "네" "가방 엄청 무겁겠다. 니가 가방은 든 게 아니라 가방이 널 들고 가는 거 같은데?" "시험 기간이라서요" "들어줄게" "네?" "내가 들어줄게. 가방"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 키 줄어 그거." "진짜 괜찮아서 그래요. 별로 안 무거워요." "무거운데?" 가방이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안 줬는데. 흘깃 뒤를 보니 가방 손잡이를 들고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아, 팔 아픈 거 같아" "... 그냥 드세요" 가방을 벗어줬다. |
아니, 연말과 방학을 조금만 즐긴다는게 벌써 전 화를 올린지 열흘이 훌쩍 넘었네요ㅜㅜ. 써야하는데 생각하다가도 전개가 막막해져서 결국 완결까지의 스토리를 대강 다 써둔 상태에서 시작하려고 조금 더 늦었어요. 오늘 좀 막장인가요?ㅜㅜㅜㅜㅜㅜㅜㅜ 사실 전개가 너무 느리면 소재도 많은데 글이 자꾸 늘어질까봐 급한 마음에 빨리 빨리 진행을 지키고 싶어요. 지금 해둔 상태로는 20화 전후로는 완결을 내고 싶고, 그게 여름보다는 전이면 좋겠어요. 전 이제 곧 중요한 시험도 앞두고 있고, 여행도 갈거고 새 학기도 시작될테니.. 열심히 쓰겠습니다ㅜㅜ 마음같아서 하루에 한편씩 올려버리고 싶은데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오늘은 승관이가 정말 잠깐 나왔어요. 배경이 되는 학교는 1-6반이 여자반, 7-15반이 남자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승관이는 여주와 중학교부터 친구였게쬬?? 그리구 저 사실 맨날 글잡에서 사는데 글 쓰다가 혹시 제가 보는 글에서 기억에 남았던 대사나 표현들이 쓰일까봐 얼마전부터 글잡을 끊었어요ㅎㅎㅎㅎㅎㅠㅠㅠ 올라오는 작품들을 보면서 마음이 찢어져요 어서 완결을 내고 읽겠습니다ㅜㅜ 오늘도 글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드리구 00편이 조회수가 무려 950...! 정말 감사해요 ㅎㅎ 모든 분들이 끝까지 제 글을 읽어주시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감사드립니다. 댓글도 정말 감사해요♥ 금방 오겠습니다! 그리구 저 공방가요ㅎㅎㅎㅎ 그래서 밤샌거에요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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