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은 무거운 눈꺼풀을 힘들게 들어올렸다.
힘겹게 뜬 눈에는 온통 하얀 천장만이 담겼다.
동공의 초점은 원래대로 돌아와있었고, 온몸은 누군가 콕콕 찔러대듯이 아려왔다.
"으.... 머리야....."
백현은 머리가 아려오는지 길고 흰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뭐지...병..원인가?."
"꿈...이였나..?"
꿈이라고 치기엔 너무 생생히 백현의 머리에 각인되었다.
그날 보았던 구역질나는 장면과
그와 함께한 약속.
"하..."
백현은 속에서부터 끌어오르는 한숨을 푹푹내쉬다 문득 생각이들었다.
"근데 날 어떻게 지켜보겠다는거야?.. 솔직히 내가 누군지도 모를텐데.."
'그냥 지나가다가 벼락한번 맞은거다.' 라고 스스로를 추스리며 그날 있었던 기억들을 잊으려 노력했다.
교통사고가 났긴했어도 그 숲에서 빠져나올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
백현은 교통사고를 낸 누군가를 감사해했다.
이런기분은 처음이라 조금 언짢긴 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똑똑-.'
병실밖에서 울리는 노크소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혹시 '그'가 찾아온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백현의 오랜 소꿉친구 종대였다.
"변백현, 깼어?. 몸은 좀 괜찮고? 너 교통사고났다는말에 완전 놀라서 달려온거 있지?."
종대는 백현이 많이 걱정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응 괜찮아. 근데 나 교통사고 난거 어떻게 알았어?."
종대는 종대의 특유의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며 말했다.
"병원에서 전화왔었어 단축번호 1번이 나라던데?. 짜식 꼴에 친구라고 고맙다."
"아....응..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일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변백현. 어쩌다가 교통사고 났는데?"
"아글쎄 그게 그러니까. 내말좀 들어봐,그게..."
백현은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다 말끝을 흐렸다.
"무슨일인데 그렇게 얼굴을 굳혀? 안되겠다. 나중에 들을께 일단은 푹쉬어라."
머릿속에서 여러장면들이 영화처럼 스쳐지나갔다.
다시 백현의 몸은 부들부들 떨려왔고 얼굴은 사색이된채
손톱을 물어뜯으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
.
.
'질척-.질척-.질척-.질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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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아-. 여긴 어쩐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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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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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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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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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한사람이 죽는다 해도."
종대는 백현이가 안정을 취할수 있도록 병실 밖으로 나가주었다.
그리고 백현은 잠시 깊은생각에 잠겼다.
만약 이사실을 말한다면.
보고 듣고 느낀 이사실을 온세상에 말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지금 뉴스에는 이사건이 화젯거리다.
시신이 많이 훼손된 상태이기 때문에 용의자를 줄이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목격자 증언이 간절히 필요한 순간이였지만,
그와 한 약속 때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후 내병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달칵-'
"여보세요?"
"...."
"여보세요? 전화 받았습니다."
"....잘했어.."
"......"
너무나도 익숙한 음성에 그만 수화기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수화기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잘했어 이쁜아. 앞으로 그렇게 하면돼."
"아. 그리고 잠깐 나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