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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뇽토리]이별가
Written By 여신
http://blog.naver.com/c_g_v2014

나는 결국 저려오는 다리를 지탱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눈 앞이 핑핑 돌았다. 어지로운 시야속에서 확연히 보였던 것은 멀리서 나를 피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던 형이였다. 쓰러진 나를 부축하며 괜찮냐고 묻는 멤버들의 목소리에 대답대신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리가 없었지만, 난 괜찮아야 했었으니깐. 제발 좀 쉬라는 멤버들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일단은 나를 빼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바라보는 입장에서 듣는 우리의 노래는 어쩐지 사뭇 달랐다. 내 파트가 비워진 자리에 대성이 형이 대신 노래를 불렀다. 내가 없어도 역시, 빅뱅은 여전하게도 빅뱅이였다.

“노래 끄고, 이승현 여기 서 있어봐.”
“지용아, 승현이 다리 다쳤잖아.”
“아니 안무를 하라는게 아니라, 잠깐 동선 좀 맞춘다고.”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인데, 쉬는 얘를 꼭 불러야겠어?”
“형, 괜찮아요. 그냥 동선만 맞추는 건데 뭘….”

괜찮겠어? 정말로? 걱정해주는 멤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난 쓰게 웃음을 지었다. 동선 잠깐만 맞추면 되니깐 서 있어봐. 기계적으로 말을 내뱉던 형이 노래를 틀었다. 심장을 울릴 정도로 강한 비트와 동시에 모두들 움직였다. 난 그저 바보처럼 그 자리에 서있었을 뿐 이였다. 빅뱅에서 가장 필요없는 멤버, 승리. 어쩐지 언젠가 보았던 짤막한 글이 떠올라 머리가 찡해왔다. 어쩌면 그 말이 정말 맞을 지도 모르겠다. 가장 필요없는 멤버, 이승현. 난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는 멤버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5분 휴식하고, 후렴부분만 다시 맞춰보자.”
“지용아 제발. 나 내일 6시까지 대본 리딩있다.”
“그럼 형도 빠지겠다고? 쟤도 저러고 있는데 어쩌라고.”

물을 신경질적으로 마시며 형이 대답했다. 어쩐지 나에 대한 화살이 탑형에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기분이 영 별로인 지용이형을 빤히 바라보던 탑형이 한숨을 내쉬며 항복을 전했다. 알겠다고, 알겠어. 한 겨울에 땀을 흘리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시간은 벌써 3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꼭 연습할때만은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난 반복되는 반주를 바라보다, 엉거주춤 일어나 재빠르게 동선으로 들어갔다.

“Stop. 이승현 갑자기 들어오면 어떻게?”
“혼자 쉬기 미안해서….”
“그럼 집에 들어가서 쉬던가. 정 미안했으면 요번 노래 끝나고 와도 되는데, 꼭 중간에 끼어 들어와야 겠냐?”

진짜 힘들게 할래?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던진 형의 눈치를 모두가 보기 시작했다. 또 내가 피해를 준 거구나 싶어 한숨이 밀려왔다. 차갑게 꺼져버린 반주 뒤로 비트 소리가 쿵 쿵 울렸다. 난 고개를 푹 숙였다. 지용아 너 너무 예민한 것 같은데, 그냥 내일 다시 하자. 결국 이렇게 까지 험악한 분위기가 되서야 영배형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얘들 컨디션도 네 컨디션도 생각해서 제발 내일 하자고 부탁 하는 영배형의 모습에 결국 형은 고개를 끄떡이며 금세 자켓을 챙겨 나가버렸다, 지용이형은 원래 다른 사람의 말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못 들은 체 했지만, 이상하게도 영배형의 짧은 설득에는 금방 넘어가곤 했었다. 형이 휩쓸고 간 텅 빈 자리를 바라보며, 모두들 한숨을 내쉬었다. 

“쟨 진짜 가끔 저럴 때 마다 미쳐버리겠다니깐?”
“이하동문.”
“승현이 눈치 보느라 혼났지?”

부어오르는 다리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형이 파스를 건냈다. 고마워…. 난 한숨을 푹 내쉬고 익숙하게 파스를 뿌렸다. 내 처진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며, 멤버들이 돌아가며 힘 내라고 부추겨 주었다. 난 그저 고맙다는 말만 할 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야, 승현아 힘 좀 내라! 남자가 한번 혼났다구…. 지용이 저러는 거 한 두번 아니잖아? 힘내! 힘! 앉아있는 나를 억지로 재촉하며 내 어깨를 주물러주는 다정한 손길에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승현이는 숙소로 갈 꺼야? 아니면 집으로 가는건가?”
“저는 그냥…숙소로 갈게요.”
“지용이 집으로 간 게 아닌 것 같던데, 그냥 집에서 편하게 쉬지. 왜?”
“그래도….”
“지용이 친구들 만나느라 오늘 안 들어갈 것 같으니깐, 그냥 집으로 들어가서 모처럼 만에 편히 쉬어. ”

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 길에 태워다 준다는 영배형의 말에 왜 승현이만 태워다 주냐며 편애가 와방 쩐다고 소리를 질르는 대성이형의 얼굴을 바라보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승현이랑 할 말 있어서, 그러니깐 넌 좀 빠지시지? 뿔뿔 거리며 성을 내는 대성이형의 모습에 장난스럽게 헤드락을 걸며 웃는 영배형을 빤히 바라보았다. 듣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이 가는 내용이였다. 영배형한테 대충 얘기를 들었는지, 의외로 눈치가 빠른 대성이형이 급하게 장난을 마무리 하고는 모습을 감춰 버렸다. 산 지 얼마 안 된 차에 조심스럽게 올라 타며 난 쉼호흡을 했다. 차 안에서 나눌 대화들이 뻔히 눈 앞에 그려졌다. 역시나 차에 올라타자 마자, 형은 뜸을 들이지도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을 잡고 물었다. 

“지용이랑은 화해 정말 안 할꺼야?”
“해야죠…….”
“멤버들도 너무 불편해 하는 눈치고, 너도 그렇잖아. 그냥 어차피 풀 건데, 빨리 풀면 편하고 좋잖아.”
“죄송해요…. 괜히 사적인 문제 때문에 곤란하게 만들어서….”
“아니, 우리는 괜찮지만…너가 너무 힘들어 보여. 지용이도 그렇고.”

어쩐지 숙연해 지는 기분에 그냥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지용이형과 사귀기 전 부터 늘상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와 다투거나 어긋나면 끝도 없이 예민해지는 형 때문에 피해 받는 건 언제나 그쪽이였을 테니깐. 그리고 아마 지금은 어느 때 보다 더 할테지…. 누구 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모두가 곤란하다는 것과, 이 상태로는 활동이고 연습이고 힘들다는 것을. 아무렴 얼굴만 봐도 불편한데, 계속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였다. 난 고개를 푹 숙이며, 어떻게든 좋게 화해한다는 거짓말을 내뱉었다. 


--


아직까지는 쌀쌀하구나. 난 차에 내리며 형에게 인사를 했다. 승현아, 지용이 보면 꼭 먼저 말 해봐. 알겠지? 5번째 확인이다. 난 애써 웃으며 대답하고는, 인사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어깨가 무거웠다. 난 욱신거리는 다리를 뒤로 하며 엘리베이터로 몸을 향했다. 몸도 마음도 머리도 천근만근이였다. 오랜만에 보는 엘리베이터를 한참이나 바라만 보다가, 5층을 꾹 눌렀다. 정말 오랜만에 오는 것 같다. 형이랑 그렇게 안 좋게 되고 나서, 혹시나 마주칠까 두려워 피하느라 계속 원치 않는 숙소생활을 하곤 했었다. 보이는 파란 대문의 모습에 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남들과 다른 대문은 싫다고, 난리를 피우며 같이 스티커를 붙였던 까마득한 추억이 떠올랐다. 도어락 번호를 잊고 있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도, 번호판을 보자 금세 번호가 떠올랐다. 1212. 맞아 내 생일이였지. 다행이도 번호는 바뀌지 않았다. 아니 아무도 바꾸지 않은 것이겠지. 그리고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형도 나도 집으로 발걸음을 하기 어려웠던 거겠지. 난 오랜만에 맡아보는 집 냄세에 긴장이 풀려 거실 쇼파에 털썩 앉았다.

“이승현?”
“아……,”

쇼파의 감촉에 어쩐지 피로가 더욱 몰려와 등을 기대려 하던 순간, 부엌 방향에서 잠옷차림으로 잔을 들고 있는 지용형과 눈이 마주쳤다. 영배형이 분명 형은 집에 없다고 했는데…. 난 예상치 못한 형의 모습에 머리가 얼어붙어 숨만 쉬고 있었다.

“영배형이 형 어디 갔다고 해서…불편하면 나갈게요.”
“내가 언제 불편하댔어? 여기 내 집이기도 하겠지만, 니 집도 되잖아. 나한테 허락 맡을 필요는 없어.”
“…….”

난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먼저 말을 붙여보라는 영배형의 목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렸지만, 난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아, 그저 쇼파에 앉아 형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승현.”
“네?”
“나한테 할 말 없어?”
“…….”
“진짜 없어?”
“…미안해요.”
“끝? 미안해요. 끝?”
“…고마웠어요.”
“말고, 더 없냐고.”
“없어요.”
“진짜 없어?”
“….”
“진짜 끝이다 그럼 우리?”
“형….”
“더 할 말 없다며. 그럼 우리 끝이네. 맞지?”
“…네.”
“맞다고?”

씨발, 진짜. 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가장 두려워 하고 있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난 눈물이 나오는 걸 애써 참으여, 형이 컵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화를 식히려는듯, 물을 벌컥 벌컥 마시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난 또 이유없이 서글퍼져 눈물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 차마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냥 미친 사람 처럼 잠깐의 유혹이였다고 빌어볼까, 아주 잠깐 생각 해 봤지만, 내 대답은 No였다.

“아직도 그 여자 만나고 있냐?”
“…….”
“묻잖아. 만나고 있냐고.”
“아니요.”
“왜? 일이고 뭐고 다 내팽겨칠 정도로 좋았으면 계속 만나야지.”
“……….”
“너한테 난 뭐였냐? 그냥 잠깐 외로워서 만난 거? 아니면, 뭐. 파트 얻으려고?”
“그런거 진짜 아니였어요.”
“그렇게 나 뒷통수 때리고 갔으면, 눈 앞에서 꺼지던가. 왜 앞에서 알짱거리는데?”
“제가 없어졌음 좋겠어요?”
“말은 잘 한다? 그러면 없어져 주게?”
“없어져 드릴게요.”
“어. 꺼져줘. 제발. 더럽고 역겨워서 같이 활동 못 하겠으니깐.”

우는 날 뒤로하고 형은 집에서 결국 나가버렸다. 형이 나가자 마자 난 목을 놓아 울었다. 꺼져달라며 나를 바라보던 형의 얼굴이 자꾸만 멤돌았다. 난 쇼파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차라리 이렇게 보게 된 거 속 마음이라도 말 할껄. 나를 한탄하며, 나가버린 형을 원망하며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


난 눈 앞에 있는 사장실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다. 뭐라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거지? 난 도데체 어떻게 말을 내뱉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다. 내가 너무 어리게 구는 게 아닐까. 어쩌면 지용이 형이 진심이 아니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자꾸만 머릿속에서 플레이 되는 지난 밤의 지용이형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였다. 난 쉼호흡을 하며 문을 두어번 두드렸다. 들어와라. 언제 들어도 긴장이 되는 목소리에 난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인사를 했다.

“어, 승현이…. 무슨 일이야? 앉아, 앉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말 해봐.”
“그게……좀 쉬고 싶어서요….”
“쉬고 싶다고?”
“네….”
“뭐를 쉬고 싶다는 건데? 활동을 쉬고 싶다는 건 아니겠지?”
“…….”
“뭐가 문젠데? 여태까지 그 많은 일이 있어도 말 없이 잘 했으면서, 갑자기 왜그래.”

난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힘들게 빅뱅 되고, 힘들게 떴는데 왜 그러는 거야? 멤버들은 이런 결정 했다는 거 알아? 내 심상치 않은 표정에 쉼 없이 터져나오는 질문에 난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어 그저 고개를 숙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쉬고 싶은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직접적인 요인은 꺼져달라는 그 말 한마디 때문이였으니깐. 무슨 일이냐고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연거푸 묻는 사장님께 그 말을 꺼내기엔, 내가 너무 약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난 차마 이유를 말 할 수 없어 고개만 푹 숙이고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내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사장님이 고개를 한참을 생각 하시더니 결국 10분 만에 입을 여셨다.

“12시에 연습이니깐, 연습할 준비나 하고 있어.”
“…….”
“오늘 일은 못 들은 걸로 할게. 무슨 문제인 지 모르겠지만, 그 문제가 어떤 종류건 너가 쌓아 놓은 일들을 다 포기할 만큼 큰 일은 아닌 것 같으니깐 말이야.” 

실망했다는 표정이 영력한 사장님을 보고 있자니, 정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난 인사를 하고 뛰쳐나가듯 방에서 나왔다. 이렇게 그만 두지도 못 할 건데 뭐하러 말은 꺼냈는지…. 내가 한심스러워 미칠 지경이였다. 사장님 말이 맞았다. 사적인 일 하나로 포기하기엔 내가 쌓아 놓았던 길이 너무나 반듯했다. 난 그냥 지용이형의 말에 욱 해서 그랬던 것 뿐이였다. 나도 알고 있었다. 꺼져달라는 말 한마디에 하고 있던 일 까지 포기하려고 했다는 건, 확실히 내가 아직은 어리다는 증거였다. 다 컷다고 생각 했는데, 아직도 어른이 되기는 멀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12시에 연습이 있었다. 다른 곳에 가면 어쩐지 지용이형이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연습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 연습도 엄청 골치 아플 것 같아, 어깨가 무거웠다. 오늘은 다리가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꾹 참고 견뎌내리라 다짐을 하며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
“….”

난 연습실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가, 지용이형이라는 걸 파악하자 마자 발걸음이 멈춰졌다. 아직 지용이형을 볼 용기는 없다. 아마 그 용기는 평생 생기지 않을 지도 모를 것이였지만. 난 눈을 감고 잠을 자는 것만 같은 형의 모습에 어떻게 해야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그냥 소리 없이 서 있었다. 기척 없이 서 있다고 생각 했는데, 어느새 형은 눈을 슬쩍 떠 나를 바라 보더니 지겹다는 표정으로 눈을 다시 굳게 감았다.

“또 너냐.”
“고의 아니였어요. 불편하면 나갈게요.”
“그 말 달고 산다? 불편하면 나간다는 말.”

넌 되게 웃겨. 불편한건 너라서 나가고 싶다는 말을 꼭 돌려 말하더라? 눈을 감고 말을 하는 형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다. 무슨 말을 어떻게 내뱉어야 할 지 모르겠다. 난 한쪽 다리가 벌써 욱신거렸지만 옆에 앉을 용기는 나지 않아 바보처럼 서 있기만 했다.

“너 방송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나 불편해서.”
“괜찮아요.”
“어제는…내가 몹쓸 말 한 것 같다. 절대로 진심 아니였어.”

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단 한번도 한 적 없어. 너무나도 쉽게 사과를 내뱉는 목소리가, 진심을 말 하지 못하고 피하는 나를 혼내는 것 같았다. 나만 잔인하고 못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어쩐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 버렸다. 도데체 난 어떻게 행동을 하면 좋은 걸까…. 한참을 주저 앉아 생각을 했다. 속 마음을 내뱉어 버릴까?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염치 없는 인간 같았다.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 눈 감아 주는 형에게 헤어지자고 대못을 박아 버린 건 애시당초 내쪽이였으니깐.
난 지난날이 빠르게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힘들 걸 알면서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나도 내 자신이 이해 되지 않는 부분이였다. 난 머릿속으로는 염치 없는 인간이 되기 싫다고 하고 있었지만, 입은 내 말을 듣지 않고 할말이 있다며 운을 띄우고 있었다.  

“내가 이런말 하면 되게 웃기는 거 아는데….”
“…….”
“내가 이런말 할 입장 아닌 것도 아는데요. 도저히 숨기고는 못 살 것 같아서. 더 불편해 질 것도 알고, 다 알고 있는데….”
“넌 항상 서론이 길지. 답답해 죽을 것 같으니깐, 뭐든 말 해봐.”
“웃기는 소리 겠지만, 형을…아직도 좋아하고 있어요.”

뭐? 영원히 뜨지 않을 것 처럼 기세 좋게 감겨 있던 형의 눈이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염치없는 고백에 번쩍 떠졌다. 뒤에 나올 형의 반응이 뻔해 난 그냥 연습실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두려웠고, 무서웠다. 난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랐다. 일단은 형을 피해보자는 생각에 연습실을 나왔지만, 막상 또 갈 곳이 없었다. 어차피 12시가 되면 같이 땀을 흘리고 연습을 해야 할 상대였다. 난 왜 하필 이럴 때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잘 숨기고 있던 말을 꺼낸건지…. 내 자신을 원망하며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거울에 비춰진 내 자신이 초라해, 보기 싫어져 눈을 꽉 감았다. 형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만약 형이 날 더 싫어하게 되면 그때는 어쩌지? 아니면,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머릿속에서는 백여개의 가설이 쏟아져 나왔다. 난 복잡한 머릿속을 달래며 찬 물로 얼굴을 씻어냈다. 컨디션 좋은 날에도 수척해 보인다고 놀림을 받았던 얼굴이, 정말로 수척함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찬 물이 뺨을 타고 티 안으로 들어갔다. 찬 물기가 오른쪽 가슴 부근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욱신거린 쪽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였다. 잘 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눈물이 세어 나오길 시작했다. 대체 뭘 잘했다고 우는 건지, 사람은 참으로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하며 휴지를 뽑아 들었다.

“병신아.”

한참을 눈물을 닦아 내고 있는데 입구쪽에서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손이 멈춰졌다. 달려 온건지 뒤에서 숨을 헐떡거리는 형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이렇게 잡힐 거 뭣 하러 도망간거냐?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형은 숨을 헐떡 거리며 주저 앉아 못나게 우는 나를 바라보고 있을 터였다. 이렇게 잡힐 것 왜 고집 피웠냐고. 앉아 있는 내 앞으로 형이 다가왔다. 당당하게 눈을 마주 칠 용기가 나질 않아 휴지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어떤 말이던 모두 다 형 말이 맞았다.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뭐 하러 헤어졌을까. 난 내가 정말 어리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며 고개를 숙였다. 내 머리를 끌어 안는 온기가 느껴져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난 더 서럽게 울며 형의 어깨를 끌어 안았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왜 그렇게 골치 아프게 굴었냐고….”
“미안해요….”
“내가 그 말 제일 싫어하는 거 알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꽉 끌어 안고 있던 팔에 힘을 풀고 형이 수척해진 내 얼굴을 쓸었다. 이렇게 다시 돌아올 거면서 왜 그렇게 사람 속을 썩히는데. 눈물 자국을 지워주며 형이 나를 다시 꽉 끌어 안았다. 이제는 안 헤어져 줄 거야. 여자가 생겼든, 남자가 생겼든 너가 헤어지자고 자살을 한다고 해도 안 헤어져 줄거라고. 섬뜩한 대사 였지만, 어쩐지 다정하게 느껴져 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사랑한다고 말 하고 싶었어. 형의 고백에 작게 긍정의 뜻을 대답했다.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뛸 수 있다는 사실을, 형의 심장에서도 내 심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도 우리의 심장은 다시 뛰고 있었다. 
  
 
--


쓰면서도 다 쓰고 다시 검토하면서도 든 생각인데 여기서 승현이 너무 이기적임 ...
자기가 여자 만나서 몰래 사귀다가 걸려서 헤어지자고 해놓고 다시 좋다고 ...
근데도 지용이는 괜찮다고 핡... 역시 멋져 .. 역시 공.. ♡ ^^ ♡ 
이 글 처음엔 많고 많은 조각글 중 하나였는데 쓰다 보니깐 뻘... 뻘 중편.. ㅎ.... 
떡 넣기로 분명 약속 했는데 ㅠㅠ... 되뚕해욤.. 차마 화장실에서 냄시나게 떡을 썰을 순 없어서 .. 사랑해요 ♡
그리고 급전개 ... 죄송흡느드 ..... 어색해도 으쯜 스 읎으으 ... 장편은 원래 지겨워서 못씁니다 ........... ㅠㅠㅠㅠㅠ
므튼 !! 길기만 하고 재미 없는데 읽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고 스릉흔드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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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됴타ㅠㅠㅠㅠㅠㅠㅠ승현이가이기적이긴해도 좋은건어쩔수읎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아진짜 어제 안잊어주셨다고 말해줘서 감사했써영으히힣 다음작품기다릴게욯ㅎ♡
12년 전
여신 
♡ .. 감사해요 또 1ㅃr 시군뇨?!?!? ♡ 사랑해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늘 찾..찾아 주셔서 넘후 감사할 따름 ㅠㅠㅠ ♡♡♡♡♡♡
12년 전
독자3
으악~~~~~~~~진자 대박이다~~~~~~~~~~여신님문체너무 사랑해욤ㅁ♥♥♥♥♥♥정말 대박이신것 같아요!!!!!!!!!1
12년 전
여신 
헉 ... 그렇게 말씀 해 쥬시니 넘후 붘흐롭네요 ㅜㅜ 부족한데도 좋게 봐 주셔서 금스흡느등 ㅜㅜ
12년 전
독자5
진짜 제가 연재팬픽을 안보느데 꼬박꼬박 들어와서 확인하고 보고있어욯ㅎㅎㅎ 좋은 작품 넘넘 감사해여~~~
12년 전
여신 
헑...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 좋은 작품이라니 ㅠㅠㅠㅠ 흐엉 너무 부족한디 그리 봐주시니 .... /부끄/
12년 전
독자6
재미가 없다구여...?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여신님 팬픽이 진짜 제일 짱짱짱짜아아아아앙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여신 
헐 정말요?!?!?! 즈도 ㅇㅇ6 님이 제일 좋아횸 ... ><
12년 전
독자9
헐 반사♥♥♥♥♥♥♥♥♥♥
12년 전
독자10
아니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 짱좋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신님 혹시 유명한 팬픽작가 아니심?!?!????!?!?!?!여기서 몰래 익명으로 활동하고 계시는거?!?!????????!??!?!? 저 이거 텍파로 주실수 없으세여?????????ㅠㅠㅠㅠㅠ
12년 전
여신 
헐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근데 저 안 유명해요 ㅠㅠㅠ 같은 닉네임 쓰시는 유명한 분이랑 착각 하시는 게 아닐...까....★☆★................. 몰래 익명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텍파 메일 주소 불러 주시면 드릴게융 !!! ><
12년 전
독자12
(이메일은 본인/글쓴이/운영진만 확인 가능)
여신님짱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여신 
저두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확인하세윰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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