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처음 만나던 날.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였다.
처음 본 순간... 그대를 雪花 라 일컬으니 너는 내게 스며들어와 하얀 '눈꽃' 이 되었다.
따스한 입술의 온기로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던 두 사람은 머리 위에 소복히 쌓여가는 눈에...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두 눈을 꼬옥 감은채 가만히 멈춰서 있는 태환.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입술에 닿아 있던 그의 보드라운 입술이 사랑스러워 쑨양은 상체를 숙여 가볍게 입을 맞추고
그를 당겨 안았다.
등을 토닥이며 좀 더 가까이 끌어당기자 두근거리는 그의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한참을 귀 기울이던 쑨양은 천천히 그를 떼어내고 자신을 향하는 까만 눈동자를 응시했다.
"저는... 곧, 청나라로 돌아갑니다."
그의 한마디에... 태환의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어린다.
"하여, 그대가 함께 갔으면 했습니다."
"..............."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태환은 동그래진 눈으로 나으리를 마주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제 나라가 아닌... 이곳에 지켜야 할것이 생겼으니, 저는 다시 돌아올 겁니다."
"......아......"
태환의 눈동자에 비치는 반가움과 기쁨에 쑨양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대는 이곳을 떠나 살 수 없겠지요.
의지할 곳이 저 하나뿐인 낯선 나라는... 그대를 지치고 외롭게 할겁니다.
금옥이 있고... 그대의 일이 있는 이곳에서 당신은 더 환하게 웃을겁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대가 있기에..
저는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생겼고... 지켜야 할것이 생겼습니다.]
잠시 청나라로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쑨양은 생각이 많았었다.
하나, 그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정말로 돌아오느냐 계속해서 묻는 태환에게... 쑨양은 몇번이고 답하였다.
"돌아오겠습니다. 그대가 있기에... 저는 다시 돌아올 겁니다."
일찍부터 완성된 바느질감을 챙긴 태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눈이 내려 미끄러워진 길 위에 아이들의 장난과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 모습을 한없이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던 태환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터 안으로 발을 들여 비단가게로 급한 걸음을 내딛었다.
"왔소?"
밝은 표정으로 자신을 반기는 주인에게 웃음으로 답한 태환은 완성이 된 바느질감을 넘겨주고 좌판 위에 놓인 비단으로 시선을 옮겼다.
"비단은 뭐하려고? 하나 지어 입으려고 그러오?"
"필요한 곳이 좀 있어서... 이번 품삯은 돈대신 비단으로 가져가겠소."
"나야 상관없지~ 좋은걸로 골라보시오."
비단을 구경하는 사람들 틈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는 제법 값이 나가보이는 붉은 비단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늘 차분하고 단정한 색감의 옷을 주로 입는 그에게 한번쯤 입혀보고 싶은 빛깔이었다.
부드러운 손길로 붉은 비단을 쓰다듬는 태환을 바라보던 주인은 값이 제법 나가는 물건이지만 특별히 잘쳐준다며
그의 손에 들려주었다.
"비싼듯 보이는데... 이리 주어도 괜찮소?"
"어허이~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딨소? 가져가시오~"
사람 좋은 너털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에게 몇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 태환은 비단가게를 나와 바로 집으로 향했다.
나으리가 청나라로 떠나기전에 완성하려면 당장 시작해야하기에 태환의 마음이 급해진다.
급한 발걸음으로 미끄러운 길을 내달리는 그의 고운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 번진다.
흔들리는 호롱불을 의지해 늦은 시간까지 서책을 읽던 쑨양은 이내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곧, 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보내는 서찰마다 바쁘다는 답 뿐.
고운 얼굴을 꼭꼭 감추고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 때문에 쑨양은 애가 달았다.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다고 하여도 한참이나 보지 못할텐데... 하루하루가 너무 아쉬워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뿐인데... 그는 자신과 같은 마음이 아닌 모양이었다.
한숨과 함께 입술을 삐죽이며 침장 위에 몸을 누인 그는 눈앞에 몽글몽글 떠오르는 얼굴 하나에 두 눈을 감아버렸다.
"내일은...가봐야겠군..."
작은 한숨을 포옥..내쉬며 천천히 눈을 떠올린 그는 밤하늘과 같은 까만 천장에 시선을 둔채 두 눈만 꿈벅였다.
쿵쿵-
늦은 시간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마당을 가로질러 나가는 하인의 발소리에 쑨양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멀리서 들려오는 하인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찾아온것일까.
하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쑨양은 이불을 걷어내고 겉옷을 챙겨들었다.
비단 보자기를 손에 쥐고 이리저리 옷매무새를 살핀 태환은 찬 바람에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대문 앞에 서서 몇번을 망설이다가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가볍게 주먹을 쥔 손을 들어 대문을 두들겼다.
"계십니까."
몇번을 두들겼을까 무거운 빗장을 올리는 소리에 태환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천천히 열린 문틈으로 빼곰히 고개를 내민 사람.
예전에 한번 본적이 있던 하인이었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두 눈을 커다랗게 떠올리는 그의 모습에 태환도 덩달아 당황하여 장옷 속으로 얼굴을 감추었다.
"누구... 십니까요?"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하인의 물음에 태환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쑨양 나으리를 만나뵈러 왔습니다. 설화라 하시면...아실겝니다."
"쑤...쑨양 나으리...! 우리 나으리!!"
그 이름에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며 대문을 활짝 연 하인은 얼른 들어오시라며 태환의 앞에 길을 내주었다.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마당에 들어서자 하인이 얼른 빗장을 내려 걸고 태환의 곁에 다가선다.
마당에 들어서고서야 천천히 내린 장옷.
그 안에 보이는 살구빛 비단 위의 반짝이는 금박 실에 하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진다.
"이 비단의 주인이!! 아씨였습니까요? ...히야~ 고우십니다... 정말 고우십니다."
눈이 부셔 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호들갑을 떠는 하인의 모습에 태환의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비단에~ 전언쟁이에~ 밤마다 어딜 그렇게 몰래 나가시나 했더니...!! 이런 미인을 만나고 다니셨을줄은~ 하이고~"
"..아...하하..."
"서책만 보고 밖에도 안나가시던 양반이 뭔 일인가 했더니! 세상에..세상에..."
끊임없이 쫑알거리며 자신의 일인양 신이난 하인의 모습에 태환은 웃음이 터져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반달로 휘어진 까만 두 눈에 꽃처럼 활짝 웃는 얼굴.
그 고운 웃음에 하인의 얼굴이 점점 진지해져간다.
"나으리가 안하시던 행동을... 하실만 하네요..."
나으리의 마음을 알겠다는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하인의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스멀스멀 다가온다.
"어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계신겁니까!"
언제 왔는지 기척도 없이 다가온 나으리의 목소리에 하인이 화들짝 놀라 돌아섰다.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남자.
하인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 뒷마당에 뭘 두고 왔는데..."
태환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보이고 나으리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던 하인은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태환때문에 험한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도망가는 하인의 뒷모습을 흘겨보던 쑨양은 풋- 하고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푸흐흐..."
웃음을 참으려는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어깨를 떠는 그의 모습에 쑨양의 얼굴이 더욱 붉어져간다.
민망함에 손끝으로 이마를 긁적이다가 여전히 웃음을 멈출줄 모르는 태환의 모습에 쑨양은 마주 웃어버리고 말았다.
눈꼬리에 눈물까지 매달고 웃는 그에게 그만 웃으라 넌지시 속삭인 쑨양은 살며시 태환의 손을 잡아 방으로 향했다.
어깨에서 장옷을 벗어내리고 자신의 앞에 몸을 낮춰 앉는 태환.
며칠을 내내 보고 싶었던 그 모습에 쑨양은 시선을 거둘줄 몰랐다.
"헌데, 어찌하여 이런 모습으로 오신겁니까."
사내의 복색이 아닌 자신이 선물한 옷을 곱게 차려 입고 온 모습에 쑨양은 의아했다.
그의 물음에 두 눈을 바닥으로 천천히 내리깐 태환은 붉은 입술을 열어 그 말에 답하였다.
"나으리께서 선물해주신 옷을 마음 편히 입어 본 적이 없는 듯하여..."
"....................."
"고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날, 차마 눈에 담을 수 없었던 모습.
한없이 편해진 마음으로 지금의 그를 바라보니... 이리도 아름다울수가 없다.
저고리에 새겨진 하얀 꽃잎을 닮은 그의 고운 얼굴에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한 쑨양은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도 제가 사내라는 것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하나, 나으리를 만나고... 진정으로 여인이 되고 싶다..그리 생각했습니다."
차분한 어조로 여인이 되고 싶다 말하는 태환의 말에 쑨양은 천천히 손을 뻗어 치마자락위에 놓인 그의 손을 잡았다.
"저는 그대가 사내이든 여인이든... 그런 건 상관이 없습니다."
".................."
"제가 그대를 사랑하는 이유는..."
".................."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정인이기 때문입니다."
태환의 손을 살며시 놓고 몸을 일으킨 쑨양은 서안에 달린 서랍을 당겨 한동안 주인을 잃었던 비녀를 꺼내 들었다.
호롱불에 반짝이는 금빛의 꽃비녀.
그것을 바라보는 태환의 두 눈에 반가움과 함께 뜨거운 눈물이 방울진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태환의 가채에 비녀를 장식해준 쑨양은 이제야 제 빛을 찾은 비녀를 손끝으로 매만지고
그의 앞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대가 비녀에 두고 간 마음은...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
"돌려드린 이 마음... 평생 저만을 향하셔야 합니다."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매달고 바라보는 나으리의 다정한 눈빛에 태환의 까만 눈동자에서 눈물 한방울이 떨어져내린다.
하얀 뺨에 미끄러져 내리는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낸 쑨양은 작은 숨을 토해내는 그의 붉은 입술에 시선을 두었다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눈 내리던 날 밤, 부드러웠던 감촉에... 가슴 떨리던 기억에... 그의 심장이 마구 요동친다.
붉어지려는 얼굴을 감추려 태환에게서 급히 떨어져 앉은 쑨양은 흠흠..헛기침을 해보이고 괜스레 이곳저곳으로 눈만 굴려댔다.
"나으리..."
정적속에 나지막이 울리는 물기 어린 목소리.
천천히 다가와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는 부드러운 손길에 쑨양은 커다래진 두 눈을 꿈벅였다.
"오늘은... 제 입술이... 나으리의 입술에 잠시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붉은 입술에 엷은 미소를 매달고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쑨양은 그대로 멈춰 태환의 눈을 마주했다.
까만 두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다가오는 그의 입술.
여린 숨결을 머금고 부드럽게 포개지는 따스한 느낌에 쑨양은 그대로 멈춰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눈앞에 다가온 고운 얼굴을 바라보던 쑨양은 그대로 태환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자신의 다리 위로 올려 앉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듯 입술을 떼어내고 까만 눈을 깜박이는 그의 모습에 쑨양은 입술 끝을 말아올려 살며시 웃어보였다.
"나으리...지금..자..자세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당황한듯 두 눈을 굴리는 태환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슥- 매만진 쑨양은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였다.
"쉿.."
그대로 태환의 목을 감싸고 벌어진 입술 위에 애닳은 입술을 겹쳤다.
처음보다 강하게 닿아오는 느낌에 놀라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자 나으리의 커다란 손이 긴장으로 얼은 자신의 등을 토닥인다.
한없이 다정한 그의 손길에 천천히 두 눈을 내리감은 태환은 입술 위를 미끄러지듯 노니는 간지러운 느낌에 깊은 숨을 토해냈다.
***
안녕하세요~흰둥이입니다...
너무 늦게 왔죠?
2012년 두번째 감기가 찾아왔어요...
이번엔 목+코+재채기...패키지로 왔네요..
약 기운에 몽롱한 상태여서 수정도 제대로 못하고 올립니다ㅠ
더 늦으면 안될것같아서.....흡...
뭔가 끈~적한! 달달하지만..느끼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는데...
영...끈적한 씬에는 소질이 없어서...엉엉
여러분의 상상에 맡길게요...헛;;
오늘은 키스신이 두번이나 있네요! 염장질 제대로ㅠㅠㅠㅠㅠ캭
이제 두편? 어쩌면...한편 늘려서 세편정도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화이팅...ㅠㅠㅠㅠㅠ!!
감기조심하세요..진짜 장난아니네요ㅠㅠㅠ
늘 재밌게 읽어주시고...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너무 너무 너무~~~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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