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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찬열아 문 열어줘'
'찬열아 추워....문 좀 열어줘..'
'야아 박찬열 문자 좀 봐..'


찬열은 10분 전에 온 문자 3개에 놀라 황급히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당연하게도 달달 떨고 있는 백현의 모습과 훅 들어오는 찬 밤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당황스러워 추위에 떠는 백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를 집 안으로 들였다.바닥에 털썩 앉는 그를 일으켜세워 소파에 앉히고는 찬열이 걱정하듯 다그쳤다.



"왜 말도 안하고 왔어 놀랐잖아..!"
"몰라..마침 아주머니도 없으시네"
"전화를 하던가 하지 왜 문자했어?"
"전화하면..음..아 몰라 그냥..문자하고 싶었어"
"으이구 진짜"


찬열이 백현의 볼을 꼬집었다.아-이거 하지 말래도.백현이 볼을 매만지다가도 찬열을 바라보며 베시시 웃었다.


"집에..들어가기 싫어서 왔어"
"그래,그래 알았어"
"요새는 자주 집 오지도 않더니,아빠 온대서.."


찬열이 이해하는듯 끄덕였다.백현은 손이 아직 차가운지 입바람을 후후 불더니 곧 자연스럽게 리모콘으로 TV를 틀고는 찬열을 힐끔거렸다.그 일이 있은 후 백현이 찬열의 집을 들리는 일이 잦아져서 그런지 백현은 이제 찬열의 집이 제 집보다 편안했다.찬열은 편한 자세로 소파에 기대고는 백현을 슬쩍 돌아봤다.종인에게 그 말을 들은 이후 궂이 세훈의 반에 찾아가지 않았다.그냥 불쾌해서였다.같이 있으면 또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 두렵기도 했다.백현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말 한 마디에 사실 넉다운당한 찬열이었다.끄응….찬열은 종인의 생각만으로도 짜증이 치밀었다.


"근데,얼마전에 전학생 온건 알아?"
"전학생?"
"몰랐어?"
"그랬어..?"

백현이 전혀 몰랐다는 얼굴로 찬열을 쳐다보았다.진짜 몰랐나보네.찬열은 그닥 말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그랬어'하고 말았다.어차피 얼마 후면 자연스레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최대한 백현이 종인과 마주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한 번 그 생각이 떠오르니 찬열은 그가 했던 말이 또 떠올랐다.

'걔가 배연지를 좋아하니까 당연한 거 아냐'
이제 백현과 연지는 정말 뜸해졌다 싶을 만큼 연락도 하지 않는데 찬열은 그냥 그 말이 열이 오를만큼 화가 나고 싫었다.김종인한테 들은 말이라 그런가,아무튼 생각할수록 기분이 별로였다.찬열은 그래서 넌지시 백현에게 물었다.


"백현아"
"어?"
"너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어?"


백현이 찬열의 말에 두 눈을 두어번 깜빡이더니 어?하고 당황하며 재차 물었다.응?찬열이 갸우뚱하며 대답을 재촉했다.백현은 눈을 도르르 굴리기만 하다가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없어"


그럼 그렇지.찬열은 금세 방긋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아,잠시만.찬열은 갑자기 전에 백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저번에 백현이 여자친구 한 번 사귀어봤다고 했었는데.그게 배연지였나?찬열은 다시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나 뭐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뭐?"
"너 예전에 사귀었다던 여자애 이름이 뭐야?"
"..어..?"
"내가 아는 애야?"


찬열의 직구에 백현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히 드러났다.애써 눈을 피하는데 끈질기게 찬열의 시선이 따라오는 탓에 백현은 계속 움찔거렸다.어,음….그리고는 계속 고민하는 척하며 뜸을 들였다.

"..미안"
"뭐가?"
"사실 한 번도 사귀어본 적 없는데.."


찬열이 멍한 표정으로 백현을 보고만 있었다.니가 많이 사귀어봤다길래 거짓말 친건데…미안.백현이 민망해 입을 삐죽 내밀고 눈을 돌렸다.찬열이 그 말에 '?'하고 머릿속 가득 물음표를 띄우다가 이내 아-하고 이해했다.백현이 여간 멋쩍은지 머리를 긁적거렸다.찬열은 금세 푸시시 웃음이 베어나왔다.아 그런거야?한 번도 없었어 이때까지?한 번도?찬열이 계속해서 묻는 말에 백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찬열은 계속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
"..."
"나 너 너무 좋아"
"..응?"
"귀여워미치겠어"

그리곤 대뜸 고백하며 또 볼을 꼬집었다.너무 좋아.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빙긋 웃는 찬열에 백현은 잔뜩 굳어 입이 꾹 다물어졌다.으구,어떡하냐 정말.찬열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자꾸 백현의 얼굴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렸다.그렇게 웃는 찬열에 홀려,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보이는지 알 길이 없는 백현도 굳은 얼굴이 살살 풀어지더니 이내 베시시 웃음을 머금었다.




-



성적표와 함께 반 배정이 끝났다.찬열과 백현의 바람과는 달리 둘은 다른 반이 되었다.백현이 반 배정표를 확인하자 마자 울상을 지으며 찬열에게 달려갔다.찬열아 우리 다른 반인데….찬열도 그 말에 얼굴에 아쉬움이 한가득 서렸다.아 짜증나,성적도 떨어지고 찬열이랑도 떨어지고.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종례가 끝나고도 몇 번이나 반 배정표를 다시 확인해보았지만 둘은 당연히 다른 반이었다.어떡하지..찬열이랑 떨어졌는데.백현이 벌써부터 걱정에 얼굴을 구겼다.사실 더 걱정해야 할 것이 있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어.."



백현은 살아생전 그렇게 당황하고 심장이 빨리 뛴 적이 없었다.'그'다.찬열을 따라 세훈의 반을 찾아갔던 백현은 의외,아니 당황스러운 그 인물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백현이 그의 똑바른 시선을 마주하자 마자 입이 합 다물어졌다.백현을 정확히 응시하던 종인이 이내 실소가 터져 백현에게서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백현은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주체할 수 없을만큼 심장박동수가 빨라졌다.종인의 옆에 자연스러운 세훈을 보자 더더욱.


"아 먼저 왔네,갈려고 했는데.너 몇반이야 박찬열"
"7"
"아 씨발 다 떨어짐"


세훈이 짜증스레 성적표를 꾸깃거렸다.찬열은 그런 세훈을 비웃고는 백현을 살폈다.찬열이 생각했던 '어쩔 수 없이 자연스레 알게 되는' 상황이 왔다.그런데 어째서인지 백현의 표정이 그닥 좋아보이진 않았다.반면 종인은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조금 즐거운 얼굴이었다.별 말이 없는 둘에 찬열은 번갈아가며 상황을 파악하려고만 하고 있었다.



"맞다,우리 넷 다 아는 사인데 다 같이 모인건 처음이네"
"...."
"너네 왜 오랜만에 보는데 말이 없냐?"


종인의 미묘한 시선이 세훈에게 옮겨 가더니 읽을 수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세훈이 잔뜩 얼은 백현의 반응에 당황했는지 눈알만 굴리다가 다시 한 마디를 뱉어냈다.


"맞다,백현이한텐 내가 말을 안해줬었나 보다.갑자기 널 봐서 너무 당황했나봄"
"...."
"그래도 김종인 넌 내가 백현이 이 학교라고 말해줬잖아 새끼야,아무리 떨어진지 좀 됐다지만 친군데 왜 이렇게 어색해?"
"친구?"


종인이 그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세훈은 이상하게 포인트를 잡는 종인에 저도 물음표를 띄웠다.또 찬열도 이해할 수 없는 둘의 이상한 공기에 의아해졌다.


"아,아님 너도 같이 갈래?우리 오늘 놀기로 했는데"
"뭐?"
"둘이 오랜만에 봐서 어색한 것 같잖아"


찬열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백현은 눈치만 보다 찬열의 마이 끝자락을 잡고 종인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아예 틀어버렸다.숨긴다고 숨겼지만 잘 되지 않는지 백현의 손이 달달 떨리는 것이 눈에 보여 종인은 자조적인 웃음을 띄었다.반갑지않은 세훈의 제안에 먼저 종인이 '난 됐어'하고 발을 뺐다.안도의 숨을 내쉰 것은 한 명만이 아니었다.


"나도 오늘 약속 있어"
"그럼 말고"
"근데,넌 언제 쟤랑 친해진건데?"
"백현이말야?"


저번에 박찬열 집 같이 갔거든.네 친구면 내 친구니까,뭐 그냥 자연스레 친해졌지.세훈이 당연하듯 말했다.그 말에 종인이 또 비소를 흘렸다.

"병신아..자꾸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네"
"뭐 내가 뭘"
"나 변백현이랑,"


말을 하다 문득 종인의 눈이 시선을 옮긴 백현과 마주쳤다.입을 꾹 다문 백현이 조금 불안한 얼굴로 애처롭게 종인을 보고 있었다.종인은 뜻밖인듯 잠시 백현을 보고만 있더니 '아냐'하고 말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종인은 무언가 흥미로운 감정이 스물스물 피어올랐다.나 변백현이랑,뭐?찬열이 제대로 묻고 싶었다.종인과 있으니 또 가슴이 답답해졌다.찬열은 종인과 같이 있는 것이,또 백현을 같이 두는 것이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얼떨결에 찾아온 정적에 찬열이 입을 열었다.




"됐고,빨리 가자 우리만 남겠다"
"아 잠시만,나 아직 하나도.."
"그럼 뒤따라오던가"


세훈이 나즈막히 욕을 하는데도 굴하지 않고 찬열은 백현을 데리고 반을 빠져나왔다.백현은 고개를 폭 숙이고는 찬열의 마이 끝자락을 놓지를 않았다.찬열은 궁금함에 속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하지만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백현의 기분이 심상치 않은 듯 해 그저 눈치만 살피며 걸을 뿐이었다.


"야 천천히 가라고!"



뒤에서 세훈이 소리쳤다.백현은 제 얼떨떨하고도 당혹스런 맘을 달리 표출할 방법이 없었다.방금 제가 본 것이 실제가 맞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도 또렷하지 못했다.저번에 찬열이 전학생이 온 것을 아냐고 물었던 게 생각이 났다.그게,김종인이었다니.백현은 무언가 어깨가 가득 짓눌러지는 것만 같음과 동시에 무언의 감정이 물 밀듯 밀려왔다.그를 마지막으로 봤던 그 때가 스쳐지나갔다.



그렇게,중학교 2학년 초가을을 끝으로 안녕인 줄 알았던 종인이
백현의 앞에 너무나도 보란 듯이 나타나버렸다.




* *

수습이 안되는데 어떡하죠..ㅠㅠㅠㅠ 1월안에 완결 지으려고 했는데 어째 점점 갈수록..
길어지는 것 같아요(종인이가생각보다너무늦게나온탓에..
이제 반틈 온 것 같은 이 느낌..더 스퍼트 올려야겠어요ㅍ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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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종인이랑 백현이의 과거가 너무궁금해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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