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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아침에 일어나는 걸 유난히 힘들어하는 세훈이였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그랬다. 졸업식 시즌은 당연하다는 듯 매년 추웠지만 올해는 아침부터 몇 년 만의 한파라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훈의 친구들은 겨울방학과 봄방학 사이의 애매한 시간에 꿀같이 주어진 휴식을 즐기고 있을 터였다. 그에 반해, 세훈은 평소와 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 교복을 챙겨 입고 있었다. 오늘은 졸업식이었다.  

 

“야 오세훈 어디냐” 

“이제 나가” 

 

교복을 다 입은 세훈이 걸려온 전화에 심플하게 대답했다. 그래 빨리 와라.여기 빔 프로젝트 설치가 이상하게 된 것 같다. 전화를 끊으면서 후배에게 무엇인가를 시키는 듯한 종인의 음성이 뒤따라 붙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겨우 졸업식 하루를 다른 친구들처럼 여유롭게 보내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런 건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아마, 그런게 싫었다면 세훈은 애초에 학생회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졸업식은 너무 추웠다. 

 

 

 

모든 학교의 공식적인 행사가 대부분 그러하듯 졸업식도 지루했다. 주장을 뒷받침해주듯 그 누구도 듣지 않을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거의 10분 째 이어지고 있었다. 세훈과 나머지 학생회 임원들은 추운 날씨에도 교복 하나만 입고 강당 무대 아래에 일렬로 서 있었다. 옆에 서 있던 종인이 말을 걸었지만 곧 이어지는 시상식 안내 덕에 종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 했다. 

“야. 너 졸업선물 샀…어? 준면이 형이다.” 

 

세훈은 일찌감치 고정하고 있던 시선의 대상이 움직임에 따라 함께 시선을 옮겼다. 고등학교 졸업식이라고 알록달록 물들인 선배들 사이에서 준면은 끝까지 검은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단상에 올라가 서있는 모습이 참 익숙했다. 

세훈은 입학한 뒤로 몇 번이고 이 모습을 봐왔다. 처음은 입학식 날 선배들 대표로 환송시를 읽는 모습이었다. 그 이후에도 준면은 학교의 공식적인 행사가 있는 날마다 학생부회장의 역할로, 학년이 올라가서는 학생회장의 역할로 꾸준히 얼굴을 비춰왔다. 아마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세훈은 이제야 생각했다.  

 

아마 자신이 학생회에 들어오게 된 건 밥 먹고 있는 세훈에게 손을 내민 준면의 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 때도 선도 기록을 정리하는 것인지 서너개의 파일을 가지고 손을 내밀었던 준면은 짤막하게 자신의 할 말만 하고 금세 사라져버렸다. 

 

“너 잘생겼다. 학생회 들어올래? 오디션 내일 저녁이야. 밥 먹고 와" 

당황한 세훈이 미처 답해주지 못한 손이 부끄럽지도 않은 듯 준면은 손을 거두어 갔다. 그리고 지금은 그 손으로 학생 대표로 졸업장을 받고 있다. 자꾸만 심술이 났다. 

 

 

처음에는 동경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의 전반적인 일에는 모두 준면이 속해있었고 또 실수없이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게 아닌가 싶어 호기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회는커녕 반에서 부반장도 해보지 못했던 세훈이 보기에 준면은 호기심을 가질만한 대상이었다. 저를 언제 봤다고 밥 먹고 있는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모습도 신기했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자신의 학생회 합격은 김준면의 입김 덕분이라는 사실도 웃겼다.  

그러다가 동경도, 호기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 때는 1학년 체육대회 때였다. 반티대신 학생회복을 입고 쉬지도 못하고 땡볕아래서 계속 질서정리를 해야 했다. 체육대회와 축제를 이틀연속으로 하는 학사일정에 한 달 전부터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준면도 경수형이 전달해준 민트색 카라티를 입고 줄다리기 응원에 한창인 학생들의 질서정리를 돕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점심시간이 되었고 학생회 임원들은 따로 학생회실에 모였다. 학생회실이 작은 덕에 에어컨을 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원해지는 온도에 이마에 땀이 말라갈 때 쯤이였다.  

 

“썬크림, 바를래?” 

다른 학교에서 조공해준 피자를 어느샌가 다 옮겨놓은 준면이 썬크림을 내밀며 물었다. 물끄럼 하얀 바탕에 괴상한 모습을 한 태양이 그려져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그 썬크림 끝쯤을 잡고 있는 하얀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도….” 

“어?” 

“선배도 얼굴이 다 빨개졌는데요. 이거 경수형꺼죠?” 

자신의 피부를 보호한답시고 바쁜 와중에 썬크림을 바를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준면을 제일 가까이서 챙겨주는 건 경수형이었다.  

“그냥 받아주면 안 되나. 부끄럽네. 그 때도 지금도” 

멋쩍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준면은 그랬다. 겉으로만, 멀리서만 봤을 때는 모든 일을 척척해내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꼼꼼하게 모든 일을 해내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람에게 큰 벽을 두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 또한 의외였다. 지금처럼, 부끄러운 상황에서는 솔직하고 가볍게 웃어 넘겼다. 

 

그 때부터였다. 동경도, 호기심도 아니고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시작했던 때가.  

 

 

 

벌써 졸업식이 끝나가고 있었다. 3학년 학생 부장을 맡던 선생님이 폐회식이 끝나면 여러분은 정말 어른이 되는겁니다하고 괜히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시원섭섭한 것도 같은 표정이었지만, 졸업식을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폐회식이 끝나고 졸업식이 끝났다. 각자 흩어져 뒷정리를 도우며 가족의 손을, 친구의 손을 잡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직 노랗게 물들인 머리가 어울리지 않는 앳된 얼굴들도 몇 달 뒤면 몰라보게 변해있겠지. 또 주변 환경에 맞게 물들여지겠지. 부러 뒷정리를 느리게 끝냈다.  

많은 학생들이 빠져나갈 때쯤이면 임원들 선후배들끼리 학생회실에서 졸업선물을 주고받자고 짰던 일들을 다 무르고 싶었다. 지금 준면을 보면 일렁이는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준면을 좋아한다고 깨닫고 거의 2년간 짝사랑을 해오며 한 번도 발전의 노력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수 있구나 넘긴 감정들이 이제야 폭풍우치듯 몰려오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게 아니라 계속 보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것이었다.  

19살과 20살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변해가듯, 준면도 변해갈 것이다. 당연한 일이고, 그래야하는 일이었다. 자신은 올해도 교복을 입고 벚꽃을 보고 땀을 흘리고 지는 잎을 보고 눈도 맞겠지만 준면은 아니었다.  

두 번이나 본 신입생 환송시도, 체육대회 시즌이면 바빠서 얼굴도 자주 못 비추는 모습도, 넘겨도 되는 일을 굳이 다 떠맡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모습도 더 이상은 볼 수 없다.  

이제야 하는 후회지만 정말 자신은 다가간 적이 없었다. 학생회 선후배 관계 중에서는 자신과 준면이 가장 친하다는 소문은 다 준면 덕이었다.  

어떻게 보면 모든 후배에게 잘해주는 준면이었지만 모든 선배에게 잘하지 않은 자신 덕분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세훈은 준면의 덕으로 미뤄놓기로 했다.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같은 맥락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을 붙잡는 방법도 없다.  

사실은 오는 시간을 막으려고 했으나, 학생회실을 가지 않고 몰래 강당에 빠져나와있는 세훈을 준면이 제 발로 찾아왔다. 원래 항상 이렇게 일은 꼬이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미없다는 듯이 

 

“졸업 축하드려요.” 

의도한 것이 아닌데 마음 은밀한 곳에 숨겨져 있는 어린애같은 심술이 목을 탁 치고 올라왔다.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은 것인지 준면의 손에는 소박한 한 송이의 장미가 여러 개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서 시선을 못 떼는 세훈을 안 건지 준면이 웃으면서 장미 한 송이를 건넸다. 

“가질래?” 

“이걸 왜 저를 줘요” 

“너 이거 계속 쳐다보고 있었잖아” 

“축하 많이 받으셨나봐요.” 

 

또 한 번 울컥. 무엇인가가 목을 치고 올라왔다. 심술이 가라앉길 바랐지만 사실 노력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오늘 보면 못 볼 자신의 짝사랑 상대였다.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다는 말은 가사나 소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자꾸만 아랫입술을 깨무는 세훈에게 준면이 덥썩 자신의 모든 꽃을 세훈에게 넘겨줬다. 갑자기 많은 양의 짐을 얻게 된 세훈이 잠시 휘청이다 균형을 잡고 준면을 바라보았다. 

“뭐예요?” 

“니가 다시 축하해줘.” 

“네?” 

“그 꽃 다 안받은걸로 하고, 축하도 다 안받은걸로 할테니까. 니가 다시 축하해달라고 어디 친해지기 한 번 엄청 어렵던 후배님 축하나 왕창 받아보자” 

“…….” 

“씁. 빨리. 선배 말이 말 같지 않은가봐?” 

“졸업…축하드려요. 준면선배” 

“오그라든다. 평소처럼 형이라고 해” 

“아 진짜, 축하해요 준면이 형” 

“오냐. 학교 잘 지켜라.” 

준면이 익숙하게 살짝 발을 들어 세훈의 머리를 흩뜨려놓았다. 그리고 벌린 팔에 세훈이 닷시 꽃다발들을 안겨주자 준면이 밀어내며 말했다.  

“그건 너 가지고….” 

“…….” 

“안아보자 한 번만” 

그리고 첫 만남 때 그랬던 것처럼 준면은 세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리고 넓은 세훈의 등을 감싸 안고 어깨 부근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초조해하지마. 

 

 

 

“기다릴게.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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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빌레
모바일이라 사담은 약간만 여기에...
늘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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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아보자 한 번만ㅠ 대사 보고 순간 울컥하네요ㅠㅠㅋㅋ며칠 전부터 자꾸 작가님 글이 생각이 나서 댓글 남겨 봅니다. 아직 인티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8년 전
대표 사진
칸타빌레
몇 년만에 처음 들어왔는데 반가운 댓글이 있네요! 이젠 인티도 잘 하지 않고 아예 글에서 손은 놓았지만 기억날 때 와서 자주 들여다봐주세요~
혼자라고 생각했던 공간에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ㅎㅎ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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