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O동에서 또 살인사건 일어나.]
[이번에는 여대생 살해.]
요즘 TV만 틀면 우리 동네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에 대한 뉴스가 나와.
벌써 5명이 죽었다고 그러던데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어.
범인에 대한 증거가 아무것도 없다나?
[지이잉-]
"여보세요?"
-"별빛아, 너 지금 어디야?"
"집인데요?"
-"다행이다.. 별빛아, 오늘 하루만 나랑 알바시간 바꿔주면 안 될까?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아빠 출장중이셔서 병원 갈 사람이 나밖에 없거든."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선배(과는 다르지만)가 간곡하게 부탁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카페로 향했지.
"오늘 알바 너 아니지 않아?"
"선배가 바꿔달라고 해서 바꿨다. 왜!"
내가 카페에 들어서자 같이 알바하고 있는 이홍빈이 네가 왜 오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어.
말은 저렇게 하고 표정도 날 정말 싫어하는 것 같지만 지 말로는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
"오늘따라 손님이 없네."
"네가 왔잖아."
"이홍빈!"
이홍빈은 나 놀리는 재미에 사는 놈 같아.
날 놀리는게 한 두 번이 아니야.
하루에도 수 십번 씩 날 놀려.
"다리 짧아서 다른 사람보다 많이 걸어야겠다?"
"네 다리도 긴거 아니거든?"
뭐 이홍빈이 날 놀릴 때마다 가끔씩나도 이홍빈을 놀리지만.
"시끄러워."
"어, 사장님!"
원래 이 시간에 사장님께서 카페에 잘 계시지 않는데 오늘은 계시네?
사장님 표정은 거의 저렇게 무표정이신데 가끔 웃으시는거 보면 굉장히 귀여우셔.
볼에 자리한 저 먹이주머니도 너무 귀엽고.
"맞다! 정별빛. 너네 동네에 살인사건 또 일어났다며?"
"어. 어제였나? 그럴껄?"
"벌써 5명 아니야?"
"어. 그래서 요즘 무서워 죽겠다니까."
"에이- 넌 괜찮을꺼야. 얼굴이 무기ㄴ..."
난 결국 이홍빈의 머리를 강타해버리고 말았어.
2.
한창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어.
"이홍빈 얘는 어디 간거야."
갑자기 몰려온 사람들 때문에 바빠죽겠는데 이홍빈이 사라져 버렸어.
또 땡땡이 칠건가봐.
"주문 안 받아요?"
"잠시만요. 주문 도와드리ㄱ... 상혁아!"
"누나 맞네요."
혼자서 하느라 밀려버린 주문 때문에 바쁘게 커피를 만들고 있었는데 내 친구의 동생인 상혁이가 카페에 찾아왔어.
"지금수업 받고있을 시간 아ㄴ.. 맞다. 너 고3이지? 학교 일찍 끝나나보네?"
"야, 너는 주문 잔뜩 밀렸는데 수다나 떨고 있고 잘하는 짓이다."
상혁이랑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에 갔다온 건지 모를 이홍빈이 나타났어.
나는 이홍빈을 한 번 째려보고 상혁이 주문을 받으려고 했는데 이 자식이 지가 받겠다고 나보고는 커피나 만들라네?
주문이 밀렸으니까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하고 커피를 만들었지.
"야, 근데 너 어디갔다 온거냐? 혼자서 바빠 죽는 줄 알았잖아."
"똥 싸고 왔다."
"더러운 새.끼."
이번에는 땡땡이 치려고 한게 아닌가봐.
똥냄새가 나는 것 같았거든.
한참 더 커피를 만들고 나서야 쉴 틈이 생겼어.
그래서 나는 상혁이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향했지.
"친구들 데려오지. 혼자서 심심하지 않아?"
"누나 커피 만드는거 보고 있으니까 안 심심하던데요?"
"거짓말하고 있네."
상혁이랑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언제 다가왔는지 이홍빈이 내 정수리에 지 턱을 가져다댔어.
아프다고 비키라고 했지만 이홍빈은 비켜주지 않았지.
"야, 너 머리 안 감았냐? 정수리에서 냄새 ㄴ.. 야! 아파!!"
나는 정수리에 코를 박고 있는 이홍빈에게 맛 좀 봐라!는 식으로 갑자기 일어섰어.
내 돌 같은 정수리에 코를 박은 이홍빈은 아픈지 코를 잡고 나를 째려봐.
"두 분 재밌게 노시네요."
아파 죽는 이홍빈을 보고 배꼽 빠져라 웃는데 상혁이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어.
갑자기 왜 표정이 굳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나 알바 언제 끝나요?"
"음.. 글쎄 오늘 마무리도 해야 되니까 아마 12시 쯤?"
"너무 늦네.. 누나, 저는 이만 가볼게요."
"어? 왜!"
"오늘 엄마 생신이시거든요. 선물 사고 가던 길에 누나 보려고 들렸던 거예요."
아쉽지만 상혁이를 보내고 상혁이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았어.
그랬더니 이홍빈 이 자식이 의자를 갑자기 빼더라?
"왜! 뭐!"
"너는 저기 앉아. 내가 여기 앉을거야."
나는 이홍빈을 한 번 째려보고는 아까 내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 있었지.
[딸랑-]
"별빛아!"
"어? 재환오빠!"
상혁이가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옆집에 사는 재환오빠가 카페에 왔어.
아마 같이 노래하는 사람들이랑 한 내기에서 졌나봐.
재환오빠가 근처에 있는 학원에서 보컬트레이너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보컬트레이너들끼리 커피 내기를 자주 하는데 항상 오빠가 져서 오더라고.
"오늘도 내기에서 진거야?"
"응.. 맨날 져. 아니 그 사람들은 게임만 하고 사나봐."
"오늘도 항상 같은걸로?"
"응."
나는 재환오빠 보고는 잠깐 앉아 있으라고 말하고는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어.
재환오빠는 귀엽게 꽃받침 자세를 하고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이홍빈 이 자식은 같은 알바생이면서 내가 커피를 만들고 있는데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더라.
"야, 이홍빈! 너 빨리 일로 안 와?"
내가 이렇게 말하고 나서야 일 하러 오더라.
근데 홍빈이가 내 옆에 오니까 재환오빠의 표정이 약간 굳어진 것 같아.
착각이겠지?
3.
날이 약간 어두워지니까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
이홍빈이랑 나랑 사장님이랑 셋이서 일 하는데도 주문이 약간씩 밀리더라고.
그렇게 바쁘게 일하고 밤이 되니까 조금 한가해지더라.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의자에 앉아 있으니까 사장님께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 앞에 내려놓으시더라고.
"마셔."
"감사합니다."
"사장님 저는요?"
"넌 네가 만들어서 마셔."
사장님의 말에 이홍빈은 투덜거리면서 직접 손으로 커피를 만들어서 내 옆에 앉았어.
"야, 넌 아메리카도 안 쓰냐?"
"쓰지."
"근데 왜 아메리카노 마셔?"
"쓰니까."
내 말이 끝나자 이홍빈이 고개를 저으며 지가 만든 커피를 마셔.
이홍빈은 아메리카노 잘 마시게 생겼는데 쓰다고 안 마시더라.
은근히 애 같단 말이지.
[딸랑-]
커피 마시면서 사장님하고 이홍빈하고 대화를 하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왔어.
"김원식."
이홍빈 친구인 김원식이였어.
얘는 카페에 뭐 마시러 오는게 아니라..
"별빛아, 너 내일 시간 있어?"
나한테 작업 걸려고 우리 카페에 와.
얘가 나한테 작업을 걸 때마다 이홍빈이 김원식한테 눈이 낮다면서 뭐라뭐라해.
오늘도 그러더라고.
"야, 내가 어때서!!"
"키 작고 못 생겼지."
"그러는 너는 뭐..."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반격을 할 수가 없었어.
이홍빈 얘는 키도 크고 잘생겼거든.
우리 카페에 여자손님이 많이 오는 이유 중에 하나가 얘가 잘생겼기 때문이야.
"별빛이가 뭐가 어때서. 이홍빈, 넌 청소나 해."
내가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일어나셔서 이홍빈을 째려보며 말하셨어.
역시 사장님 최고!!
이홍빈은 우쭐대다가사장님께서 던지신빗자루에 다리를 맞았어.
쌤통이다!!
"오늘은 뭐 마실건데?"
"음.. 오늘은 뭐 마시면 좋을까?"
"홍시주스 마실래?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인데 맛있어."
"그래. 홍시주스로 줘."
김원식은 계산대 앞에 서서 홍시주스를 만드는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어.
부담스럽게 말이야.
"여기."
"아, 목말라."
홍시주스를 계산대 위에 올려 놓았는데 이홍빈이 낚아채갔어.
그리고는 지가 다 마셔버리대??
"야! 네가 왜 마셔!"
"김원식. 너 빨리 가."
그리고는 김원식을 억지로 내쫓더라.
"원식이 왜 내쫓아? 손님인데."
"손님은 무슨. 야, 너 앞으로 내가 없을 때 저 자식이 찾아오면 주문 받지마."
"싫거든요?"
이홍빈이랑 다투면서 일하니까 시간이 더 빨리 간 것 같아.
벌써 마감시간이 다 됐어.
12시가 넘어서 마감이 돼서 혼자 집까지 가기 좀 그랬는데 이홍빈이 무슨 바람이 든건지 날 데려다 주겠다고 하네?
"됐거든요."
난 이홍빈이랑 같이 가다가는 남아 있는 내 기운들을 싸우는데다 써버릴 것 같아서 거절하고 혼자서 집으로 향했어.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면서 후회했지.
그냥 같이갈껄.
4.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어.
그래서 나는 발걸음을 빠르게 했지.
근데 내 뒤에 있던 사람의 발걸음도 빨라졌어.
나는 너무 무서워서 떨면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어.
원래 그 골목길 조금만 걸어가면 집이 나오는데 더 길게 느껴지더라.
어쨌든 덜덜 떨면서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내 입을 막았어.
나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벗어나지 못했어.
그 사람이 내 얼굴에 무언가를 씌웠고 내 손목을 묶었어.
그런데향수 냄새가 뭔가 익숙했어.
어디에서인가 맡아본 냄새였어.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향해 갔고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없었어.
얼굴에 무언가를 씌워서 앞은 당연히 보이지 않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사람이 나를 내팽겨치듯이 던졌어.
바닥에 넘어진 나는 부딪힌 무릎이 아파서 어루만지려고 했는도 손이 묶여 있어서 그러지는 못했어.
앞도 보이지 않고 손도 묶여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어.
나는 그저 그 사람이 내팽겨쳐준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어.
"그래도 가만히는 있네."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였어.
그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내 팔에 그 사람의 손이 닿았어.
"널 어떻게 할까?"
드디어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았어.
이 사람을 부르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무언가가 내 머리에 닿았고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어.
5.
내가 눈을 떴을 때 시야가 어둡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내 얼굴을 덮고 있던 그것은 사라진 것 같았어.
그를 찾으려고 두리번 거렸는데 그는 보이지 않았어.
힘들게 몸을 일으켜서 침대에 앉았는데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어.
"깼네."
"어떻게 된거야? 네가 대체 왜.."
그가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어.
그리고는 내 옆에 앉아서 내 머리카락을 어루어 만졌어.
내가 알던 그가 아닌 것 같았어.
귀엽고 밝고 착하던 그는 없었어.
지금 내 옆에는 무섭고 잔인한 사람이 되어버린 그가 있었지.
"아무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을 나갔어.
그리고 잠시 후 샌드위치와 커피를 가지고 들어왔어.
"먹어."
"싫어."
"억지로 먹이기전에 먹어."
"안 먹어."
그가 화가 난 표정을 하고 나에게 다가왔어.
그리고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바닥에 내려놓고 내 턱을 잡고 자신의 입을 맞췄어.
묶인 손으로 그를 밀어냈지만 그는 밀리지 않았어.
"뭐하는 짓이야!"
겨우 그를 떼어내고 그를 향해 소리쳤어.
그는 나를 보고 웃기만 했어.
내가 몸을 일으키니까 그가 나를 다시 침대에 앉혔어.
"도망갈 생각은 하지마. 내가 어떻게든 다시 이 곳에 너를 가둘거니까. 그리고 나 화나게 만들지마. 널 해칠지도 모르니까."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저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ㅎㅎ;;
고3이라 학교가 일찍 끝나기는 했지만 정신 없는 일이 있어서 글잡에 글을 올리겠다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이제부터는 자주 오려구요ㅎㅎㅎㅎ
이 글은 독방에 올렸던건데 다시 읽어보니까 내용이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내용을 약간 수정해서 글잡에 올려 봅니다.ㅎㅎㅎㅎ
한 번에 다 올리려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길어져서 5편씩 나눠서 올릴게요.ㅎㅎ
이 글은 독방에 올라왔던 글이기 때문에 구독료를 받지 않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