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오직 당신만의.
W. JPD
07
힘이 되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내가 조금이나마 그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곧 무너질 것 같은데 그 사람을 잡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보여서, 아무것도 그 사람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정말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내가, 비록 이 사회에서 작은 공간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이런 나라도 괜찮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동안 함께한 그 적은 시간들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는 분명히 나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고맙다, 늦었는데 자야지."
"네, 자기 전에 하는 통화가 참 분위기 좋네요."
"비꼬는 건 아니지."
"설마요."
"자고, 시간 되면 보자."
"전 시간 많아요, 바쁜 건 그쪽이지."
"그 호칭 좀 제발 어떻게 안 되겠냐..."
"예,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된 것 같아 보인다."
"끊을게요."
"잘 자라."
"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침대 옆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잠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를 듣기로 했다, 자기 전이니 잔잔한 게 좋겠다 싶어 찾다 보니 아까 들어서 언뜻 기억나는 Save ME를 틀었다. 조용하고 깜깜한 방에 울려 퍼지는 소리, 가사, 목소리. 구해줘 날, 나도 날 잡을 수 없어. 제멋대로 널 부르잖아. 목소리 한 번 슬프네, 뭐가 저렇게 애절한 걸까, 이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결국 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직 그럴 용기는 없었던 거겠지. 아침에 생각해보니 걱정이 많이 됐던 건 사실이다. 밤에 들었던 그 남자의 목소리는 상당히 지쳐있었던 게 사실이니까. 무슨 짓을 할지, 무슨 짓을 당할지,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러고 보니 나는 그 남자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냥 사람들이 아는 정보들, 그게 다였다. 참 잘 숨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러날 법도 한데 한 번을 안 그러니. 어쨌든 오늘도 그 사람이 무사하길 그저 바라고 있는 게 나의 하루겠지.
"다녀오겠습니다!"
문을 힘차게 열고 나왔는데 뭔가가 문에 치여 소리를 냈다. 뭔가 싶어 소리 난 쪽으로 고개를 숙이는데 작은 상자가 놓여있었다. 택배인가 싶어 들어 확인을 했더니 받는 사람이 내 이름이었다. 무슨 택배를 벨도 안 눌러주고 이 아침에 던져놓고 가나 싶어 보낸 사람을 확인했더니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었다. 민윤기, 그 남자였다.
"뭐지, 오늘 무슨 날인가... 뭐지?"
우선 등교는 해야 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상자를 뜯어보았다. 뜯자마자 보이는 건 또 다른 작은 상자와 폰 케이스. 작은 상자를 다시 열어보니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정말 너무 예뻐서 순간 멍만 때리다가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내렸다. 내려서 다시 상자를 살피니 작은 쪽지가 하나 더 있었다.
'목걸이 물에 닿아도 괜찮으니까 혹시라도 샤워할 때 까먹었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폰 케이스는 커플은 아니고 그냥 너한테 어울리는 거 샀다. 지금 당장 사용해. 물론 목걸이도 지금 당장. 내가 매주고 싶었는데 그러기는 불가능할 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전달한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이 사람, 꽤나 로맨틱한 면도 있다. 선물에 홀딱 넘어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동을 좀 받아 계단에 상자를 내려놓고 폰 케이스를 끼기 시작했다. 목걸이가 조금 난관이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엔 해냈다. 핸드폰 화면으로 목걸이를 이리저리 확인하다 이내 학교에 늦을 것 같아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
"야, 오늘 떡볶이 먹자, 진짜 오늘, 오늘이 날이야, 오늘 진짜..."
"아, 진짜 이 새끼 아까부터 떡볶이 타령이야..."
"먹으러 가자..."
"너 간다 그러면 나도 갈게."
"... 나? 나는 왜."
"너 요즘 우리랑 안 놀잖아, 수능도 끝났는데!"
"아... 그런 게 아니라."
"됐어, 오늘은 우리랑 먹으러 가."
"그래... 오늘 진짜 떡볶이 먹어야 되는 날이라니까..."
"아, 어, 음... 미안, 오늘은 진짜 안될 것 같아."
"... 그렇구나... 우린 약속도 못 잡는 그저 그런 사이구나..."
"아, 진짜 미안해, 응?"
"됐어, 됐다고, 꺼져."
그래도 오늘은 꼭 그 사람을 만나야 된단 말이야, 오늘 안 만나면 영원히 못 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냥. 선물을 받았을 땐 마냥 좋았는데 어제의 축 늘어진 목소리가 떠오른 뒤론 좋았던 기분도 싹 사라졌다. 그저 걱정만 계속하면서 핸드폰만 바라봤다, 오늘 만나자고 말할 것 같은 그 남자의 문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문자가 왔다.
'오늘 시간 돼?'
'난 될 것 같은데.'
'네가 바쁜가.'
전 절대 안 바쁠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암호닉
땅위 / 윤기윤기 / 굥기 / 봄 / 굥기윤기 / 왼쪽 / 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 / 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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