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설정) 링크입니당~ http://www.instiz.net/name_enter/43311259 오늘 페북에서 권순영 동명이인 봤어요 오오.. 신기해라.. +) 올린지 2시간도 안돼서 촑글이라뇨.. 독자님 최고시다 앞으로 남은 3편도 도키도키하게 써올게요!!!! ㅜㅠㅠㅠㅠㅠㅠ 늘 고맙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 홍대 거리란게 원래가 시끌벅적한 곳이긴 하다. 요새는 댄스 버스킹까지 늘면서 사람 지나다닐 길 하나 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놀라긴 했어도 직접 가서 보는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랜만이군, 그러고보니. 전남친과 뻔질나게 들락거리긴 했어도 연애가 끝나자 마포구 일대는 곧장 금단의 구역이 되어버렸다. 홍대 거리=전남친. 그 동네를 1년 정도 봉인해두고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갈 일도 없으리라 여겼다. 오랜 연애의 끝을 맞이한 친구가 리프레쉬가 필요하다고 나를 끌고 나가기 전까진 의심의 여지도 없었는데. 그러니까 어제까지는. 만사가 귀찮은 나는 몇 달 주기로 상가가 바뀌는 살벌한 상권에 이제 맛집이 뭐가 있고 어느 카페가 라떼가 맛있는지도 다 까먹어 머리가 백짓장이었다. 친구를 따라 질질 끌려다니다 유행도 다 지난 벌집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걷고 싶은 거리 귀퉁이에 퍼질러 앉았다. "야, 우리도 이제 다 늙었어. 마냥 스무살이 아냐." "여자 나이 크리스마스라는 말 극혐이긴 해도 체력은 무시 못하겠다. 어우, 다리 아파." 콘을 우적우적 씹으며 종아리를 두들기고 있는데 사람이 슬슬 몰렸다. 9시 10분 정도. 남자애들 뭉치가 우르르 몰려와 앰프를 꽂고 몸을 풀었다. "버스킹 하나봐." "힘들어. 걍 보고 일어나자. 저 사람들 뚫고 언제 집 갈래." "춤인가본데?" "더 잘 됐지 뭐. 잘하지도 못하는 애들 돼지멱 안 들어도 되고." 여전히 쑤시는 다리를 뒤척거리고 있는데 사람들은 정말 순식간에 몰렸다. '부딪히려나.' 졸지에 우리가 맨 앞 줄이 되어버려 약간 불안했다. 그 크루의 팬들인지 플래카드를 들고 요란을 떨며 우리 옆을 꽉 채웠다. 9시 반이 되니 노래를 한참 고르던 남자아이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대열이 정돈되며 순식간에 사위가 가라앉았다. 여자의 보컬로 노래가 시작되자 크루의 시간이 느려졌다. 벽 하나를 둘러싸고 다른 세계를 지어올린듯 아이들이 더디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앙에서 꽃처럼 피어오르는 몸짓에 눈이 멀었다. 우와.. 내 몸뚱이론 상상도 못하겠지. 대오가 미묘하게 척추를 뒤틀고 중앙에 선 남자애가 좌우의 아이들과 빠르게 치고 빠지며 대열이 또 한번 바뀌었다. 춤을 이렇게 정식으로 보는건 처음이라 가슴이 뛰었다. 우아한 보컬을 따라 분위기가 고조되자 아이들이 흩어지며 하나하나의 별이 되었다. 후렴이 터지고 눈이 반짝거리는 별들이 혜성처럼 떨어졌다. 심장을 그어놓고 갔다. 옆에서 입을 벌리고 보는 친구도 눈이 홀린듯 했다. 잘하지? 잘하네. 말도 없이 우리는 반쯤 바보스런 표정으로 버스킹을 보았다. 흔하디 흔한 요즘 가요 안해서 더 좋았다. 이건 무슨 노래지? 눈 동자 동자 하나씩 어린 자신감에 허리부터 정수리까지가 간질거렸다. 저 애들은 알아. 자기들이 잘하는걸 알아. 노래 두어곡이 끝나고, 노래를 고르던 아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안녕하세요! 저희는 마운틴 크루입니다." 옆에서 플래카드를 든 아이들이 과장되게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가 권순영 잘생겼다, 하고 외쳤다. 마이크를 든 소년이 헤쭉 웃었다. 많이 봐야 스물둘. 아직 어리다. 오물거리는 입술이며 올라붙은 볼살이 아직 분내가 난다. 20대 초반의 생기가 이 거리 귀퉁이를 밝히고 있다. 나와 친구는 주눅이 들면서도 묘하게 빠져들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아까 들으신대로 제가 리더 권순영이라고 하구요, 금요일 홍대에 다들 맛있는거 먹고 하시느라 바쁘실텐데 저희 봐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 멘트 들으러 온거 아니잖아요?" 주르륵 나란히 앉은 아이들이 네에-하고 귀엽게 소리쳤다. "다음 곡 바로 보실게요." 다시 비명. 곡 분위기가 아까와는 완전 달라졌다. 새끈하게 잘 빠진 신디 사운드에 브루노 마스 느낌의 보컬이 얹히자 아까까지만도 순수로 반짝였던 눈빛들이 동물이 되었다. 후드 집업을 뒤집어쓴 애가 센터에 서서 격하게 팔을 흔들자 비트가 바뀌었다. 간단한 리듬을 따라 부르는 아이들 사이에 묻혀 우리도 소심하게 박수를 치고 가사를 뇌까렸다. 할라할라할라. 랩 파트로 넘어가자 아까 마이크를 잡았던 리더라는 애가 엎드린 아이의 등을 넘고 튀어나왔다. 발끝이며 등허리에 소름이 쫙 돋았다. 저 애 눈 좀 봐. 저거.. 아까 걔 맞아? 입가를 따라 미소를 흘리고, 혀를 빼내어 사람을 홀리고 몸의 곡선을 쓸 줄 아는 아이였다. 마이크를 잡았을때 가볍게 숨을 정돈하며 맑게 웃던 그 아이라곤 상상도 안됐다. 허리를 튕기고, 어깨를 튕기고, 목을 돌릴 때마다 내 눈 언저리에 스파크가 튀었다. 뭔데, 쟤는. 나는 설레기보다 당혹스러웠다. 순식간에 그 주변 다른 애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포커스를 자기한테로 모조리 압축시키는데, 이런적은 너무, 처음이라. 스쳐가는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가리킬때 심장이 창에 꿰인 것처럼 쑤셨다. 희미하게 이명이 들렸다. 쭉쭉 뻗어나오는 직선들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손가락을 똑바로 나에게 찔렀다.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씨익. 찬물을 뒤집어쓴듯 부륵 떨었다. 나? "저기," 공연이 끝나고 어수선하게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쭈뼛거리며 말을 걸었다. 리더 애가 뒤돌아보았다. "저희 이런 공연 정식으로 본거 처음인데, 너무 잘 봤어요." "아, 감사합니다!" "노래 너무 좋던데 오늘 한 거 트랙리스트 좀 알아갈 수 있을까요?" "네, 네!! 무슨 무슨 곡 알려드릴까요?" "아 그, 다 괜찮아서." "그럼 제가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 번호 좀 주시겠어요?" 고개를 번쩍 들다 눈이 마주친다. 뭐가, 뭐? 뭐? "어서요." 내민 핸드폰을 살짝 흔든다. "아까 공연 너무 열심히 잘 봐주셔서," "네? 그게 그," "저희 공연 또 하면 알려드릴게요." 윙크를 하고 씨익 웃는다. 반토막이 된 심장이 발치에 떨어진다. 쿵. "감사합니다. 오늘 트랙리스트 바로 쏴드릴게요." 폰을 살짝 흔들어보이더니 앰프 가방을 번쩍 메고 아이들 틈에 섞여 사라진다. 거의 곧바로 트랙리스트가 날아온다. 첫 곡은 Rush Over Me-Seven Lions, Illenium, Said The Sky. Rush Over Me. 밀려왔다. 물처럼. 권순영. 그 아이가. 공연은 자주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그 정도 퀄리티를 뽑아내려면 연습이 절대적으로 많아야 할테니. 대신 그 이외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며 우린 좀 친해졌다. 스물 셋이고, 홍대를 다니며, 어느 기획사 연습생이라는 것까지 그 아이는 술술 알려주었다. 연습 영상 좀 봐달라며 가끔 링크를 보낼때마다, 나는 그걸 실물로 보고 싶었다. 다시 한번 그 마법에 빠지고 싶었다. 그리하여 어느날, 그 애가 나와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한 많은 날 중 어느 하루에, 나를 자기 연습실로 불렀다. "특별히 보여주는거야. 다음번에 나 솔로 무대 하나 할거거든." "다른 애들도 같이 연습하고 그러는거 아냐? 나 민폐되면 어떡해." "아니. 애들 없을거야. 그땐 내 타임이라." 지하철을 타고 가며 눈썹을 제대로 못 그린 것 같아 신경쓰였다. 촌스럽진 않을까. 목을 쭉 빼고 한번 입맛을 다셨다. [지하로 내려와 소리 나는 데로 오면 돼] 가슴이 떨렸다. 진동 탓일게다. 어두컴컴한 문들 사이를 지나쳐 불빛이 흘러나오는 곳 하나를 빼꼼 훔쳐보자, 머리에서 온통 땀을 뚝뚝 떨어트리는 그 아이, 순영이가. "어! 왔어?" "아, 응." "어정쩡하게 서있지 말고 앉아! 의자는 없고, 방석 줄까?" "아, 하나만 줄래?" 방석을 건네주는 순영이가 코를 발름, 하더니 웃는다. "향수 바꿨지." "어떻게 알았어?!" "냄새 딱 다르네. 어떻게 몰라. 이것도 좋다. 잘 어울려." "넌 가수가 될게 아니라 조향사가 돼야겠는데?" "무슨," 퐁퐁퐁 웃으며 물을 한 모금 꿀꺽 넘긴다. "그러고보니까 지금 하고 있던거, 노래," "?" "이거 접때 나 봤던 공연에서도 하지 않았어?" "아, Holla (Feat. Mod Sun) (Party Pupils Remix)-MAX 이거?" "어, 응, 응." "기억 잘하네? 까먹었을줄 알았는데. 솔로 한다는게 이거야." 허리 언저리가 찌릿, 감미로운 전기가 돌았다. 이 무대를 다시 볼 줄이야. 동물의 눈빛을 생각하자 단숨에 신이 났다. "나 한번만 보여주면 안돼?" "어?" "너 연습하는거." 설렘을 이기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순영이도 너털웃음을 터트리더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가 섰다. "이제 틀어줘." 버튼 하나를 톡 누르자, 익숙한 전주가 흘렀다. 방금 전까지만도 웃고 떠들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눈빛에 날이 바짝 섰다. 나는 저기에 베여도 좋을거라고 생각했다. 직선을 살린 안무에 취해 기분이 붕 떴다. 분내 난다는거, 취소. 차마 보기 전까진 나도 몰랐지, 쟤한테 남자 냄새 날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냐고. 눈 깜빡할 새에 노래는 끝나고 바닥에 주저앉은 순영이가 숨을 고르며 말한다. "아니 근데 사실," "어?" "이거 백댄서랑 중간에 듀엣하는 부분 있어서." "아, 그래서 중간에 네가 비어보였구나." "어. 그 부분 쉬우니까 누나가 파트너 해줄래?" "뭐?" "나 가르쳐줄게." 순영이의 눈이 반짝거리길래,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하는 수 없이. 진짜로. "봐봐, 여기 이 부분에서 들어와서 원, 투, 하면서 여기로 이동해서 나랑 마주보고 서."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아당기고, 허리를 감싸안는다. 가르쳐주는 눈빛인데 나 혼자 설레는게 무안스러워 열심히 듣는 척을 해보지만 그게 티가 나나 보다. 순영이 표정이 헤실헤실 강아지가 된다. "누나, 나 도와줘야지." "아, 응." "멍한거봐. 귀여워." 팡 웃고는 다시 설명을 해준다. 몽롱한 상태에서 어찌어찌 동선만 외운다. "요 정도만 해줘. 모르는거 있어?" "너랑 마주보고 섰다가 원투 하면 반대로 돌고 원투 하면 너랑 스쳐서 반대편 넘어가고 하는거 아냐?" "응, 응, 맞아. 무리한 부탁 해서 미안해. 한번만 맞춰볼게." 눈에 잔뜩 미안해를 써놓고 손을 덥석 잡는다. 얼굴이 터질까봐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괜찮아, 괜찮아." "그럼 노래 틀어주라." 힘이 센 1절이 지나가고 순영이가 원 투를 외치면 걸어가 순영이를 마주보고 선다. 연습한대로 허리에 팔이 감긴다. 하지만 나는 연습과 다르게 더 당황한다. 커플 안무가 이렇게 떨리는거면 얘는 이걸 어떻게 소화하는거람. 웃음을 짓기도 순간, 순영이가 다시 카운팅을 한다. 몸을 빙글 돌려 빠져나와 등을 맞대고 서면 바늘같은 견갑골에 어깨가 찔린다. 등으로 뿜어져나오는 열기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고개를 젖히면 촉촉한 머리칼이 목덜미에 내려앉는다.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러다 무대 곁으로 빠져나가는 박자를 잊어 순영이가 저만치 밀려나가 춤을 춘다. 황황히 종종걸음으로 뒷줄로 빠져나온다. 어떡해, 방해만 됐어. 얌전히 연습실 바닥에 무릎을 감싸고 앉아 순영이의 남은 안무를 감상한다.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는 어깨 라인을 멍하니 보다, 또 들킨다. "누나! 뭘 봐." "어? 아, 아니. 멍 때리고 있었어." "무슨 멍을 그렇게." 푸하하 웃더니 성큼성큼 내 왼편에 다가와 앉는다. 나는 심장 떨려 죽을 것 같은데 이렇게 거침없는걸 보면 이 아인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색은 안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이번에 우리 무대곡들 한번 다 들어볼래? 내가 편곡한 것도 있어. 작곡한 것.. 도 조금 들어가 있고." "너 작곡도 해?" "그냥 생각나면 가끔씩. 헤헤." 이어폰 한쪽을 건네준다. 조심스럽게 귀에 끼자 무대가 손에 잡힐듯 떠오른다. 푸르고 붉은 조명, 스팽글이 튀는 재킷과 벨트, 의상에 맞춰 화려한 인이어, 플래카드만큼이나 들뜬 관객들, 맨 앞줄에, 나. 나? 거기서 생각이 뚝 끊겼다. 뭐라는거야, 내가 진짜. 주책이다. "원래 우리 크루들끼리 올라가는 무대였는데, 사장님이 나 좀 더 신경 써주셔서 솔로 무대도 서는거거든. 애들 보기 미안해서 얌전히 지내, 요즘은. 히히." 다시 청신한 웃음. 깨끗한 순영이를 보다가 안무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는게 그만, "여자랑 같이 춰?" 망했다. 애써 수습하려고 횡설수설해본다. 오늘 오는게 아니었다. 머릿속에 배수구가 뚫렸는지 단어들이 샌다. 가지마, 나 구해주고 가.. "아니 그, 커플 안무는 좀 힘들지 않아?" "원래 그런건데 힘들게 뭐 있어. 왜? 아까 힘들었어?" "아, 아니!! 나는 그냥 그런거 처음 해보니까 되게 막, 손대기도 어렵고, 그럴거 같아서." 순영이가 푸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아, 어떡해. 눈치챘나봐. 절망하는데 손이 덥석 잡힌다. "이런거? 글쎄, 힘든가. 잘 모르겠는데." 갸웃하더니 허리를 끌어당긴다. "이런 것도 우린 그냥 예사라서. 누나 이거에 놀랄 정도니까 이러면 까무라치겠다." 얼굴이 불쑥 들어온다. 속눈썹이 스치는 거리까지 다가와서 멈춘다. 머리가 텅 빈다. 얼굴 표정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 끝까지 장난스럽게 고개를 기우뚱 기울인다. "힘든가?" 엑? 하는 사이에 입술을 붙였다 뗀다. 그게, 내 입술에. 니 입술을. 정면에서. 쪽. 소리까지 들었다. 분명히 이건 뽀뽀였다. 냉정해지자고 좌뇌가 애원을 해서 무대를 생각한건가보다 한다. 그래도 심장은 여전히 발을 구르며 비명을 질러댄다. 아니, 얘 선수 아냐? 입술을 떼더니 가볍게 한숨을 쉰다. 심장이 바닥을 쾅쾅 친다. 맞다고, 맞다니까? 얘 너 좋아하는 거라고. 분위기 봐라. 부인할 걸 부인해라. 네가 또 달큰한 코웃음을 친다. 입술을 귀에 걸듯 끝까지 당겨 웃고, "잘 모르겠는데." 오른팔로 허리를 감싼다. 왼팔로 뒷통수와 뺨을 한번에 받치고 고개를 기울여 벌어진 입술에 입술을 끼워맞춘다. 한참 열이 올라 달달해진 숨방울을 나눠 삼킨다. 거기 아드레날린이 들어있었나보다. 전신이 폭주 기관차의 레일이 된다. 이건 찌릿찌릿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데. 오른손으로 순영이의 뺨을 쓸자 촉촉한 땀이 배어나온다. 아니 근데, 왜 안 더럽지. 머리카락이고 콧잔등이고 온통 물기인데 왜 하나도 더럽단 생각이 안 들지. 데이지 꽃송이가 마디마디 피어난다. 순영이가 흐흐흥, 웃으며 고개를 틀었다. 오른손이 얹힌 뺨이 팽팽해지더니 벼린 날의 턱선이 드러난다. 반의 반토막이 된 심장이 발치에 쿵 떨어진다.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넘어질 것 같은 자세를 고치면서도 키득거린다. 숨이 막혀 잠시 헉헉댔다가도 곧장 다시 도도도 속삭이며 비밀을 나눈다. 이마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내 손을 잡아 깍지를 낀다. 남은 심장이 마저 툭 떨어진다. 순영이가 손을 뻗어 더듬더듬 연습실 스위치를 끈다. 지하는 우리만의 공간이 되었다. 빛을 피해 숨은 둘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만이 남았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