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오직 당신만의.
W. JPD
09
"오, 분식? 뭔 날이에요? 누가 사 왔어요?"
"야, 너네 들어가, 나오지 마."
"맞아, 내가 먹을 거 줄어들으니까 들어가."
"아, 형도 좀 들어가요."
"나는 먹어도 된다잖아."
"... 제가 참는 겁니다, 아시죠."
내가 보이지 않게 손으로 얼굴을 받치곤 고개를 김석진이라는 남자에게로 돌려 조용히 말하지만 그 대사가 다 들려서 차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게 웃음이 새어나가면 급하게 다시 상체를 일으켜 세워 저를 바라보는 남자가 귀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근데, 누구예요? 교복 입은 거 보니까 학생?"
"연습생인가, 근데 여기 왜 혼자 있어?"
"연습생 중에는 못 본 것 같은데, 게다가 여자잖아."
"안녕, 반가워."
"김태형, 넌 뭐가 반가워, 손 치워, 들어가라고 좀."
"이거 우리 먹으라고 사온 거 아니에요?"
"이건 무슨 당당한 지랄이지."
"헐, 이거 마카롱 아니에요? 이건 저 주려고 샀죠."
"박지민, 내려놔, 그거 네 거 아니야."
"... 마카롱? 마카롱도 샀어요?"
"... 어, 오는 길에 가게 있길래, 색감 예뻐서 잘 어울릴 것 같길래, 그냥, 몇 개 좀 샀는데, 내가 잘 몰라서 잘 사온 건진 모르겠다."
평소보다 말을 좀 횡설수설하길래 왜 그러나 싶다가도 이내 눈앞에 보이는 마카롱들에 떡볶이를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예쁘게 포장된 비닐을 꺼내 품에 안았다. 안았다기보단 먹기 위한 준비였는데 꽤 많은 양에 오늘 다 먹진 못하고 아껴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맛도 참 다양하게 사 왔네, 마카롱 처음 사보나 보다.
"이 주변에 마카롱 가게가 있었어요? 왜 몰랐지, 나 마카롱 좋아하는데."
"차 타고 다니니까 모르죠, 바보예요?"
"전정국, 너 형한테 자꾸."
"맞잖아요."
"... 어쨌든, 저기, 그거, 같이 먹을 생각은... 없을까...?"
자신을 미친 듯이 노려보고 있는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는지 금발의 남자는 내게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마카롱을 달라는 듯 손을 뻗고 있었다. 물론 그 손은 내 마카롱까지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전에 누군가의 폭행이... 있었기 때문이랄까.
"마카롱 좋아해?"
아무렇지도 않게 금발의 남자를 제압하곤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돈하면서 내게 묻는 그 남자에 웃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여태 이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장난스럽게 같이 웃어주는 남자에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 분홍빛 분위기는 뭐지, 뭐죠?"
"그래서 형, 이 여자 누군데요."
"너희랑 관련 없으니까 그만 좀 물어라, 불편해하잖아."
나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아까 먹을 거에 환장하던 김석진이라는 남자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명이 더 있는 것 같았다. 여태 조용히 한마디도 안 하고 있던 사람, 알 없는 안경을 쓰곤 그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기에 계속 먼저 눈을 피하게 됐던 사람. 뭔가 저 눈빛은 나를 꿰뚫어보고도 남을 것 같아서 오래 마주치지 못했다.
"불편해? 그러면 들어가자."
"이거 안에서 먹어도 돼요?"
"상관없어, 흘리지만 않으면."
"안 흘릴게요."
"그래, 그럼. 먼저 들어가 있어, 난 이것들 좀 치우고."
이것들을 지칭하는 게 여기 있는 사람들인지, 먹고 난 뒤 남은 쓰레기들인지 모르겠지만 둘 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들어가라는 듯 손짓하는 남자에 마카롱을 안아들곤 저번에 들어갔던 방으로 향하다가 금발의 남자가 떠올라 다시 뒤돌아서 마카롱을 몇 개 집어 작은 손 위에 얹어주고 왔다. 감동이라며 거의 울먹거리는 금발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오면 여전히 깨끗한 공간에 의자에 앉아 다시 한 번, 저번에 그랬듯이, 방을 한 번 둘러보았다. 의자가 돌아가면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시야에 어지러운 느낌이 들어 가만히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면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말소리인 것 같아서 밖에서 들리는 건가 싶어 문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내게 들리는 소리는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 듯했다.
"뭐지... 아, 진짜 무섭게..."
괜히 무서워져 밖으로 나가려 문손잡이를 잡는데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해짐에 그 소리를 찾아내기 위해 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집중했다. 결국 나는 컴퓨터 앞에 섰다. 스피커에서 아주 작게 나는 소리였다. 마우스를 움직여 전원이 꺼져있지 않은 컴퓨터 화면을 밝혔다. 검은색 바탕화면에 몇 개 있지 않은 폴더들. 그리고 오른쪽 윗부분에 작은 창으로 떠있는 음성. 그러니까 오디오 같은, 그런 게 있었다. 음소거 바로 직전까지 줄여져있는 음량에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천천히 높였다. 그리고 그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깨달았을 때, 그 남자가 들어왔다.
암호닉
땅위 / 윤기윤기 / 굥기 / 봄 / 굥기윤기 / 왼쪽 / 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 / 슉아 / 쿠크바사삭 / 김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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