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러블리즈 - 인형
"검은 장미라니 찝찝하지 않아?"
"..."
"버려."
"싫어."
"..."
"내가 받은 건데 왜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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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
w. 복숭아 향기
♪
늘 잠잠했던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 핸드폰 화면에 떠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 갑자기 무슨 일일까.
지금은 지금을 금요일인지 토요일인지 뭐라고 불러야할지 애매한 토요일 오전 열두시 이십 오 분이었다.
[정호석]
계속해서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근 몇 개월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이 새벽에 갑자기 연락해오는 건 무슨 심보냐고.
고개를 들어 네가 있을 방문을 힐끗 바라보았다. 지금쯤 너는 글을 써내려가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내가 전화를 받아도 모르겠지.
"여보세요."
(오랜만이네.)
"그러게."
(학교 자퇴했더라.)
"응."
(나 휴학한 사이 무슨 일 있었어?)
"알 바 아니잖아."
(나올래?)
"뭐?"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하자. 너는 보드카, 나는 사이다.)
"..."
종종 그렇게 마시곤 했었지. 술도 잘 못마시면서 꼭꼭 마시겠다고 소주에 물도 타고 그랬었지.
그러면서 술자리를 좋아한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다같이 먹는 그런 왁자지껄한 술자리 말고. 한 두 이서 소소하게 즐기는 그런 술자리.
나는 내 발목에 있는 족쇄를 만지작거렸다. 아마 내가 '준아'라고 부르면 저 방문은 열릴 것이다.
그리고 네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정신이 없어서 내가 통화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겠지만 내가 부르는 네 이름에는 한없이 예민한 너이니까.
나는 혀로 입술을 훔쳐냈다. 핸드폰 너머로는 정호석이 계속해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안나와?)
"생각중이야."
(너 아직도 김남준 만나?)
"..."
(이름아.)
"기다려. 준비하고 나갈게."
(조심해서 나와.)
"응."
무슨 생각으로 나가겠다 대답을 한 거인지는 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그대로 지껄였을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네 방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금 혀로 입술을 훔쳐내며 네 이름을 불렀다.
"준아."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열린 문 사이로 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얼굴은 벌겋게 퉁퉁 부어있었다. 마감 때만 다가오면 네 얼굴은 저렇게 잘 만든 감자만두마냥 퉁퉁 부어오르곤 했다.
병원에서도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었지. 어쩌면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생기는 부작용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뭐... 가까이서 보는 나는 그냥 '피곤해서' 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선배."
네가 벌겋게 부어오른 눈가를 부벼대며 다가왔다. 피곤할만 했다. 지금 너는 거의 이틀 내리 연속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너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내 어깨 위에 얼굴을 묻고 고롱고롱 숨을 내쉬었다.
나는 손을 들어 네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잦은 탈색 때문에 네 머릿결은 조금 거칠었다.
"준아."
"네."
"나 딸기 먹고 싶어."
"딸기요?"
"응. 딸기."
네가 눈을 깜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이었다. 이 새벽에 내가 무언가를 '먹고싶다.' 라고 말을 한 것은.
너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발을 까닥거렸다.
알고 있었다. 지금 집에는 딸기가 없었다.
"딸기맛 요거트는 있는데."
"그거 말고 딸기."
"..."
"안돼?"
부러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늘 그렇지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네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네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 손이 내 머리를 감싸왔다.
나는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네가 작게 웃어보이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쪽 소리와 함께 가볍게 떨어지는 입맞춤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응."
"금방 다녀올게요."
"응."
너는 다시 한 번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겉옷을 걸쳐입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발목의 족쇄가 풀리는 소리도 집 안에 울려퍼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옷을 꿰어입고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하는 외출이었다.
-
발목을 죄고 있는 족쇄라고 하지만 여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너 역시도 내가 족쇄를 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스스로 족쇄를 풀어서 밖으로 나가는 것까지 네가 뭐라고 할 권리는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처음이었다.
너 몰래. 네가 알지 못하게 밖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집을 나올 때 너에게 간단하게라도 문자를 남기곤 했으니까.
나는 택시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너는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택시는 잘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야속하다고 해야할까, 내 마음을 잘안다고 해야할까.
나는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터널을 지나느라 그런 걸까. 주황색 조명때문에 두 눈이 아파왔다.
-
언젠가 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아직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네가 아니면 침대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잠시 책을 사러 나간다 말을 한 너는 방금 전처럼 내 입술과 이마에 입을 맞춰왔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갔지.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해가 뜨고 지는 것쯤은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침대 바로 옆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침대 위에 엎드린 채로 창문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네가 나갈 때는 한없이 밝았던 바깥이 어느새 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두 번째 달이 뜰 때도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창문만을 바라보았다.
핸드폰도 없었다. 네가 진즉에 밖으로 던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시계도 없었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건 핸드폰 뿐이었다.
세 번째 해가 떠오르고 나서야 나는 몸을 바르작거리며 움직였다.
침대 옆에는 작은 서랍장이 하나 놓여있었다. 그 안에는 너의 갖가지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네 책들도 몇 권 있었고 너의 메모지, 이어폰, 스피커 그리고 과도.
네가 종종 내 앞에서 과일을 깎곤 했기에 서랍장 안에 있는 것이었다.
나는 서랍장을 열어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네가 놔둔 과도를 그러쥐었다.
얼마 전 네가 갈아와서 그런지 칼날이 서슬퍼렇게 서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과도를 내 손목 위로 가져갔다. 가로로 그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핏줄을 끊기 위해서는 세로로 그어야 했다.
손가락으로 내 맥박이 뛰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 위를 그어버렸다.
침대 위에 팟방울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멍한 표정으로 내 핏자욱들을 바라보다 그대로 눈을 감으며 나는 생각했다.
하얀 이불 위로 방울방울 떨어진 빨간 핏방울들이 꽤나 예쁘다고.
백설공주의 어머니인 왕비가 왜 눈 위로 떨어진 핏방울을 보며 예쁘다 생각했는지 알 거 같다고.
-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쪽 구석에서 사이다를 마시고 있는 정호석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곧장 정호석에게 다가갔다. 이미 테이블 위에는 내가 마실 보드카가 놓여있었다.
하여튼 성질 급하다니까. 누구 닮아서 그러는 건지... 나는 푸스스 웃으며 잔을 집어들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걸까. 늘 느끼는 거지만 정호석은 참 이모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동그란 눈매하며 저런 서글서글한 인상하며.
"자퇴라니 놀랐어."
"그래?"
"평생동안 무용만 했던 사람이."
"..."
"부상이라며."
"응."
"발목?"
"응."
"어쩌다가?"
"그냥 부상."
정호석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나는 푸스스 웃으며 소맷자락을 아래로 내려 내 손목을 가렸다.
조명이 어두워 보이지는 않겠지만 정호석에게 내 손목의 흉터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
발목의 흉터가 네 죄책감, 소유욕의 흔적이었으면 손목의 흉터는 내 욕망의 흔적이었으니까.
"복학한거야?"
"응. 드디어 여행 끝났어."
"어때?"
"응?"
"밖에 막 그렇게 돌아다니는 기분이 어때?"
"어떻긴 뭐 어때. 집나가면 개고생이지."
정호석은 까르르 웃어보이며 마카로니 과자를 입 안에 쏙 집어넣었다.
나는 턱을 괸 채로 정호석을 바라보았다. 비록 일부이지만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정호석과 나는 참 많이 달랐다.
아니지. 지금 나도 멋대로 밖으로 나와있는 거니까 어찌보면 많이 닮아있다고 해야하나.
주머니 안에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는 핸드폰이 낯설었다. 혹시 몰라 핸드폰도 끄고 술집으로 들어온 나였다.
술집 특유의 음악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잔을 만지작거렸다.
"성이름."
"응."
"이름아."
"응."
"너 아직 김남준 만나지?"
"..."
"미친 애 상대하면 너만 힘들다니..."
"나 일어날게."
"어?"
"지금도 잠깐 나온 거야. 미안. 다음에 연락할게."
"..."
"미안."
연락 꼭 해라.
정호석의 말을 뒤로하며 나는 술집 밖으로 나왔다.
시끄러웠던 주변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나는 핸드폰이 있는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처음 밖으로 나올 때는 절대로 잠깐만 정호석의 얼굴만 보고 나와야지 라는 생각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밤을 새고 들어가려고 했었지.
허나 그럴 수 없었다. 정호석의 입에서 네 이름이 나오는 순간 나는 계속해서 앉아만 있을 수는 없었다.
왜 그럴까. 왜 그랬을까.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가며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네가 나를 찾지 않을까봐. 그게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
익숙한 도어락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풀고 나온 족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두리번거렸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샌드위치가 하나 놓여있었다.
하얀 식빵 사이에 빨간 딸기가 자리를 잡고 있는 그런 편의점 샌드위치였다.
나는 샌드위치를 집어들고 포장지를 벗겨냈다. 한 입 베어물자 딸기 과즙이 입 안으로 퍼져왔다.
맛있었다.
허나 정작 이 샌드위치를 사온 너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네 작업실 문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는 곳이었다.
네가 작업실 관련해서는 예민하기도 했었고 나 역시도 그런 너에게 굳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에 있는 건가. 그러면 나에게 오지 않은거지? 핸드폰이 꺼져있어도 위치추적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네가 그 방법을 모를 리가 없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방문을 열었다. 끼익 소리와 함께 네 작업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이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가 놓여있었다. 종이 옆에는 한 장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사진?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네가 글을 쓰면서 사진이 필요할 일은 전혀 없었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사진은 내 사진이었다.
내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 그리고 종이 위에는 그런 나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있었다.
연필로 하도 문대서 그런지 조금은 반질반질하기도 했지만 틀림없는 나였다.
나는 종이를 집어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림들이 벽 한 쪽에 한가득 자리를 잡고 있었다.
눈코입이 그려지 있지는 않지만 알 수 있었다. 내 모습들이었다.
쾅!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얼른 밖으로 나왔다.
너였다. 네가 피를 뚝뚝 떨구며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너를 바라보았다. 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너의 눈이 잠시 커졌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너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두 팔로 나를 끌어안았다. 등 부분이 조금씩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말없이 너에게 안겨있었다.
"선배."
"응."
"딸기 사왔어요."
"응. 맛있더라."
"선배."
"응. 준아."
"선배... 선배... 선배..."
너는 계속해서 나를 불러왔다. 나는 그런 너에게 계속해서 대답을 해주었다.
바닥으로 핏방울이 투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네 가슴팍을 두 손으로 밀어내려했다. 빨리 119에 전화를 하던지 해야했다.
하지만 너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더욱 꼭 끌어안아왔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벌겋게 퉁퉁 부어있던 네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질려왔다.
"준아. 우선 병원..."
"선배."
"응."
"어디 가지마요."
"..."
"나 두고 나가지마요."
"준아."
"나 선배 사..."
귓가에 울려퍼지던 네 목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너는 그대로 내 품 안에 쓰러지듯 안겨왔다. 나는 네 주머니를 뒤적여 네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너는 내 옷을 꼭 그러쥔 채로 죽은 듯이 내 품에 안겨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나서 나는 손을 들어 네 볼을 그러쥐었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네 볼은 조금은 서늘했다. 나는 네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천천히 네 입술을 머금으며 눈을 감았다. 다시 한 번 방금 전의 네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어디 가지 마요.
나 두고 나가지 마요.
어디 가지 마라.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이었다. '나를 두고' 라는 말이 앞에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암호닉]
두유망개 뱐드 현 꾸룩 방칠이방방 달 뜌 윤기와산체 열렬 토끼 다이아몬 뷔스티에 슬픔이 기쁨에게 대추차 땅위 보보 숭니 녹차맛콜라 뉸뉴냔냐냔 헤융
별 초코아이스크림2 마솨 무네큥 호빵이 꾸꾸낸내 단아한사과 찡 쩨이호옵 슈비 밤툰 그때쯤이면 인디핑크 짐꾸 자도 남준이성애자 봉석김 코코링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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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준이를 기다리다가 3일 째 되는 날에 손목을 그었고
준이는 여주가 나갔다는 걸 알아채자마자 손목을 그었죠.
두 사람의 차이점이랍니다.
갈수록 선혈이 낭자하네요. 그래도 앞으로 조금씩 달달한 모습도 나올 예정입니다.
결말은 새드로할지 해피로할지 생각중이에요. 둘 모두 정해는 놨거든요.
오늘도 제 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