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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칼날이 목을 깊게 파고들진 않은 듯 합니다. 일주일 안에 쾌차하실 수 있도록 소인이 성심성의껏 돕겠나이다.”

고맙구나. 물러가보거라.”

폐하, 괜찮으십니까. 많이 놀라진 않으셨습니까.”

상궁의 덕이 컸네. 다행히 상궁이 지혈을 잘 해준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어.”



태연한 기색을 보였지만, 사실은 어제의 일로 인해 적잖이 놀란 화홍이었다. 검무를 추는 척 눈속임을 하더니, 이내 맹렬히 칼을 들고 달려와 자신을 죽음 직전에까지 이르게 한 그. 푸른 복면으로 가려져 처음에는 알 수 없었지만, 잠깐의 실바람 덕에 턱에 걸쳐져 있던 그의 복면이 펄럭이자, 화홍은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어젯밤 자신의 처소로 가는 길에 동행했던- 정현이라는 이름의 광현국 사신이었다.

 

사슴 같은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등 뒤에는 칼을 숨겼던 자라처음에는 소름이 돋으면서, 잠시 인간이란 존재가 신물이 난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도 착하고 순수했던 자라 생각했기에, 어제의 일로 인한 배신감 역시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배신감은 이내 마음속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이에게, 왠지 모를끌림이 느껴졌다면, 모두들 날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비웃겠지. 한 나라의 황제가 갑자기 미치광이가 되었다고 수군거리겠지.


그러나 화홍에게도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었다. 우선 모든 것을 다 제치고 내 감정의 주인은 나라는 것. 그래서 당신들이 뭐라 해도 난 이미 그 자에게 끌림을 느끼고 있다는 것- 이 첫 번째 변명거리였고, 일각에서는 자신이 가진 권력이 황제를 넘어 태황제가 되어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대는데, 그런 자신의 앞에서 겁 없이 칼을 들이댄 자라면대체 어느 정도의 복수심이나 용기를 갖고 그런 행동을 한 걸까. 그러니까, 일종의호기심이 두 번째 이유였다.


장시간 아무 말 없이 그런 생각을 하자니 괜히 머리가 지끈거리는듯 했다. 화홍은 드디어 굳게 다문 입을 열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상궁을 불렀다.



남 상궁 있는가?”

부르셨습니까.”

국화차 한 잔 내어오게.”


국화차란 말을 들은 남 상궁은 차마 화홍 앞에선 티를 내지 못했지만, 꽤나 걱정스러운 낯빛을 띄며 다락원에 가는 길이었다. 다락원. 차와 즐거움이 함께하는 곳이란 뜻을 붙여 화홍이 궁 안에 새로 만든 공간이었다. 하지만 머리를 맑게 하는 차라폐하께서 또 어제의 일로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신 것 같아 보여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화홍의 앞에는 향이 좋은 국화차가 내어져 있었다. 흐음- 잠시나마 향을 맡으니 안정이 되는 것 같기도 하구나. 화홍은 남 상궁에게 미소를 띄며 고맙다는 말을 하고 천천히 입김을 불어 차를 두 모금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고 상궁에게 물었다.


 

나를 암살하려던 그 자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 직접 찾아가 그 아이의 자초지종쯤은 들어야 되겠다. 그래야 머리가 조금은 더 맑아질 것 같아.

 


 

 

-하아-

 

투명하고 시린 물에 벌써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머리가 담가졌다가 빠져나오고, 또 머리가 담가지고. 정말 이대로라면 돌부처도 버티지 못할 만큼의 지독한 물고문이었다. 보나마나 내 등 뒤에는 자상(칼에 베인 상처)이 있으니 채찍으로 치는 고문을 했다간 상처가 덧나 죽어 버릴테고. 그럼 황제의 입장에선 소득이 없으니 이런 식으로 물고문을 시키는구나- 생각하는 정국이었다.


그리고 고문을 시키는 그들의 입에선 한결같은 한 마디가 쏟아졌다. 배후자를 대라. 는 말.


그러나 배후자 따윈 없었다. 내가 3년 전부터 칼을 갈아왔고, 우리 마을을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든 자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말을 내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을 윤기 형과, 봉구와, 동네동생들에게 발설했고, 결전의 날에 그만 실수를 하여 일이 이리 되고 만 것이었다.


한편, 화홍은 감옥소로 걸어가면서도 막상 어떤 질문을 해야 그 아이가 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호기롭게 남 상궁을 비롯한 궁녀들을 이끌었는데, 남 상궁의 말로는 그 아이가 예상보다 독한 아이라 아무리 혹독한 고문을 시켜도 고문관들의 모든 질문을 쥐새끼마냥 피해간다고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직접적으로 날 죽이려 했던 이유가 뭐냐 물어도 대답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어떻게 해야 그 아이가 입을 열까? 화홍은 잠시 고민에 빠지다 역시 그 방법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단순한 궁금증을 푸는 방법치고는 다소 잔혹하긴 하지만.


잠시 후, 화홍의 명령에 의해 감옥소 안에 있는 가장 으슥한 추국장으로 끌려오는 정국이었다. 화홍은 걸어 들어오는 아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등에 난 상처는 제대로 치료조차 못해 흰 저고리가 피로 물들어있었고, 얼굴은 물고문을 당해서 그런지 퉁퉁 부어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살아있어, 자신을 쏘아보며 경계하는 것이 꼭 아기 호랑이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정국이 자신의 맞은편에 앉자,화홍은 우선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해 보기로 했다.

 

날 암살하려 한 이유가 무엇이냐.”

 

그 말에 입을 닫는 정국이었다.역시, 만만치 않은 아이구나. 하지만 예상외로 화홍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가 왜 입을 열려 하지 않는지,난 그 이유를 알 것 같거든.

 

월은국에 네 동료들과 함께 잠입했지?”


내 말에 눈빛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하는 너였다. 그래, 넌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독기로 이겨내려 하는 것이겠지. 왜냐하면 넌 지킬 것이 있으니까.


어제 성절 연회날, 칼을 휘두르려던 네가 내 호위무사의 칼에 맞아 중심을 잃었었다. 다들 혼비백산 하던 와중, 뒤에서 네 사람 정도가 달려오려 하고 있었고, 너는 발소리를 들은건지 뒤를 돌아보다 갑자기 내 호위무사를 옴짝달싹 못하게 끌어안으며 그 네 사람에게 목이 터져라 도망치라는 이야기를 해 대다 쓰러졌었다.


자신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아닌 도망치라는 말을 하다니. 그렇다면 분명히 그 네 사람은 네게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사람들이겠지.

 

넌 네 생각보다 그 사람들의 행동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날 바라보며 몹시 당황한 눈치였다. 이 때 내가 가진 큰 승부수를 하나 던져줘야지.

 

난 너와 함께 온 자들의 얼굴이며 인상착의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난 월은국의 황제, 내가 네 동료들을 찾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 같으냐.”

아 참고로, 월은국에서 내 힘이 닿지 않는 영역은 단언컨대 없다.”

 

그 말에 떨리는 표정으로 입을 연 너였다. 네가 한 대답은 꽤 의외였지만.

 

난 광현국에서 화전민, , 평지에서는 농사를 지을 땅조차 마련하지 못해 산에 불을 내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런 화전민의 아들이었다.”

그래도 살아갈 만 했지. 남들처럼 배불리 먹진 못해도, 그래도 굶는 식구는 없었으니까.”

헌데 너희들이 군대를 이끌고 남의 땅에 마음대로 쳐들어와 기껏 쌓아왔던 우리의 곡식들을 약탈해갔다. 덕분에 그 해에 화전민들 중 삼분의 일이 굶어 죽었지.”

그래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언정, 힘을 합쳐서 다 함께 복수하면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물론 시작은 나였기에, 끝맺음도 내가 하고 싶었다. 따라서 배후자는 없다. 내가 주동자니까.”

그리고 다른 자들은 잘못이 없다. 내가 주동했고, 그들은 단순 가담자일 뿐이다.”

 

이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로 내게 말을 할 뿐만 아니라, 지독하게 고문까지 당했던 상황에서 자신의 동료를 걱정하다니. 어제 오후, 내게 겁 없이 돌진할 때는 마냥 무식하고 단순하게만 보였는데, 예상보다 꽤나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

 

순간,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 아이, 내 편으로 만들면 꽤나 쓸만하겠구나. 역시, 너를 향한 끌림은 괜한 끌림이 아니었어.


엄청난 독기에, 한번 생각한 계획은 물러섬 없이 실행해버리는 결단력까지. 게다가 무예 실력도 출중해 보였다. 물론, 상대를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일단 덤비고 보는 단순무식함이 흠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또 다른 큰 승부수를 던지는 수 밖에.

 

좋아, 네가 솔직하게 내 질문에 대답하였으니 네 동료들은 쫓지 않으마. 허나,”

 

네 동료를 쫓지 않겠단 말에 순순히 넘어오는 너였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아량을 베푸는 것이 아닌 일종의 거래. 내가 주는 것이 있다면, 너도 마땅히 그 대가를 치뤄야겠지.

 

내 화란(花蘭), 즉 내 남첩(男妾)이 되거라.”

차라리 날 죽여.”

 

이런, 아기 호랑이가 아니고 그냥 호랑이였나. 하지만 호랑이를 잡는 건 의외로 교활하기 짝이 없는 자그마한 여우인 것을.

 

넌 날 죽이지 못할 바에야, 네가 모든 죄를 다 끌어안으며 명예롭게 죽기를 원하겠지.”

근데 난, 상대가 원하는 것을 반대로 들어주는 취미가 있다. 거래 상대가 날 죽이려 한 암살자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따라서, 네가 자결을 시도한다면, 네 목을 더더욱 옥죌 수 밖에.”

첫째로, 네 동료들을 끝까지 쫓아가 죽이라 할 것이고, 또 광현국과 월은국 간의 외교적 문제로 이 일을 끌고 가서 너희 마을 전체를 곤란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네가…”






정녕 죽기를 바라느냐.”



 

내 압박에, 아무말도 못한 채 나를 힘 빠진 표정으로 바라보는 너였다. 하지만 어찌하랴. 난 너를 데리고 여태껏 어떤 황제들도 도전해보지 못한 큰 그림을 그려볼 심산인데.


 

-

 

+) 앞 편들이 정국의 시점이었다면, 이번은 화홍의 시점이죠? 그리고 화홍이 무섭다구요? ㅎㅎ 네 무서우라고 쓴 편 맞습니다. 하지만 화홍이 이렇게 정국을 압박할 수 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더 말하면 스포가 될 듯 하니 일단 접겠습니다 (벌써 이 사담만으로 이야기의 10퍼센트는 스포일링을 한 것입니다만. 허허.)

++) 왜 이렇게 제가 자주 오는지 궁금하시죠? 제가 백수(이면 좋겠습니다만), 백수라서는 아니고요 ㅋㅋ 다른 작가님들보다 필력이 좋지 못하니 일정한 간격으로 글을 연재하는 꾸준함과, 글 내용 자체의 몰아치는 속도감으로 승부를 보려는 심산입니다. 따지고 보면 화홍처럼 큰 그림 그리는거겠죠? 하하

+++) 암호닉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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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가슈윤민기예요 여주 대차다.... 좋아! 그렇게 정국이를 물들여버려라 ㅎㅎㅎ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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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51.68
땅위입니다!!! 으어... 글 읽으면서 화홍이나 정국이는 진짜 정말 강인한 사람들 같아요! 그리고 정국이가 남첩이라니! 앞으로 흥미진진해지겠네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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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암호닉 [하설] 로 신청하겠습니다!
저 진짜 사극물 엄청 좋아하거든요ㅠㅠ 근데 이런 작품 만나게 돼서 진짜 좋네요!! 신알신 신청하고 갑니닷!!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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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암호닉 [하설] 로 신청하겠습니다!
저 진짜 사극물 엄청 좋아하거든요ㅠㅠ 근데 이런 작품 만나게 돼서 진짜 좋네요!! 신알신 신청하고 갑니닷!!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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