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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투명한 (ME TOO) 06






공기 중을 떠도는 캐러멜과 소금 냄새.



얼음이 가득한 빨간 콜라 컵과 메쉬 소재의 좌석.



흥분에 겨운 대화와 팝콘 맛 키스.



영화관이란 으레 그런 곳이다.





"심아, 여기 앉으세요."





너는 콜라 빨대를 입에 물고 어디서 났는지 모를 이상한 문법의 한국말을 구사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나는 너를 올려다봤다.



탈색한 머리에...



일주일 만에 그것 말고도 뭔가 달라진 것 같다.



달라진 건 너일까, 나일까.





"어, 뭐 묻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되게 빤히 쳐다보길래."





황급히 착석하자 팝콘 상자를 받쳐 앉고 느긋이 앉은 네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쾅, 쾅.



이렇게 몸 전체가 떨려오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민형아.



그냥, 가벼운 감정이라기엔 너무 이상해서 말이야.



넌 안 그러니.













영화는 무슨.



팝콘 먹을 때 손등이 맞닿고, 손가락이 얽히고.



네 쪽을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치고.



이건 그저 우연에 불과할까.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일까.



나는 아닌데.








솔직히?



솔직히 네가 좋아지고 있다.



아니, 솔직히 너를 좋아하고 있다.



김심이는 이민형을 좋아한다.



그건 이 어둑한 영화관에서 내가 아는 전부였다.



배우들의 대사가 각기 다른 색으로 눈앞을 가리울 때면,



너는 이따금 내 귀에 속삭여 줘서 나는 맑은 스크린을 볼 수 있었다.



또다시 맑은 스크린을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네가 내 곁에 있는 동안 내 세상은 맑고 투명하겠지.



영화에 집중하려던 내 계획은 채 오 분도 지나지 않아 틀어졌다.



팝콘을 집어드는 내 손을 네가 붙잡았기 때문이다.



잘못, 잘못 쥐었겠지.



실수겠지.



그런 생각은 카라멜처럼 서서히 녹아서, 손바닥에 들러붙었다.



내 손에 쥔 카라멜 팝콘은 어느새 찐득하게 녹고 있었다.



실수 같은 게 아니었다.



명백한, 고의였다.





"민형아, 팝콘 끈적거리는데, 손 좀..."





너는 아, 하고 짧게 소리를 내고 내 손을 들어 제 입으로 가져갔다.



보드란 입술이 손바닥에 닿았고, 간지러운 혀끝도 닿았다.



남자가 여자를 들어올려 한 바퀴 돌리며 영화는 끝이 났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너는 입술을 뗐다.



잘못된 걸까.



우리가 지금 하는 것들이.





"이제 안 끈적거리죠?"





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묻는다.



나는 손을 말아쥐고서 가쁜 숨, 숨들을 고른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나는 모른다.





"응."





분홍 꽃 같은 점이 번졌다 스러진다.





"이젠 나도, 심 쌤한테 남자로 보여요?"





"그건 아니고, 그냥 배고파 보여.

밥 먹으러 갈래?"





너는 치, 소리를 내고는 빈 팝콘 박스와 컵을 챙겨 일어선다.



너는 왜 그런 질문을 할까.








너는 밥을 사겠다며 나를 데리고 거리로 나섰다.



잘 가는 식당이 있다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일본 드라마에나 이탈리아 골목에 있을 법 한 작고 아담한 밥집이었다.



조곤조곤한 말소리에 눈앞에는 다갈색과 회청색 점이 섞여 찍혔다.





"진우 형, 저 왔어요.

장사는 잘 돼요?"





"응, 뭐.

어라, 안녕하세요.

옆은, 여자친구?"





"민형이 미술 선생, 이에요.

김심입니다."





"아, 그래요. 심 씨.

이것 참, 실례했네요.

맛있는 거 많으니까 잘 드시고 가세요."





"심, 뭐 먹을래요?"





매일 메뉴가 바뀐다는 식당.



이것 저것 보다 모두 맛있어 보여서 나는 너에게로 결정을 떠넘겼다.





"네가 자주 먹는 거."





"네에.

아, 오늘 형이 그 메뉴 있댔죠.

저 그걸로 주세요."





목살. 무화과. 채소와 갖가지 것들이 정갈하게 담긴 접시가 놓였다.



우리는 꽃 없이 맺는 열매와, 소의 강인함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를 한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을 맞추면서.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것들이 샘솟는다.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그만두기엔 너무 좋다.



멍청한 개구리가 안온한 물 속에서 죽어 간다.





"나 그리고 할 말 있어요."





"뭔데?"





"사실, 우연 아니에요."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심이는, 내가 한국에 어떻게 왔는지 알아요?."





"슬럼프 때문에."





"기억 못하는구나."





"무슨 말인데?"





"아무것도요.

슬럼프 때문에 온 거 맞아요."





너는 레드와인이 담긴 글라스에 시선을 붙박는다.





"가요, 우리.

산책 좀 하다 바래다 줄게요."





내가 널 어디서 봤더라.



본 적이 없는데.





"참, 심. 나 이 머리 잘 어울리지 않아요?"





"응. 예쁘다. 탈색은 왜 했어, 갑자기?"





"그냥. 학원 안 나가서 시간이 남아돌더라고요.

그래서 했는데, 미친 짓이었어요.

샵에 다섯 시간 정도 있었나?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너는 밝게 변한 머리카락을 털며 웃는다.



처음 만났을 때 차분했던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개구쟁이같은 느낌이다.



마크같아.





"학원도 안 나오는데, 다음 주에는 뭐 해?"





"스튜디오에서 그림 그리고, 인터뷰도 하고.

화가가 그렇죠."





"맞구나. 마크."





"이민형으로 잠시 살았는데, 다시 마크가 됐네요.

그래도 나쁘지는 않아요.

그림 그리는 건 재밌으니까."





"슬럼프는 이제 괜찮아진 거야?"





"네, 어느 정도는요.

괜찮아질 거예요.

심이 물고기를 그려주는 한은요."





"돌아가겠네."





"같이 가요."





"민형아."





"애 맞아요.

떼 쓰고, 투정부리고.

그러니까 같이 가요."





"나는..."





몇 번을 말해야 할까.



내가 온 힘을 다해 감정의 싹을 짓밟고 있다는 걸.



너란 사람은 투명해서, 나는 내 삶에서 그 투명함을 잃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가장 멀고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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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마크
대학가서 논다는 말 다 거짓말입니다. 속지 마세요. 더불어 조오오오오오오오옹오옹오오오오오낸 늦은 점 죄송합니다...
7년 전
비회원10.63
작가님ㅠㅠㅠ오랜만이에요ㅠㅠㅠ민형이에서 마크로 다시 돌아가네요 심이는 투명함을 지켜주려고 거리를 두려는 거 같은데.. 다음 편도 기대돼요ㅠㅠ
7년 전
독자1
민형이 너무 설렌다....♥ 오늘도 잘보고갑니다ㅠ
7년 전
독자2
너무 늦게 봤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 민형이 완전 연하남의 정석인듯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얼른 연주가 마음 열고 꽃길 걷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작가님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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