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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투명한 (ME TOO) 07





"널 좋아하지 않아."





너는 아무 말도 없다.



나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소리에 씻겨지며 네 처벌을 기다린다.



연두색, 진한 노란색, 밝은 주횡색, 보라색, 황갈색, 어두운 초록색.



어떤 말이라도, 어쩌면 폭력이라도 좋으니까.



하지만 너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다.



멀리서 차들의 소음 때문에 눈 앞에 얼핏 진한 남색과 얼룩들이 번졌다 사라져도,



너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나를 침묵만으로 고정시켜 놓는다.





"그러니까, 아무 것도 아니란 거죠."





"민형아, 그게 아니라."





"심이는 한국에서 학원 선생 할 사람 아니잖아요.

기억 안 나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못 가."





"아니, 안 가는 거야. 비겁해."





나는 네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선다.



팔을 벌리고 네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네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를 털면, 아무렇지 않게 너를 끌어안는다.



너는 나를 네게 완전히 파묻어버릴 것처럼, 나를 감싸 안는다.



눈물이 날 만큼 따뜻한 온기가 온 몸에 나고 돌았다.



그랬지.



가장 멀고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너를 지켜본 투명한 존재였지.



바로 내가.





"심아."





"응?"





"언제 다시 돌아올 거야?"





"나도 몰라."





"넌 매번 모른다고 그래."





"너도 모르잖아."





소년의 눈동자가 검었다.



그것은 이미 침몰해버린 어둠처럼 새까만 색이었다.



단 한 순간도 내가 본 적 없는 어둠이 그 애의 눈 속에서 고요하게 반짝였다.



우울할 때면, 나는 얼마든지 반짝이는 어둠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은 그 어둠조차도 투명하게 흘러내려 아무런 것도 보질 못했다.



안타까웠다.













뉴욕은 내게 지나치게 시끄러운 도시였다.



조용한 곳은 높았고, 비쌌다.



그 높고 비싼 곳에서 나는 몸담고 있었다.



내가 본 어린 네가 어릴 때, 그보다 더 어릴 때.



우리는 알았다.



소년의 엄마는 도예가, 아빠는 화가.



멍청한 사랑놀음에 진저리가 났던 부모는 이혼했고, 재혼했다.



희생양이 된 소년이 들어온 곳은 내 집.



내 투명한 집.



너는 내 세상을 더럽혔다가, 씻어냈다가, 아예 눈물로 뒤덮어 버렸다.



너는 첫날부터 나를 울렸다.





"누구야?"





"김심."





"쳐다보지 마. 기분 나빠."





"나보다 그림도 못 그리는 게."





"너보다 잘 그려.

난 마크니까.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말했어.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했어."





"내 아빠야."





"거짓말.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투닥거린 싸움은 감정에 불을 당겨 죄다 태웠다.



너는 단 한 마디도 지지 않았고, 영어를 잘 못하던 나는 단 한 마디도 받아치지 못했다.



내가 어찌나 서럽게 울었던지, 울린 네가 미안해 할 정도였다.



가정부가 날 달랬고, 너는 혼이 났고, 우리는 삐진 채 있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킬킬댔다.



서로가 웃겼기 때문일까.



생판 남을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묶어 놓았기 때문일까.



우리는 어지러운 장난을 많이 쳤었다.



아빠의 컨버스에 선 몇 개를 긋는다던지
(아빠는 전시회의 설명 란에 '동심의 세계로 회귀하고자 하는 소망'이라는 말을 썼다)



엄마의 유약에 으깬 립스틱을 빠트리거나, 섀도우를 넣거나.
(굉장히 빈번했던 장난이어서, 엄마는 '화장된 도자기'라는 전시회를 열어야만 했다)



뭐, 그런 장난들을 치다 보면 하루는 끝이 났다.



그 짓을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지만, 몇 번의 여름이 지나가자 부모님은 다시금 갈라섰다.



원래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빠는 정말로 동심의 세계로 회귀하고 싶었던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에는 나만 포함되어 있었다.





"아빠, 민형이랑 같이 한국 가고 싶어."





"안돼. 심아. 너도 알잖아? 안 되는 거."





"왜?"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게 그래."





절망이 내 눈 앞을 붉게 가렸다가 흩어졌다.



안된다는 말의 뜻을 못 깨달을 만큼 어리지는 않았다.



어른들의 사정이란 그런 거니까.



항상 그렇지.



최면술사이자 상담 심리사인 특을 만난 것도 그쯤이었다.



아빠의 소개였다.





"눈 감아 봐요.

자, 호흡은 느리게.

사방이 온통 검은색인 어둠 사이로 한 발짝 내딛으면-"





"어둠이 안 보여요."





"오, 눈 뜨면 안되고. 자 다시-"





"어둠이 안 보인다니까요.

검정색은 없어요.

선생님 목소리 때문에요."





"무슨 말이니?"





"형광 주황이에요.

시끄러워."





특은 그 날 내내 집 안 사람들 모두에게 형광 주황이 뭐냐고 묻고 다녔다.



작업실에서 돌아온 네가 한 단어를 뱉기 전까지는.





"목소리."





특이 뭔가를 더 물으려고 했지만, 너는 헤드폰을 껴 버렸다.



무슨 노래인가 흘러나오는 헤드폰은 네 목에 언제고 감겨 있었다.





"자세히 말해 줄래?"





"심이랑 같이 살면 알잖아요.

어떤 병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그 앤 내가 없으면 안돼요.

나도 그렇고요."





"심이가 병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구나."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그 편이 심이가 선생님을 더 좋아하게 만들 테니까요."





문 틈이었다.



얇은 문 틈 사이로 나는 그걸 들어버렸다.



병.



나는 네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건 울타리 위를 걷는 것과 같은 거였다.



자, 봐.



난 살 수 있어. 너 없이도.









나는 아빠와 한국으로 떠났다.



모른다는 말만 약속으로 남겨 놓고서.



돌아왔을 때, 다시 가족이 되자던 네 말은 공항 게이트 어디쯤에 버렸다.



잊어 갔다.



잊을 수 밖에.



한국은 조용한 곳에서조차 조용하지 않았다.



교양 있는 수군거림을 비롯해 무지한 무시와 거만한 겸손은 내가 너를 잊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아빠가 친구라도 만들어 보라고 보낸 사립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를 때려치운 날, 네 생각이 한국 와서 처음으로 났다.



그 날,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더 열심히. 내가 무엇을 그리는지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게.



미국에 있을 때는 너와 엇비슷했는데, 지금은 틀에라도 찍어낸 듯한 그림뿐이다.



반 웅큼의 수면제를 삼켰다.



깨어난 뒤의 머릿속은 하얀 페인트로 칠해 놓은 것처럼 깨끗했다.











"민형아."





"네."





"오랜만이야."





너는 내 감정보다, 내 그림보다, 내 어떤 것보다 우위에 있다.



네, 한 마디로 내 세상은 깨끗해진다.



더러운 일상 속에서 너만큼은 유일한 투명의 존재다.



너를 정말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네게 입을 맞췄다.



너에게. 다시 없을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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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0.63
작가님 오랜만이에요ㅠㅠㅠ 미투 너무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
아 작가님 진짜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ㅁ닌여ㅜ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돌아와주셔서 감사해요ㅠㅠ ♥♥
6년 전
매드마크
종강했어요...^^... 넘나... 기쁜... 것... (털썩)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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