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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랭? 촑글 실화입니까? ㅠㅠㅠㅠㅠ 독자님들 요즘 시험 기간이자나여 ㅜㅜㅜㅜ 현생에 치이시면서 저한테 막 촑글 선물해주시고 ㅜㅜㅜㅜㅜ 진짜 진짜 고맙습니다 저 진짜 열심히 쓰거든요..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고민해가면서 전체 전개는 어색하지 않나 계속 머리 싸매고 ㅠㅠㅠㅠㅠㅠ 알아봐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포인트 아깝지 않게 글 쓰겠습니다 흙 ㅜㅜㅜ 

 

 

코딩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프로그램은 ‘Hello, World!’ 다. 


 

 

지훈은 책 모으길 좋아했다. 서점에 가면 꼭 마음을 끌어당기는 책이 못해도 한두권 나오곤 했다. 어릴때부터 책이 많은 환경이긴 했지만 지훈은 읽는 것과는 별개로 수집에 의의를 두는 편이었다. 표지가 예쁜 것, 내지 질감이 좋은 것, 레이아웃 구성이 좋아 눈이 피로하지 않은 것, 제본 방식이 독특한 것, 지훈은 생각날때마다 책장을 채우곤 했다. 집 근처에 서점이 생긴 이후로는 더했다. 말이 좋아 서점이지, 사실 요만한 중고 책방 수준이었다. 그래도 지훈은 집에 올때마다 10분이라도 매일 들러 바깥에서 책등 가지런히 꽂힌 것만이라도 보고 웃고 오곤 했다. 요즘 애들은 죄다 컴퓨터랑 노는게 일상인데 맹꽁이만한 놈이 대문 유리창 앞에서 팔짝팔짝 깨금발을 뛰어가며 책방 안을 구경하는 것을 눈여겨 본 서점 직원이 어느날, 여느때처럼 서점을 구경하고 집으로 우다다 뛰어가려던 지훈을 불렀다. 


 

“얘.” 


 

지훈은 본능적으로 알아들었다. 


 

“저요?” 


 

머뭇거리며 들어선 책방은 겉에서 볼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풍겼다. 지훈은 낡고 텁텁한 종이냄새에 자꾸 웃음이 나려고 했다. 카운터 뒤로 돌아 들어가던 직원이 지훈을 힐끔 쳐다봤다. 오렌지 주스를 한 잔 건넸다. 


 

“밖에서 그렇게 보지말고, 안 사도 되니까 들어와서 읽고 가라고.” 

“예?” 

“너 돈 없어서 밖에서 구경만 하는거 아니었어?” 

“아, 그건 맞는데, 음, 그래도 안 살건데 그렇게 막.” 

“괜찮아. 여기 어차피 손님도 얼마 없는걸.” 

“...” 

“내키면 뭐, 하나 살래?” 


 

카운터 옆 책장에서 제일 비싼 전공책을 꺼내자 지훈이 허둥지둥 손사래를 쳤다. 깔깔 웃었다. 순간 돌아가는 눈동자에서 지훈의 욕심을 어렵잖게 읽어낼 수 있었다. 컴퓨터로 눈을 돌리며 덧붙였다. 


 

“언제든 와서 편하게 읽어. 오래 있어도 상관 없어.” 

“아, 정말 그래도,” 

“돼.” 


 

그래서 지훈은 매일 갔다. 책과 친해지고, 직원과 친해지고, 한 달에 한번 오신다는 사장님과 친해지고, 책방에 책을 납품해주러 오시는 기사분들과 친해지도록 지훈은 서점에 출퇴근 도장을 찍었다. 직원은 지훈과 말이 잘 통했다. 그것 때문도 있었다. 전공이 이쪽은 아닌 것 같은데 매일 와서 카운터든 컴퓨터든 뭐 하나 지키고 늘 우직하게 앉아있으니까. 지훈은 자신에게도 어린왕자의 여우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일찌감치 말을 텄다. 책을 읽다가 용기를 좁쌀 한 톨만큼만 내어 말을 붙였다. 


 

“저기,” 

“?” 

“제가 호칭을 뭐라고, 하면 될까요?” 

“뭐, 나?” 

“네.” 


 

직원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곰곰히 생각하다 대답했다. 


 

“그냥 형, 해.” 

“아. 네, 형.” 


 

미소 때문에 뺨이 터져나왔다. 참느라 죽는줄 알았다고, 지훈은 집으로 뛰어가면서 생각했다. 열다섯의 작달만한 계산에 의하면 아는 형이 생긴다는 것은 신세계가 열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또래가 아닌 친구. 남들은 없는, 나만 가진 내 재산. 형. 형. 형. 승철이 형. 철이 형. 형아! 지훈은 빨리 승철과 친해지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름은 최승철, 학교 교사가 꿈이고 취미는 코딩. 친해지는 데에 공통의 관심사만한 건 없다. 지훈은 자신도 코딩을 배우기로 했다. 


 

“형, 저도 코딩.” 

“응? 너 코딩 뭐.” 

“저도 배울래요. 가르쳐 주세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얼떨결에 승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지훈은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대망의 그 첫 날, 아무리 취미가 코딩이라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일 뿐인 것을 가르치기까지 해야한다니 승철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쟤는 이미 눈을 반짝거리며 모니터를 끼고 앉았는데. 지금이라도 물릴까. 취미일뿐이니까. 


 

“형, 이거 컴퓨터 사양도 중요해요?” 

“어? 음, 아니." 

“아하. 근데 형 언제 가르쳐줄거에요?” 


 

애꿎은 책들만 줄창 쌓아놓고 있던 승철이 지훈의 말에 화닥닥 정신이 들었다. 에라, 난 몰라.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알지?” 

“그게 뭐에요?” 

“맙소사.. 코딩을 짜는 언어야. 그걸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해.” 

“아하. 네, 그리구요?” 

“프로그래밍 언어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HTML, ANSI, JAVA 스크립트, 파이썬 같은 것들. 뭐, 들어는 봤니?” 

“자바는 많이 들어봤죠. 아, HTML도.” 

“다행이다. 그럼 자바는 좀 난이도가 있으니까 우린 HTML부터 시작하자.” 


 

승철이 지훈의 키보드에 손을 겹쳤다. 메모장을 켜고, 타이핑을 시작했다. 


 

〈!doctype html 

〈html 

  〈head 

    〈title: hello html〈/title 

  〈/head 

   

     

   

〈style type="text/css">p.p1 {margin: 0.0px 0.0px 0.0px 0.0px; font: 12.0px 'Helvetica Neue'; -webkit-text-stroke: #000000}span.s1 {font-kerning: none}〈/style> 

〈/html 

 


 

저장하고 바로가기를 만들었다. 더블클릭하자 흰 화면에 'hello world' 한 문장이 덩그러니 떴다. 지훈이 탄성을 내뱉었다. 


 

“우와!” 


 

“코딩 배울때 맨 처음 만드는 거야. 지금은 그냥 맛보기로 보여주는거고. 너 아직 용어도 똑바로 모르잖아.” 

“그래도 신기해요. 뭐가 뭐에요?” 

“차차 배우자. 그냥 이런 거 정도가 있다는 거야.” 

“그럼 막 사진 띄우고 하는 뭐, 그런 것도 할 수 있어요?” 

“어. 할 수 있어. 이제 필기할까, 지훈아?” 

“우와, 우와, 최고다. 완전 신기해.” 


 

지훈은 빛나는 모니터를 눈도 아프지 않은지 계속 들여다 보았다. 흰 화면에 짧은 단어 두개가 뭐라고 정신을 홀려가나. 승철의 잔소리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또다른 신세계의 대문이 열리는 소리. Hello, World! 안녕, 세상아. 지훈은 공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 


 

지루하게 알고리즘을 짜던 지훈이 목을 주물렀다. 


 

“어후..” 


 

열다섯에 공학도의 꿈을 꾼 것 치고 그 빌어먹을 알바인지 직원인지는 너무 중구난방이었다. 지금이야 새까맣게 다 까먹었지만 상당히 횡설수설했던건 잊어지지 않는다. 공돌이라면 졸면서도 짜는 헬로 월드 프로그램이 그땐 뭐가 그렇게 신기했던지. 


 

'그때 그거 아니었으면 이 지랄 안 하고 있겠지.' 


 

 

지훈은 아픈 거북목을 부여잡고 억울하다는듯 하품을 했다. 그때 그 알바인지 뭔지, 이름도 기억 안 나는데 만나면 분풀이나 해야겠다고 체조를 하는데 전화벨이 울려 소스라쳤다. 


 

“정한아- 야-“ 


 

 

습관처럼 정한을 부르다 문득 그가 외근 나갔다는 것을 떠올리고 전화를 받았다. 


 

“편리, 그 이상의 고객 감동으로, SVT 테크닉스 미래 연구실, 이지훈 연구원입니다-“ 

“... 이지훈?” 

“네?” 

“아, 아닙니다. 주문을 좀 하려고 하는데요,” 

“아, 고객님, 주문 번호는 이 번호가 아닙니다. 맨 끝자리를 7로 바꿔서 걸어주시겠어요?” 

“앗, 죄송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짤막한 통화를 끊고 지훈은 계속 목을 돌린다. 목소리가 낯이 익은데.. 피로에 쩔었더니 머리가 안 돌아간다. 목베개를 찾아 서랍을 헤집다 지금쯤 그렇게 걱정하던 ‘이상 모델’의 집에 찾아가있을 정한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주인 만만찮아 보이던데..’ 


 

알고리즘 연구원인 지훈이 문제를 모를 리 없다. 검수 과정에서 모두 걸러져나갔어야 할 이상 모델이 시중에 풀린 경우, 사측에서는 무료 교체나 수리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사설 수리와 무관한 부분임이 확인될 경우, 수리 내역과 상관없이도 지원해준다. 무슨 짓을 해도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중추 회로인데, 비눗물에 머리 한번 감겼다고 그게 망가질까. 스툴에 앉혀 상체를 벗겼을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왼팔뚝. 감정회로를 삽입하는 쪽이 왼쪽이다보니 가장 먼저 잘 녹아 흘러내리는 곳 역시 왼팔이다. 모델 넘버를 확인해 전력 소모 내역을 들여다봐도 감정 회로가 가장 비율이 컸다. 전기 먹는 괴물도 아니고, 무슨. 자가 발달 시스템이 있다지만 이대로라면 얼마 못 가 퓨즈 아웃될 위험도 컸다. 요리를 한다거나, 잔디를 깎는다거나, 하여튼 위험한 상황 중에 다운이 되면 그건 수리를 미룬 사측의 잘못도 있기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대부분의 경우, 즉각 수리를 요청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특이했다. 고쳐준대도 싫다고 가버리다니. 그 위험한거, 고객님 쓰기는 잘 쓰고 계시려나. 감정회로 과발달이면 골치 좀 아플텐데.. 


 

아무래도 스트레칭을 한번 제대로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목이 영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드득우드득 소리도 어느 정도가 있지, 지훈은 찌뿌드드한 기분에 기지개를 한번 켜고 일어섰다. 

책상 앞을 떠나는 지훈의 손이 실수로 엔터키를 누르자, 흰 화면 가득 똑같은 말들이 주르륵 떴다. Hello World, Hello World, Hello World, Hello World.. 


 

- 


 

정한이 연구실로 돌아온 날로부터 2일, 지수에게서 그다지 길지 않은 메일이 왔다. 연구비 지원해줄테니 당장 시작하라는 내용이었다. 정한은 순간 땅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 그렇게 안 보였는데.’ 


 

미묘했던 그 표정의 느낌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손깍지 위에 입을 얹을때, 웜홀을 탈때 내가 놓쳤던 그 생각들. 정한은 지수말고 국방부란 곳이 얼마나 멍청하고 꽉 틀어막혔나로 촛점을 돌리기로 했다. 지수는 분명 그때 자기와 비슷한 입장 같아보였다. 그 감촉을 믿기로 했다. 서류를 뒤져 공장에 전화를 걸었다.  


 

“네, 여기 연구실인데요, 혹시 지금 홈봇, 연구 샘플 몇개씩 빼주실 수 있나요?” 


 

공장 입장이라고 느슨할 건 없었다. 총이며 다른 무기들 만들기도 24시간이 턱없는데 2군의 홈봇 따위야. 20대 남자라인으로 실험하는 것이 좋을터였다. 전시상황에서 최고의 병력이 될 아이들이다. 그렇다고 해봤자 SY라인, WW라인 등등 통틀어 200대씩이라도 뽑아내면 다행이었다. 무기 제작에 밀려 공급량을 최대한 줄이다보니 발생한 일이었다. 정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샘플 최소 라인당 500씩은 있어야 할텐데.’ 


 

펜 뚜껑을 물고 고민하던 그를 넘겨다 본 지훈이 말을 걸었다. 


 

“뭐해.” 

“샘플 걱정중.” 

“얼마 빼야 되는데.” 

“500씩은 나와줘야 돼. 근데 공장은 마지노가 200이래." 

“300은 어떻게 해.” 

“내 말이.” 


 

회전의자를 끌어와 서류를 넘겨보던 지훈이 다시 모니터로 돌아가며 말했다. 


 

“자원 받아.” 

“엥?” 


 

“지원자 받으라고. 우리 어차피 검수 덜된 것도 있었잖아. 걔도 데려올 겸.” 

“어..” 

“뭐가 고민이야, 주인이 걔를 내줄까 싶어서?” 

“응..” 

“돈 줘. 너 어차피 연구비 지원 받는다며. 샘플 구매비 이런걸로 땜빵하면 되겠네.” 

“그런걸로 넘겨줄까.” 

“돈 싫다는 사람도 봤냐.” 


 

무심하게 픽 웃은 지훈이 눈을 한번 마주치고 다시 모니터에 집중한다. 정한은 걱정이 8할인 상태로 일단 서류를 덮었다. 고민하면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영 켕기는건 아무래도 정한뿐이었는지 부장은 좋다구나하고 진행하라며 난리였다. 정한은 어딘가 영 석연찮은 마음으로 공고를 띄웠다. 아니나다를까 그 ‘이상 모델’의 주인은 지원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홈봇 유저들 태반이 습관처럼 지원하는 와중에 정작 데려와야 할 모델이 오지 않으니 정한은 초조해졌다. 그리하여 공고가 끝나기 이틀 전인 오늘, 이 집에 직접 찾아온 것이다. 소송걸리면 우리도 할 말 없으니까. 인생 쉽게 살자. 


 

“누구세요.” 


 

초인종을 울리자 어디선지 들어본 목소리가 대꾸했다. 


 

“아, 네, 저 SVT 테크닉스 소속 연구원 윤정한 이라고 합니다.” 


 

문을 열어주는 얼굴을 보고 생각났다. '그 애’ 다. 정한은 남몰래 침을 한번 삼켰다. 


 

“여기 혹시, 이석민님 계신가요.” 

“아, 잠시만요.” 


 

현관에 엉거주춤 서서 주인을 찾자니 아이가 쪼르르 들어가 낯선 이의 출입에 대한 허가를 구하는 모양이었다. 조금 서 있자니 아이가 다시 나왔다. 


 

“들어오세요.” 


 

정한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거실에 들어서자 다 낡은 가죽 소파며 녹이 슨 골동품 등이 보였다. 집관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군. 삐걱거리는 마루를 밟으며 한걸음 한걸음 눈치를 보는데 안쪽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남자가 나타났다. 


 

“아,” 

“아.” 


 

정한과 동시에 짧은 탄성을 지르더니 어딘가 한쪽이 굳은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어제 오후에 연락 주셨었죠?” 

“아, 네.” 


 

악수라니. 내쫓지 않다못해 악수를 먼저 청해주시다니. 석민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정한은 이야기가 쉽게 풀릴 듯도 하다고 생각했다. 

다 낡은 가죽소파에 엉덩이를 붙이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떼었다. 


 

“고객님 저, 저번에 홈봇, 사설 수리 반납 건으로 문의 주셨던 거 말인데요,” 

“아, 네.” 

“저희가 그때 확인해본 결과, 홈봇 왼쪽 팔뚝이 약간 거뭇거뭇하시죠?” 


 

처음 듣는다는 듯한 눈빛의 고개가 돌아간다. 애정이 별로 없군. 됐다, 반납은 쉽겠어. 


 

“그게 그, 감정 회로 이상이라, 과발달이 된 겁니다. 감정회로가 전력 소모가 지금 굉장히 심해서, 이대로 방치하시다간 나중에 위험한 상황에서 갑자기 다운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럴때 고객님들 다치시면 안되니까, 저희가 출장 반납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 네?” 

“아, 반납 도와드리러 왔다구요.” 

“아뇨, 그거 말고요.” 

“다운 될 수도 있다구요..?” 

“그 전에.” 

“아, 감정 회로 이상이요. 과발달입니다." 


 

석민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손깍지를 끼고 턱을 묻었다. 정한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일체 다른 비용 받지 않습니다. 대신 저희가 반납 감사비를 드립니다. 크진 않고, 그냥 모델 구입비 30% 정도까지 해서. 저희한테 지금 반납하시면, 나중에 고객님 이거 다 고철 덩어리인데, 폐기할때 생각해보세요. 돈이 다 얼마입니까. 원하시면 다른 정상 모델 교환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 

“아 물론 이게 사람의 형체이다 보니 그렇게 막 용어가 부자연스러운건 이해합니다만, 네. 엄밀히 따지면 '완벽한' 인간은 아니니까요. 이번엔 저희가 고객님 오셨을때 수리 못 도와드린 잘못도 있으니까, 동일 가격대 내에서 다른 라인으로까지 선택지 넓혀드릴게요.” 

“...” 

“조금 더 생각해보시겠어요?” 


 

정한은 석민 앞에 내놓은 플라이어가 조금 부끄러워지려고 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가 흘렀을까, 땀에 슬슬 젖어가는 손이 무안해지려고 하는 때에, 석민이 고개를 들었다. 유달리 크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오, SY72315-14 모델 반납하지 않겠습니다.” 


 

정한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곧 석민이 허공에 화면을 띄워 녹음된 음성 파일을 그에게로 보내자, 얼추 곽이 잡혔다. 하, 이 사람 좀 보게? 


 

“소송 안 할겁니다. 뭐, 대략 반납 안 하고 있다가 나중에 말 바꿔서 반납을 받아줬니 마니 하고 진흙탕 싸움 가는 그런 케이스를 그리시는 거 같은데, 군에서만 십몇년을 있었는데요, 통수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못 믿으실테니 녹음해드린거구요.” 

“... 아.” 

“나중에 증거물로 쓰세요. 반납하지 않겠습니다.” 


 

석민이 눈 하나 깜박 않고 그대로 일어나 무릎을 쓱쓱 털었다. 정한에게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들어가십시오. 먼 길 걸음하셨을텐데, 죄송합니다.” 


 

정한은 혼란스러운 머리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아이가 방에 들어와 문을 닫고 기대 섰다. 등을 지고 책장을 넘기지만 소리만 들어도 눈에 선하다. 한참을 말을 걸지 않는다. 


 

“아저씨.” 


 

부르면, 대답한다. 기계처럼. 


 

“오냐.” 


 

“저, 왜 안 버리셨어요?” 

“...” 

“아까 그 분, 반납 받으러 오셨잖아요.” 

“...” 

"저 왜, 안 보내셨어요?” 

“...” 

“아니 그냥, 여쭤보고 싶었어요." 


 

물으니, 답한다. 기계처럼. 


 

“버리지 말라며.” 


 

방을 나가려던 아이의 걸음이 멈춘다. 0.3초.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나가고, 문을 닫는다. 기계처럼. 

안경을 벗고, 고개를 젖혀 등받이에 목덜미를 기댄다. 한숨을 쉰다. 


 

기계처럼 하려고 해도, 기계처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저 아이는 사람이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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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앙근
코딩잌ㅋㅋㅋㅋㅋㅋ 그대롴ㅋㅋㅋㅋㅋㅋ 출력이 되어버릴 줄이야.. 중딩때 수행평가한다고 잠깐 배우고 끊었던 HTML 오랜만에 되살렸습니다 허허 코딩이 보이시라고 조금.. 문법을.. 파.. 괘.. 했어요.. 근데 인티가 또 간섭함 ㅜ HTML Hello World 쳐보시면 정확한 코딩법을 아실 수 있습니닼ㅋㅋㅋㅋ 뿌잉★

+) 홈을.. 팔까.. 고민 중인데.. 방법을.. 모릅니다 엉엉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7년 전
독자1
작가님 저는 왜 코딩이 제일 눈에 띌까요.. 전공자이신줄 알았어요 그나저나 지훈이랑 승철이의 과거에 놀라고 단호한 석민이에 두번 놀라고 갑니다 근데 왜 전 모델명 해석이 안될까요ㅠㅁㅠ?? 오늘도 잘 읽고가요♥
7년 전
다앙근
ㅋㅋㅋㅋㅋㅋ 승철이 너무 비중 없게 지나가서 쥬니와 엮이게 만들었어요 ㅋㅋㅋ 석민이의 내적 고생 느껴지시나여.. 정은 가는데 나는 인간이고 너는 로봇이야.. 흙흙 모델명 해석하시는 법은 간단합니다!! 숫자 하나에 알파벳 하나씩을 대입하시면 됩니당 a=1, b=2 이런 식으로요! 순영이는 SY72315-14니까 7/23/15/14 로 끊어서 각각 그 숫자번째 알파벳을 대입하시면 됩니당 홍홍 원우는 2자리씩 끊으시면 돼요! ㅋㅋ
7년 전
독자2
크으 컴퓨터 전공인 독자 오늘 마지막 전공시험있는데ㅜㅜㅜㅜㅜㅠ 여기서 코딩을 보니 반갑네요..(공부는 안하고 양심에 찔린다) 글 잘 읽구갑니다!!!ㅎㅎ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7년 전
다앙근
이얗ㅎㅎㅎㅎㅎ 부끄러움에 쓰니는 사망해버립니다.. 진짜 나 왜 되도 않은 코딩 욕심낸 것..? 사실 제목도 헬로 월드 언어유희라구요.. 이힣 부끄럽지만 부디 어여쁘게만 보아주십쇼..
7년 전
독자3
ㅋㅋㅋㅋ아니에요!!! 저도 코딩처음배울때생각나서 좋았어요!!! 글잘쓰세요ㅠㅠㅠ 부럽습니댜ㅜㅜㅜㅜ 다음 스토리가기대돼요ㅠㅠㅠㅠ
7년 전
다앙근
헤헤헤헿❤️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글을 잘 쓰는게 아니라 석순이들 케미가 넘나 좋은것.. 저는 그냥 둘 묘사만 할 뿐입니다 호호 열심히 쓰겠습니다!!
7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7년 전
다앙근
앗 칭찬 넘나 고맙습니다..❤️ 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안 계시면 저는 넘나 의미 없어버림이구요..? 오늘 드디어 제목 떡밥을 풀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풀린건 아니라지만 저는 기분이가 너무 좋네여 ㅋㅋㅋㅋㅋㅋㅋ
7년 전
비회원 댓글
작가니뮤ㅜ 오늘 부농새우 헤엄헤엄 이자리에 출석☆ 자까님 이렇게 자주 오시면 심장 쿵아니라 심장 부스럭거러여.. 바삭바삭해.. 코딩까지 손수 입혀주시다니 역시 다앙근님은 배운 디테일변태여써../ 우리 보보 쟈근 키로 깡총깡총 하는거 생각하니까 너무 귀엽구여ㅜㅠ 그 와중에 승철이 형아미 오우져따!!! 아닝아닝 석순오늘 건조미 대대박이었어요ㅜㅠㅜㅠㅜㅠ 까슬까슬한 애정이야ㅜㄷᆞㅠㅜㅜ 지짜..훠우.... 자까니뮤ㅜ 길게 써드리고 싶은데 오늘 시험 전날이라 몸이 시름시름하여 작가님 글에 더듬이 부르르 하며 소인 바스라진 심장으로 물러납니다...☆ 다음에는..꼭..길..ㄱ, 자까님 사랑해여...♡
7년 전
다앙근
부농새우님께만 알려드리는 깨알 포인트 1☆★ 쥬니가 일어설때 화면 가득 채워진 헬로 월드는 승철이에게서 처음 배운 프로그램.. 이름도 까먹고 얼굴도 까먹고 다 까먹었지만 아직까지도 그가 가르쳐준 프로그램을 화면 가득 채워놓고 낯익은 목소리에 머리를 긁적이는 그.. 보보 이지훈 선생.. 갸륵! 석민이의 끝없는 내적 갈등과 더불어 동결 식품마냥 건조하게 표현한 우쥬니의 심리도 눈여겨 보아주세요★ 시험을 잘 마치고 오시면 제가 또 코피를 쏟으며 9편을 써놓지 않았을까요 ㅋ.. 슥미이는 순영이에게서 구조된 이후로 어떤 심리를 겪었을까요 대체 뭘 어쨌길래 저렇게 대놓고 사람이니 아니니 사람일지도 모르니 하는 걸까요!!!!!!! (비명) 시험 잘 치고 오세용♥︎
7년 전
독자5
프레야예요!!!!!!! 작가님!!!!!!! 우선 처음부터 절 한번 드리겠습니다!!!!!!!!!!!! 제가 작가님을 정말 사랑하죠!!!! 사랑했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겁니다..♥ 지후니랑 승처리랑 이런 뜬금없는...! 정말 인연이 없을 것 같은데 이어지는 게 있으니까 정말 신기해요...!! 저번 댓글에서 헬로 월드말고 다른 것도 보라고 하셨는데 이미 헬로 월드 첫 글보고 와 환장 이 작가님은 날 위한 작가님이시다 이러면서 키스타입을 다 봤답니다..!!!!! 답글은 혹시나 조금 그럴까봐 여기다 달아요 ㅎㅅㅎ♥ 버리지 말라고 진짜 안 버리는 석민이 엄청 귀엽네요... 크흣... 아직도 석민이는 순영이가 없어도 될까요? 짧은 시간에 정이 엄청 들었네요ㅠㅜㅠ
7년 전
독자6
순영이 감정 회로 고장난 거로 로봇인 순영이가 사람 순영이로 바뀔 수 있다고 약간의 기대를 해봅니다..♥ 재밌게 보고 가여ㅠㅠㅜㅎ크뷰ㅠㅜㅜㅠㅠㅜㅜㅜㅠ 사랑ㅅㅇㅅ핮나디ㅠㅠㅠㅜㅠㅠ
7년 전
다앙근
진짜.. 프레야님 당신은 엘오븨이.. 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지쨔 열심히 쓰거든요.. 알아봐주셔서 늠나 감사합니다!! 아무리 석민이가 냉정해질래도 자기가 뚜시뚜시 맞고 있을때 구해준 +눈물까지 보인 애를 팽 치는건 인간이 아니잖아요 ㅜㅜ 석민이에게 정말로 쑤뇨가 없어도 상관없는 존재일까요? 못살지는 않는다는? 정말 그 정도? 리얼리? Truly? ㄹㅇ? 제가 계속해서 떡밥을 던지고 있죠 쓔뇨 감정 회로 이상하다고 ㅋㅋㅋ 대체 그 놈의 감정 회로가 뭐길래 작가가 떡밥을 못 줘서 안달일까요?!?! ㅋㅋㅋㅋㅋ
7년 전
독자7
앙근님 가방입니다ㅠㅠㅠ감정회로 과발달이라니.....기대해도 되는거죠ㅠㅠㅠㅠㅠㅠ제발 ㅠㅠㅠㅠㅠ석민이 행복하게 해주세요ㅠㅠㅠ하ㅠㅠㅠ사람일지도 모른다라니ㅠㅠㅠㅜ너무 맘아프잖아요ㅠㅠ해피엔딩의 떡밥으로 생각하겠습니다....
7년 전
다앙근
석민이 이미.. 쑤뇨 못 잃어.. 정 많이 든 것 같죠? 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쑤뇨가 버리지 말래서 안 버린 것처럼 말하는 너란 남자.. 쑤뇨 맴애포.. 안그래도 감정회로 쩔어벌여서 수리까지 갈뻔한 애를.. ㅜㅜㅜ 이번주 달리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주말은 좀 쉬었.. 어요...... 다음주에도 또 신나게 써서 올려야즤!! 신나시죠?!?! 전 너무 신나요!!!!!!
7년 전
독자8
헐 석민이가 안 보냈네요 보내면 어쩌지 맘 졸이고 있었는데 ㅠㅠㅜㅜ
6년 전
다앙근
지각한 작가.. 4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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